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4화 〉 #53. 도움 요청 (7)
* * *
“아니….”
왜 그쪽이 날 그렇게 불러요.
“앗!”
칸나씨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얼굴이 빨개졌다.
나는 한숨을 쉬고 나서 말했다.
“얘네들이 그렇게 부른다고 해서 칸나씨까지 그렇게 부를 필요는 없어요.”
“아! 저는 그렇게 부르면 안 되나요?”
“…되고 말고를 따질 게 아니지 않을까요.”
비앙카는 인형 출신이라 주인님이라 부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고, 멜리사는 조교를 당해 내게 주인님이라고 부르게 됐다.
하지만 칸나씨는 아무 것도 건드려진 게 없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가?
‘평범한 사람이 태연하게 날 주인님이라고 부른다고?’
아마 칸나씨는 저 주인님이라는 단어를 좀 가볍게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
‘성적인 의미로 생각했나?’
주인님과 노예 플레이 같은 거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진짜 ‘주인님’과 ‘메이드’ 사이였음으로 칸나씨에게 그걸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주인님이라는 단어가 칸나씨에겐 너무 위험하다.
‘저런 외형을 가진 소녀한테 주인님이라고 불린다고? 어우야, 내 양심 괜찮냐?’
가뜩이나 해지고 해져서 겨우 모양새만 갖추고 있는 내 안의 도덕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들 거다.
“듣기 좋은데 왜 그러세요? 그리고 우리가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가문을 갖게 해준다는데 당연히 주인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요?”
“주인님은 나만 부르고 싶은데….”
“얘는 갑자기 맹해져서 왜 이래?”
기겁한 나와 달리 비앙카는 칸나씨가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른 것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멜리사는 뜬금없이 나에 대한 집착을 보였고 말이다.
‘이놈의 재벌 딸들 취향이….’
다들 나를 주인님이라 부르지 못해 안달이 나 있다.
비앙카도 멜리사도 칸나씨도.
모두 재벌 가문 핏줄의 대단한 사람들인데 왜 이러나 싶다.
‘이러다간 재벌들한테 편견 생기겠어.’
바깥에 나가면 그녀들에게 고개를 조아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미묘한 우월감을 느끼면서도 반대로 내가 얘네들 성 취향에 이용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매우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비앙카 말은 무시해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렇게 부를 필요 없어요. 얘네들은 그냥 자기가 그렇게 부르고 싶어서 부르는 거거든요. 큰 의미 없으니 따라하실 필요 없는 겁니다.”
“…그럼 말이라도 편하게 해주세요. 제가 나이도 더 어리고, 감당 안 될 은혜를 베풀어주시기까지 했잖아요.”
“후우, 그럼 그럽시다.”
칸나 씨의 부탁을 안 들어주면 계속 주인님이라고 부를 것 같아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실 비앙카의 말이 아예 말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마음속으론 이미 그녀를 거두기로 결정을 내리고 이 모든 얘기를 시작한 거였다.
이미 여기까지 왔는데 남에게 넘길 순 없지 않은가?
그러기엔 칸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아까웠다.
“감사합니다!”
내가 말을 편하게 하는 게 무척 기뻤는지 칸나씨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대화를 시작하고 표정이 나아지는 건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밥 먹으면서도 체할 것처럼 축 늘어져서 먹었으니 말이다.
그만큼 오늘 칸나씨가 느낀 압박이 심했다.
나는 그녀의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만들어주기 위해 위로를 했다.
“앞으로 나보단 비앙카랑 멜리사가 많이 도와줄 거야. 물론 내 도움이 필요해지면 얼마든지 말해도 되고.”
“음…네에.”
칸나가 힐끔 비앙카를 살핀다.
여전히 비앙카가 많이 무서운 모양이다.
비앙카가 대하기 힘든 성격인 건 맞지만, 그녀에게 제대로 된 자리를 만들어주겠다고 먼저 제안한 것도 그녀이다.
그러니 앞으로 비앙카는 든든한 아군이지 경계하고 무서워 할 사람이 아닌 것이다.
“비앙카가 아니었으면 이런 제안도 없었을 거야.”
“네?”
“앞으로 널 도와줄 사람이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고.”
“아! 네, 그럴게요. 미안해요. 비앙카 씨.”
“괜찮아. 날 무서워하는 게 싫지 않거든.”
…하여튼 대단한 성격이다.
“저도 도울 거에요, 주인님.”
“그럼, 알지.”
멜리사가 슬그머니 끼어들어서 자기 어필을 해온다.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두른 후 볼에 가볍게 뽀뽀를 해주며 달랬다.
멜리사는 순식간에 끈적해진 숨소리로 유혹적이게 배시시 웃음을 보였다.
“헤헤, 주인니임~”
아마 멜리사는 근처에 칸나가 없었다면 곧장 내 목에 팔을 둘렀을 거다.
나도 살짝 몸이 달아올랐기에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칸나를 방으로 보내야 하나?’
빡세진 컴백 준비와 더불어 칸나의 일 때문에 요 근래 섹스를 하지 못했다.
오늘은 비앙카와 멜리사 두 자매와 밤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칸나라는 존재가 걸렸다.
방음은 잘 되어 있는 편이긴 하지만 누가 봐도 섹스하러 들어간다는 걸 모를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니지, 처녀가 아닐 수도 있잖아.’
칸나의 외형이 너무 어려서 당연히 처녀일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편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앙카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그녀는 재벌 가문 소속 망나니들을 모아 두었던 스네이크 클럽에 소속이었다.
남자를 사냥감으로 여기며, 각종 질 나쁜 범죄를 저지르던 사람들 사이에 있던 칸나가 순진하다고 믿는 건 무리가 아닐까?
그런데 그때, 비앙카가 멜리사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했다.
“주인님한테 달라붙지 마. 오늘 주인님 모시는 건 우리가 아니라 저 애니까.”
“뭐?! 얼마만에 만난 건데! 같이 하면 되잖아.”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고 주인님한테 미움 받아도 난 모른다?”
“앗! 그, 그건 안 되는데….”
“잠깐만. 내가 그럴 생각 없는데 왜 너희들끼리 진도를 빼는 거야?”
오늘 당장 칸나랑 잠을 자라고?
무리다.
칸나가 다른 스타일의 여성이었다면 몰라도, 선뜻 손을 대기가 어려운 면이 있었다.
“주인님! 주인님을 모셔 본 적도 없는 여자를 제가 도와줄 거라고 생각한 거세요? 확실한 주인님의 여자가 되지 않는 이상 제가 쟤를 위해 뭔가를 하는 일은 없을 거에요. 물론 주인님께서 명령하신다면 어쩔 수 없이 돕겠지만요.”
“엣? 에에…에?!”
칸나는 무슨 얘기인지 단번에 이해하지 못하고 멀뚱멀뚱 듣고 있다가 뒤늦게 상황을 깨닫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 주인님이랑 섹스하기 싫니? 주인님 여자가 되기로 했잖아. 받아먹을 건 다 받아먹고 뺄 생각?”
“아, 아, 아, 아니요오!!! 절대 그럴 생각 없었어요!!”
“그렇지? 정성을 다 해서 모시렴. 네가 뭘 하든 주인님이 만족할 만큼은 못 되겠지만. 처음이니까 그런 맛도 있어야 하는 거잖아? 물론 이후에는 따로 교육해줄 거야. 주인님을 정성 다해 모시는 방법♥”
비앙카의 윙크에 멜리사의 표정이 싸늘해진다.
교육의 가장 큰 피해자가 멜리사가 아닌가?
좋지 않은 기억을 자극했을 것이다.
한편, 사정을 모르는 칸나는 나와 섹스를 한다는 말에 두 볼이 발그레해진 상태였다.
벌써부터 몸이 달아 오르고 있는 듯했다.
“정말 오늘 하려고?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첫 만남이 좋지 않은 칸나와는 가까워질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친해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잠자리를 하게 될 각이 자연스럽게 나올 거다.
굳이 마음이 동요하지도 않는데 섹스를 강요하고 싶지 않다.
“저 섹스 잘해요!!”
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칸나가 갑자기 큰 목소리로 힘을 잔뜩 주며 말했다.
나는 칸나의 황당한 외침에 거절하려던 것도 잊고 그녀를 바라봤다.
“하고 싶은 거에요?”
“네!! 잘 모실게요. 잘 할 수 있어요. 딱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반드시 만족할 수 있게 하겠노라.
칸나가 의욕을 불 태웠다.
‘역시 경험이 많은가보네.’
섹스를 많이 해봤다고 하니 무거웠던 마음이 좀 가벼워진다.
어린아이 몸매를 가진 칸나와 섹스를 하는 게 나 혼자가 아니니까.
‘나만 쓰레기인 건 아니라는 거잖아.’
사실 칸나와 가까워지는 시간을 갖길 바란 것도 내가 마음의 준비를 끝낼 필요가 있어서였다.
그런데 칸나가 사실 섹스를 충분히 해본 상태라면?
‘죄책감이 훅 덜어지는 거지.’
칸나의 첫 인상은 인형이 오해를 할 정도로 예뻤다.
이후에 그녀의 행동에서 처음 좋게 느꼈던 인상을 싹 갈아먹어서 문제였을 뿐.
‘어린 외형 때문에 추파를 던지진 않았을 거야.’
하지만 칸나는 엄연히 성인이고, 남자와 섹스를 한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여성이었다.
“지금 당장 씻을까요!?”
“세상에, 아직 해도 안 졌는데….”
“!!”
멜리사의 일침에 칸나가 와르르 무너졌다.
“섹스에 자신 있다고 하니까 믿어봐야지. 그럼 방해꾼인 우리는 자리를 비켜드릴게요!”
“으으…부러워.”
멜리사는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나를 애처롭게 바라봤다.
처음부터 3P 섹스를 했기에 누군가와 함께 하는 섹스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보니 그런 거다.
평범한 여자라면 3P에 익숙하지 못한 게 정상이었다.
비앙카와 멜리사가 집에서 퇴장하자 정적이 찾아왔다.
칸나는 멜리사가 말한 ‘해도 안 졌는데….’라는 말이 신경이 쓰여서 어떻게 해야 하나 갈피를 못 잡고 있었고, 나는 저 작은 몸을 데리고 어떻게 안전하게 섹스를 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었다.
‘다 들어가는 건 불가능할 거야. 반은 들어가려나?’
그녀의 안이 얼마나 깊을지 몰라도 워낙 체구가 작기 때문에 다 들어가는 건 불가능했다.
아현이도 체구가 작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다.
“저어….”
“아! 미안. 잠깐 다른 생각을 하다가.”
정확히는 칸나의 보지가 얼마나 여유가 될지에 대한 것이었지만, 그걸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다.
“씨, 씻으러 가도 될까요? 물론 아직 해가 안지긴 했는데 따, 딱히 할 것도 없고….”
“그럼 아예 같이 씻자. 그게 낫겠다.”
“!!”
아무래도 직접 몸을 확인해서 가늠을 해봐야겠다.
그래야 나도 여러 의미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솨아아아
“하으…응…으응….”
수줍은 몸놀림으로 옷을 벗은 칸나의 몸은 옷 위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작았다.
누가 봐도 아직 덜 익은 육체.
하지만 이 육체는 이미 모든 성장이 끝난 상태임을 알았다.
그녀의 보지에 솜털 같이 옅은 털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으니 말이다.
칸나가 성인이라는 증거는 음부에 난 털 뿐만이 아니었다.
얼핏 보면 평평해 보일 수 있는 가슴이지만 작은 언덕이 분명히 존재했다.
나는 그녀의 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하며 솜털 같은 보지털을 매만지다가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자극했다.
“아파?”
“읏, 아, 아니요.”
아직 본격적으로 스킬을 사용 하진 않았지만, 많은 횟수의 섹스로 다져진 기술이 있었기에 금방 흐느껴 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칸나는 얼떨떨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내가 건드리는 예민한 부위에 움찔거리는 것과 성감이 돋아서 느끼는 것은 엄연히 다르지 않은가?
“잘 못 느끼는 편이야?”
섹스를 잘 한다고 했는데.
성욕이 별로 없어서 남자가 마음에 들어한 건가?
“아뇨! 바, 받는 게 익숙하지 않다보니…. 제가 애무해드릴게요!”
아~ 또 그런 게 있나?
내 여자들 모두 내가 리드하고 해주는 것에 익숙해진 상태다.
복순 누나도 처음에는 섹스를 할 때 리드하려고 하지 않았나?
칸나도 섹스할 때 본인이 리드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갑자기 내가 먼저 나서서 애무를 하니 당황스러웠을 터.
“받는 것도 좋지만, 나는 애무 해주는 걸 좋아하는 편이야.”
“아~ 그런가요? 제가 잘 해드릴 수 있는데….”
“그래? 그럼 한 번 받아볼까?”
꿀꺽
침을 꽤 크게 삼킨 칸나가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그녀의 시선이 꽂힌 곳은 아직 서지 않은 내 성기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