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2화 〉 #41. 카페 점장 (4)
* * *
머엉
“야. 야!!”
“어? 왜?”
“뭐하고 다니기에 이렇게 정신을 빼고 다녀? 나 왔어.”
“어어, 미안. 언제 왔어?”
“방금. 멍청하게 왜 이러고 있는 건데. 일이 잘 안 돼?”
이 친구는 란나가 카페 점장으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나사 하나 빠진 것처럼 행동하는 그녀를 보고 카페에 무슨 일이 있는 줄 안 모양이다.
친구가 오해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란나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려 하지 않았다.
‘이걸 어떻게 말하지?’
사장님과 함께 했던 첫 경험.
그 말도 안 되는 감각들이 아직도 꿈같았다.
왜 많은 사람들이 섹스섹스 앵무새처럼 말하고 다니는지 알 것 같았다.
사실 그녀도 지금, ‘섹스!’라고 외치고 싶었다!
‘이걸 여태까지 모르고 살았다는 게 억울할 정도야.’
또 하고 싶다.
야릇하게 달뜬 몸을 주체할 수 없었던 그녀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
“어쭈, 이젠 한숨까지 쉬네? 그러지 말고 말하지 그래? 우리 사이에 털어놓지 못할 얘기가 있어.”
“잠깐만 기다려봐. 숨 좀 돌리고.”
고민을 털어놓기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심호흡을 하고 생각을 정리한 뒤 입을 열려는데, 친구가 기습적으로 정곡을 때려왔다.
“헤엥, 너 남자 생겼구나?”
“!!”
친구는 눈치가 너무 빨랐다.
그녀가 머뭇거리는 순간 눈을 반짝이며 예리하게 지적을 해왔고, 말문이 막힌 란나를 보며 확신했다.
“생겼구만? 이야~ 일단 축하한다. 너도 드디어 이쪽 세계로 들어왔구나. 거봐! 연애가 시작이 어렵지, 해보면 별 거 아니라니까?”
사실 그녀가 이 친구와 약속을 잡은 건 도움을 받기 위함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와 연락이 드물어진 친구인데, 주변에 남자를 아는 사람이 얘밖에 없어서 염치없는 걸 알면서도 약속을 잡은 것이다.
친구는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기꺼워했다.
“어디 한 번 연애사 좀 털어놔봐. 나 이런 거 되게 좋아해.”
친구의 허락하에 본격적으로 그녀의 연애사를 털어놨다.
“카페 사장님!? 세상에, 그 사장님 얼굴 쩔잖아! 그런 남자를 잡았다 이거지?”
사진으로 사장님을 본 적 있기에 친구는 그녀의 애인이 카페 사장님이라는 말에 꺅꺅 비명을 내질렀다.
“그래서그래서? 어쩌다가 그런 횡재를 한 거야? 어떻게 꼬셨어?”
“서로 마음이 맞았어. 사실 처음부터 느낌이 있었거든.”
란나는 친구에게 얘기를 하면서 믿겨지지 않았던 사장님과의 일을 차분하게 정리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런이런 일이 있었구나, 정리가 되면서 몸이 좀 더 달뜬다.
“술이 큰일 했네.”
“으음…아니라고는 못할 것 같아.”
“그래서 섹스는 했어?”
“…….”
란나가 대답을 못하자 친구가 짓궂은 얼굴로 말했다.
“했구나? 어땠어?”
환상적이었어.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을 정도로.
대답을 하려던 순간, 친구가 그녀보다 먼저 말했다.
“생각한 것만큼 대단한 건 없지? 연애는 최대한 빨리 환상에서 벗어나야 잘 할 수 있는 거야. 남자 별 거 없어. 섹스도 별 거 없고. 야동에서 나오는 거 다~ 연기라니까. 나도 처음에 섹스하고 나서 이게 뭐지? 끝이라고? 너무 허무하잖아! 라는 생각을 했거든.”
“??”
섹스가 별 거 없다고?
그게 어떻게 별 게 아닐 수가 있지?
“그동안 네가 솔로로 환상을 키워왔을 텐데, 현실을 인정해야 돼. 그래도 남자가 옆에 있으면 좋은 점이 많아. 나중엔 내가 남자 몸 달구는 방법도 알려줄게. 남자도 전립선이 있다는 걸 알아?”
“아, 아니 잠시만.”
“응?”
“네가 먼저 말을 꺼내서 하는 소린데, 사실 널 부른 게 섹스 때문이었어. 사장님이랑 섹스한 이후로 머릿속에 그 생각밖에 안 나서 일상생활이 안 되더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녹아버리고 내가 바보가 된 것 같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어버려서…. 난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는 상상도 못했어.”
“…….”
“엄청 좋았단 말이야. 첫 경험이어서 그랬던 걸까? 나도 계속 하다보면 너처럼 별 거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진짜 하루 종일 그 생각밖에 안 나. 사실 지금도 섹스하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아. 사장님이 내 생각을 알면 싫어할 것 같아서 자제하려고 했는데 그게 안 돼. 이거 그만 생각할 수 있는 방법 없니?”
“…….”
친구가 란나의 질문에 입을 벙긋대면서 우물거리다가 결국 답을 하지 못했다.
란나의 말이 너무 의외였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네 말은 섹스가 너무 좋아서 계속 생각난다는 거지?”
“응. 어떻게 해야 돼, 이거?”
“도대체 어떻게 섹스를 했는데 그래?”
“좀 쪽팔린 일인데, 내가 배운대로 하질 못했어. 사장님 거기가 내 팔뚝만한 거야. 그래서 너무 무섭더라고. 저게 내 안에 들어간다는 게 믿어지질 않더라. 그래서 찐따 같이 굳어 있는데, 사장님이 키스해주면서 애무해줬어. 그래서 겨우 그게 안에 들어간 거야. 그때부터 내가 왜 무서워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짜릿하고 기분 좋았어. 정신없이 해대서 그날 5번인가 6번인가? 엄청 해버렸거든.”
“여, 여섯 번?”
란나는 친구가 자신에게 조언을 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이 친구는 남자를 사귄 횟수만 해도 5번이 넘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돼?”
“세, 섹스가 하고 싶으면 네 남자친구 불러서 하면 되는 거잖아.”
“사장님 직업이 무역이라서 해외에 자주 다닌데. 그래서 만나는 게 쉽지가 않아. 사장님이 바빠서 내가 카페를 맡을 수 있게 된 거잖아.”
“아~ 맞다. 그랬지. 하, 하하. 음, 그럼 섹스를 알게 돼서 자꾸 그 생각밖에 안 나서 죽겠다는 건데,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아.”
“역시! 너라면 방법을 알 거라고 생각했어. 방법이 뭐야?”
성욕에 눈을 뜬 란나는 해소할 수 없는 성욕을 털어낼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었다.
“일단 한 사이트를 소개시켜줄게.”
“?”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 앱 하나를 추천해준다.
“야, 이건…!”
앱을 본 순간 그녀는 친구가 권하려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이쪽 세계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곳이야. 남자 수가 점점 적어지잖아. 우리 같이 남자의 선택을 받은 여자는 소수고, 나머지 여자들은 혼자서 성욕을 해결해야 한다고.”
실제로 해가 지날수록 성인 용품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쌓인 성욕을 풀기 위해, 누군가는 남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풀지 못한 성욕을 풀기 위해 성인 장난감을 구매했다.
“이런 장난감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거야? 난 오히려 성욕이 쌓일 것 같은데.”
“…친구야, 혹시 이미 해봤니?”
“흠흠.”
란나의 두 볼이 발갛게 익었다.
그렇다.
이미 그녀는 혼자서 자기 위로를 해본 상태였다.
성능을 몰랐다면 친구의 제안에 그렇구나 하며 솔깃해 했을 거다.
하지만 란나는 이미 저런 장난감은 진짜를 당해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이씨, 도대체 얼마나 좋았기에 장난감도 싫다는 거야? 그리고 진짜 과장 1도 안 보태고 6번 한 거 맞아? 꿈 꾼 거 아니고, 진짜?”
“진짜야. 오죽했으면 아직도 거기가 욱신거린다고.”
얼굴도 잘 생겼고, 돈도 많고, 성격도 다정한데 섹스도 잘 한다?
“그런 사람이 드라마에 나오면 욕 먹어. 현실성 없다고.”
“우리 사장님이 진짜 그런 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남자가 리드하는 섹스에 6번이나 거길 키울 수 있는 체력까지 갖췄다는 게…하아, 진짜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야!”
친구의 목소리에 욕망이 깃든 걸 그녀가 못 알아 차릴 리 없었다.
도끼눈을 뜬 란나를 본 친구가 아 뜨거라! 하며 뒤로 살짝 몸을 물렸다.
“안 노려! 그냥 해본 소리야!”
“거짓말 치지 마. 진심이 가득했어.”
“흠흠흠! 미안.”
결국 란나는 친구에게 쌓인 성욕을 풀 수 있는 방법을 해결하지 못한 채로 헤어졌다.
‘괜히 말해서 암고양이 한 마리가 붙었어.’
아무래도 그 친구, 카페에서 자주 보게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직감이 들었다.
“우리 사장님은 지금 뭐하고 계시려나~?”
시간이 난다면 부디 자신에게 와서 그날의 짜릿했던 기억을 다시 새겨줬으면 좋겠다.
? ? ?
란나씨와 뜨거운 밤을 보낸 다음날, 오랜만에 다리가 후들거림을 느꼈다.
정력을 많이 올려둬서 금방 체력이 돌아오긴 했지만 이런 위기감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날 싸냈던 정액만 해도 7번인가 8번인가 그렇다.
그녀의 안에다가도 싸고 가슴에도 싸고, 엉덩이에도 싸고, 얼굴에도 싸고.
별의 별 짓을 다 했다.
마지막에는 기절까지 해버려서 막 처녀를 뗀 여자에게 너무했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다음날 쌩쌩하게 눈을 뜨는 것을 보고 내가 그녀에게 기를 쪽쪽 빨렸음을 깨달았다.
‘아쉬움이 하나도 안 남는 섹스는 오랜만인 것 같은데.’
그동안 섹스를 해도 불알이 텅 빈 기분을 느끼지 못했는데, 란나씨와의 섹스에서 비로소 오랜만에 그 기분을 느끼게 된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현자 타임’을 말하는 거다.
현타가 부정적이게 표현 되곤 하는데, 현자 타임 자체는 나쁜 일이 아니었다.
‘진짜 하얗게 불 태웠다는 느낌이 들어서 은근히 뿌듯하달까.’
란나씨에겐 잊지 못할 첫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애인 관계가 된 란나씨는 사무적인 태도를 완전히 버리진 못했지만, 조금씩 사적인 내용의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다.
사실 란나씨가 점장이 되면서 카페는 전적으로 그녀의 책임이 됐기에 메시지로 나에게 일 얘기를 할 필요가 사라진 상태였다.
때문에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사적인 내용이 주를 이루게 됐다.
‘섹스를 한 거랑 안 한 거랑 차이가 크긴 해.’
꺄아아아악! 에어플레인!!
아직 임신은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있어서 100% 임신을 성공시켜주는 아이템은 사용하지 않았다.
카페에 집중하고 싶어 하는 그녀에게 임신은 방해밖에 되지 않을 거란 계산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카페가 안정 되어야 란나씨가 다른 마음을 먹지 않을 거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바이바이! 다음에 또 만나요!
어메이징 스타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스케줄을 돌았다.
1등을 한 덕분인지 우리 인지도는 어메이징 스타에 출연하기 전과 후가 하늘과 땅처럼 차이가 났다.
나쁘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지금 해외에서 사람들의 환호와 사랑을 받으며 무대를 마치고 내려왔다.
“어제보다 더 는 것 같은데?”
“그러게. 하루만 지나도 숫자가 확확 불어나네.”
스케줄을 끝내고 차에 타서 돌아가는 길.
우리 차 주변으로 택시나 차가 우르르 쫓아오고 있었다.
저 차들이 전부 우리 팬들이었다.
우리 차를 쫓아가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하는 팬들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소속사에서 최대한 방법을 알아보고 있는데, 딱히 답이 안 나오는 모양이다.
‘도로에 전세를 낸 것도 아니고 따라오겠다는 차를 막을 방법이 없긴 하지.’
차를 따돌리려고 무리하게 운전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정말 큰일나기 때문이다.
로드 매니저가 운전에 집중하는 사이, 매니저 누나가 우리들에게 새로운 소식을 알려주었다.
“너희들한테 좋은 스케줄이 들어왔어.”
“어떤 건데 이렇게 직접 얘기를 해줘요?”
“콜라보야. 유명한 향수 브랜드인데 너희가 알려나 모르겠다. ‘르불’ 이라는 향수 회사인데.”
“르불 저 알아요. 거기 엄청 유명한 회사잖아요.”
“맞아, 향수하면 르불이거든.”
“이번에 향수를 특별 제작으로 내놓는데, 너희들을 향수 얼굴로 하고 싶다고 하네?”
“그게 좋은 스케줄인 거에요?”
“응, 사실 여기 올리비아 트리 회사에서 넣어준 스케줄이거든. 저번에 해솔이 네가 말했던 그 스케줄 말이야.”
“보상으로 준다는 그 스케줄요?”
대단한 보상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향수 회사랑 콜라보 하는 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절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순간, 매니저 누나가 이어서 설명했다.
“콜라보도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더 중요한 건 르불에서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할 수 있다는 거야. 이게 진짜 중요한 거거든. 우리 이사님도 못 들어가는 곳이야.”
“히익, 이사님도요?”
조연주 이사의 인맥으로 초반 해외 활동을 이어나갔던 우리다.
그런 사람도 초대 받지 못하는 파티라고 하니 올리비아 트리가 마련해준 보상이 정말 그 값어치를 한다는 게 실감이 됐다.
“응, 아마 파티 초대권이 진짜 보상일 거야. 거기 나가서 인맥을 넓히면 우리 그룹에 큰 도움이 될 거야. 진짜 어마어마한 부자들이나 권력자들만 올 수 있는 곳이거든. 나도 이번에 조연주 이사님이 귀띔해주셔서 알았어.”
연예인도 아주 유명하고, 인맥이 좋은 사람만이 초대장을 받을 수 있는 파티.
파티의 주최자가 르불이 아니었다면 우리도 받지 못했을 초대권을 콜라보한 덕분에 얻을 수 있게 된 거였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고, 매니저 누나는 꼭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근데 파티에 참석해도 잘 할 자신이 없어요. 저희가 거기서 인맥을 쌓을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상대 안 해줄 것 같아.”
“으으~ 벌써부터 무섭다.”
“걱정하지 마. 조이사님이 따라갈 거야.”
“헉! 조이사님이요?”
“그런 자리를 너희들만 달랑 보낼 순 없지. 너희들은 가서 조이사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연주 누님이 참석을 한다고 하니 애들의 얼굴에 안도감이 맴돈다.
아마 파티 같은 장소에 자주 다녀 본 경험이 있을 거고, 언제나 우리에게 든든한 도움을 주는 그녀이니 함께 참석한다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이 드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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