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61화 (261/849)

〈 261화 〉 #38. 여파 (6)

* * *

2라운드 뮤지컬 무대는 에어플레인에게도 큰 모험이었다.

절대 실패하면 안 될 무대였고, 그 부담감을 이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연습뿐이었다.

진해솔은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멤버들의 컨디션을 관리하면서 무대를 준비했다.

멤버들이나 직원들은 ‘아이템’의 케어를 받은 상태로 연습하는 게 익숙했기에 그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시청하는 사람 입장은 좀 달랐다.

“불쌍하게 저게 뭐야! 잘 먹고 다니기라도 하지, 밥은 또 왜 저렇고. 풀밖에 없잖아!”

저렇게 체력을 많이 쓰는데 식단 조절까진 할 필요 없지 않은가?

하지만 멤버들은 익숙하다는 듯 아무런 불평도 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진해솔과 살 맞대고 사는 그녀들은 도저히 저걸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한숨을 푹푹 쉬었다.

“저건 학대 아니야? 학대? 쟤는 살 안 찌는 체질이면서 저걸 왜 같이 먹어주고 있어?”

“예전에 들은 적 있어요. 멤버들이 빡세게 관리하는데 자기 혼자만 맛있는 거 먹을 수가 없어서 애들이랑 같이 먹을 때는 메뉴를 다르게 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니, 애를 왜 이렇게 불쌍하게 편집해놨어.”

아현이와 로즈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해솔이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너무 안 좋았다.

파이 피디의 혼을 갈아 넣은 연출 덕분에 에어플레인의 비하인드 영상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저렇게 연습해놓고 새벽에 나한테 와서 그 짓을 한 거야? 미쳤나봐….”

“!?”

아현이의 중얼거림에 로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쳐다봤다.

“설마 너한테도 찾아갔어?”

“네?”

“쟤 새벽에 너 찾아왔다며. 나한테도 그랬거든.”

“언니한테도요?! 임산부잖아요.”

“임산부는 성욕이 없는 줄 아니?”

“얼마나 자주 왔어요?”

얘가 여자랑 도대체 얼마나 자고 다니는지 궁금해진 그녀들.

진해솔의 스케줄을 하나씩 맞춰보기 시작했다.

“이날이랑 그리고 이날 저한테 왔었어요.”

“나는 이날, 이날, 이날, 이날에.”

“확실히 언니한테 더 자주 왔네요.”

“혹시 서운해?”

아현이는 고작 2번 방문했고, 로즈한테는 4번이나 다녀갔다.

서운하다면 충분히 서운할 수 있는 일정에 로즈는 뒤늦게 이런 얘기를 하면 안 됐다는 걸 깨달았다.

해서 아현이의 눈치를 살짝 본 거다.

이런 사소한 차이가 서로의 감정을 크게 상하게 하는 법이었다.

“제가 그렇게까지 속이 좁은 줄 아세요?”

“흐흥, 그렇게 생각하면 다행이고.”

다행이도 아현이는 이 차이에 크게 서운해 하지 않는 눈치였다.

물론 그 이해는 로즈가 임신을 한 상태라는 사실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근데 와~ 진해솔, 장난 아니네요. 아랫도리를 얼마나 놀리고 다니는 거람? 여자가 우리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언니한테 이 정도로 왔으면 다른 여자들도 자주 다녀갔을 텐데.”

“그러게? 우리한테 안 온 날은 쉰 게 아니라 다른 여자한테 갔을 거 아냐. 내가 아는 여자만 해도 3명이니까….”

아현이처럼 2번씩 찾아갔다고 치면 결국 진해솔은 하루도 쉬지 않고 꾸준하게 섹스를 해댔다는 뜻이 된다.

공평한 그의 사랑에 안도해야 할지, 너무 잦은 섹스 횟수에 걱정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얘는 성욕의 화신인가 봐요. 남자가 이렇게 많이 하고 다니는 게 가능해요?”

“해외에서 여기로 왔다 갔다 하고 다니는 앤데 그 정도를 못할까.”

아현과 로즈는 어쩐지 부끄러워져서 후끈거리는 두 볼을 손바닥으로 식혀야 했다.

“이 정도 정력이면 우리로는 부족하다면서 여자를 더 늘릴 지도 모르겠어.”

“언니는 해솔이가 다른 여자 데려오면 받아줄 거에요?”

“글쎄, 마음으로만 생각하면 싫다고 하겠는데, 이성적으로는 해솔이가 누굴 데려오느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그 녀석한테 손해를 주는 여자면 못 받아들일 것 같아. 반대로 해솔이한테 도움이 되는 여자라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지.”

“어쨌든 무조건 반대는 아니라는 거네요. 전 질투심 때문에 반대부터 할 것 같은데.”

아현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너무 잘난 남자친구의 얼굴을 바라봤다.

영상 속 진해솔은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잘나서 여자라면 두근거릴 수밖에 없을 아름다운 얼굴을 한 채로 말이다.

? ? ?

에어플레인이 해외에서 잘나가자 자연스레 국내 여론도 많이 달라진 상태였다.

뮤지컬 무대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국내 여론은 에어플레인에 썩 긍정적이지 못했다.

에어플레인이 왜 어메이징 스타에 나가는지 모르겠다며 난데없이 자격론을 만들어내서 태클을 걸고, 나라 망신시킬 거라며 악담을 해댄 것이다.

그 여론이 뮤지컬 무대를 본 순간 180도 바뀌었다.

“아무 말도 못하쥬? ㅋㅋㅋㅋㅋㅋㅋ”

에어플레인의 팬클럽 wing은 깔깔 웃으면서 순식간에 정리 된 커뮤니티를 즐겼다.

팬클럽끼리 똘똘 뭉쳐서 에어플레인을 까대는 이들과 맞서 싸우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여론이 완전히 뒤집어진 건 뮤지컬 무대가 나왔을 때였다.

어메이징 스타에서 에어플레인이 최고의 무대를 보여준 것이다.

팬클럽 wing은 그때 당시의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었다.

어디서 계속 나오는지 알 수 없었던 악플이 순식간에 사라진 평화로운 팬클럽.

wing는 승리의 전리품처럼 평화로운 팬클럽 커뮤니티를 즐겼다.

행복함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뭐야, 몇 명이 늘어난 거야?”

순식간에 늘어난 팬클럽 숫자.

실시간으로 팬가입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쌓이고 있었다.

“외국인들이 여길 어떻게 찾아 온 거지?”

너무 신기했던 건 외국인 팬들이 굳이 국내 팬클럽까지 찾아와서 가입 신청을 한다는 거였다.

열심히 통역을 돌려가며 작성한 어리숙한 질의응답이 귀여웠던 wing은 새롭게 들어오는 신규 팬들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최대한 덩치를 키워서 에어플레인을 음해하는 세력으로부터 지켜내야 했다.

“일단 입덕 요정 우연이부터!”

여러분! 우리 우연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좀 봐주세요!

아직 낯선 팬카페를 눈팅하고 있을 신규 팬들을 위해 기존 팬들은 열심히 사진을 날랐다.

각종 영상과 사진의 홍수에 신규 팬들은 헤롱거리며 팬카페에서 나가질 못했고, 성공적으로 찐덕이 되는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우리 애들이 이렇게 유능해요!

우리 애들은 이런 것도 할 수 있어요!

우리 애들이 팬을 얼마나 사랑해주는지 알아요?

이것 좀 보세요!! 이것도 보세요!! 여기 더 있어요!!

고삐 풀린 기존 팬들은 외양간에 들어 온 뉴비 팬을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본인들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영업력을 발휘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wing는 어? 어­? 하는 사이에 주체하지 못할 속도로 빠르게 덩치가 커지고 있었다.

소속사에서도 이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국내 팬들한테 뭐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애들 여론 안 좋을 때 열심히 해줬잖아요.”

“그건 그렇지. 국내 팬이 뭘 좋아할까?”

“누가 뭐래도 애들을 직접 만나는 것만큼 좋은 건 없겠죠. 국내 활동을 가장 바랄 텐데, 그건 안 되니까 다른 방법이 필요할 거에요.”

국내에선 다들 에어플레인을 까는 분위기였다.

팬들은 에어플레인을 위해 욕을 들어도 꾹꾹 참아내며 인내했다.

그건 에어플레인이 어스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저것들이 나대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될 거라는.

어스타에 나간 애들이 잘 해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었다.

소속사는 팬클럽이 보여준 인내와 단합에 대한 보상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거라도 있어야 똘똘 뭉쳤던 것에 대한 보람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럼 이렇게 하자. 팬들을 애들이 있는 곳으로 부르는 거야. 어스타 무대도 보여주고.”

“진짜 그게 되는 일이면 팬들이 좋아서 환장하겠는데요?”

국내 팬들이 바라는 것 중에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있는 건 어스타에 나온 멤버들의 무대를 직접 직관하는 것이었다.

국내 팬들이 가장 바라는 건 에어플레인의 국내 활동이지만, 해외에서 저렇게 떴는데 국내 활동으로 시간을 버리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초대였다.

“어스타가 자리는 몇 개나 만들어줄 수 있을까?”

“그쪽이랑 얘기를 해봐야 해요.”

“투표권 없는 자리도 괜찮으니까 최대한 많이 구해보자고. 잠잘 곳이랑 비행기 값, 식비 같은 거 경비로 짜서 얼마 드는지 견적도 내보고.”

“네.”

경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팬을 데리고 무사히 어스타 무대를 직관시켜서 데려오는 게 힘든 거였다.

기왕 거기까지 갔으니 무대 위 모습만 보여줄 게 아니라 직접 만나서 싸인도 받고 사진도 찍는 시간을 보낼 필요도 있었다.

“애들이 무대를 준비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조절을 잘 해야 해.”

해외 지사와 얘기를 나눠서 구체적인 일정을 뽑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소속사로부터 팬클럽에 다섯 장의 폭탄이 날아 들어왔다.

마음 같아서는 간부진이 꿀꺽 하고 싶은 티켓이었다.

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후폭풍을 맞이해야 한다는 걸 알기에 간부진들은 고뇌하기 시작했다.

일단 관리 차원에서 간부진 1명의 자리는 무조건 빼야 했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래도 이런 걸 해주는 게 어디야.”

“허니 엔터가 팬질하기 참 좋은 곳이라더니 명불허전이다. 난 소속사가 먼저 나서서 이런 혜택주는 곳은 처음이야.”

“…넌 도대체 무슨 싸움을 하고 있었던 거야?”

그 1장의 티켓을 두고 간부들 사이에서도 꽤 치열한 추첨 싸움이 일어나게 될 예정이었다.

1장 티켓은 티켓이고, 간부진들은 남은 4장의 티켓을 두고 많은 회의를 거쳐야 했다.

괜히 폭탄이라고 말했던 게 아니다.

이 티켓의 주인이 잘못 뽑히면 뻥! 하고 터질 수 있었다.

“기존 팬들이랑 뉴비 팬들 사이에서 불만이 없도록 잘 뽑아야 돼요. 이런 거 한 번 잘못 뽑혔다간 나락가는 거 아시죠?”

일반 팬들이 간부진에 불만을 생기지 않아야 하고, 간부진이 일반 팬들보다 더 많은 걸 안다고 해서 그걸 이용해 이익을 받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간부진들을 너무 서운하게 해서도 안 된다.

중도(中?)를 잘 지키는 것.

그게 필요한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우리 잘 해왔잖아요? 지금 새로운 팬들이 많이 들어와서 어수선한 상황이에요. 소속사에서는 저희를 위해서 준비해준 거지만, 개인적으로 이 다섯 장은 핀 안 뽑힌 수류탄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아무리 잘 해도 얘기가 나오긴 할 거에요.”

“네, 분명 기존 팬들이 신규 팬까지 추첨 대상으로 하는 걸 싫어할 테니까요.”

소속사가 기존 팬들이 에어플레인을 위해 인내해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로 만든 자리다.

만약 어스타 무대를 보고 들어 온 신규 팬이 혜택을 많이 받으면 기존 팬들은 인정할 수 없을 거다.

“앞으로 소속사가 저희를 계속 신경 써주려면 이번 일이 잡음 없이 잘 해결 돼야 해요. 만약 문제가 생기면 두 번 다시 이런 혜택은 받을 수 없을 거에요. 사실 간부용 한 자리 빼는 것도 우리 되게 고민 많이 했잖아요.”

“의외로 그 부분은 다들 괜찮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았어요.”

간부들이 고생하는 걸 다들 알고 있다면서 한 자리를 빼는 것에 기꺼이 동의를 해줬다.

“결과를 저희 쪽에서 손대면 안 되겠죠? 대상을 정해서 뽑자는 게 아니라 신규 팬은 신규 팬끼리 한 자리 추첨하고, 기존 팬은 기존 팬들끼리 세 자리를 추첨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만약 들켰을 때는 수습이 힘들 거에요.”

간부진은 한숨을 푸욱 쉬었다.

갑자기 늘어난 팬들을 관리하는 게 결코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런 과정이 필요한 일임을 알았다.

에어플레인을 위해서라면.

그녀들은 이런 복잡한 과정조차도 사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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