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2화 〉 #48. 아가씨들의 남자 (1)
* * *
“이게 정말 되네.”
“꺄악! 너무 좋아!”
진주아, 한민영 그리고 진해솔.
세 사람이 한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다!
분명 배역 오디션이 있다고 들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내가 출연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그쪽에서 바로 캐스팅 하겠다는 말을 한 것이다.
내가 가장 먼저 캐스팅이 되고 뒤를 이어서 주아 누나와 민영 누나가 순조롭게 캐스팅 되었다.
제작진 입장에서 요즘 대세라고 불리는 진주아와 한민영이 한 드라마에 나와 준다고 하니 거절 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거기다가 남자 주인공이 나다?
사기적인 비주얼의 조합이라며 벌써부터 언론에서 드라마를 기대하는 홍보성 짙은 기사가 뜨고 있었다.
<에어플레인 개인="" 활동="" 시작,="" 진해솔과="" 강준은="" 벌써부터="" 드라마="" 출연="" 잡혀….=""/>
<아가씨들의 남자="" 한민영="" 진주아="" 진해솔="" 출연="" 확정!=""/>
<이 조합에서="" 벽을="" 느낀다.="" 완벽☆="" 아가씨들의="" 남자="" 촬영="" 초읽기.=""/>
“누가 이런 팔불출 기사를 쓴 거야….”
홍보성 짙은 기사들 가운데에 부정적인 기사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기대 되는="" 비주얼="" 영상미,="" 하지만="" 연기는="" 갸우뚱.=""/>
<아이돌의 연기="" 실력,="" 웹="" 드라마="" 하나만으로는="" 부족한="" 점="" 많다.=""/>
<명품 드라마에="" 아이돌="" 끼얹기,="" 언제까지="" 해야="" 하나.=""/>
<홍보 효과는="" 만점일지도?="" 아가씨의="" 남자들="" 벌써부터="" 입소문!=""/>
대체적으로 나를 저격하는 부정적인 기사가 많았다.
주아 누나나 민영 누나는 모두 다른 드라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상태였기에 연기력으로 지적하는 건 불가능했다.
거기다가 나는 배우가 아니라 아이돌인데다 내가 보여준 연기는 웹드라마 하나뿐이지 않은가?
기자들이 물어뜯기 딱 좋은 대상이었다.
실력에 자신이 있었기에 기자들이 뭐라고 지껄여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다만.
“뭐 이딴 기사를 내지? 해솔이가 연기한 거 제대로 본 적도 없으면서 이런 기사 썼을 거야.”
“나, 나쁜 놈들!!”
주아 누나와 민영 누나가 씩씩대면서 나보다 더 크게 화를 내고 있었다.
나를 욕하는 기사를 쓴 기자의 이름을 기억하겠다며 데스노트에 적듯이 공책을 가져와 적기 시작한 그녀들.
핸드폰은 어디에 두고 공책을(그것도 검정색으로) 구해왔는지 신기했다.
“우리 연기 연습하자!”
“그래! 마침 말 잘 했다, 언니. 욕하는 사람들한테 제대로 보여주자고. 우리 해솔이가 얼마나 연기를 잘 하는지!”
하나의 목표를 정한 두 사람의 마음이 찰떡 같이 맞아 떨어졌다.
캐스팅이 되자마자 받은 대본을 누나들이 날밤 새워가며 분석하더니 나를 옆에 앉히고 공부 시키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연기 못한다고 까는 걸 보고 화를 잔뜩 냈으면서 정작 누나들도 내가 연기를 제대로 못하면 어쩌나 걱정한 모양이었다.
당연하지만 그녀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너 연기 왜 이렇게 잘해?”
“곧잘 하는 줄 알고는 있었는데 예전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아!”
내 연기 실력이 어디가서 부족하단 말을 들을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재능이 좀 넘쳐.”
“머, 멋있어….”
“아니, 언니는 거기서 또 멋있다고 얼굴 붉히면 어떡해!”
“그, 그치만.”
“언니는 좀 밀고 당기는 방법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민영 누나가 나를 한없이 좋아하기만 하는 걸 지적하면서 이어서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실전처럼 제대로 맞춰보자.”
세 사람은 그렇게 본격적으로 드라마 연습에 들어갔다.
보통 대본 리딩장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춰보는 게 정상인데 우리는 자주 교류를 하는 사이였기에 언제든 만나서 대본을 맞춰볼 수 있었다.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주연 세 사람의 캐릭터가 드라마를 이끌어나가야 하기에 이 상황을 제작진이 알았다면 환호성을 내지르지 않았을까?
내가 누나들과 대본 연습에 집중하는 사이.
경태 형, 우연, 그리고 남은규가 본격적으로 음악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유닛 활동이 오랫동안 지연 된 만큼 욕심이 많은 것 같았다.
그리고 제키는 계획했던 대로 회사에 허락을 받고 해외로 다시 출국했다.
로잘린이 슬럼프로 힘들어 하고 있으니 제키가 가서 함께 곡을 만들다 보면….
‘제키한테도 슬슬 여자가 생기는 건가?’
솔직히 처음 만났을 때 오랜만에 내 여자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여자다.
‘꼭지가 좀 꼴리긴 했어.’
하지만 제키가 워낙 예전부터 롤모델로 삼고 동경하던 사람인지라 내가 꼬시기 보단 제키와 어울리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나를 유난히 경계하는 셰인 녀석이 성가시기도 했고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제키는 로잘린을 돕기 위해 그럴싸한 핑계를 만들어 비행기 타고 날아가지 않았나.
남자가 저렇게까지 행동하는데엔 다 큰 뜻이 있는 법이었다.
갈 때는 혼자였어도 올 때는 옆이 든든하기를 바란다.
? ? ?
<줌베이&에어플레인 ‘awesome’="" Hot="" 빌보드="" 차트="" 3위="" 진입!=""/>
<어스타 인기="" ‘awesome’으로="" 빵="" 터졌다!=""/>
<심상치 않은="" 출발,="" awesome="" 인기="" 대="" 폭발.=""/>
에어플레인 ‘awesome’="" 명실상부="" 글로벌="" 히트송="" 되나?=""/
줌베이에어플레인 awesome="" 깜짝="" 라이브="" 무대에="" 팬들="" 열광=""/
주아, 민영 누나와 함께 지내며 연기 연습에 집중하는 시간이 흘렀다.
잠깐 신경 못 쓰는 사이 줌베이와 작업했던 곡 「awesome」이 빠르게 발표됐다.
다행이도 우리가 녹음했던 곡은 발표 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어메이징 스타가 끝나고 서운해 하던 팬들이 1등을 했던 에어플레인과 줌베이의 재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화제를 모았고, 좋은 결과물을 만든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해외 활동을 하지 않아도 팬들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에어플레인은 왜 줌베이랑 함께 활동하지 않는 거야? 라이브 무대 너무 좋았는데 :(
└난 그들이 새로운 앨범을 내줬으면 해.
└에어플레인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그리워!
└줌베이가 1등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해. 지금도 봐! 줌베이는 실력을 증명했어. 하지만 그들은?
└그거 이상한 의견인데. 줌베이가 1등한 건 에어플레인의 힘이 크잖아.
└에어플레인의 음색은 사기야. 특히 준이 목소리가 섹시해.
└그래서 에어플레인은 요즘 뭘 하고 있는 거야?
└너희들 소식이 늦구나. 그들은 자기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어 :(
└활동하고 있다고?! 어디가면 만날 수 있어?
└적어도 두 명은 뭐하고 있는지 알아. 준과 해솔은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지. :)
└What??? Drama???
└가수라기엔 너무 잘 생기긴했지.
에어플레인의 근황을 궁금해 하던 해외 팬들은 난데없는 드라마 촬영 스케줄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가씨들의 남자」="" 대본="" 리딩장=""/
“와~ 연기 너무 맛깔스럽게 하신다.”
“세 사람 호흡이 장난 아닌데요?”
아가씨의 남자 대본 리딩장의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주연 배우들이 혼신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니 분위기가 나빠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주연배우끼리 기 싸움이 없으니까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없네.’
제작진은 한민영과 진주아의 사이를 유심히 살폈다.
남자 배우끼리 신경전도 만만치 않지만, 여배우끼리의 신경전은 드라마 촬영 현장 분위기를 망치는 주범이었다.
“주아씨, 민영 배우랑 같이 방송 나오는 걸 보긴 했는데 정말 친한 가봐.”
카메라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사실보단 만들어진 경우가 많았다.
리얼리티 예능이라고 홍보를 하면서도 대본이 있는데, 한참 떠오르고 있는 신인 여배우들의 우정이라니?
방송을 위해 조작이 들어간 결과물이라고 보는 게 더 신빙성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 그 방송 이후, 두 사람이 라이벌이라며 싸움을 붙이던 언론 기사들이 쏙 들어가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게 찐일 줄이야!’
제작진은 두 사람을 캐스팅 하면서도 설마설마했다.
그런데 오늘.
제작진의 의심을 종결시키려는지 대본 리딩장에 두 사람이 팔짱을 끼고 함께 나타났다.
그리고 남자 주연인 진해솔과도 친분이 있었는지 세 사람이 굉장히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아마 한민영 배우가 소개시켜줬겠지. 해솔씨는 민영씨랑 같이 웹 드라마를 찍었으니까.’
한참 뜨겁게 대본 리딩이 진행 되다가 잠시 휴식 시간이 되고.
주아와 친분이 있던 배우 한 명이 세 사람의 사이를 물었다.
“그럼요, 친하니까 같이 방송에 나온 거죠. 설마 거짓말인 줄 아셨어요?”
“소속사끼리 말 맞추고 그런 경우가 많다 보니까 방송에 나와도 쉽사리 믿을 수가 없지.”
“저희 진짜 친해요. 그래서 자주 만나서 연습 했어요.”
“어쩐지~ 둘이 호흡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유가 있었구만. 근데 그 해솔 배우랑도 친해 보이던 걸?”
“민영 언니가 해솔이랑 같이 드라마를 찍었고, 저는 예전에 허니 엔터 연습생이었어요. 해솔이랑은 그때 안면이 있었죠.”
“아~! 그래? 그렇게 인연이 이어졌구나. 이야~ 덕분에 현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겠는데? 감독님, 작가님 알고 계셨어요?”
작가님과 감독님은 배우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표정은 밝았다.
배우들의 친분이 나쁘지 않게 다가왔던 것이다.
“몰랐죠. 그래도 서로 친하다니까 마음이 놓이네요. 근데 민영씨랑은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아줘요. 희성이를 두고 두 사람, 지긋지긋하게 싸워야하잖아요.”
“공과 사를 구분 못해서 연기를 못하면 배우하면 안 되죠. 걱정하지 마세요, 작가님.”
“잘 싸울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현장에 나가지 않았는데도 분위기가 벌써부터 좋으니 마음이 흡족하군요.”
물론 배우들끼리 친하다고 드라마가 잘 되는 건 아니다.
평소 눈도 안 마주치는 사이 나쁜 배우들이 나중에 베스트 커플 상을 받을 정도로 잘 나가는 드라마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서로 친해서 저렇게 열심히 연습해오는 경우라면 환영이지. 거기다가 저 배우가 캐릭터를 잘 살려주고 있어. 이번 드라마는 확실히 될 거야!’
여배우인 두 사람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감독의 눈에 들어오는 배우는 여배우가 아니었다.
남자 아이돌 출신이라서 캐스팅 되고 난 이후 고민을 많이 하게 했던 진해솔이다.
연기력보다 압도적인 인지도에서 오는 홍보 효과에 굴복하고 바로 캐스팅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된 것이다.
‘그땐 민영씨랑 주아씨가 캐스팅되기 전이라서 반드시 붙잡을 수밖에 없었어.’
과연 밉상이 될 수도 있는 캐릭터를 그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진해솔이 연기 할 희성이라는 남자가 아주 매력적이어야 했다.
그래야 두 여자가 ‘희성’을 두고 싸우는 게 설득력 있게 느껴질 거다.
‘그래서 걱정이 많았는데 말이야.’
전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진해솔의 비주얼이 모든 개연성을 씹어 먹고 있었다.
잠시 휴식 이후 다시 대본 리딩이 진행 된다.
“정말 예쁜 사람이야. 너한테 꼭 소개시켜주고 싶었어. 만나면 누나도 좋아할 거야!”
“…아, 그래?”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날 생각 하니까 너무 기대 돼!”
“사랑한다고…후, 나보다 예뻐?”
“어? 그건 생각 안 해봤는데. 으음~ 내 이상형은 확실히 민아 쪽일지도?”
“…….”
누가 봐도 눈치 없는 행동을 하는 희성.
자신 앞에서만이라도 내가 제일 예쁘다고 말해주길 바라는 게 여자의 마음이 아니던가?
순간 몰려오는 서운함에 울컥해서 희성을 째려봤다.
아니, 째려보려고 했었다.
“그…!”
“웅?”
그런데 얼굴이…얼굴이!!!
“아, 아니야, 아이스크림 맛있어?”
“응! 한 입 먹을래?”
침 범벅이 된 아이스크림.
왜 이렇게 맛있어 보이는 걸까?
살만 찌고 좋아하지도 않는데!
꿀꺽
“그, 그럴까? 그럼 딱 한 입만 먹을게.”
얼굴이 너무 예뻐서 화가 나질 않는다는 말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진해솔.
결국 예비 남편의 침이 묻은 아이스크림을 탐내는 것으로 화를 풀어버린다.
“키야~”
“와, 이게 진짜 공감이 되네.”
“좀 무리수 아닐까 생각했는데, 캐스팅 진짜 잘 했다.”
대본 리딩을 하고 있던 주변 사람들이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감독과 작가도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대본 리딩은 이후로도 이런 분위기로 이어졌다.
세상을 꽃밭 동화 속에서 사는 희성.
그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강민아(한민영)와 남소라(진주아).
세 사람의 케미에 리딩장은 끝날 때까지 화기애애하게 진행 됐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