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65화 (265/849)

〈 265화 〉 #40. 결승 (1)

* * *

3라운드 무대를 치르고 난 이후.

어메이징 스타 제작진은 간단하게 토크쇼를 찍기 위해 참가자들을 모았다.

4라운드, 마지막 결승전을 앞두고 탈락자들까지 모두 불러서 가볍게 파티 같은 느낌으로 즐기자는 의미였다.

MC짐은 능숙하게 토크쇼를 진행했는데, 우선적으로 탈락자들에게 근황을 묻는 토크를 진행했다.

탈락한 참가자들은 MC짐이 묻는 근황 질문을 놓치지 않았다.

지금 말을 하면 탁월한 홍보효과를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는 어메이징 스타 제작진이 일부러 준비한 배려이기도 했다.

그렇게 간단히 탈락자들과의 근황 토크를 진행 한 후, 휴식 시간이 됐다.

­너희 요즘 잘 나가더라? 아주 신나겠어?

그런데 스톤 밴드가 뜬금없이 우리에게 다가와 시비를 걸었다.

‘시비가 아니라 그냥 말을 건 건가?’

어쩌면 인성이 파탄나서 저렇게 밖에 사람한테 말을 걸 줄 모르는 걸지도 모른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꾸준히 저렇게 시비를 걸어댄 걸 보면 가능성이 있었다.

­스톤 밴드. 오랜만이네요.

스톤 밴드는 2라운드에 진출하는데 성공했지만, 2라운드에서 줌베이와 만나는 바람에 탈락을 한 상태였다.

우리에겐 재수 없는 놈일 뿐이지만, 스톤밴드는 프로그램의 ‘꽃’들 중 하나였고 그들의 패배에 슬퍼하는 팬들이 많았다.

‘줌베이가 스톤 밴드 팬 때문에 엄청 고생했다던데.’

줌베이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스톤 밴드를 싫어했는데, 스톤 밴드의 팬들로부터 각종 테러를 받고 더 싫어하게 된 상태였다.

봐라, 지금도 스톤 밴드가 우리에게 접근하니 줌베이가 후다닥 달려와 우리 앞을 가로 막지 않는가?

아르릉­!

­야! 왜 또 시비야? 안 꺼져?

­윽! 너는 얘네들 따라다니는 강아지냐? 뭔 말도 못해?!

­헤엥~? 몰랐어? 원래 패배자는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국룰이거든!

일명 ‘패배자가 말대꾸?’ 를 시전한 줌베이.

아니나 다를까 스톤 밴드가 그녀의 도발에 자극을 받기 시작했다.

­와~씨!! 이걸 진짜 한 대 쥐어 팰 수도 없고.

­너 그렇게 당해놓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거냐?

­쪼끄만 게 어디서!

솔직히 나이 처먹고 어린애랑 진심으로 싸워대는 모습 정말 꼴사나웠다.

더군다나 자기네 극성팬들이 줌베이를 괴롭힌 일로 저렇게 나오는 게 역겨웠다.

­그만하시죠. 애랑 싸우는 거 쪽팔리지도 않습니까? 그리고 베이 너도 너무 그렇게 날카롭게 반응하면 안 돼.

­저 사람들 진짜 꼴불견이야!!

­우리가 왜 꼴불견인데!

­그걸 몰라서 묻는 거야? 가슴에 손이나 얹고 말하시지?!

스톤 밴드는 자기 팬들이 줌베이에게 테러에 가까운 나쁜 짓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톤 밴드는 극성팬들의 행동을 모르는 척 하고 저지하지 않았다.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줌베이의 팬들이 스톤 밴드에게 온갖 욕과 협박을 쏟아내기 시작하자 그제야 몰랐다며 순진한 척 팬들을 말렸다.

‘어린아이한테 그런 쓰레기 짓을 해놓고도 뻔뻔하네.’

인성질도 재능이 있어야 하는 거다.

나 같으면 쪽팔려서라도 그런 짓은 못할 텐데 말이지.

아무튼 그런 배경이 있는 탓에 줌베이가 그들을 혐오하는 걸 이해하면서도 괜히 또 부딪쳤다가 또 스톤 밴드의 극성팬에게 피해를 볼까 싶어 그녀를 진정시켰다.

­베이, 진정해. 사람들 많은데 이러지 말자. 일 크게 만들면 안 되잖아.

­오빠들이 너무 착해서 저런 놈들한테 당할까봐 이러는 거잖아.

­우리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아. 오빠 좀 믿어주지?

­으…알았어.

씩씩대는 베이를 겨우 설득했다.

그녀를 다른 멤버들에게 보내고, 여전히 갈 생각 없어 보이는 스톤 밴드 앞에 나서서 말했다.

­시비 걸 생각으로 말 건 거면 그만하세요. 어차피 서로 부딪칠 일 없지 않습니까.

활동하는 범위가 다르니 앞으로 그들과 우리가 만날 일은 극히 드물 것이다..

내 말을 들은 스톤 밴드가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시비 걸려고 온 거 아니야!!

­??

그런 태도로 말을 걸었으면서 시비를 걸려고 온 게 아니라고?

놀랍게도 스톤 밴드는 정말 시비를 걸려고 말을 건 게 아니었다.

그들이 가져 온 용건은 놀랍게도 피처링 제안이었다.

­솔직히 우리도 너희들이랑 하는 게 썩 좋진 않거든?

­크흠! 그래도 어쩌겠냐.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어스타에서 너네랑 우리가 유일한 남자 그룹이잖아. 그걸 기념해서 노래 한 곡 내자는 거다.

­…진심으로 하는 소립니까?

이건 상상도 못했던 제안이다.

스톤 밴드도 제안을 하면서 엄청 좋아서 하는 건 아닌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럼 진심이지, 장난이겠어?

­절대 안 돼!!!!!!!!

그리고 줌베이가 스톤 밴드의 말을 듣고 절규하듯이 외쳤다.

자기 눈에 흙이 들어와도 그런 짓은 못 봐주겠다는 듯이 베이가 버둥댔다.

멤버들이 주변에서 그럴 일 없다며 달래주느라 고생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줌베이가 엄청나게 싫어하고 있어서 대답을 더 끌지 않고 해줬다.

­제안은 고맙지만 거절하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당장 오빠들한테서 꺼…읍!

“야야. 얘 또 욕한다.”

“아이고~ 애기야. 여기서 이럼 안 돼.”

“형! 통역 좀 해봐요!”

경태 형이 욕을 하기 시작한 베이의 입을 허겁지겁 막는다.

다른 멤버들도 베이를 말리느라 난리다.

래퍼인 줌베이가 노래 가사로 뱉어내던 현란한 욕을 기억하기에 입 단속은 필수로 해야 했다.

­저 꼬맹이 때문에 거절하는 거냐?

스톤 밴드가 발작하듯 난리를 치는 줌베이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우리의 거절을 예상한 표정이었으나 너무 깔끔하게 거절당한 게 자존심 상한 눈치였다.

­설마요. 베이가 아니었어도 거절했을 겁니다.

­거짓말 하지 마! 저 꼬맹이가 난리치니까 거절한 거면서. 공적인 일에 사적인 감정이 들어가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우리도 좋아서 이런 제안한 게 아니라고.

­공과 사를 다 따져도 이 제안은 거절입니다.

­이래서 아마추어들은 안 된다니까. 쯧쯧!

­그런 식으로 활동하다간 금방 묻힐 걸? 여기서 얻은 인기만 믿고 날뛰다가 나중에 후회하지나 마라.

올리비아 트리의 제안도 거절한 우리가 그녀들보다 못한 인지도를 가진 스톤 밴드의 피처링을 해줄 이유가 있을까?

어메이징 스타 참가자들끼리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피처링이나 협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건 알지만, 적어도 그 대상이 스톤 밴드는 아니었다.

­그건 저희들만의 얘기가 아닌 것 같은데요?

어메이징 스타에서 나와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건 우리지만, 스톤 밴드도 만만치 않게 팬을 모아갔다.

일단 얘네들도 잘 생기긴 했지 않은가?

더군다나 우리는 동양인이었다.

­우린 바로 노래 낼 거야.

­아차하는 사이에 다 뺏길지도 모른다고.

어스타에서 탈락한 스톤 밴드는 불어 난 팬들을 계속 붙잡고 있기 위해 노래를 낼 필요가 있었다.

다음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했고, 그걸 알기에 우리에게까지 피처링 제안을 하러 온 것이었다.

지금 하나라도 더 아쉬운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스톤 밴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고개가 뻣뻣한 것은 그들의 잘못이었다.

­누군가의 피처링을 한다면 적어도 당신들은 아닐 것 같네요.

­하! 결승까지 올라갔다고 콧대가 꽤나 높아졌네.

­적어도 지금은 확실히 인기가 있긴 한가봅니다. 저흴 그렇게나 싫어했던 스톤 밴드가 먼저 피처링을 하자고 제안을 넣을 만큼 말이죠.

­윽!

스톤 밴드 멤버들의 얼굴이 빨개졌다.

우리의 인기가 오래가지 않을 거라 조롱했으나, 피처링을 제안한 것 자체가 에어플레인의 인기를 인정한 일이었다.

스톤 밴드는 피처링 제안을 시작할 때부터 마음에 안 들어하는 눈치였으니 그들과 함께하는 소속사 쪽에서 기획한 일이 분명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도 너네들이랑 하는 거 별로 안 좋았어!!

­우리가 성숙해서 공과 사를 뚜렷하게 구분하니까 한 제안이었다고!

­우리 제안을 거절한 걸 후회하게 될 걸? 나중에 다시 찾아와서 제발 피처링 하게 해달라고 해도 소용없어!

뒤늦게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스톤 밴드 멤버들이 왁왁댔다.

나는 그들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면서 말했다.

­그럼 안 하는 걸로 깔끔하게 결론 내리면 되겠네요. 서로 싫은데 할 이유가 없죠. 그리고 저희가 어리숙해서 그런지 몰라도 아직은 공과 사를 구분해서 일하는 게 어렵네요. 앞으로도 음악 할 때 공과 사를 듬뿍 따지면서 할 생각입니다.

우린 계속 공이랑 사를 신경 쓰면서 활동할 거니까 부디 피처링 제안을 소속사에 넣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마지막 말까지 꾸역꾸역 넣어서 말해줬다.

내 말에 담긴 뜻을 이해했는지 스톤 밴드가 자존심이 잔뜩 상한 채로 물러났다.

­저 새끼들 뒤에서 무슨 짓 하는 건 아니겠지? 무슨 일 생기면 나한테 말해! 내가 저 새끼 인성 다 까발려버릴 거야.

­그래그래. 고맙다. 도와줘서.

줌베이는 다음 대결 상대였다.

하지만 파디 피디가 바라는 것처럼 서로에게 경쟁 심리를 느끼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결승을 포기할 생각인 건 아니지만.’

임팩트 있었던 2라운드보다 못했던 3라운드.

내가 떠올렸던 아이디어인 자작곡이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괜찮게 다가갔는지 무난하게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더군다나 어스타 효과를 받아서 우리가 낸 자작곡이 빌보드 핫100 차트에 오르는 영광까지 얻었다.

자작곡을 내는 건 탈락할 수 있다는 위험을 무릅쓰고도 할 가치가 있는 모험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3라운드에서 꿀 좀 빨았는데….’

줌베이는 아니었다.

우리가 2라운드에서 주목을 받았다면 줌베이는 3라운드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2라운드에서 스톤 밴드를, 3라운드에선 엄청난 가창력을 가진 또 다른 유력 1위 후보 애나를 꺾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어메이징 스타 팬들은 2라운드에선 우리 무대에 열광했고, 3라운드에서는 줌베이와 애나의 무대에 사람들이 열광했다.

‘덕분에 어스타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었어.’

2라운드 화제 인물인 에어플레인과 3라운드 화제 인물인 줌베이의 대결.

어스타 팬이라면 가슴이 두근두근해질 수밖에 없는 최고의 대결이 될 것이다.

‘무조건 이겨야지.’

줌베이의 17살이라는 나이를 생각해보면 엄청난 천재인 건 확실하다.

지금은 헤실헤실 웃으면서 살갑게 다가와 우리와 대화 하고 있지만, 무대 위에서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관객들의 마음을 좌지우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천재 래퍼다.

그렇기에 나는 결승 무대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소녀에게 패배하고 말 테니 말이다.

­저런 놈 피처링하지 말고, 할 거면 나랑 해. 내가 더 대단하고, 내가 더 곡 잘 써!

당당한 줌베이의 선언에 우리는 아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나중에 어스타 끝나면 같이 하자.

­정말? 완전 좋아!

스톤 밴드에겐 단호하게 거절했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니 줌베이가 좋다고 팔짝팔짝 뛰었다.

? ? ?

첫 번째 촬영에서는 탈락자들에게 포커싱을 맞췄다면, 이번 촬영은 4라운드 그러니까 결승을 앞두고 있는 줌베이와 우리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3라운드에서 보여줬던 자작곡이 이번에 빌보드 차트에 들었는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줌베이의 귀여운 도발과 그 도발에 적절하게 반응해주며 좋은 분위기가 흘렀다.

마지막으로 탈락한 참가자들에게 MC짐이 누가 이길 것 같냐는 장난스러운 질문을 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적절하게 표수를 맞추는 게 예의였다.

우리와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던 올리비아 트리조차도 이런 분위기에 맞춰줬건만, 스톤 밴드가 돌발 행동을 해왔다.

­솔직히 에어플레인은 얼굴빨로 올라간 거 아닌가?

­올리비아 트리가 손해를 많이 봤지.

­맞아, 올리비아 트리는 우리처럼 2라운드에서 탈락할 팀이 아니었어.

피처링을 거절당했던 일로 속이 많이 상했는지 다른 사람들이 다 듣는, 거기다가 카메라까지 돌아가는 인터뷰에서 대놓고 우릴 대놓고 욕해버린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얘네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더 심한 말을 뱉었다.

­얼굴로 캐스팅 된 주제에 결승이라니. 난 이번 어스타에 많이 실망했어.

MC짐과 다른 참가자들 모두 놀라서 표정이 굳었다.

* *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