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302화 (302/849)

〈 302화 〉 #47. 망나니 재벌들 (3)

* * *

칸나는 한숨을 깊게 쉬었다.

결국 스네이크 클럽이 해체되고, 몇몇의 인물들은 본보기라는 듯 철창신세를 졌다.

깊게 관여하지 않아 몰랐는데 단순히 마약을 하는 게 아니라 운반하고 판매하는데까지 깊게 연관 되어 있는 상태라서 실형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칸나가 스네이크 클럽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한 가지였다.

‘여전히 누가 손을 댔는지 모르겠네.’

진해솔.

물에 물 탄 듯 행동하던 그녀에게 소유욕을 불러 일으켰던 남자.

그 남자에게 미련이 남아 신경을 완전히 끊을 수가 없었다.

마치 입덕부정기에 빠진 것처럼 끊임없이 진해솔이라는 남자를 갈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사진만 봤을 때 자제를 했으면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해지진 않았을 것이다.

진해솔에 대해 궁금함이 생겼고, 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한 것부터가 잘못 된 선택이었다.

그에 대한 것을 찾아보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냥 눈 호강은 괜찮잖아?’

그런데 사진으로 봤을 때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던 남자가 직접 살아 숨 쉬는 것을 영상으로 접하게 되니 욕심이 폭발해버렸다.

저 남자를 꼭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는 포기할 수 없는 욕심이 생겨버린 것이다.

‘팬심으로 찾아보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조금씩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기 시작한 그녀는 기어코 욕심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소속사에서 거절을 했습니다.”

“…거절했다고? 그냥 CF 찍으면서 잠깐 얼굴보고 식사 한 번 하자는 건데? 혹시 돈을 부족하게 제시했어?”

CF를 찍게 됐을 때 형식적으로 관계자와 만나 식사를 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아닙니다. 아가씨께서 충분하고도 남을 금액을 제시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왜 거절을 당하지? 내가 무능하다고 욕했더니 정말 무능해진 거야?”

“죄송합니다. 다시 제안을 넣어볼까요?”

고작 이 정도 일처리도 못해서…!

“하, 그걸 말이라고 해? 혹시 언니한테 돈 받아? 내가 주는 돈으로는 부족했어? 당신 그 부족한 능력에 지금 대우가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해?”

“아가씨! 그런 말씀은….”

“변명 필요없어! 닥쳐.”

비서가 황망한 소릴 들었다는 듯 표정을 굳혔다.

그 가증스러운 표정 변화에 칸나가 컵을 들어 올려서 벽에 던져버렸다.

퍽!

챙그랑!

“나가. 필요 없으니까.”

“…진정하시면 다시 오겠습니다.”

사무실에 혼자 남게 된 칸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어떻게 된 게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

사실 그녀의 주변에 저런 무능한 것들만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후계자 자리를 포기한 이후로 그녀의 곁에 있던 인재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남은 건 능력이 부족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것들 뿐.

‘이럴 땐 말귀 잘 알아듣는 애가 있어야 하는데….’

후계자를 포기해도 그녀의 삶은 달라지지는 않았다.

시작하기 전에 깔끔하게 포기한 만큼 언니는 그녀를 너그럽게 대해줬기 때문이다.

언니는 기꺼이 그녀에게 자비를 베풀어 재산을 챙겨주었고, 큰일이 생기면 얼마든지 권력을 움직여 해결해주었다.

‘자비를 베풀어줬다고 해서 경계심을 완전히 내려놓은 건 아니었구나. 아무리 그래도 스네이크 클럽에서 나오자마자 이런 식으로 방해를 하는 건 좀 치사하지 않아?’

칸나는 진해솔과의 만남을 방해한 것이 언니의 수작질이라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수천이 걸려 있는 CF 계약 제안을 거절당할 리 없는 것이다.

까드득­

“언니를 만나봐야 하나?”

칸나의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녀가 언니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끄는 사이 다른 여자의 품에 안길 진해솔을 생각하니 열불이 터졌던 것이다.

“빌어먹을!!”

남자 때문에 미련 없이 포기했던 자리가 다시 욕심나기 시작할 줄은 몰랐다.

언니의 자리에 있었다면 진해솔을 탐내는 사람 중 하나가 되어도 문제가 없었을 거다.

저 남자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에 끼어들 자격이 있었을 거라는 뜻이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도 가만히 숙이고 있지만은 않아….”

그 남자를 가지려면 뭐가 필요할까?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권력.’

칸나의 상상이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었다.

???

스네이크 클럽이 해체 됐다.

그들의 아지트를 급습한 경찰들은 그곳에서 나온 각종 불법 증거들을 카메라에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비앙카에게 말로 들었던 단체인데, 뉴스에서 나오는 죄목들을 보니 정말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게 돈 있는 자들의 유희인가.’

제일 놀라웠던 부분은 ‘남자 사냥’이라는 말도 안 되는 짓거리에 당한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는 점이다.

남자를 납치해서 집단으로 강간을 하고 억지로 마약을 먹여서 중독 시키고, 실컷 따먹은 남자는 노예로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갖고 놀다가 지겨워지면 불법 성매매소에 넘겨버린다.

사냥감이 된 대상은 평범한 대학생도 있고, 성인일 때도 있으며, 끔찍하게도 미성년자인 경우도 있었다.

슬슬 유명세를 얻어가던 남자 연예인을 대상으로 삼기도 했는데, 인지도가 있는 사람을 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돈으로 화제가 되는 것을 철저하게 막았다고 한다.

스네이크 클럽에 소속 된 클럽원 중에는 언론사 출신 자녀가 있어서 기사를 막는 게 무척 쉬웠던 것이다.

저런 범죄자들이 우리를 주시했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우리와는 거리가 먼, 다른 나라 얘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멤버들은 뉴스를 봐도 그저 쯧쯧 혀를 차는 것으로 반응을 끝냈다.

‘사실 우리랑 아주 관계가 깊지만 말이야.’

멤버들이 굳이 이런 어두운 얘기를 전부 알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겼다.

­주인님, 어쩌죠? 회사 쪽으로 연락이 갔대요.

“회사에? 무슨 연락을?”

­걔네들 아지트에 주인님 멤버들을 다음 사냥감으로 삼았던 증거가 나왔나 봐요. 경찰들이 그걸 보고 혹여나 피해를 본 게 있는지 회사 쪽으로 연락을 한 거죠.

“…일단 알겠어.”

비앙카의 전화를 끊은 나는 뭔가 아는 티를 내지 않고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새해가 된 지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덧 달력의 반 이상이 지나간 상태였다.

우리를 찾는 곳이 국내에 있다가도 해외에서 부르기도 해서 한동안 스케줄을 하는 시간보다 이동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그리고 1월 중반에 들어서자 드디어 기대하던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은 이러했다.

1. 줌베이와 협업.

2. 멤버(우연,경태,은규) 유닛 활동.

3. 강준 연기 활동.

4. 제키 작곡 활동.

줌베이와 협업 빼고는 다들 각자 활동을 하게 되는데, 나 혼자서만 어떤 걸 해야 할지 결정이 안 된 상태였다.

소속사에서는 날 데리고 연기 활동을 시키고 싶은 눈치였는데, 나도 딱히 할 만한 일이 없으면 연기를 해야겠다고 납득한 상태였다.

다만 개인적으로 연기를 한다면 상대역으로 주아 누나나 민영 누나가 상대역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주아 누나는 작년에 신인상 후보에 올라서 아쉽게 상을 받는데 실패했는데, 현재 작품을 고르는 중이었다.

‘한 번 말해볼까?’

안경이 있어서 주아 누나와 바깥을 돌아다니는데 문제는 없지만, 미래를 위해서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았던 것이다.

뭐 그런 거 있지 않나.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이 잘 어울리면 팬들은 실제로도 사귀길 바라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말이다.

민영 누나든, 주아 누나든.

같이 작품을 하면 서로에게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근데 이걸 소속사에 어떻게 말할지 모르겠다는 거지.’

줌베이와 협업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기 전.

전담 팀과 내 활동에 관련 된 회의가 잡혔다.

“하고 싶은 거 생각해봤어?”

“연기로 할게요.”

“그래? 잘 생각했어!”

“근데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가요?”

“당연하지! 너한테 들어 온 작품 많아. 보여줄까?”

“네.”

내 대답이 마음에 쏙 들었는지 그동안 나한테 들어 온 작품 시나리오, 시놉을 한 가득이나 가져다준다.

“이게 다 저한테 들어온 거에요?”

“그런 것도 있고, 네가 했으면 좋을 것 같은 작품도 있고 그래.”

“제가 하고 싶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아요?”

“왜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우리 능력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

“어…그런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니었어요.”

전담팀을 무시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연기 쪽으로는 인맥이 다져진 바가 없는데, 소속사가 그쪽으로 힘을 쓸 수 있을지 의문이었을 뿐이다.

“준이는 작품 결정해서 오디션 준비 중이야. 줌베이랑 협업하고 돌아오면 바로 오디션 들어갈 거야. 너도 준이처럼 작품을 결정하기만 하면 돼. 그럼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연결해줄게. 물론 오디션까지야. 작품을 따내는 건 네 능력으로 해야 해.”

“물론이죠. 이것들 가져가서 읽어볼게요. 챙겨가도 되는 거죠?”

“그래그래.”

작품 시나리오를 손에 들고 가만히 생각하다가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근데 여기서 제가 바라는 역할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요?”

“흠, 남자 주인공도 가능해.”

“…정말요?”

내 연기 경력이라고 해봤자 웹드라마가 전부이다.

그 작품에서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정규 방송의 남자 주인공을 맡기에는 보여준 게 너무 적었다.

“넌 얼굴이 되잖아. 그뿐이야? 연기력도 나쁘지 않지. 이번에 어스타에서 엄청난 활약까지 보여줬어. 뭐 하나 빠진 게 없는데 주연을 맡지 못 할 이유가 있을까?”

“…아뇨. 그렇게 따져보니까 제가 꿀릴 게 없네요.”

확실히 어그로 하나는 미친 듯이 끌릴 것이다.

홍보 효과가 공짜라는 뜻이다.

“맞아. 다들 널 섭외하려고 난리야. 그러니까 넌 선택만 하면 된다는 거지. 오디션도 아마 형식적으로 이뤄질 거야. 연기가 나쁘지 않다는 게 확인 되면 무조건 합격인 거지.”

“알겠습니다.”

두 손 묵직하게 하고서 숙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의 제목을 하나하나 민영 누나와 주아 누나가 함께 있는 단톡방에 적어서 알렸다.

[태양이 엄마 : 겹치는 게 있네?]

[약쟁이 눈나 : 나도 겹치는 거 있어!]

두 사람은 나와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봤다.

특히 민영 누나는 다시 한 번 나와 작품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흥분해서 난리가 난 상태였다.

그리고 주아 누나도 의외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나는 되면 좋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제안한 건데 말이다.

이러다간 우리 세 사람이 한 작품에 출연하게 될 것 같았다.

[나 : 근데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작품보고 골라야 하는데, 같이 출연하고 싶어서 작품을 고르는 건….]

그런 식으로 작품을 골랐다가 망하기라도 하면 곤란하다.

주아 누나는 신인이고, 민영 누나는 오랜 무명 생활 끝에 겨우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 작품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그녀들의 앞날에 많은 영향을 미칠 텐데, 안일하게 작품을 고르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태양이 엄마 : 너랑 나랑 민영씨까지 나오는 작품인데 실패할 리가 없잖아.]

[약쟁이 눈나 : 맞아맞아. 실패할 리 없어. 비주얼이 완벽하잖아.]

나와 민영 누나, 주아 누나가 한 카메라에 담긴다?

내 입으로 하기에는 좀 쑥스럽지만 눈호강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드라마가 될 거다.

[나 : 그럼 작품을 좀 추려볼까?]

우리들은 서로 공통적으로 들어 온 작품들을 고르는 것으로 후보를 추렸다.

나와 겹치는 경우는 많았지만, 주아 누나와 민영 누나가 겹치는 작품은 굉장히 희소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주아 누나나 민영 누나 모두 여자주인공을 할 급이었으니 작품이 겹치게 들어오는 경우가 희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예 없는 건 아니었고, 덕분에 시나리오가 추려지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1명의 남자와 2명의 여자가 지독하게 얽히는 격정 멜로드라마.

감독과 작가의 지난 작품들도 썩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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