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9화 〉 #38. 여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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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꾸세요]
대상의 마음 깊숙한 곳에 꽁꽁 숨겨두었던 완벽한 행복을 보여줍니다. 보고 싶은 것을 설정한다면 더 자세한 꿈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바란다면 꿈속에 직접 뛰어들어서 함께 행복한 꿈속을 즐겨볼 수도 있습니다.
집 앞에 도착한 나는 그녀가 잠들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그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포니를 불러서 활동비를 명목으로 코인을 뜯어냈다.
그 코인으로 상점에서 필요한 아이템을 구매했는데 그 아이템이 바로 ‘행복을 꾸세요.’였다.
잠든 그녀에게 이 아이템을 사용해서 바라는 행복을 알아봤다.
‘백마 탄 왕자님을 바랄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어.’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땐 백마 탄 왕자님처럼 접근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팍팍한 현실에 힘들어하고 있는 게 보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꿈에서 백마 탄 왕자님처럼 나타나자 그녀의 반응이 생각했던 것처럼 좋지가 않았다.
분명 처음에는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뒤로 갈수록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 노골적으로 보였던 것이다.
내가 너무 잘난 모습을 보이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다양한 신분으로 그녀의 남자친구가 되어보았다.
함께 대학교 생활을 하는 남자친구, 아르바이트에서 만난 남자친구,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남자친구, 돈이 많은 남자 친구, 자취방 옆집에서 살다가 사귀게 된 남자 친구, 연예인을 하는 남자 친구…등등.
여러 신분으로 나타나본 결과는 다소 황당했다.
‘거의 대부분의 결말이 안 좋았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든 처음에는 반응이 좋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러워하고 기뻐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관적인 생각에 빠져들었다.
나는 그걸 보며 란나씨가 남자를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연애’를 할 준비가 필요해보였다.
그리고 그걸 깨닫고 시작한 마지막 꿈에서 드디어 성공을 맛봤다.
“돈이 왕창 필요하겠는데.”
그녀의 완벽한 왕자님이 되기 위해, 많은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
? ? ?
“자작곡 어때?”
“자작곡?!”
다음날, 멤버들끼리 다시 모여서 회의를 시작했다.
3라운드 때 보여줄 무대 아이디어를 모으는 중이었는데, 나도 어제 생각해냈던 아이디어를 멤버들에게 말했다.
다른 멤버들도 열심히 생각을 해왔는지 어제보단 나은 아이디어를 냈다.
하지만 선뜻 이거하자! 라는 말이 나올 좋은 아이디어는 없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내가 입을 열자 회의에 참가했던 사람들 모두가 나를 쳐다봤다.
쏟아지는 시선이 다들 심상치가 않았다.
나는 입 안에 고인 침을 삼켜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부담스럽게 너무 집중하는 거 아니야?”
“형이 내는 아이디어가 항상 좋았으니까 그렇지.”
“빨리 더 말해봐. 흥미 생겼어. 자작곡을 하자는 거지, 지금?”
“음, 무조건 이걸 하자는 건 아니니까 너무 심각하게 듣진 마.”
“우리가 듣고 생각해볼 테니까 너는 말하기나 해봐.”
경태 형의 재촉에 내가 본격적으로 아이디어를 털어놨다.
“어스타에 눈도장 제대로 찍었잖아. 이제 우리도 이익을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서 한 생각이야.”
“이익? 이익은 지금도 충분히 보고 있잖아.”
“맞아. 어스타 출연해서 인지도 엄청 높였는데.”
어스타 출연하기 전에도 열심히 활동했지만,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우릴 알아보기 시작한 게 어스타가 방영되고 나서였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말한 이익은 그보다 더 큰 이익을 말하는 거였다.
“아니, 내가 말한 건 단순히 인지도에 대한 게 아니야. 우리가 왜 인지도를 올리려고 하는 건데. 노래 내면 많이들 들어줬으면 해서잖아.”
인지도가 부족하면 아무리 좋은 노래를 내도 사람들이 들어주지 않는다.
그 때문에 우리가 그토록 고생하며 활동을 했던 거다.
“근데 지금 어스타 덕분에 인지도가 충분히 모였잖아.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뭐가 있을까?”
“…노래를 내는 거.”
다른 멤버들도 내 의견에 반박을 할 수 없는지 입을 꾹 다문다.
“근데 당장 자작곡 무대를 하는 게 쉬운 게 아니잖아. 자작곡을 기깔나게 잘 뽑아야 돼. 자작곡 퀄리티가 부족하면 뮤지컬 무대로 쌓은 좋은 이미지가 와르르 무너질 걸?”
강준의 걱정에 경태 형도 한 마디를 더한다.
“그동안 어스타에서 자작곡 무대를 하는 사람이 아예 없었던 게 아니거든. 근데 그때마다 반응이 영 안 좋았어. 익숙하지 못한 노래는 관객들을 공감시키기 어려워.”
그렇기에 참가자들 대부분이 자작곡을 선뜻 내지 못하는 거다.
어스타에 자작곡을 내는 게 금액적인 부분에서 큰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뮤지컬도 해냈는데 자작곡 내는 걸 못해?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그건….”
“하~”
솔직히 뮤지컬을 얘기하면 못 할 일이 없었다.
뭐를 하든 뮤지컬 무대를 준비했던 것보단 덜 힘들 것이다.
“뮤지컬에 비교해버리면 못할 게 없지….”
“워낙 힘들었어야지.”
“근데 그만큼 힘든 작업을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뒷골이 좀 땡기는데.”
“뮤지컬 무대 다음으로 어떤 무대를 해야 할지 생각해보면 자작곡만큼 좋은 아이디어가 없어.”
자작곡을 내면 좋은 게 많다.
일단 뮤지컬에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에게 자작곡은 높아진 기준을 한층 너그럽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금액적인 부분에서도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아직도 우리가 낯선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우리의 ‘색’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자작곡 했다가 지면?”
“우리가 정말 질 거라고 생각해?”
“…….”
올리비아 트리를 상대로 이겼는데 다른 팀과의 대결을 걱정한다?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본의 아니게 남은 팀을 무시하게 돼서 미안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우리는 이미 기세를 탔고 어떤 무대를 보여주든 패배하기보단 승리를 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솔직히 이번 대결은 누가 와도 질 것 같지가 않아. 그래서 내가 보기에 지금이 딱 적기인 것 같았어. 자작곡을 하는 게.”
원래 대결이라는 게 상대적인 것이고, 현재 우리랑 대결하게 될 팀은 어스타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팀이었다.
우리가 올리비아 트리라는 강력한 존재를 이기고 올라오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면, 이쪽 팀은 운이 좋게도 약체 팀을 만나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로 승리해서 올라 온 팀인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올리비아 트리랑 대결하게 된 게 우리한텐 좋은 일이었어.’
행운 아이템을 너무 믿었구나 생각했는데, 역시 상점표 아이템은 성능이 확실하다.
아마 쉬운 길로 올라왔다면 우리는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찍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상대하게 된 ‘그 팀’처럼 말이다.
올리비아 트리와 대결한 덕분에 큰 주목을 받았고, 뮤지컬이라는 도전을 하면서 실력을 확실하게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자작곡 노래 나오면 그거 관련해서 회의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시간이 괜찮을까?”
“뮤지컬을 해냈는데 그걸 못할까. 뭐가 됐든 걱정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노래부터 만들어야 돼.”
“결국 또 해솔이 형이 한 건 했네.”
3라운드는 좀 편하게 갈 수 있겠나 했는데, 어림도 없을 것 같은 상황에 멤버들이 한숨을 쉬었다.
“제키 형, 노래 빨리 작곡 할 수 있겠어?”
“곡이야 있는 거 사이에서 고르면 되는 거라 상관없어. 해솔이도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못할 이유가 없다는 제키의 광오한 말에 멤버들이 땅땅땅 결론을 내렸다.
“그럼 해솔이 형 의견으로 낙찰!”
우리와 함께 회의실에서 고민을 해주던 직원들도 자작곡 결정이 나쁘지 않다며 찬성을 해주셨다.
“컨셉은 어떻게 잡을까?”
“하고 싶은 거 엄청 많은데!”
평소 하고 싶은 컨셉이 엄청 많았다며 기우연이 주절주절 아이디어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그걸 시작으로 다른 멤버들도 평소 하고 싶은 컨셉이 많았는지 좋은 컨셉들이 많이 나왔다.
“이거 참고해서 노래 만들어볼게.”
제키는 컨셉 아이디어를 적어놓은 종이를 챙겼다.
이중에 어떤 컨셉이 될지는 노래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었다.
‘컨셉에 어울릴 만한 좋은 노래’를 골라야 하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다.
그나마 제키가 평소에 꾸준히 작업을 해놔서 그 중에 고르는 걸로 해결을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형은 뭐 작곡해놓은 거 없어?”
“어, 없는데. 나 아는 친구가 작곡하는데 걔 작업물 봐볼까?”
“예전에 말했던 적 있는 그 친구?”
“어.”
“곡 잘 쓴다고 했던가?”
“더 말하면 입 아프지.”
여기서 내가 말한 작곡을 하는 친구는 당연히 아현이다.
아현이와 함께 쓰는 클라우드에 접속해서 아현이가 작곡하고 있는 곡을 들었다.
물론 아현이에겐 곡이 필요해서 올린 곡 좀 보겠다고 말을 전해둔 상태였다.
아직 미발표 된 곡이란 곡은 전부 긁어와 그 중에 가장 좋은 곡을 선택해야 했다.
제키와 나는 밤이 새도록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 ? ?
어메이징 스타 시즌11.
시작은 삐걱삐걱 나사가 두 개쯤 빠진 기계를 보듯이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2라운드가 방영 되고 난 이후로 어스타는 제자리를 넘어서 돌풍을 만들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어스타에 나온 곡이 빌보드 차트에 올라오는 등 기분 좋은 훈풍이 불었다.
덕분에 파이 피디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축하 인사를 받느라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좋은 소식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 불멸의 제국 뮤지컬 제작 확정!]
[어메이징 스타, 이 정도였나? 짧았던 불멸의 제국 뮤지컬 무대, 팬들의 요청에 제작 들어간다!]
[불멸의 제국 예견 된 성공? 뮤지컬 제작 소식에 투자자들 술렁~]
불멸의 제국 관계자들은 뮤지컬이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짧았던 뮤지컬 무대에 사람들이 환호하는 걸 보며 ‘어? 이거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프로그램의 여파가 크면 클수록 파이 피디에겐 큰 이득이 된다.
때문에 그녀는 과감하게 모험을 해준 ‘에어플레인’ 팀이 예뻐서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고 싶었다.
이들이 3라운드 무대로 뭘 부탁하든 다 들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자작곡을 한다고?!
하지만 에어플레인은 3라운드 때도 엄청난 모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참가자의 무대에 도움을 줄 뿐, 참견을 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그럴 수 없었던 파이 피디는 에어플레인 팀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내가 이렇게 참견을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정말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찾아 온 거에요. 자작곡으로 무대를 꾸미겠다는 건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요? 자작곡은 정말 반응이 안 좋아요.
그녀가 생각하는 시즌11의 주인공은 에어플레인이었다.
이미 그들이 1등 할 것을 시나리오로 해서 편집을 할 계획까지 세워둔 상태였다.
물길에 탄 그들을 3라운드에서 허무하게 잃는다면 어스타의 치솟던 시청률도 함께 꺾일 게 분명했다.
내가 어스타 1~2년 한 게 아니잖아요. 자작곡은 정말 힘들어요. 잘못했다간 탈락할 수도 있다고요.
저희도 자작곡이 힘들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2라운드에서 보여줬던 뮤지컬 무대만큼 임팩트 있는 무대를 3라운드에 또 보여주기 힘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선택한 게 자작곡 무대였어요.
아….
사람들이 우리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잖아요. 근데 1라운드에서 보여줬던 거랑 비슷한 무대를 한들 좋은 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올리비아 트리가 무대를 못한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차게 까였다.
물론 그쪽 집안에서 무슨 수를 썼는지 기사가 올라오는 건 많이 잦아든 상태였지만 말이다.
이런 일이 일어난 건, 대중들이 우리 무대에 더 엄격하고 높은 기준을 잡아놨기 때문이 된다.
이대로는 어떤 무대를 해도 실망밖에 줄 수가 없을 거에요. 원조가 존재하는 노래로는요.
그래서 아예 원조가 없는 노래를 부르기로 한 거다.
파이 피디는 에어플레인 리더인 제키의 설명에 설득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생각해도 에어플레인을 향한 호의적인 시선이 너무 과할 정도였다.
뮤지컬 무대가 너무 완벽했고, 기존의 틀을 깨부시는 무대였기 때문이었다.
오죽했으면.
‘그 여파가 다른 팀한테까지 미쳐서 모험을 해보겠다는 팀이 나왔겠냐고.’
에어플레인도 자작곡을 하고 싶지는 않았을 거다.
하지만 지금 이들에겐 돌파구가 자작곡밖에 없었다.
내가 도와줘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이미 어스타 시즌11은 여러분들과 한 배를 탄 상태에요. 여러분들이 난파되면 어스타 시즌11도 함께 곤두박질 치게 될 겁니다.
그러니 부디 2라운드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파이 피디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저희 곡 잘 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여러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겠습니다.
파이 피디가 개선장군처럼 의지를 내보이고 돌아갔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편집실에 처박혔다.
‘다음 주에 방영 될 비하인드 스토리는 에어플레인 위주로 짜자.’
사실 원래부터 에어플레인 위주로 편집을 하고 있기는 했다.
반응이 그렇게 터졌는데 그들 위주의 편집이 안 될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편집점이 좀 달라질 예정이었다.
‘에어플레인의 화려한 모습이 아니라 좀 더 인간적이고, 사람다운 모습을 부각시켜야 돼.’
이들이 뮤지컬 무대를 완성시키기 위해 했던 노력들을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지금의 시청자들은 에어플레인이라는 그룹을 화려하고 대단한 ‘스타’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파이 피디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맞춰주기 위해 에어플레인을 좀 더 대단한 스타로 만들어주려고 했었다.
'애초에 저 친구들은 천재라는 걸 자랑할 필요가 없었어.'
멍청하게 편집점을 완전 잘못 잡았다.
지금부터는 제대로 편집할 생각이었다.
시청자들은 알아야 한다.
그들이 완벽한 뮤지컬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얼마나 처절하게 발버둥 쳤는지.
그 모습을 필터 없이 적나라하게 보게 된다면.
‘도저히 저 친구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지.’
누구보다도 냉정해야 할 그녀조차도 반해버리게 만든 매력이었다.
파이 피디는 다음 주에 방영 될 어스타 비하인트 스토리도 성공하게 될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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