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4화 〉 #37. 연주 누님과 (3)
* * *
“반지는 아직 끼지 말고, 내 얘기부터 들어줬으면 좋겠어.”
연주 누님의 만류에 반지를 꺼내려던 손을 멈췄다.
“말씀하세요.”
“…우리 관계는 알려지면 안 되는 관계야. 우리가 서로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해도 위치가 있다 보니 좋은 관계로 받아질 수가 없어.”
“아무래도 그렇죠. 실제로 첫 만남이 좋지 않았으니까요.”
첫 만남이 청탁을 위한 것이었으니 도저히 떳떳한 사이라고 볼 수 없었다.
내가 데뷔조에 들어가서 부쩍 실력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데뷔조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확실히 능력이 부족했다.
때문에 연주 누님이 나를 넣을 때 비주얼을 채우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넣었다.
“만약 우리 관계가 들키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너일 거야. 나도 만만치 않게 타격을 받을 거고. 그래서 나는 시간이 오래 지나도 너와의 관계를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할 생각이다. 이건 우리 위치가 변하지 않는 이상, 절대 바꿀 수 없는 일이야.”
내가 허니 엔터를 떠나고 연예계에서 완전히 떠난다 해도 우리 사이가 밝혀지면 무조건 뒷말이 나올 거다.
애초에 이어지지 않는 게 최선인 관계인 것이다.
“이런 관계가 안 되는 게 서로에게 가장 좋은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달콤한 과실을 취해버린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너한테 많이 미안하기도 해.”
“저도 동조한 일이에요. 그런 식으로 말하면 제가 죄송하죠.”
역시 연주 누님은 건드리면 안 됐었나?
하지만 연주 누님은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여자였다.
더욱이 이미 한 번 취한 여자를 남에게 빼앗기는 취향 따위는 없다.
“더군다나 네가 결혼을 바란다고 해도 들어줄 수 없어. 난 결혼 할 생각이 없거든.”
“…얼핏 들으면 관계를 그만하자는 식으로 들리는데, 그런 거면 이 반지를 주셨을 리가 없으니 결국 애인 관계로 남자는 거네요.”
“맞아. 이런 나라도 네 여자로 괜찮겠니? 사귀면서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닐 거야. 오히려 거추장스럽고 불편할 수 있어. 그러다가 결국 서로에게 소홀해지고 만남이 뜸해지면서 헤어질 수도 있지. 난 사랑보다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분명 널 서운하게 만들 거야.”
자신은 옛날 사람이라서 남자들에게 전부 다 맞춰주는 식의 연애도 못한다고 한다.
자기 스타일로 이끄는 걸 좋아하고, 투정을 부려도 자신은 받아주는 성격이 못 된다고 말이다.
연륜이 있는 그녀는 이미 상당수의 연애 경험이 있었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귀자고 말하는 사람 맞아요?”
그러니까 한 마디로 ‘거를 거면 지금 걸러라.’ 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내가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서 그래. 웬만하면 널 크게 실망시키지 않고 좋은 관계로 오래 남고 싶기도 했고.”
자신이 해주지 못하는 부분에서 실망해 감정이 상할 바에야 아예 시작을 하지 않고 멈춰서 나쁘지 않은 관계로 남는 게 이득일 수도 있다는 게 그녀의 생각인 듯 했다.
“들어보니까 저는 잘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일이 중요한 건 저도 마찬가지라서 큰 문제 없을 것 같고, 제가 누님한테 맞춰달라고 하진 않을 것 같거든요.”
남자새끼가 투정은 무슨.
지구 출신 남자를 무시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더군다나 나는 이미 사랑하는 연인들이 많아서 굳이 그녀에게서 관심과 애정을 갈구할 필요가 없었다.
‘내 사랑 나눠주기에도 부족한 판에.’
연주 누님의 연애 스타일은 짧고 굵게 좋은 것들을 연인에게 베푸는 식이라면, 내 연애 스타일은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함께 해주고, 맞춰주면서 사랑을 듬뿍 안겨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굉장히 잘 맞을지도 모른다.
또 일이 더 중요해서 사랑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면 내가 수시로 그녀를 찾아가서 얼굴을 비춰주고, 관심을 가져주면 되는 일이었다.
“정말 난 상관없으니까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결정하는 게 어떨까?”
“이럴 땐 잡는 시늉이라도 해줘야 제가 덜 서운할 것 같은데….”
“떠나라고 하는 말이 아니야!”
“알았어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갑자기 데이트 하다가 일이 생겨서 나가버리고, 남은 저는 서운해서 삐지고 그게 쌓이다가 우리 헤어져! 라는 식의 일이 일어날 수 있는데 네가 그걸 참을 수 있으면 반지를 받고 아니면 시작하지 말자는 거잖아요.”
“…….”
내가 예를 들어 말하자 연주 누님이 입을 꾹 닫아버린다.
어쩐지 정곡을 제대로 찔린 느낌이다.
나와 사귀기 전 남자친구와 그런 식으로 헤어졌던 경험이 있는 게 아닐까?
“제가 아프게 정곡을 찔렀나보네요.”
“…….”
“괜찮아요. 일하는 걸 방해할 생각 없어요. 딱 하나만 지켜주면 돼요.”
“딱 하나?”
주변에 사람이 없음에도 괜스레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섹스할 때요. 그때 도중에 나가지만 않으면 돼요. 섹스하려고 자리 다 깔아놨는데 일 때문에 나간다? 진심으로 삐질 지도 몰라요.”
“그, 그럴 일은 없어! 그건 매너가 아니지.”
연주 누님의 얼굴이 빨개진다.
나는 능글맞게 미소 짓고 말했다.
“다 이해했어요. 저 반지 낄 겁니다. 이번엔 막지 말아요. 그리고 기왕 말이 나온 김에 하러 가지 않을래요? 오늘 누님이 너무 아름다우셔서 아까부터 많이 하고 싶었거든요.”
“벌써? 아직 공연이 남긴 했는데….”
“공연이요? 그건 다음에 들을게요. 전 지금 당장 누님이 직접 불러주는 노래를 듣고 싶어요.”
물론 그 노래는 당연히 쾌락에 달뜬 누님의 교성을 말하는 것이었다.
? ? ?
우리는 유람선에서 내려 근처 호텔로 움직였다.
평소에는 교양 있는 말투를 사용하는 연주 누님은 섹스할 때만은 거친 야생마와 같아진다.
아니, 야생마가 아니라 암사자라고 하는 게 더 올바른 비유일지도….
“하아앗! 젠장! 아흑! 씹…으으흑…그거야! 아악!”
그녀를 뒤로 엎어두고 허리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으면서 그녀의 질 안을 쑤셨다.
거친 섹스를 좋아하는 연주 누님은 내 위에서 허리를 돌리는 것을 좋아했으나 이렇게 내가 직접 그녀를 뒤에서 덮쳐서 쑤셔주는 것도 환장하게 좋아했다.
쾌락의 절정에 도달했을 때엔 그녀도 욕을 하지 못하고 교성만 내지르게 되는데, 이때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이었다.
그녀를 완전히 정복했다는, 남자의 철없는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연주 누님 같이 대단한 여자를 말이야.’
누님과 함께 절정에 오르면서 질 안에 그대로 정액을 쌌다.
엉덩이가 부들부들 잘게 떨리고 있었다.
톡톡 엉덩이를 두들기며 음부에서 성기를 꺼내고 축 늘어진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했다.
쪽쪽!
“…또 안에 싼 거야?”
아무리 피임약을 먹어도 이렇게 대놓고 안에다가 싸면 완벽하게 막는 건 불가능하다.
연주 누님은 작게 투덜대면 한참동안 절정 여운에 잠겨 있었다.
몸에 힘이 좀 돌아 온 연주 누님이 몸을 돌려 옆에 누워 있던 내 품에 안겼다.
자연스럽게 팔베개를 해준 나는 누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한 번 더 해도 돼요?”
“또? 시간이 너무 늦었는데. 멤버들한텐 뭐라고 하려고. 슬슬 매니저가 찾을 때 되지 않았어?”
“이제 겨우 10시에요!”
“10시면 늦은 거지. 그만하고 일어나자. 호텔로 들어가는 시간도 생각해야지.”
사실 좀 늦긴 했다.
여태까지 매니저 누나에게 연락이 안 온 게 기적일 정도.
적어도 12시 전에는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얘는 아직도 이렇게 커져 있는데요?”
나는 연주 누님의 손을 덥석 잡아 사타구니에 놓았다.
불끈 솟아 있는 성기의 감촉을 확인한 누님이 당황한다.
“싼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렇게 됐어?”
“이젠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죠.”
젊고 튼튼한 연하의 정력을 무시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나는 그녀의 다리를 잡아서 벌렸다.
연주 누님이 생각보다 큰 저항 없이 순순히 다리를 벌려주었다.
자연스레 그녀의 엉덩이가 내 사타구니에 닿고,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질척하게 젖은 음부가 드러났다.
쯔걱
“아흣!”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균열을 어루만진다.
그러다가 이내 안으로 손가락을 쑥 집어넣었다.
쯔걱!
음란한 소리가 났다.
누님의 음부에 푸욱, 하고 손가락을 넣었다.
잔뜩 젖어 있는 음부는 손가락을 꿀꺽하고 삼켜냈고, 누님의 얕은 신음이 귀를 자극해왔다.
“응…으응…!”
쯔윽쯔윽
손가락을 푹푹푹 움직이면서 안에 든 정액을 빼냈다.
적당히 빼졌다는 느낌이 들 때쯤 손가락을 빼내고 성기를 잡아 음부 안에 천천히 집어넣는다.
“으음…!”
끝도 없이 꿀떡꿀떡 성기를 받아먹고 있는 그녀의 음부.
딱 알맞게 자리를 차지한 성기가 질압에 자극을 받아 크기를 더해갔다.
천천히 음부 안을 자극하는 성기에 연주 누님으로부터 기분 좋은 신음이 흘러나온다.
나는 한쪽 팔은 그녀의 허리를, 나머지 팔은 그녀의 다리를 잡아주고 천천히 허리 짓을 시작했다.
“음…으음!…으음…읏!”
흐물흐물 녹아내릴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 연주 누님의 표정이 보고 싶어서 괜스레 그녀의 귀를 혀로 희롱했다.
츄릅 쭈웁!
귀를 괴롭히다가 목덜미를 괜스레 혓바닥으로 맛보기도 하면서 그녀의 탄탄한 허벅지를 꽉 잡고 거칠게 허리 짓을 해나간다.
내 성기를 꽉 물고 놓아주지 않는 질내의 압박감이 만족스러운 쾌감을 만들어냈다.
“하으읏!…후으응…! 읏! 하악! 악! 더어…! 더…씨발…아학!!”
쾌락과 절정의 기쁨을 아는 발정 난 암컷의 울음소리는 무척이나 거칠었다.
“하앙, 하아아앙! 햐읏! 조아아!! 씨발!!! 아, 씨발! 아아악!!!”
팡! 팡! 팡! 팡! 팡!
찹! 찹! 찹! 찹! 찹!
쾌락의 여운이 덜 가신 누님은 빠르게 다시 한 번 절정에 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등허리가 활처럼 휘어가고, 점점 야릇한 소리가 방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애액이 음부에서 물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잡고 있던 다리를 내리고 그녀를 번쩍 들어 그대로 내 몸 위에 올렸다.
그녀와 나는 겹친 채로 천장을 나란히 바라보는 자세가 되었고, 나는 기다린 순간을 맞이하여 허리에 힘을 빡 주고 쳐올리기 시작했다.
“악! 악! 아악! 악!”
퍼억! 퍼억! 퍼억!
이럴 땐 내 성기가 길어서 다행이다 싶다.
길이가 짧았다면 내 성기는 지금 이 체위를 오래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음부에 푹 박힌 자지는 이런 자세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속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긁어주고 있었다.
내가 처올리는데로 악악 소리를 지르며 쾌락에 잠겼던 연주 누님이 자세를 바꾸고 싶다며 내게 애원했다.
“하앙…아흑…이 자세…너무 힘들어…허리 아파.”
“그럼 누님이 위에서 움직일래요?”
“으응…그럴래.”
연주 누님이 힘들다는데 계속 그 자세를 할 수 없어 그녀의 몸을 일으켜주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연주 누님이 내 위를 차지했다.
평소라면 이때다 싶어서 현란하게 허리를 흔들어주어야 할 때였다.
그녀와 나의 섹스는 주도권 싸움이 잦았다.
나에게 속수무책으로 박히는 것도 좋지만, 그녀 스스로가 나를 농락하는 것도 좋아하기에 생긴 일이었다.
그런데 내 위를 차지한 그녀가 영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다만 난감한 듯 성기를 담은 음부에 꽈악 힘을 주어 조였다.
“읏, 왜 그래요? 어디 안 좋아요?”
“…….”
방금 전까지만 해도 쾌락에 잠겨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던 연주 누님의 얼굴이 수심에 잠긴다.
대답이 없는 그녀가 걱정 돼서 상체를 일으켜 그녀를 무릎에 앉히고 허리를 팔로 둘렀다.
“왜 그러는 건데요? 아까 가라고 했는데 말 안 들어서 그래요?”
“그게 아니라….”
“아니라?”
한참 뜸을 들이던 그녀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힘들어서 못 움직이겠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