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60화 (260/849)

〈 260화 〉 #38. 여파 (5)

* * *

어스타 시즌11.

어스타 팬들은 시즌11의 시작을 조마조마하게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10이 망해버린 상황이었다.

찐팬들은 이대로 어스타가 혹평 속에 저무는 걸 바라지 않았다.

‘그러려면 시즌11이 중요해!’

시즌11도 전 시즌처럼 망한다면 어메이징 스타는 나락으로 떨어질 확률이 매우 높았다.

어스타를 사랑하는 팬, 혹은 그저 흥미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 시즌11의 시작을 예의 주시했다.

그리고….

‘대박이 났지. 파이 피디가 또 해냈다고!’

파이 피디는 팬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시즌11을 대박으로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나락 갈 뻔했던 프로그램을 살리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일이긴 했지만….

‘파이 피디! 믿고 있었다고!’

프로그램을 살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무려 시즌10까지 진행해온 오래 된 프로그램이다.

화석이 되었을 기존의 룰을 바꾸는 모험을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파이 피디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 됐다는 사실을 느꼈을 때, 그녀는 기존의 룰을 전부 파괴하고 새롭게 짜냈다.

시청자들이 이런 변화에 곧장 실망하지 않는 것은 그녀가 프로그램의 모토까지 변화시켜버리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어메이징 스타’는 굳이 콘서트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콘서트만큼의 퀄리티 있는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기획 된 프로그램이었다.

한때는 전설을 섭외하여 안방에 최고의 무대를 가져다주었고, 지금은 실력이 있으나 기회를 얻지 못한 실력자들을 뽑아와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무대를 안겨주었다.

이번 시즌11의 변화도 시청자들이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었던 건 프로그램의 모토가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역시 시즌10이 망했던 건 참가자들이 매력적이지 못해서였어. 지금처럼 참가자들이 매력적이니까 다시 성공하잖아!!’

아직 어스타는 죽지 않았다.

시즌10 참가자들이 대중에게 인기를 끌만큼 매력적이진 못했던 것뿐.

파이 피디도 그 문제점을 알고 있는지 발 빠르게 움직여 이미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매력 넘치는 참가자를 데려왔다.

그녀는 파이 피디의 새로운 모험을 적극 지지하는 팬 중 하나였다.

뭐가 됐든 결과만 좋으면 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믿음을 파이 피디는 져버리지 않았다.

­그래!! 이 맛에 어스타 보는 거지!! 전 시즌에도 저렇게 매력적인 친구들을 찾아냈어야 했어! 할 수 있었잖아!!

잘 할 수 있었으면서 전 시즌엔 왜 그랬던 거야?

잠깐 전 시즌에 대해 불평을 하던 그녀는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어스타 시즌11에 흠뻑 빠진 그녀는 어느새 제일 눈 여겨 보는 팀이 생긴 상태였다.

­말 할 것도 없이 1등은 에어플레인일 거야. 그들이 1등이 아니면 말이 안 돼.

그들이 보여주는 무대는 엄청났다.

아마 그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무대는 황홀했고, 가슴을 뛰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스토리도 굉장히 좋았다.

인지도가 거의 제로에 가깝던 팀이 엄청난 무대를 보여주며 환호성을 받고 있지 않은가?

어메이징 스타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더군다나 팀 자체가 매우 사랑스럽잖아. 사랑하지 않고는 못 베길 팀이야.

그들의 비주얼을 보고 넋 잃었던 것 같다.

그뿐인가?

영리한 그들은 불멸의 제국을 무대 위로 옮긴다는 기발한 생각까지 해냈다!

그리고 ‘불멸의 제국’과 ‘어메이징 스타’가 성공적으로 합쳐졌을 때, 그녀는 기절하고 싶었다.

너무 행복했으니까!

‘에어플레인이 뮤지컬 주인공으로 캐스팅 됐으면 좋겠는데 불가능하겠지?’

10분밖에 되지 않는 무대를 얼마나 돌려봤는지 모른다.

그들이 완성한 완벽한 불멸의 제국이 보고 싶다.

하지만 그건 이뤄지지 않은 바람일 것이다.

뮤지컬은 에어플레인이 추구하는 음악과 방향이 다르니 말이다.

‘저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데 뮤지컬을 할 리가 없지.’

어스타는 다른 참가자들의 비하인드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비하인드 영상을 시청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분명 괜찮은 무대를 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지는 못했다.

­다른 팀은 관심 없어. 에어플레인이나 보여줘!

에어플레인에게 완전히 꽂힌 그녀는 그들이 나올 때까지 불멸의 제국 뮤지컬 무대를 돌려보며 시간을 보냈다.

아름다운 남자들이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남자가 1명도 아니고 6명이 뭉쳐 있다.

‘1+5라니!!’

이건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조합이지 않은가?

이런 애들을 그동안 왜 모르고 있었던 걸까?

­인생의 절반을 손해보고 있었어.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에어플레인의 무대 준비 비하인드 스토리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쿵!

“악!”

“어이구! 괜찮아?”

“어어, 괜찮아요. 저 파스 좀요!”

첫 시작은 에어플레인 멤버 중 막내라는 기우연이 바닥에 거하게 넘어지는 것으로 시작됐다.

원래부터 유명한 스타였다고 들었는데, 그들은 가벼운 트레이닝 복장을 한 채 연습실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어때? 움직일 수 있겠어?”

“넵!”

꽤 거하게 넘어진 걸로 보였는데 소년은 씩씩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연습을 시작한다.

그들이 연습하고 있는 움직임이 낯이 익었다.

수십번 돌려봤던 움직임이었다.

그녀는 기쁨에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불멸의 제국 연습이구나!

그녀는 불멸의 제국 뮤지컬 버전을 연습하는 과정을 즐겁게 바라봤다.

후줄근한 의상에 민낯으로 꾸며진 불멸의 제국은 확실히 무대보단 밋밋했다.

하지만 몇 분 후….

갑자기 화면이 빠르게 감기기 시작한다.

오른쪽 아래에 시간이 나오고, 그 시계의 숫자가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1시간…2시간…3시간…4시간…….

­뭐야??

멤버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때때로 바닥에 주저앉아 쉴 때가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일어나서 연습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밥을 먹고, 다 먹으면 다시 모여서 연습을 했다.

창문으로 들어오던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깔린 이후에도 그들의 연습은 계속됐다.

그렇게 그들의 24시간은 연습실에서 삭제되고 있었다.

­뭐야? 다음날도 똑같아?

다음날을 알리는 날짜의 변화가 나오고, 에어플레인은 또 다시 연습실에 모여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연습실에서 열정적으로 연습을 해나간다.

그녀가 상상했던 화려한 스타의 삶은 없었다.

어김없이 넘어진 기우연과 그런 소년을 익숙하게 챙기는 청년들….

무릎에 피멍이 들고, 목이 쉴 때까지 노래를 부른다.

마음처럼 노래가 안 불러질 땐 한없이 좌절하다가 잠시 휴식 후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꿋꿋하게 연습을 시작한다.

­시퍼렇게 멍이 들었는데 또 파스 붙이고 끝이라고? 저건 학대잖아!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야?

이들의 하루는 마치 기계 같다.

끊임없이 했던 걸 연습하고 또 연습하고 계속해서 연습한다.

보는 우리조차도 지긋지긋한 연습이었는데 정작 본인들은 그걸 지긋지긋해 하지 않고 해내고 있었다.

노력은 거짓을 하지 않는지 그들의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점점 무대가 완성 될수록 그들의 눈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그 눈빛에 홀려서 빠져들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즐기고 있구나.’

남들의 눈에는 마냥 고통스러워 보이던 연습 시간이 에어플레인에겐 아니었던 거다.

저런 마음가짐으로 무대를 준비했기에 그런 대단한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거다.

­진짜 대단한 녀석들이잖아.

화장기 없는 민얼굴에 땀에 젖은 머리카락 늘어난 티셔츠까지.

하지만 누구도 그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못나다 여기지 못했다.

아니, 못난 게 아니라 무척 예쁘다고 생각했다.

누가 감히 안 예쁘다고 할 수 있을까?

저렇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데 말이다.

? ? ?

“얘네도 은근 괜찮은데?”

“스톤 밴드요? 잘 생기긴 한 것 같아요. 팬도 많다던데요?”

우물우물­

냠냠냠.

빠르게 줄어드는 딸기에 아현이가 로즈에게 물었다.

“딸기 더 가져다줄까요?”

“됐어. 나 이것만 먹을 거야.”

“그래놓고 이따가 출출하다고 할 거면서. 기다려봐요. 더 가져올게요.”

이아현과 로즈(박복순)가 오늘 모인 이유는 번역 된 어메이징 스타 영상을 보기 위함이었다.

에어플레인이 참가자로 나와서 그런지 매우 빠른 속도 번역 된 영상이 퍼지고 있었다.

아현이가 주방에서 딸기를 더 가져오자 로즈는 그만 먹겠다고 한 적 없다는 듯이 딸기를 흡입했다.

두 볼이 꽉 찰 정도로 딸기를 집어 넣은 로즈가 말했다.

“우물우물­ 요즘 입맛이 너무 없어서 큰일이야.”

“…계속 딸기만 먹고 사는 거에요?”

“응. 딸기밖에 안 들어가. 엄마가 먹덧을 해서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이게 뭔지 모르겠다.”

“그러지 말고 해솔이한테 한 번 와달라고 하지 그래요?”

로즈가 유일하게 편하게 먹을 수 있을 때는 해솔이가 곁에 있을 때였다.

애기도 아빠가 가까이에 있는 걸 아는지 신기하게 그가 있을 때는 입덧이 잦아들곤 했다.

“쟤 저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투정부리긴 좀 그렇잖아.”

“임신을 했으니까 마음껏 투정 부릴 수도 있는 거죠! 제가 언니였으면 맨날맨날 와달라고 졸랐을 거에요.”

아현이의 말에 로즈가 피식 웃었다.

“이 나이에 그런 짓을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그리고 바쁜 거 뻔히 알면서 투정부리면 못 써.”

“임신 때문에 밥을 못 먹는데 여기서 나이가 왜 나와요? 언니, 은근히 소심한 것 같아. 그리고 제가 아는 해솔이라면 그런 투정도 귀엽게 받아줄 걸요?”

“안 돼. 적어도 어스타 끝날 때까지는 참을 거야. 끝나면 잔뜩 투정부려서 내 옆에 가져다 놓을 거니까 너한테 안 온다고 서운해 하지나 마라?”

“아하, 보고 싶으면 언니네 찾아가면 된다는 거죠?”

“와~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아현이와 로즈는 해솔이가 떠나고 난 빈자리를 서로 위로해주며 예전보다 더 친해졌다.

서로의 집을 드나드는 게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된 것이다.

아현이는 딸기를 먹다가도 몸을 베베 꼬며 그리움을 토로했다.

“해솔이 보고 싶당.”

“흐응~ 이제 보니 내 핑계로 투정부려서 해솔이 불러오려고 했던 거였네. 자기 잇속 챙기려는 거였어.”

“앗! 들켰다.”

“요 앙큼한 토끼가!”

“결국 언니한테 좋은 일인데 뭐 어때요! 저는 살짝 꼽사리 껴서 맛만 보려고 했던 건데.”

“어림없거든? 해솔이도 네가 이렇게 영악하다는 걸 알아야 돼.”

해솔이는 아현이를 순진한 토깽이로 알고 있는데 아현이의 실체는 토끼라기보단 앙큼한 여우였다.

“해솔이~ 불러줘요~ 해소링~ 보고시펑~”

“술 먹었니?”

아현이가 한 손에 들고 있는 이온음료가 사실 술이 아닐까 의심하는 로즈.

그때, 때마침 어스타가 에어플레인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네 서방 나온다.”

“앗! 해솔이다! 꺅!”

로즈는 볼록하게 나온 배를 어루만지며 화면에 집중했다.

화면에서 보는 진해솔은 반짝반짝 빛났다.

아현이는 꺅꺅 소리를 지르며 두 볼에 홍조를 띄웠다.

“누구 남자인지 몰라도 너무 잘 생겼다.”

“어휴, 난 쟤 저렇게 잘난 얼굴 나올 때마다 이번에는 또 어떤 여시들이 붙으려나 걱정부터 들던데.”

“올리비아 트리는 그렇다 쳐도 다른 참가자들도 해솔이 보는 눈이 심상치 않긴 했죠?”

“잘나도 너무 잘났으니까. 스캔들이 한 번만 터진 게 기적이야. 내가 저 여자들이었어도 에라 모르겠다! 스캔들부터 내자! 했을 걸?”

저 남자를 잡을 수만 있다면 뭔들 못할까?

여자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에 짜증이 나는 거다.

‘좀 적당히 잘날 것이지….’

로즈는 짜증을 풀기 위해 딸기를 전투적으로 입에 가져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에어플레인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안쓰러운 모습이 나오자 침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

“…….

평소에 무척 바쁘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고생하는 모습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바쁘다는 건 알았는데, 평소에 저렇게 연습하는 거였어?”

그녀도 아이돌을 가르쳐봐서 그쪽 세계가 굉장히 치열하고, 연습을 빡세게 한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로즈가 가르치는 건 보컬 분야다보니 땀을 뚝뚝 흘리면서 연습하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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