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6화 〉 #46. 파티 초대 (2)
* * *
몸정을 쌓겠다며 기어코 주아 누나가 민영 누나 집에서 날 덮쳤다.
민영 누나야 기회만 있으면 마다 할 사람이 아니었기에 냉큼 분위기를 받아들였다.
두 여자는 침대에서 함께 뒹굴면서 진짜 친해지기라도 했는지 섹스가 끝나고 난 이후 둘이서 껴안고 잠이 들었다.
‘절경이네.’
내 정액을 덕지덕지 묻힌 채로 잠든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는 남자 입장에선 절로 가슴이 웅장해질 수밖에 없다.
‘이건 진짜 안 남길 수가 없는데.사진 찍을까?’
대세 여배우의 이런 투샷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일 거다.
결국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찰칵! 찰칵!
워낙 완벽한 광경이었기에 어떤 방향으로 찍든 환상적인 사진이 완성 됐다.
나는 50장이 넘도록 야한 사진을 꽉꽉 채우고나서야 만족했다.
이 사진은 나 혼자만 보고 끝내선 안 되는 사진이었다.
‘내일 일어나면 꼭 보여줘야지.’
새벽이라서 그런지 참 정신놓은 생각이었다.
뭐가 문제인지 자각하지 못한 채 기절하듯 잠든 그녀들의 몸에 묻은 정액을 닦아주고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그리고 꿀잠을 자고 일어난 다음날, 내가 찍은 역작 사진을 보여줬다가 등짝을 처맞고 사진을 삭제 당했다.
? ? ?
“다들 훤칠하네. 반짝반짝거려.”
“헤헤.”
“감사합니다.”
“오늘 다들 파이팅 하자?”
“네!”
“제키는 내 옆으로 오고.”
“예. 이사님.”
‘벤스타라’라는 화려한 도시에 도착한 우리들은 연말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처럼 맞춤 정장으로 갈아입은 상태다.
비싼 돈을 들여서 만든 옷들이었고, 머리며 화장이며 뛰어난 전문가의 솜씨가 들어가니 우리들은 본인 스스로가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의 수준이 됐다.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에 신난 멤버들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차를 타고 파티장에 도착한 우리들은 한 명씩 차에서 내렸다.
찰칵찰칵찰칵찰칵!
“기자가 있는데요?”
“그만큼 영향력 있는 파티거든.”
“오늘 우리 많이 잘 생겼는데 찍혀주고 갈까요?”
“나쁘지 않지. 이런 파티에 참석했다는 것 자체가 홍보에 큰 도움이 되니까.”
웅성웅성
저 남자들, 누구지?
남자면 에어플레인 이라는 가수들 아니야? 참석 목록에 있었잖아.
에어플레인? 그건 또 누구야.
왜 어스타 출연해서 1등한 친구들 있잖아.
어스타 출신이야? 와씨~ 얼굴 미쳤네.
이번에 쟤네들이 향수 메인 모델이었어. 어우, 실물이 더 잘 생겼네.
아무튼 찍자. 쟤네들은 찍기만 해도 돈 되겠어.
찰칵찰칵찰칵
열심히 꾸몄기에 사진을 열정적으로 찍어주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었다.
그렇게 잠시 악어와 악어새처럼 시간을 보낸 그들이 본격적으로 파티장에 입장했다.
“다들 몸가짐 조심하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는 거 알고 있겠죠?”
“넵!”
“예.”
“바짝 긴장하고 있어요. 전부 당신들을 노리고 있는 하이에나라고 생각해요. 살점을 뜯어먹으려고 하는.”
“흐익.”
우연이가 기겁을 하며 몸을 움츠린다.
우리 중에서 제일 겁이 많은 녀석이 우연이었고, 가장 걱정이 되는 녀석도 우연이었기에 남은규와 강준이 우연이를 세심하게 챙겼다.
“너는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우리 옆에 딱 붙어 있어.”
“으으, 무서워.”
오들오들 떨면서 파티장에 입장한 우리는 엄청난 광경에 눈이 동그래졌다.
‘엄청 화려하네.’
파티장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 고스란히 펼쳐져 있었다.
“진짜 긴장 된다.”
헤이! 어서 와요.
그리고 르불 관계자가 우리가 입장하자마자 맞이를 해주었다.
아!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향수 CF촬영을 할 때 만난 적 있는 얼굴이었기에 그녀의 등장에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초대에 응해줘서 고마워요. 오늘 다들 아름다우시네요.
감사합니다.
이 세계에선 남자에게 아름답다고 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칭찬이다.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르불 관계자에게 연주 누님부터 소개시켰다.
이쪽은 저희 이사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조연주입니다.
아~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명성이 대단하시더군요. 저희 파티에 와주셔서 영광입니다.
좋은 곳에 초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주 누님이 익숙하게 르불 관계자와 말을 트고 대화를 이어갔다.
방금 처음으로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친근하게 대화를 나눴다.
다른 사람에게 파티는 즐기는 놀이 장소일 수 있지만, 이곳은 연주 누님에겐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야 하는 장소였다.
누구지? 잘 생겼는데.
어? 나 알아. 에어플레인!
연예인이야?
어. 이번 르불 향수 메인 모델이잖아.
파티장에 우리를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사실 우리 인원 자체가 시선을 안 끌 수 없는 구성원이었다.
워낙 특이한 구성원들이었고, 다들 반짝반짝한 미남이었기 때문이다.
자기야, 쟤들한테 관심 생겨?
으응? 아니야. 자기야.
우리의 등장에 긴장한 사람들도 있었다.
파티장에는 압도적으로 여자들이 많았지만 남자가 적은 편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번 향수 시리즈는 정말 좋았어요.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제 애인에게 선물해주니 아주 좋아더군요. 특히 섹스할 때 짜릿했어요. 쾌락을 자극하는 향이랄까요?
르불에서 준비한 작품은 늘 고객님을 실망시켜드리지 않죠. 아! 이쪽은 저희 이번 메인 모델 ‘에어플레인’입니다. 이분은 우리 르불의 오랜 고객님이십니다. 블레싱유 대표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에어플레인입니다.
르불 관계자는 우리를 데리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소개를 시켜줬다.
우리를 데리고 다니면서 소개를 시켜주는 이유는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손님들을 위해서였다.
그들에게 이번 향수 메인 모델을 보여주며 얼굴마담을 시킨 것이다.
르불 관계자가 소개시켜주는 사람들은 저마다 회사를 하나씩 운영하고 있는 상류층이었다.
연주 누님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르불 관계자가 소개시켜주는 사람들과 안면을 텄다.
그런 누님의 옆에는 미리 말했던 대로 제키가 딱 달라붙어 있었다.
우리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상황을 지켜봤다.
“어? 저 저 사람 알아요.”
연주 누님이 능숙하게 대화를 이끌어가서 그런지 생각보다 꽤 오랫동안 대화가 이어지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었는데, 초반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우리는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한 눈을 팔게 됐다.
가장 먼저 한 눈을 팔고 입을 연 건 우연이었다.
“누군데?”
“저기 붉은 드레스 여성 분 옆에 서 있는 사람이요. 엄청 유명한 모델이었는데, 재벌 딸이랑 결혼하고 은퇴했거든요.”
“결혼한 아내랑 왔나보네.”
우연이가 말한 남자는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과 술을 마시면서 즐겁게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때때로 그 여성과 서슴없이 키스를 했는데, 덕분에 두 사람이 심상치 않은 사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냥 뽀뽀도 아니고, 찐하게 혀까지 섞는 키스를 한다고?’
아무튼 유명인을 발견하자 다른 멤버들도 혹시나 아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파티장에 온 사람들을 유심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파티장에는 유명인사가 제법 많았다.
다만 분야가 연예계 쪽이 아니라 경제계 쪽 분야의 사람들이었다.
이쪽 세계에 관련 된 지식이 다소 부족한 나는 멤버들의 말을 들으며 중요한 인물들을 머릿속에 저장시켰다.
파티장에 여성 CEO로 보이는 사람 옆에는 예쁘장한 미남이 꼭 한 명씩 끼어 있었다.
그들은 파티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게 익숙한지 여유롭게 많은 여성들과 대화를 나눴다.
연주 누님의 곁에서 제키가 해야 하는 일도 저 남자들과 비슷한 역할일 것이다.
“엄청 잘 생겼다.”
왕년의 모델이었다더니 확실히 미모가 독보적이다.
아마 우리가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래도 해솔이 형 미만 잡임.”
“흐흐, 맞아맞아.”
그렇게 잠깐씩 한 눈을 팔면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파티장 한 바퀴를 모두 돌게 됐다.
저는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네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조.
르불 관계자는 자기 할 일을 끝냈다는 듯 쿨하게 우리를 내버려두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연주 누님도 굳이 르불 관계자를 붙잡지 않았다.
사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파티에서 뭘 얻어갈지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적당한 곳에서 자리 잡고 있어. 적당히 시간 지났다 싶으면 얘기해줄게.”
연주 누님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멀뚱멀뚱 서 있는 우리에게 말했다.
“네.”
“제키는 계속 따라오고.”
“알겠습니다.”
우리끼리 남게 되자 일단 조금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무지 어색하네여.”
“뭐 좀 먹을까?”
“배 안 고픈데.”
함부로 누가 주는 음식 먹지 말라는 말을 들은지라 다들 미리 두둑하게 배를 채우고 왔다.
나는 혹시 멤버들에게 접근할지 모르는 외부 위험으로부터 어그로를 한껏 끌어주는 역할을 맡았기에 애들을 벽 쪽으로 몰고 나는 테이블이 있는 쪽을 향해서 섰다.
“생각보다 우리한테 관심 주는 사람이 없는데?”
“우리가 너무 겁먹고 있는 걸지도.”
“좀 편하게 있을까?”
아무도 접근하지 않고 방치 되는 시간이 생기자 멤버들의 굳어 있던 표정이 조금씩 풀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말이 플래그가 됐는지 여성들이 슬금슬금 우리에게 시선을 주기 시작했다.
‘안경을 갖고 올 걸 그랬나.’
에어플레인 맞죠?
안녕하세요. 네, 맞습니다.
어머! 팬이에요. 어메이징 스타 정말 잘 봤어요. 노래를 정말 잘 부르시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사진 찍을 수 있어요?
물론이죠.
오늘 파티 끝나고 바쁜가요? 혹시 우리랑 같이 시간 보낼 생각 있어요?
우리들을 향해 관심을 보이던 여자들은 사진을 찍더니 서슴없이 추파를 던졌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일정이 있어서 안 될 것 같습니다.
흐응~ 스캔들 때문에 그래요? 호호, 우리 같은 사람 만나면 스캔들 걱정은 안 해도 돼요. 그런 뉴스는 나가는 게 불가능하거든요.
이곳 여자들은 비앙카나 멜리사를 연상시켰다.
아니면 이미 임자 있는 거 아니야? 이런 예쁜이들한테 주인이 없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아, 역시 그렇겠지? 아쉬워라. 나중에 자유가 되면 연락해요. 난 상관없으니까.
여자들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납득하고 명함만 남긴 채로 떠나갔다.
그녀들의 말은 엄청 무례했지만 그렇다고 불쾌하다는 걸 드러낼 순 없었다.
여기서 함부로 행동하면 절대 안 된다고 연주 누님의 경고를 수 차례 들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지들끼리 얘기하고 가버리기도 하고.’
남자가 연예인으로 얼굴을 알리고 상류층 여성에게 선택 받아서 결혼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보니 그들에게 이런 상황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여기서 왜 그런 취급 하냐고 화내봤자 ‘쟨 왜 저럼?’ 이라는 시선이나 받을 것이다.
‘상황이 그렇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마음에 안 드네.’
연주 누님 옆에 있지 않고 멤버들 옆에 있기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애들끼리 있었으면 저런 무례한 태도에 반항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당했을 것이 아닌가?
“형, 뭐래요?”
우연이는 내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자 눈치를 보며 물었다.
“여기 사람들이 좀 무례해서. 어쩔 수 없지. 예상한 일이잖아.”
“많이 무례해요?”
“응. 너희가 못 알아들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한동안 여자들의 접근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다들 하나같이 명함을 주며 스폰을 얘기하고 관심이 있으면 연락을 하라고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이 우리에게 굉장히 불쾌한 제안이 될 수 있다는 걸 아예 짐작 못하는 눈치였다.
‘불쾌는커녕 오히려 영광으로 알라는 느낌인 것 같던데.’
명함을 주는 걸 되게 고마워하라는 눈치를 어찌나 많이 주던지.
그렇게 불쾌감이 한 장, 두 장 쌓여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
파티장으로 들어오는 한 여성의 모습이 내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아름다움 때문에 시선을 빼앗긴 게 아니었다.
내겐 너무 익숙한 여자가 파티장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인지라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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