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55화 (255/849)

〈 255화 〉 #37. 연주 누님과 (4)

* * *

엥?

“힘들었어요?”

힘들다는 말에 새삼 그녀의 안색을 살피니 이마에 촘촘하게 땀방울이 맺혀 있었고, 피곤한지 눈이 푹 꺼지고 퀭해져 있었다.

다만 쾌락의 열기에 젖어 있어서 인지 피곤해 하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자존심 상해서 말하기 싫었는데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이대로 계속하면 내일 못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야.”

“어…죄송해요.”

미처 그녀의 체력을 고려하지 못했다.

섹스를 하다가 체력이 떨어져서 나가떨어지는 여자가 한 둘이 아니었기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솔직히 그녀는 많이 버틴 거였다.

평소에는 수시로 쉬는 시간을 가지며 느긋한 템포로 섹스했는데, 그녀와는 강도를 최고로 하고 끊임없이 허리를 돌려댔다.

“아니야. 내가 나이가 있다 보니 오래 섹스하기가 힘드네. 금방 체력이 닳아.”

“저희가 오래하긴 했어요. 억지로 버티고 계셨어요? 진작 말씀하시지.”

우리가 섹스를 시작한지 어느덧 1시간, 2시간을 넘어 3시간에 가까워져가고 있었다.

아마 아현이었어도 진즉에 기절해서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내 여자들은 나에게서 코인 아이템을 선물 받아 몸 관리를 하고 있음에도 나를 온전히 받아내지 못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연주 누님이 감당 한다는 게 말이 안 됐다.

“입으로 해줄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

“이대로 끝내기엔 자존심이 상해서 그래. 받아주면 안 될까?”

“…그런 거면 부탁드릴게요.”

괜찮다는 내 만류에도 자존심이 상해서 절대 안 된다며 내 성기를 단숨에 입에 머금은 그녀가 펠라를 시작했다.

허리는 못 움직여도 입으로 빠는 건 문제가 없었는지 금세 절정에 도달하게 만들었다.

“쌀게요. 후우.”

내 말에 누님이 입안 깊숙이 물고 있던 성기를 빼서 귀두 부분을 향해 입을 벌리고 혓바닥을 내민다.

자기 혓바닥에 정액을 싸라는 뜻이었기에 기꺼이 그녀가 시키는 대로 해주었다.

“후움, 퉤!”

연주 누님이 능숙하게 정액을 입 안에 갈무리하고 휴지에 정액을 뱉어낸다.

“씻고 나와. 데려다 줄게.”

“괜찮아요. 혼자서 돌아갈 수 있어요.”

“시간이 많이 늦었잖아. 남자가 함부로 밤에 돌아다는 거 아니야.”

우리가 묶고 있는 호텔 근처는 치안이 괜찮지만, 조금만 떨어져도 어둑한 골목길이 있고, 그런 곳에 함부로 들어갔다간 근처를 돌아다니던 갱단에게 걸려서 큰일 날 수가 있었다.

“택시 타고 가면 돼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 씻고 나올게요.”

서둘러 몸에 묻은 질척한 것들을 씻어내고, 수건을 찾아서 뜨거운 물에 적셔서 나왔다.

연주 누님은 피곤하긴 엄청 피곤했는지 씻지도 못한 채 침대 위에서 그대로 잠이 들어 있었다.

아마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을 거다.

섹스할 땐 몰라도 끝나고나면 피곤과 근육통이 몰려올 정도로 격한 섹스를 했으니 말이다.

그녀의 몸에 묻은 질척한 것들을 수건으로 닦아냈다.

부들부들 떨리는 팔 다리 근육에 적당히 마사지도 해주면서 말이다.

섹스 후에 해주는 마사지를 다들 좋아해서 이젠 거의 필수 코스가 된 상태였다.

새액­ 새액­

‘아무래도 건강 좀 챙겨드려야겠는데….’

일에 열심인 사람이 자기 관리를 얼마나 열심히 했을까?

아마 일에 집중하느라 본인의 건강은 제대로 신경 못 썼을 거다.

잠든 그녀의 곁에서 어떤 선물을 안겨줄지 고민하다가 11시가 넘어서야 호텔로 돌아갔다.

? ? ?

어메이징 스타가 대단한 프로그램인 게 맞다.

첫 방영이 있고 난 이후, 우리를 찾는 곳이 많아졌다.

덕분에 소속사는 행복한 비명을 지르며 고민에 휩싸였다.

어메이징 스타에 나가는 일에 집중할 것인지, 물들어 올 때 열심히 노 저으며 인지도를 올릴지.

다행인 것은 2라운드가 시작되기 전까진 스케줄을 잡지 않기로 했다는 거다.

남은 시간을 올인해도 부족할 판에 스케줄에 나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당신들 에어플레인 맞죠?

아직 다른 프로그램에 나가서 얼굴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가끔 사람들이 먼저 어메이징 스타에 나온 사람이 아니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생겼다.

그동안은 잘 생긴 동양인 남자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에는 ‘에어플레인’이라는 우리 그룹명을 정확히 아는 경우가 많았다.

­사장님이 주시는 서비스에요. 앞으로 기대 할게요! 꼭 이겨요!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을 때 서비스를 받거나 무대 잘 봤다며 인사를 해오는 사람들도 있었고 말이다.

덕분에 멤버들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게 어메이징 스타 힘?”

“고작 1화만 방영 됐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아는 척을 해올 줄이야.”

“우리가 백날 해외 활동 한 것보다 어메이징 스타 한 번 출연하는 것만큼 못해.”

“내가 말 했잖아. 어메이징 스타 진짜 대단한 프로그램이라고!”

어스타 찐팬 경태 형은 현재 상황에 가장 기뻐하고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어스타에 나온 참가자 맞죠? 라고 누군가가 물으면 가장 먼저 대답해주는 사람이 경태 형이었다.

“내일이 드디어 생방 무대네.”

“떨린다.”

오늘 우리는 돈지랄로 9일 만에 만드는데 성공한 무대 의상을 입고 리허설을 했다.

어메이징 스타에서 무대를 보여주기 전 마지막 실전처럼 한 연습이었다.

카메라에 담아뒀기에 우리는 수시로 되돌려보며 부족한 부분을 상의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배가 고파서 식당에 왔는데 식당 사장과 직원이 우릴 알아본 것이다.

­에어플레인이다!

­꺄악!

­사진 찍어주세요!

­정말 미치게 잘 생겼네.

­맙소사, 사람이야?

웅성웅성­

밥을 먹고 나오는데 식당 바깥에 사람들이 뭉쳐 있었다.

함께 밥을 먹었던 매니저 누나와 우리는 무척 당황했다.

“어어? 언제 이렇게 모였지?”

간단하게 밥 먹으러 나온 거라서 팬들의 접근을 막아 줄 매니저가 2명밖에 없었는데 사람 수를 확인하니 두 명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잠깐 싸인 좀 해주고 갈게요.”

“사람 몰리면 안 될 텐데.”

“여기 모인 분들까지만요.”

해외에서 이런 인기를 누릴 수 있을지 활동하면서도 긴가민가했는데 기분이 무척 좋았다.

뮤지컬 무대를 보여주면 어떻게 될까?

지금보다 더 큰 호응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진짜 기분 좋다.”

다행이 식당 앞에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모두 싸인을 해줄 때까지 큰 문제가 생기진 않았다.

다만 계속 싸인 해달라는 사람이 모여들어서 생각한 것보다 훨씬 오랫동안 식당 앞에 있어야 했다는 거다.

그날 풀린 우리 실물 사진은 인터넷을 후끈하게 달궜다.

우리에게 싸인을 받은 어떤 분께서 에어플레인 실물이라며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고퀼의 사진을 올려준 덕분이었다.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

­어서 와요, 에어플레인!

드디어 대망의 어메이징 스타 2라운드가 있는 날이 왔다.

우리는 다른 팀보다 훨씬 준비할 게 많아서 일찍부터 어스타 무대를 찾았다.

오늘 무대는 생방송으로 진행 되는데, 무대를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가장 첫 순서로 무대를 하게 됐다.

다만 첫 번째로 무대를 해도 방송으로 방영이 될 때는 가장 마지막 무대로 나올 예정이었다.

아무래도 1위 후보로 손꼽히는 올리비아 트리의 무대를 앞 순서에 내보내기엔 방송 적으로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었다.

­파이 피디님!

­오! 우리 귀한 친구들이 왔네. 어제 보내준 영상은 잘 봤어요.

­괜찮았나요? 걱정 많이 했는데.

파이 피디님에게 우리가 최종 연습을 했던 영상을 미리 보내주었다.

그동안 우리 무대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거에 대한 감사와 덕분에 무대를 잘 준비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파이 피디님 입장에서 뮤지컬을 무대 위에 올린다는 게 부담이 안 될 수가 없는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허락해주고, 불멸의 제국과 직접 쪼인해서 허락까지 받아주지 않았나.

­보내줬던 영상 퀄리티만 나오면 난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이번에 에어플레인이 보여 준 무대는 시청자들한테도 그렇고 참가자들한테도 그렇고 아마 대단한 인상을 남길 거에요.

‘무대’라는 의미를 너무 좁게 생각하던 다른 참가자들에게 우리가 준비한 뮤지컬은 더 큰 세상으로 안내하는 표지판이나 다름없을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숨기느라 고생 많이 했거든? 진짜 제대로 무대를 뒤집어놔 줘요.

­예, 기대하신 것보다 더 대단한 무대를 보여드릴게요. 저희 무대 이후로는 관객들이 아무것도 기억 못하게 만들어버릴 생각이거든요.

­세상에! 첫 순서잖아요.

­그래서 하는 말이에요.

­하하하! 자신 있는 모습 보기 좋네요. 기대하겠습니다. 열심히 뛰어다닌 보람이 있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을 위해 코인도 넉넉하게 사용했다.

파디 피디가 봤던 영상은 무대 연출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 그 영상보다 못할 확률은 매우 적었다.

화려한 무대 연출과 빵빵한 음향으로 듣는 음악이 관객들을 우리가 준비한 뮤지컬 세계 안으로 빠져들게 만들 거다.

“의상 갈아입으러 가자!”

“네에~!”

불멸의 제국은 판타지 세계관이기에 옷차림은 중세 귀족을 연상시켰다.

“으아아! 치렁치렁해서 넘어질 것 같아요!”

특히 긴 머리에 유난히 화려한 장신구를 덕지덕지 온 몸에 붙이고 있어야 하는 기우연이 제일 고생을 해야 했다.

“괜히 아오문을 한다고 해서!! 해솔이 형 미워!!”

“최고의 미남이 되려면 그 정도는 감내해야지.”

“미녀가 될 뻔했다가 미남으로 끝났는데 투덜댈 거야?”

여장을 할 뻔했던 기우연은 필사적인 의견 조율 끝에 겨우 여장에서 벗어나서 엄청나게 예쁜 미남으로 결정이 됐다.

사실 이 세계에서 예쁜 여자는 크게 감흥을 주지 못하기도 하고 말이다.

굳이 유리한 ‘남성’이라는 성별을 포기할 필요는 없어 보였기에 여장은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저 녀석과 연인 관계로 연기를 해야 하는 내가 좀 곤욕스러워졌을 뿐이다.

“애정씬 없어서 허락해준 거야. 팔짱 끼는 거 참는 것도 힘든데.”

“아~ 진짜! 형은 내 취급이 너무해요!”

불멸왕이 처음으로 등장할 때 교태를 부리는 아오문(기우연)과 팔짱을 낀 채로 걸어온다.

‘웩­’

그리고 아오문은 청초한 미모를 뽐내며 불멸왕에 대한 경외심을 노래한다.

‘사실 사랑 노래였는데 바꿨지.’

아오문의 노래가 끝나면 내가 녀석을 밀치고 등장하게 되는데, 주인공인 레파신과 본격적으로 노래 대결을 하게 된다.

이 부분이 아마 강준이와 나의 하이라이트였다.

우리 둘 다 보컬 실력을 마음껏 뽐내게 될 타이밍이다.

보컬 대결은 처음엔 내가 더 강하게 나가다가 하얀 매(제키)의 도움을 받고 각성한 레파신(강준)이 승리를 하게 된다.

이 광경을 본 아오문은 불멸왕이 졌다는 사실에 충격 받고 패배한 사람은 내 주인이 될 수 없다며 도망치려고 한다.

분노한 불멸왕이 그런 아오문을 죽이고, 인간의 껍데기에서 벗어나 악마의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 모습을 본 불멸왕의 아버지이자 성주인 톰(강경태)가 경악하는 가운데, 레파신(강준)과 덴버(남은규)가 악마 불멸왕과 싸운다.

‘싸우는 과정은 단체 댄스로.’

우리가 댄스가 되는 아이돌 그룹인데 장점을 버릴 수 없어서 ‘싸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강준, 남은규, 제키가 한편을 먹고 경태 형과 내가 한편을 먹어서 댄스 대결을 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싸움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성주 톰(강경태)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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