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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295화 (295/849)

〈 295화 〉 #46. 파티 초대 (1)

* * *

한민영은 눈알을 데구르르 굴렸다.

현재 그녀가 있는 곳은 집 근처의 단골 카페였다.

자신의 맞은편에는 여배우 포스를 듬뿍 내보이며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는 진주아가 있었다.

“맛 어때?”

“향이 좋네. 처음 먹어보는데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나도 그래서 여길 좋아해. 한옥 스타일 카페고 식물도 많아서 마음이 편안해지거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두 여자의 모습은 여유롭고 자연스러웠으며 훈훈한 분위기가 풀풀 풍겼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VJ가 카메라로 찍고 있었다.

그랬다.

두 사람은 예전에 약속한 적 있었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중이다.

한민영의 게스트로 진주아가 출연할 거라는 말에 피디와 작가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요즘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두 배우의 예상하지 못한 인맥은 당연하게도 스태프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저 두 사람이 모여 있으니까 분위기 미쳤네요.”

“그러게 말이야. 끼리끼리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겠다니까.”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일까요?”

“이따가 인터뷰 딸 때 물어볼 거라고 하더라.”

“예쁜 애 옆에 예쁜 애라니…. 아무것도 안하고 카페에 앉아만 있는데도 볼 맛이 납니다.”

사실 은연중에 한민영이 남자 게스트를 불러주길 바라는 눈치가 있었다.

예쁜 여자라면 알고 지내는 남자의 수준도 높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나 이 정도 남자랑 아는 사이다! 라면서 은근하게 자랑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한민영에게 마냥 불리한 일도 아니었다.

‘저런 인맥이 있으면 남자를 부르는 것보다 훨씬 좋지.’

저런 사기적인 얼굴을 갖고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뜨지 못하고 무명생활을 했다고 해서 머리가 안 좋거나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일 줄 알았다.

그런데 직접 프로그램을 같이 하다 보니 한민영이 왜 뜨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기만 한다.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연기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바닥에선 운이 없으면 절대 못 뜬다더니, 한민영이 그런 케이스였나보네.’

두 여자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대세 여배우로 자리를 잡는데 문제가 없을 터였다.

“참! 태양이 사진 보여줘. 새로 찍은 사진 있지?”

“내가 일주일 전에 보여주고 안 보냈지?”

“응. 자꾸 눈에 밟히더라.”

“태양이가 그런 매력이 있어. 애가 벌써부터 여자들을 홀린다니까.”

태양이라는 말이 나오자 스태프들의 눈이 동그랗게 뜨여진다.

아이가 있다는 걸 숨기지 않은 진주아의 자식을 말하는 것임을 모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안전을 위해서라며 아이가 있으나 자세한 신상 정보를 공식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직접적인 언급을 한 것이다.

‘이름이 태양이고, 여자들을 홀린다는 뜻은 설마 남자아이?!’

이건 엄청난 특종이었다.

남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재.

남자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 여자들에겐 큰 훈장처럼 여겨지는 게 사실이었다.

“하, 심장 녹을 것 같애.”

“후후후! 아무리 그래도 언니한텐 못 줘.”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기품을 갖고 있던 그녀들은 ‘태양’이라는 아이를 화제에 올려놓자 또래 평범한 소녀들처럼 밝아졌다.

촬영을 해서 그런지 대화를 하는 걸 조심하던 그녀들은 태양이 얘기를 하면서 은근한 주책을 부리기도 했다.

아까 전의 다가가기 힘들던 분위기도 여배우의 특별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 그림이 됐는데, 지금처럼 평범하게 수다를 떠는 소녀 같은 모습도 색다른 그림을 만들어줘서 좋아보였다.

“잘 찍어. 쉽게 보기 힘든 광경이니까.”

“옙.”

스태프들이 빡세게 집중하며 촬영을 하는 것을 모르는 두 여자의 대화는 점차 무르익고 있었다.

두 사람이 얼마나 친한지는 수다를 떨면서 충분히 어필이 됐기에 제작진은 더 이상 이곳에서 시간을 쓰지 않고 다음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리얼리티를 표방하고 있지만, 진짜 모든 게 리얼리티로 촬영 되는 경우는

“인터뷰 찍고, 자리 이동하겠습니다.”

카페에서 어느 정도 분량을 찍고 나자 제작진이 기대하고 있던 인터뷰 시간이 왔다.

“두 분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지인 소개로 알게 됐어요. 좀 복잡한데, 간단하게 말하자면 서로 지인이 겹쳤거든요. 그래서 다 같이 친하게 지내자 이렇게 된 거에요.”

프로그램에 나오기 전에 서로 말을 어느 정도 맞춘 상태였다.

해솔이와의 인연으로 만났다는 진실을 곧이곧대로 말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주아는 애초에 아현이와 로즈랑 인연이 있었고, 민영도 해솔이 덕분에 아현과 로즈랑 인연이 생긴 상태였다.

그러니 대충 서로 친하게 지내는 지인이 겹쳐서 다 같이 친하게 지내기로 했다는 말은 마냥 거짓말은 아닌 것이다.

“그 지인도 연예인이었나요?”

“아뇨. 한 친구는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고, 한 친구는 보컬 트레이너에요.”

“아~ 활동하는 분야가 연예계이긴 하시네요.”

누가 봐도 연예인 지인이길 바라는 눈치였다.

아니라고 하니 노골적으로 아쉬워한다.

“조심스러운 질문입니다만, 아까 아드님을 언급하시는 것 같던데….”

“아! 네, 맞아요.”

“그 부분은 편집해드릴까요?”

“괜찮습니다. 애초에 이 일을 시작하면서 아이에 대해 숨길 생각이 없었거든요.”

“그럼 혹시 얼굴 공개는…?”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아요.”

“역시 그렇죠? 남자아이니까.”

“남자아이라서인 것도 있지만, 제가 엄마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정말 너무 예쁘게 생겼거든요. 제 아들이.”

그래서 얼굴 공개하면 난리가 날 것 같아서 아기 얼굴은 공개하지 않을 거라고 주아가 설명했다.

“와~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까 정말 궁금하네요.”

“비방용으로 사진은 얼마든지 보여드릴 수 있어요.”

“잘 생겼다고 하니 문득 궁금해지네요. 아드님이 연예계 쪽으로 장래를 희망한다면 찬성할 건지, 반대하실 건가요?”

“원한다는데 굳이 반대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라면 응원해줄 것 같아요.”

진주아의 인터뷰는 계속 됐다.

“주아씨가 생각하는 한민영이라는 사람은?”

“민영 언니는 정말 강한 사람이에요. 단순히 힘이 세다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 자체가 강인하다고 할까요? 오랫동안 무명 생활을 하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용기가 있어서 본받고 싶은 언니에요. 배우 생활 시작하면서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인터뷰 고생하셨습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네.”

인터뷰가 끝나고 두 사람은 장소를 옮겼다.

촬영 컨셉은 민영이 친구와 함께 요리를 만들어 먹는 것이었기에 다음 촬영 장소는 민영의 집이었다.

민영이 요리에 익숙하지 못해서 요리하는 동안 제법 재밌는 그림이 나왔다.

주아는 요리를 못하는데 하는 걸 즐기는 엄마 덕분에 각종 사건사고를 익숙하게 처리해줬다.

그렇게 좌충우돌하며 겨우 완성한 요리에 스파클링 와인으로 입가심을 끝낸 그녀들은 방송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카메라가 모두 수거되고, 집 안을 꽉 채웠던 스태프들이 우르르 사라지자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맴돌았다.

촬영을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뒤늦은 어색함이 찾아 온 것이다.

두 사람이 진짜 친해서 방송을 출연한 게 아니었고, 민영은 주아를 굉장히 어렵게 생각하는 편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기왕 한 거니까 다 먹고 가도 되지?”

“응! 당연하지.”

“정신없이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좋아서 다행이야.”

“내가 너무 요리를 못했지? 미안. 원래 이 정도로 최악은 아닌데 촬영까지 해야 하니까 완전 멘붕이 왔어.”

자취를 오래 했지만 요리를 직접 해먹는 것도 은근 돈이 많이 들어서 끼니는 대부분 편의점으로 해결하는 편이었다.

해솔이 덕분에 여배우로 성공해서 각종 CF를 찍어 돈이 생겨도 그녀의 습관이 쉽게 바뀌지는 않았다.

물론 갖고 있는 돈 단위가 달라진 덕분에 편의점 식품에서 좀 더 전문적인 도시락 업체의 손을 빌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괜찮아, 요리 못하는 사람이랑 요리하면서 수습하는 게 익숙한 편이거든.”

“응?”

“우리 엄마가 요리치야. 근데 요리하는 건 엄청 좋아해서 실험정신이 넘쳐나거든. 그거 수습하려면 정말 골치가 아프다니까. 안 먹어주면 삐져서는 입술을 댓 발 내밀고 다녀.”

“정말? 귀여우시다. 헤헤.”

엄마가 요리에 자꾸 실패하는 이유는 자꾸 모험을 하려고 들기 때문이었다.

못하면 체념하고 레시피대로 해야 하는데,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선 이렇게 하는 게 더 맛있을 것 같다며 말도 안 되는 재료를 추가해버리곤 했다.

적어도 민영은 그렇게 막무가내로 행동하진 않았다.

소금을 설탕으로 착각한다던가, 미원을 소금으로 착각한다든가 하는 식의 나름 귀여운 사고를 칠 뿐.

스파클링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음식을 먹던 주아가 문득 충동을 느끼고 말했다.

“해솔이 지금 뭐하는지 연락해볼까?”

“해솔이? 부르려고?”

해솔이라는 말에 민영의 눈이 반짝인다.

이름을 꺼냈을 뿐인데 눈빛이 바뀌어버린다.

일명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 말이다.

“그렇게 좋아요?”

“응?”

“해솔이 말이에요.”

“…응. 좋아. 너도 좋잖아.”

“좋기야 좋지.”

너무 좋아서 문제다.

“일단 연락 해볼게. 올 수 있으면 오라고 해야지.”

주아는 핸드폰을 꺼내 진해솔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그와 통화를 끝내니 민영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오겠대?”

“응, 온대. 우리 집에 있었더라고. 태양이 보러 왔었나봐.”

“아…역시 아기가 있으니까 자주 보는 구나.”

민영이 부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언제나 해솔이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민영은 해솔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꼬리를 흔들었다.

“설마 아기 갖고 싶어? 지금 이 커리어 상황에서?”

“운명이 점지해준 거니까 나쁠 건 없지 않을까?”

“언니, 설마 피임 안 해?!”

“…으응.”

“배우는 어떻게 하려고 그런 위험한 짓을 해! 아기는 언제든지 낳을 수 있잖아. 좀 늦게 낳는다고 문제 될 나이도 아니면서.”

열심히 커리어를 쌓고 있는데 갑자기 임신을 하면 배우 생활이 위험해질 수 있다.

아기를 낳기만 하면 끝이 아니지 않은가?

대중들의 관심은 순식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었기에 타이밍이 중요하다.

“하여튼 진해솔이 문제라니까.”

콘돔을 쓰지 못하는 이상한 체질(?)을 갖고 있는 탓에 그의 여자들은 항상 ‘임신’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어야 했다.

언제든 자신이 임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조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아현과 주아는 피임약을 꾸준히 복용하며 관리를 하고 있다.

띵동!

그때, 현관벨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진해솔이 민영의 집에 순식간에 도착한 것이다.

“벌써 왔나 보네.”

문이 열리자 익숙한 향기와 함께 진해솔이 들어왔다.

“오늘 방송 촬영 날인지 몰랐어.”

“해솔아~!”

민영이 우다다 달려가서 해솔이의 품에 앵긴다.

그녀는 해솔이의 가슴에 뺨을 대고 비비며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 하고 있었다.

“와~”

주아는 꽃이 활짝 피는 것처럼 얼굴이 환하게 피는 걸 보며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사람 표정이 저렇게 바뀌는 건 처음 봤다.

진해솔은 민영이 앵기는 게 익숙한지 능숙하게 그녀를 번쩍 들어올려 안아주었다.

“잘 지냈어요? 오늘 촬영은 잘 했고?”

“응응. 너무 보고 싶었어.”

쪽쪽쪽! 쪽쪽쪽!

서로의 입술에 뽀뽀 세례가 쏟아진다.

사랑이 가득한 만남에 살짝 서운해진 주아가 슬그머니 해솔이의 팔에 매달렸다.

“나는?”

“누나도 잘 지냈어? 더 예뻐졌네.”

“오늘 촬영 때문에 메이크업을 받아서 그래.”

쪽쪽쪽!

해솔은 주아의 입술에도 빠짐없이 꼼꼼하게 뽀뽀를 해줬다.

“집에서 뭐했어?”

“태양이 봤지.”

“그리고 여기도 잔뜩 썼지?”

꽈악­

주아가 거침없이 손을 뻗어 해솔이의 사타구니를 잡아챘다.

힘을 받지 않았음에도 묵직하게 손아귀에 잡히는 녀석이 불끈! 하고 꿈틀댔다.

“우리한테 쓸 거 남았어?”

“…당연하지. 근데 정말 하려고?”

정화, 주아 그리고 해솔이끼리 3P는 자주 했지만, 다른 여자가 끼어서 3P를 하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앞으로 계속 같이 뒹굴면서 살아야 하는데 새삼 내외할 건 없잖아. 그리고 내가 해봐서 아는데, 섹스를 같이 하니까 다름 정이 들더라고. 몸정인 거지.”

한 남자를 공유하는 사이인지라 쉽게 맘정이 생길 수 없는 사이인데, 몸부터 가까워지니 정 붙이는 게 쉬워졌다는 뜻이다.

힘들게 서로 반목하며 살 바에야 이렇게라도 정을 쌓아서 편하게 지내는 사이가 되고 싶은 게 주아의 솔직한 바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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