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338화 (338/849)

〈 338화 〉 #51. 훈훈한 미담 (4)

* * *

“너 기사 났는데?”

촬영장에서 대기하던 중.

주아 누나가 갑자기 이상한 얘길 해왔다.

“응? 나?”

“응, 너 인터넷에서 지금 화제야.”

“!!”

화제라는 소리에 좋은 일보단 나쁜 일인가 하는 걱정부터 들었다.

깜짝 놀란 나는 황급히 핸드폰을 확인했다.

무음으로 해놔서 몰랐는데 부재중 전화와 문자가 꽤 많이 와 있었다.

“나쁜 일은 아니고, 백강이씨가 인터뷰를 했는데 거기서 널 칭찬했나봐.”

나쁜 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철렁했던 심장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의외의 일이었던 건 맞았기에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선배님이?”

“흐음, 그날 이후로 촬영 같이 한 적 없지?”

“응. 들은 얘기도 없었는데.”

마침 매니저 누나도 소식을 전달 받았는지 허겁지겁 달려와서 내게 상황을 알렸다.

“누나가 알려줘서 나도 방금 알았어. 무슨 인터뷰 했다면서.”

“응, 방금 회사에서 인터뷰 내용 보내줬거든? 확인해볼래?”

“응.”

사실 예상하지 못한 기사가 나면 소속사는 난리가 난다.

그나마 좋은 기사라서 다행이지, 나쁜 기사라도 나면 그날 야근은 확정인 것이다.

아마 오늘도 하루 종일 긴장하면서 기사 나는 걸 예의 주시하게 될 거다.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모든 일에는 돌발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연락 드려야겠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칭찬을 받네.”

“어어~ 맞아. 그게 제일 먼저지. 아무튼 상황이 나쁘진 않아. 훈훈한 미담으로 알려져서 다들 칭찬이 자자해. 예의바르게 감사하다고 인사해.”

백강이 선배님이 했다는 인터뷰를 확인하니 좋은 말을 많이 해준 걸 확인 할 수 있었다.

무명 배우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내 행동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잔뜩이다.

‘이런 기사에도 악플을 다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백강이 선배님의 인터뷰에서 내 칭찬만 쏙 빼서 각종 기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소속사에서는 나쁘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는지 적극적으로 기자들에게 협조하는 모양이었다.

“언제는 왜 그런 짓 하냐며?”

“그래그래, 네가 평소에 그렇게 착하게 행동하니까 이렇게 복으로 돌아오네. 내가 잘못 생각했다. 그래도 아무나한테 그런 호의 보이는 건 안 좋아.”

매니저 누나는 네 친절을 이용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백강이 선배님을 집에까지 태워다 준 걸로도 잔소리를 꽤나 들었는데, 또 시작한 것이다.

“알았어. 그만그만! 나도 사람 보면서 도와주는 거야. 아무한테나 잘 해주는 거 아니거든?”

“뭐 그만그만이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인 것 같은데 새겨들어.”

문제는 옆에 있던 주아 누나도 매니저 누나와 합세해서 잔소리를 했다는 거다.

머리가 어질거릴 정도로!

“이번 기회에 네 미담들을 좀 풀어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미담? 무슨 미담?”

“네가 기부했던 것들. 딱히 언론 플레이 하지 않았잖아. 그거 이번 기회에 터트릴까 해. 기회가 너무 좋은 것 같아서.”

“기부 얘기는 한 번 터트린 적 있잖아.”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부터 꾸준히 기부는 하고 있다.

단순히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기부를 한 것도 있지만, 세금공제를 위해서 그리고 연예인으로서 꾸준한 기부는 이미지 관리에 도움이 되기에 한 것도 있었다.

물론 그걸 노골적으로 홍보하지는 않았다.

적절한 타이밍에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쓸 생각이었다.

이미 극성팬과 얽혀서 기부 이미지를 한 번 챙겼는데 굳이 연속으로 기부 얘기를 꺼내 화제를 이어간다?

‘효과가 덜할 텐데.’

더군다나 내가 꾸준한 기부를 시작한 건 오래 된 일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좀 더 묵혀뒀다가 터트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선배가 후배 칭찬한 걸로 끝내자. 여기서 뭘 더하는 건 별로야.”

“이런 흐름이 자주 오는 게 아닐 텐데 아깝지 않아?”

“별로? 선배님한테 감사 인사드리고 끝내는 게 맞는 것 같아.”

선배님이 좋은 마음으로 칭찬해준 걸 소속사에서 손대기 시작하면 수상함을 느낀 사람들이 악플을 달기 시작할 거다.

요즘에는 이 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이 많아서 손을 대면 손을 댄 티가 났다.

“그리고 기부하는 게 그렇게 칭찬 받을 일은 아니지 않아? 나보다 더 많은 돈을 꾸준히 기부하는 선배님들이 한 둘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

“거봐, 식상하다니까. 하지 말아줘.”

매니저 누나가 아깝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소속사가 손을 쓰지 않으면 나에 대한 미담은 금방 들어갈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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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진해솔의 미담에 누리꾼들, “진짜야? 가짜야?”]

­몇 달 전 우리는 유명 연예인 O모씨의 갑질 녹취록이 터지면서 논란이 된 바가 있다.

O모씨는 현재 인격 모독과 더불어 서슴없이 저지른 폭행에 형사, 민사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연예인들의 이러한 갑질은 현재도 ‘인기’라는 괴물의 힘을 받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오늘, 뜻밖의 인물에 대한 미담이 봇물 터지 듯 쏟아지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바로 진해솔.

그는 ‘어메이징 스타’에 출연하여 인기 아이돌 스타로 발돋움했으며 압도적인 비주얼로 관계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러브콜을 받고 있는 별들의 별이다.

(…중략)

평소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다는 진해솔.

필자는 좀 더 깊숙하게 그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익명의 관계자가 한 말에 따르면 “그는 매우 깔끔한 매너를 갖고 있다.” 라고 했으며, “굉장히 프로페셔널하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고선 절대 지각을 하지 않는다.”라고도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벼락 스타로 발돋움 하고 있는 백강이 배우의 인터뷰에선 진해솔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며 놀라운 미담을 쏟아내기까지 했다.

(…중략)

앞서 말한 놀라운 일화는 단순히 벼락 스타가 된 백강이 배우에게 한정 된 친절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현재 진해솔은 「아가씨들의 남자」에 출연하여 성공적으로 주연 배우 데뷔를 마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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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이 각팍한 세상에 훈훈한 미담을 보게 되니 기분이 참 보기 좋네요 ^^

└저렇게 잘 생긴 남자가 인성까지 좋다고? ㅜㅑ

└원래 예쁜 애들이 더 착한 법임.

└소속사 일 잘하네 ㅋ

└ㅉㅉ 또 불편충 나왔네.

└에어플레인 영원하자! 진해솔 사랑해!

└연기도 잘해, 노래도 잘해, 춤도 잘춰, 인성도 좋아. 뭐 하나 못 가진 게 없는 것 같지만 단 하나 갖지 못한 게 있지. 그건 바로 나!

└주접 ㄴ

어째 상황이 묘하게 됐다.

그저 잠깐 화제를 모으고 사라질 줄 알았던 내 미담이 이 기자의 기사로 다시 한 번 불이 붙어버린 것이다.

덕분에 촬영하느라 빼놨던 스케줄이 다시 빡빡해지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현재 여러 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내 미담에 대한 반응을 보고 싶어 하는 곳이 많았다.

소속사에서는 내 말을 듣고 그냥 넘기려 했던 기회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다시 힘을 받게 되자 얼씨구나 좋아라 하는 중이었다.

이미 한 번 인터뷰를 보고 감사 인사를 했지만, 다시 한 번 선배님에게 감사 인사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백강이 선배님은 현재 엄청난 흐름을 만들어낸 사람치고 굉장히 소심했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어…. 혹시 나 때문에 곤란해진 거야?’

나에 대한 미담으로 칭찬을 배 터지게 먹고 있는데 곤란해질 리가 없다.

당연히 그렇지 않다며 불안해하는 선배님을 달랬다.

나와 관련 된 미담은 이제 시작을 한 백강이 선배님의 완전히 떠난 상태다.

“덕분에 시청률이 4%나 올랐대.”

“진짜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게 맞아?”

“당연하지. 네 기사보고 착하다면서 드라마 봐준 거잖아.”

특히 후속 기사가 터지면서 내 이미지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커져나가고 있었다.

후속 기사는 소속사에서 직접 손을 쓰겠다고 했다가 내가 직접 거절한 ‘기부’ 관련 내용이었다.

흐름을 탄 기자들이 내게 또 다른 미담은 없는지 파내기 시작했고, 내가 평소 기부를 꾸준히 해왔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아마 이번 일로 조회수를 꽤 달달하게 뽑아냈으리라.

“큰일이네.”

“엥? 좋은 거 아니에요? 왜 큰일이라고 하는 거에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소속사도 나도 슬슬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요즘 유닛 활동으로 바쁜 우연이지만, 오랜만에 휴식을 받아 나와 함께 소속사에 왔다.

사실 우연이와 유닛 활동을 하는 경태 형과 남은규도 함께 동행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녀석들도 오랜만에 얻은 귀한 휴식시간이라는 걸 알기에 딱 한 명만 결정해서 따라오라고 했다.

‘그 한 명이 우연이가 될 줄 모르고 말이야.’

가위바위보의 결과 승리자는 막내 기우연이었다.

우연이가 싫은 건 아니지만, 솔직히 썩 도움이 되는 인선은 아니었다.

“적당히 칭찬을 받는 건 나쁘지 않은데, 지금은 너무 과포장 됐잖아. 이러다가 누가 초라도 쳐봐. 내가 지금 받은 칭찬의 몇 배 이상의 악플을 받을 걸? 그래서 심각하다고 한 거야. 굳이 얹지 않아도 될 짐을 얹게 됐으니까. 솔직히 내가 진짜 착한 건 아니잖아.”

갑질을 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사처럼 착한 사람인 건 아니다.

그런데 대중들은 이미 나에게 천사라는 이미지를 박아버렸다.

“음, 그래도 일단 칭찬 받는 거니까 좋은 거잖아요.”

우연이는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지 계속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나는 우연이가 이해할 수 있을 예시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했다.

“예를 들어서 누가 나한테 막 추파를 던져. 그게 짜증나서 꺼지라고 화를 냈어. 근데 그 추파 던진 여자가 나한테 억하심정이 생겨서 인터넷에 자기 좋을 대로 편집해서 글을 올렸어. 자, 이제 어떻게 될까?”

“우엑­ 너무 싫어요.”

“단순히 싫은 걸로 끝나는 게 아니야. 내가 지금 칭찬을 받은 만큼 실망하겠지. 원래 믿었다가 배신당하는 게 더 뼈아픈 거잖아.”

“음, 그렇긴 하죠. 미담이 괴담이 되겠어요.”

“바로 그거야. 내가 우려하고 있는 일이.”

실제로 내 미담 기사에는 악플이 존재한다.

자기 경험담인데, 진해솔이 그렇게까지 착한 사람이 아니라면서 말이다.

그 댓글은 거짓말일 수도 있고, 나한테 추파를 던졌다가 냉정하게 쳐내진 여자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지금 그들의 의견이 무시당하는 건 나를 칭찬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언젠가 끊겨. 그럼 언젠가는 악플이 주목 받게 되는 날이 오겠지.’

물론 지금이라도 내가 몸을 사린다면 악플이 주목을 받게 된다 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평판을 생각해서 여자의 추파를 인내한다?

‘절대 싫어.’

안하무인으로 추파를 던지는 여자들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내 기분을 모를 거다.

‘어떨 때는 아이템으로 보복하고 싶을 정도라고.’

내가 천사라는 이미지를 갖길 원했다면 또 모른다.

꾸준히 기부를 한 이유는 겸손하고 예의 바른 청년 정도의 이미지를 위해서였지, 지금 받고 있는 과분한 찬사를 원한 게 아니었다.

과한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부담스러워한 거였구나~”

“그렇지.”

우연이 드디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매니저 누나는 드라마 내용도 지금 흐름을 만들어낸 이유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하필 희성이 네가 드라마에서 아동 납치 범죄 피해자 역할로 나오는 상황이라 과할 정도로 호감을 받고 있어.”

“그럼 이제 어떡해요? 형 완전 큰일 난 거 잖아요.”

기우연이 걱정이 가득 담긴 얼굴로 물었다.

“어떡하긴, 지금 이미지를 바꿔야지. 소속사에선 기자들한테 말해서 슬슬 기사 좀 내려달라고 해줘. 이 정도면 내 기사로 뽑아 먹을 건 충분히 뽑아먹었잖아.”

“응, 그렇게 할게.”

내 현재 배역인 ‘희성’ 캐릭터로는 착한 이미지를 벗는 게 쉽지 않다.

배역도 결국 꾸며진 캐릭터일 뿐이기에 이미지를 바꾼다고 내 평판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지금 당장은 인터뷰를 통해서 수습을 하자.”

“그 걸로는 해결이 안 될 걸? 겸손하다고 오히려 좋아할 것 같은데.”

매니저 누나의 말대로 사람들은 아마 나를 더 칭찬할 거다.

그게 현재의 흐름이었으니까.

“인터뷰로 끝내진 않을 거야. 근데 나 혼자로는 못하는 방법이야. 멤버들 협조가 필요해.”

“뭐든 말만 해여! 다 해줄게요!”

기우연이 내 도움 요청에 콧구멍을 벌름거리고 가슴을 활짝 펼치며 자신감을 드러낸다.

나는 우연이에게 간단하게 방법을 말했다.

“리얼리티 예능. 우리 그거 하자.”

우리에겐 유티비 채널이 있다.

현재는 멤버들과 다 함께 활동을 하지 않아 영상이 올라오는 게 드문해진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채널은 소통 창구로 사용하기 알맞았다.

‘어스타’와 ‘국내 활동’을 통해 구독자가 꽤 많이 늘어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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