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334화 (334/849)

〈 334화 〉 #50. 벌 (4)

* * *

짹짹!

“아….”

정신을 차린 비앙카가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온 몸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진다.

찌릿한 고통에,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서 잘 떠지지도 않았다.

“하으, 몇 시지?”

목소리도 다 쉬어서 걸걸하다.

온전히 멀쩡한 곳을 찾는 게 더 쉬울 정도로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한계를 넘어서까지 쥐어 짜인 후유증인 것이다.

‘멜리사 그년은….’

침대 위에 있는 건 자기 혼자였다.

기절하기 전까지만 해도 멜리사와 주인님이 함께였는데 말이다.

허전함과 더불어 서운함이 밀려온다.

‘…정말 제대로 벌 받아버렸네.’

주인님께 처음으로 혼났다.

비앙카는 한숨을 푹 쉬었다.

‘너무 나대긴 했어.’

주인님에게 벌을 받았지만, 원망이라거나 억울함을 느끼진 않는다.

물론.

“멜리사….”

동생에 대한 원망과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마 그녀의 몸에 난 상처가 다 사라진다 해도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런 깜찍한 짓을 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나본데….”

사람 잘못 봤다.

웬만한 것은 봐줄 수도 있었겠으나 엉망으로 당하는 자신의 옆에서 얌채처럼 주인님의 정액을 독차지한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기껏 그녀가 열심히 쌀 때까지 자극을 해놓으면 멜리사가 달라붙어서 자신에게 달라며 입을 내밀었고, 주인님은 기꺼이 벌을 받고 있는 자신 대신에 멜리사를 선택했다.

한 마디로 그녀는 죽 쭤서 개준 것이나 다른 없는 것이다.

“시발년…적당히 했어야지.”

비앙카가 벌을 받는 게 흔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기회를 잡았을 때 뽕을 뽑겠다는 의도가 보였다.

그뿐인가?

그녀가 다치는 건 아랑곳하지 않고 그 큰 트롤 자지를 마구 쑤셔 넣었다.

덕분에 비앙카는 잠깐 정신을 놓고 형편없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시바알…완전 느꼈다고.’

가뜩이나 구멍의 처음을 주인님의 자지가 아닌 트롤 자지에게 따먹혔음이 절망스러웠는데, 사정 봐주지 않고 쑤셔 넣는 멜리사 때문에 잔뜩 느껴버리기까지 해버렸다.

그런 거근의 맛을 알게 되면 되돌릴 수 없어질 거다.

주인님이 서방님으로 트롤자지를 모시라고 이죽였을 때 설렜다는 건 죽어도 밝힐 수 없는 그녀만의 비밀이 되어버렸다.

“아흐, 아프잖아. 퉁퉁 부었네.”

비앙카는 일단 멜리사에 대한 증오를 묻어두고, 자신의 몸 상태부터 확인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곳은 뒷구멍이었다.

그렇게 큰 게 거침없이 드나들었는데 신기하게도 뒷구멍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쫀쫀하게 조여져 있었다.

멜리사가 말했던 것처럼 기저귀를 찰 일은 없는 것이다.

‘부은 건 치료 안 해주셨지만, 그래도 구멍은 치료해주셨구나.’

다행이었다.

퉁퉁 부은 것은 나중이 되면 낫겠지만, 트롤 자지에 길이 들어버린 구멍이 헐렁해져버린다면 정말 좌절했을 거다.

허벌이 되어서는 주인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하지 않는가?

멜리사가 쫀쫀한 자기 구멍을 내어보이며 주인님을 유혹할지도 모른다.

그럼 자신은 아무 말도 못하고 주인님의 총애를 빼앗기겠지!

“죽여 버리고 싶지만 주인님 메이드고 내 동생이니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당분간 잔뜩 괴롭혀줘야겠어.”

비앙카는 악의에 가득 찬 미소를 짓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참 이상한 일이다.

정신을 놔버릴 만큼 벌을 받았는데, 다 끝나고 나니 오히려 정신이 맑아졌다.

다만 어제 주인님이 비앙카에게 했던 명령들이 머릿속에 빙빙 돌아다녔다.

아무리 정신없을 때 들었던 명령이지만, 주인님의 명령을 흘려 들을 수 없었으므로,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다시금 명령을 되새긴 비앙카는 눈을 반짝였다.

제대로 교육을 받은 노예는 한층 더 착실하게 주인님을 모실 준비가 된 상태였다.

‘주인님을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 뭔지 알겠어.’

그동안 주인님을 위한다는 걸 핑계로 했던 행동들이 잘못 됐다는 것은 알겠다.

‘사실 납득하진 못했지만 주인님이 그렇다고 하시니 그런 거겠지.’

노예는 많은 걸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저 주인님을 위해서, 주인님이 시키시는 것을 해내가면 된다.

‘이대로 버림받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여전히 무르시네.’

그녀가 인형으로 태어났을 때가 떠오른다.

주인님은 모르고 있지만, 비앙카는 이미 한 번 주인님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반품 되었던 적 있는 중고 인형이었다.

지금의 자비로운 주인님께서는 불량품인 자신을 버리기보단 고쳐서 사용하는 것을 선택했지만, 전 주인은 건방진 비앙카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다.

온갖 명령들로 그녀의 움직임을 강제하고, 막았으며 생각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아니라 깃든 몸을 더 소중하게 생각했으니까.’

비앙카가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끔찍하게 생각했다.

전 주인이 사랑했던 여자의 성격대로 연기하고 행동하도록 했던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인형에 가둬 버려놓은 주제에, 세기의 사랑이라도 하는 척 했었지. 가증스러운 새끼.’

전 주인은 지독한 스토커였다.

아무리 사랑을 구걸해도 받아주질 않다보니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자신을 구매해서 몸을 빼앗은 후, 짝사랑하던 여자의 몸에 깃든 그녀에게 몸 주인을 흉내 내게 한 것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인형 티를 내면 가차 없는 폭력이 뒤따라왔다.

그땐 비앙카도 주인님을 가진 게 처음이다보니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행동했다.

그녀의 존재 목적이 주인님을 위한 것이므로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전 주인은 비앙카를 배신했다.

어느 날, 너는 진짜가 아니라며 인형에 가둬둔 ‘진짜’를 몸에 다시 불러들였다.

‘요즘 말로 먹버라고 하던가?’

주인님을 위해 시키는 것은 다 했었다.

스스로의 자아를 버리고 남을 연기하는 게 그녀라고 좋았을 리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결과는 끔찍했다.

그래서 그런지 전 주인에게 받았던 충격과 배신감이 잊히질 않았다.

이미 다른 주인님을 모시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 버림받을 일도 없을 텐데, 뭐가 그렇게 무서워서 바보 같이….”

아마 두려웠던 것 같다.

한 번 더 버림받게 되면 폐기 당하게 될 걸 아니까.

이미 진짜 몸 주인과 동화 되어 하나가 되었고, 주인님이 전주인처럼 이 몸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한참동안 생각을 정리한 비앙카가 엉거주춤 일어나 방에서 벗어났다.

어쩐지 벌을 받고 나니 마음이 편하고 가벼웠다.

그 편안함이 얼굴에도 묻어나왔는지 비앙카의 얼굴에 은은한 부드러움이 서렸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얼굴이라는 게 아쉬울 정도로 말이다.

? ? ?

드라마는 호평을 받으며 시청률 10%를 가볍게 뚫고 올라갔다.

화수가 늘어날수록 조금씩이지만 시청률이 계속 올라가서 가뿐하게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쟁취할 수 있었다.

시작 전부터 경쟁작들이 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실제로도 경쟁작들의 시청률은 3~5% 미만이었다.

우리 드라마는 잘 안 될 수가 없는 기세를 탄 것이다.

시작할 때는 나와 누나들의 비주얼을 이용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 되고 있는 지금은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과거 두 사람의 지긋지긋한 악연이 이야기 흐름의 중심이었다면 드라마 중반부터는 희성의 숨겨진 과거와 악연이 드라마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고 있었다.

“납치라….”

어릴 적 나를 납치했던 적 있던 납치범.

그 납치범이 형량을 모두 살고 교도소를 나와 또 다시 희성을 노렸다.

나름 요즘 현실의 아픈 면을 꼬집는 장면이기도 하다.

‘남자 아이를 노린 범죄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니까.’

그 때문에 정화씨가 태양이를 항상 옆에 끼고 다니고, 어딜 맡겨놓고 생활을 하지 못한다.

나도 걱정 돼서 정화씨가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하지 말란 소리를 못하겠더라고.

만약 내 자식이 희성처럼 납치 피해자가 된다면?

‘끔찍한 일이 생기겠지.’

한평생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태양이를 건드린다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다시 드라마 얘기로 돌아와서, 희성은 어릴 때 당했던 것처럼 끔찍한 납치를 또 다시 당하게 된다.

그리고 희성이 납치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여자가 처음으로 손을 잡고 희성을 구해내기 위해 의기투합을 한다.

평생 서로를 라이벌로 싸우던 여자들이 한 가지 목표를 두고 힘을 합쳤을 때, 어마어마한 효과를 만들어내게 되는 것이다.

“뭔가 위험한데?”

“네? 뭐라고 하셨어요, 감독님.”

“아니, 묶여 있는 걸 보니까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그림이 자극적이라서 말이야.”

“자극…적이요?”

설정상 납치를 당했기 때문에 촬영을 위해서 손과 발이 묶여 있어야 했다.

식은땀을 재현하기 위해 머리카락이 살짝 젖어 있고 헝클어져 있었으며, 분장을 통해 입술은 매말라 까칠해보이도록 만든 상태이기도 하다.

그러나.

“얼굴색도 창백하게 하고, 입술도 하얗게 만들어놨더니 이걸 뭐라고 해야 되냐?”

“저 알 것 같아요. 병약미!”

“헉! 그래, 바로 그거야! 병악미!”

감독님과 스태프가 찰떡처럼 맞장구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최대한 초췌해보이게 해달라고 했는데 부족했나요? 누나가 최선을 다 했다고 하던데….”

정말이다.

이런 씬을 찍는데 예쁘장하게 나오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화장 해주시는 분한테 비주얼 신경 쓰지 말고, 최대한 리얼하게 초췌한 모습이 되도록 만들어달라고 요청을 했던 것이다.

한참 내 얼굴을 갖고 씨름을 하더니 마지막에 자긴 최선을 다 했다며 한숨을 쉬던 게 좀 이상하긴 했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음, 최선을 다한 것 같긴 해. 진짜 아파보이긴 하거든. 문제는 그걸로 희성이 미모가 죽질 않는다는 건데….”

감독님 말은 초췌하게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너무 예쁜 게 문제인 듯했다.

촬영을 하기 전, 감독님은 나를 따로 불러서 이 장면을 최대한 진지하게 가고 싶다고 하셨다.

여태까지 가벼운 분위기에서 진행 됐는데, 굳이 분위기를 바꾼다는 게 좀 의아할 수 있는데, 감독님 슬하에 아들이 있다는 점에서 대충이나마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게 희성이 잘못은 아니지 않나요? 예쁜 게 죄라면 몰라도요. 예쁜 척하느라 연기 제대로 안 할 사람도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시죠. 여기서 뭘 더해도 저 얼굴이 죽진 않을 거에요.”

“좀 어둡게 하면 안 되려나?”

“애 경극에 내보낼 생각이세요?”

“크흠, 어쩔 수 없지.”

“얼굴이 안 보일 정도로 열심히 연기해볼게요.”

내가 생긋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하니 감독님이 껄껄 웃으면서 기특하다는 듯 어깨를 토닥였다.

“오늘 촬영 잘 부탁드립니다.”

희성을 납치하는 범인 역할을 맡은 배우와도 인사를 나눴다.

그녀는 범인답게 꽤 험악하게 생긴 얼굴과 심상치 않은 덩치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자, 자, 잘 부탁드립니다아….”

현실에서의 성격은 비주얼과 너무도 다른 소심 그 자체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이래서야 정말 범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 정도였는데, 내가 미리 촬영장을 찾아와 그녀가 하는 연기를 봤을 때 괜한 걱정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게 명품 조연인 거지.’

그녀는 무명인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만큼 엄청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였다.

스윽­ 스윽­ 스윽­

무언가 날카로운 것을 갈고 있는 섬뜩한 소음.

차가운 시멘트 바닥과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비추는 작은 불빛 아래.

희성의 손발이 묶인 채로 정신을 떴다.

“으음….”

스윽­ 스윽­ 슥­!

희성이 천천히 눈을 뜨면서 신음을 흘리자 일정 속도로 소리를 내던 움직임이 뚝! 하고 멈췄다.

희성은 지끈거리는 머리와 움직여지지 않은 몸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아?”

딱딱한 바닥에서 올라오는 찬기가 희성의 정신을 빠르게 되돌린다.

그리고 희성의 커다란 눈동자에 두려움이 섞이기 시작했다.

익숙한 장소와 소음 그리고 비릿한 냄새까지.

어릴 적 한 번 경험해본 적 있었던, 꿈에 나올까 두렵기까지 했던 그날의 기억이 다시금 들춰지는 순간이었다.

“흐, 흐흐…희성아…깼니? 잘 잤어?”

“히익!”

삐쭉!

머리를 곤두서게 만드는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희성의 귀에 꽂혀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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