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51화 (251/849)

〈 251화 〉 #36. 라운드 (6)

* * *

복순 누나와 밤을 보내고 며칠 동안 뮤지컬 준비에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빴다.

회의가 끝난 밤에는 멤버들과 함께 모여서 불멸의 제국 1기를 감상하고, 뮤지컬로 어떻게 표현하고 연기할지 상의했다.

그렇게 훌쩍 4일이라는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이제 제법 태가 난다.”

“엄청 시간 촉박해서 이게 될까, 우리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해보니까 되네.”

“못할 게 뭐가 있어. 하면 되는 거지.”

이걸 준비하는 우리도 많이 불안했다.

정말 2주 만에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 준비 과정이었으니 말이다.

우리 전담 팀원들도 많이 도와줬지만, 파이 피디님의 도움이 뮤지컬을 성공시키는데 큰 도움이 됐다.

불멸의 제국 저작권을 가진 곳과 얘기를 나눠서 허락을 받아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뮤지컬을 연출하는 전문가를 소개시켜줘서 도움을 받도록 해줬다.

‘적극적으로 제작진한테 도움을 요청하라는 게 이런 뜻일 줄 몰랐지.’

1라운드 무대에서는 제작진에게 도움을 받기보단 우리의 힘으로 무대를 준비한 게 컸다.

물론 제작진의 도움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말이다.

1라운드 때는 10%정도의 자잘한 도움을 받았다면 2라운드에서는 40%는 넘는 도움을 받고 있었다.

제작진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된다고 들었으나 선뜻 뭘 해줄 수 있는지 몰랐는데, 제작진 사이엔 대단한 실력자가 숨어 있었다.

“이제 빡세게 연습만 하면 되는 거지?”

“응. 의상 제작 들어갔고, 음악 편곡 끝났고, 대사도 나왔으니까 진짜 힘든 건 이제부터일 거야.”

“진짜 열심히 하자. 엄청 재밌을 것 같지 않아? 무대 위에서 공연할 거 생각하면 벌써부터 설레어.”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뮤지컬 무대의 뼈대는 우리가 만들었기에 기대가 안 될 수 없다.

어스타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멤버들 모두 이번 무대에 진심이었다.

? ? ?

“애들아!!!”

뮤지컬 무대에 온 정신을 다 쏟아도 부족한 시간.

안타깝게도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

“왜 그래요, 누나?”

매니저 누나가 호들갑을 떨며 나타나 연습을 방해했다.

“올리비아 트리한테 연락이 왔어!!”

“그쪽에서 왜요?”

“나야 말로 묻고 싶은 말이야. 갑자기 그쪽에서 너희랑 같이 곡 작업을 하자고 했다고.”

곡 작업 얘기라는 말에 며칠 전의 일이 떠올랐다.

“너희랑 얘기 된 거라는데 맞아?”

“제안을 듣긴 했어요. 근데 이미 거절한 일이에요”

“그걸 거절했어?! 왜?”

“패배하면 이득일지 몰라도 저희가 이기면 굳이 올리비아 트리랑 곡을 낼 이유가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우리가 이긴다는 보장 또한 없다.

매니저 누나가 많이 아쉬웠는지 입맛을 다신다.

“그러다가 그쪽이랑 눈이라도 맞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헉! 정말 그럴 거야?”

“그쪽은 그런 의미로 제안을 한 거라서요. 그거 받아들이면 스캔들 날 텐데, 누난 그게 좋아요?”

“절대 안 돼!”

이미 여자와 얽혀서 골치 아픈 일이 많았다.

“거봐요, 아무튼 그래서 그쪽에다가 말했어요. 저희 이겨서 패배시키면 같이 작업하겠다고. 저희가 이길 테니까 그쪽이랑 작업 할 일은 없는 거죠.”

“!!!!!”

매니저 누나의 눈이 개구리처럼 커진다.

“그, 그런 도발을 했다고? 진짜 그렇게 말했어?”

“그럼요. 한 마디도 안 빠트리고 다 말했어요.”

“왜 뿌듯해 하는 거야!! 아니, 그 전에 그런 말을 들었으면서 또 제안하는 건 뭐냐?”

“그때 상황이 좀 그랬어요. 뭐랄까, 자존심 싸움이라고 해야 하나?”

“형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그쪽에서 먼저 기분 나쁜 말 했단 말이에요.”

“뭔 상황이었는데. 자세히 좀 말해봐. 그래야 소속사도 어떻게 대응할지 감을 잡지.”

그날 올리비아 트리 멤버들이 우리에게 어떤 태도였는지, 우리에게 함께 곡을 내자고 한 저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자 매니저 누나의 눈이 활활 불타올랐다.

“잘했어, 내 새끼들!! 앞으로도 누가 그딴 식으로 나오면 똑같이 해!”

“진짜 그래도 돼요?”

“그러엄!!”

매니저 누나는 그녀들이 우릴 꼬시려고 그런 수작질을 부린 것임을 알리고 오겠다며 개선장군처럼 사라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일이 잘 처리 될 거라고 생각한 우리는 희희낙락하며 다시 연습에 집중했다.

연기하는 걸 어색해 하는 멤버가 있어서 그런 멤버에겐 노래를 몰아주는 식으로 분량을 만든 상황이었다.

“뮤지컬이 쉽지가 않네. 연기도 하고 노래도 불러야 하고….”

“내일은 봐주러 오시는 분이 계시잖아. 그분한테 물어보고 싶은 거 싹 다 물어보고 도움 받자.”

“2주 만에 이걸 하겠다고 한 우리가 미친놈이었지.”

본격적으로 뮤지컬을 준비하고 나니 우리끼리 하는 걸로는 학예회 수준의 뮤지컬밖엔 안 될 거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연습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준비가 생각보다 빨리 돼서 ‘우리 좀 천재인 듯!’ 하면서 의기양양해 하다가 현재는 연습을 통해 본인들의 적나라한 실력을 확인하고 자만심을 탈탈 털어낸 상태였다.

‘도저히 우리만으로 완성이 안 되겠다 싶어서 연출자님을 황급히 불렀을 정도니까.’

다행이도 시간을 내서 도와주러 오시기로 했다.

내일 연출자님께 욕을 먹지 않으려면 오늘 정말 열심히 연습을 해야 했다.

멤버 중 한 명이 부족하면 연좌제로 우리 전부가 다 욕을 먹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서로를 피드백하며 연습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음날 연출자님의 방문이 미뤄졌다.

연출자님께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고 우리 쪽에서 일이 터진 거였다.

“와~ 어이가 없네.”

“우리 왜 이렇게 다사다난하지?”

“여자 안 만난다고요!! 제발 우리 좀 가만히 냅둬어~!”

“하루 종일 만나는 사람이라고 해봤자 얘네들밖에 없는데!!”

우리를 이렇게 괴롭히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스캔들 기사.

따로 여자를 만난 적이 없는데 기사가 나버렸다.

상황 파악을 하고 보니 스캔들 상대가 빌미를 제공했더라.

여기서 더 환장하겠는 건, 스캔들이 난 상대였다.

[올리비아, 그와 만날 생각에 하루하루가 설렌다. 그녀를 홀딱 빠지게 한 마성의 남자는 누구?]

[올리비아 이번에는 동양인? 동거남과 헤어 진지 2개월 째! 벌써 다른 남자에 눈독?]

[그녀의 새로운 남자친구, 어메이징 스타에서 인연 닿아.]

[올리비아, 동양인 남자에게 푹 빠졌나? 계속 되는 러브콜. “그 남자와 노래 부르고 싶다.”]

“기사 보면 형이랑 올리비아가 이미 사귀고 있는 사이인 줄 알겠어.”

“이거 완전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같이 곡 안 만들겠다고 하니까 악의적으로?”

“네!! 이런 식으로 방해를 하면 안 되죠! 완전 짜증나!”

기우연은 발을 동동 구르며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스캔들 난 대상은 올리비아 트리의 ‘올리비아’와 에어플레인 ‘진해솔’이었다.

올리비아 쪽에서 내가 마음에 든다고 노골적으로 인터뷰를 하는 바람에 자극적인 기사가 났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에어플레인 진해솔이 마음에 든다.’ 라고 말했지만, 기자는 그녀의 발언을 ‘에어플레인 진해솔과 사귄다.’로 알아들었다.

솔직히 내가 기자라도 그런 인터뷰를 했으면 무조건 스캔들을 냈을 거다.

워낙 노골적으로 표현을 해서 말이다.

“하아~ 진짜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더 질색한다는 걸 모르나?”

“기사가 아니라 소설이야, 소설. 뉴스에다 소설을 써놨어.”

내 사진과 올리비아가 함께 올라 간 기사가 수두룩하게 올라오고, 사람들 반응을 확인하니 우리에게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시청자 투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부정적인 기사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다.

“온갖 어그로가 다 끌렸네.”

특히 올리비아 트리를 좋아하는 남팬들이 가만히 있질 않았다.

“그쪽에서 잘못한 건데 왜 욕은 우리 형이 먹어야 돼요? 완전 억울해!!”

“그쪽에선 아무 말도 없나? 이런 짓을 저질러놓고도? 사과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가 이래도 될 만큼 쉬워 보였나보지.”

“누나아아아악!! 누나누나!!!!!”

멤버들이 결국 매니저 누나에게 달려갔다.

일이 제법 심각했는지 매니저 누나를 찾아가니 연주 누님도 함께 있었다.

“헉! 이사님!”

“아, 안녕하세요.”

“어서 와요. 스캔들 때문에 정신없죠?”

멤버들은 연주 누님의 등장에 조건반사처럼 몸가짐을 조신하게 했다.

오랜만에 보는 그녀는 여전히 카리스마 있는 여성이었다.

“반박기사는 언제 낼 수 있어요?”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너무 궁금해서요.”

멤버들의 말에 연주 누님의 눈치를 보던 매니저 누나가 말했다.

“지금 어떻게 대응할지 회의 중이었어.”

“그런 회의면 우리도 껴서 하면 안 되나요? 당사자랑 같이 회의하는 게 맞는 거잖아요.”

남은규의 물음에 연주 누님이 대답을 해줬다.

“연습 때문에 바쁘다고 알고 있어서 부르지 않았어요. 그런데 스캔들 때문에 연습이 진행 안 되고 있었나보네요. 와서 앉아요. 당사자가 있으면 더 편하죠.”

연주 누님의 허락에 멤버들이 옹기종기 회의실 한 쪽을 차지했다.

우리가 자리를 잡고 앉으니 다시 회의가 시작 된다.

“저쪽에서는 스캔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뭐 어때서? 라는 느낌인데, 이건 사실 문화 차이라서 저쪽을 이해시키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스캔들이 우리 쪽에 마냥 해가 되는 일도 아니긴 합니다.”

“왜 해가 안 되죠? 이번 스캔들로 해솔씨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는데요.”

직원의 말에 연주 누님이 매서운 눈빛으로 지적했다.

꿀꺽 침을 삼킨 직원이 연주 누님의 질문에 대답했다.

“스캔들이 인지도가 부족한 우리 그룹에 꽤 좋은 호재가 됐기 때문입니다. 이번 스캔들로 욕을 하는 건 올리비아 트리의 팬입니다. 나머지는 올리비아의 새로운 남자친구에 대해 호기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그쪽 소속사에 이번 스캔들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 아티스트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할 말 없다는 식으로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결국 수습은 저희 몫이라는 건데, 반박기사를 내면 소란은 끝나겠지만, 이러면 저희 쪽에서 이득을 볼 게 없어집니다. 이번 스캔들이 커진 건 어메이징 스타에 대한 관심이 참가자인 올리비아와 해솔씨한테 옮겨가서입니다.”

인지도를 올릴 좋은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직원이 말하고 있는 핵심이었다.

“스캔들을 좀 더 끌어가보자는 건가요?”

“해솔이 스캔들 상대가 아무나도 아니고, 올리비아 트리 정도면 오히려 이미지를 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은 잠깐 욕을 먹을 수 있지만, 올리비아의 이미지가 나쁘지 않습니다. 일단 부잣집 딸이라는 이미지가 확실하고, 추잡하게 놀지 않아서 남자관계도 깔끔합니다.”

연주 누님의 표정이 점점 싸늘해져 가고 있는데, 직원은 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도 할 말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아마 저 직원은 절대 모를 거다.

연주 누님이 ‘공’과 ‘사’ 사이에서 격렬하게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연주 누님이 생각보다 질투심이 많던데.’

사실 내가 여자와 스캔들이 날 뻔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다양한 연예인들이 나를 이상형으로 꼽으며 사귀고 싶은 남자로 언급했었고 사귀고 싶다는 말을 하는 여자들이 많았다.

심지어 스치듯 만났던 인연을 과장 되게 부풀려서 깊은 친분이 있는 척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수많은 추파들이 있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할 정도의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은 소속사가 언론을 잘 다룬 덕분이었다.

‘언론을 잘 다루는 소속사가 직접 스캔들을 이용한다면?’

직원이 괜히 위험을 무릅쓰고 제안을 한 건 아닐 거다.

확실한 이득이 있어 보이는데 포기하는 게 아까웠을 거다.

인지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과 스캔들을 내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은 연예계에서 너무 흔한 일이었다.

뻔한 수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용 할 만큼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어차피 지금 스캔들을 부정한다고 해서 큰 주목을 받기 어렵습니다. 이미 사람들 머릿속에 올리비아와 해솔씨가 얽혀 있습니다. 반박기사를 낸다고 아~ 그렇구나 하고 순순히 수긍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

“저쪽에서 우리한테 똥을 뿌렸는데, 항의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짜증나지 않습니까. 스캔들 반박기사를 낸다고 해도 이미 올리비아 트리 팬들한테 해솔이는 죽일 놈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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