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362화 (362/849)

〈 362화 〉 #55. 조폭 장모님 (1)

* * *

[콘서트 성황리에 마무리한 에어플레인 공연 실황 라이브 앨범 나온다!]

[해외로 뻗어나가는 에어플레인의 국위선양]

[에어플레인 ‘블랙 수트’ 우월한 기럭지 뽐냈다]

[새 역사 쓰는 에어플레인…수상 가능성 있나?]

[에어플레인 역대급 퍼포먼스! 눈 뗄 수 없는 무대였다…기립박수 나와]

[올해의 레코드, 노래 포함 4관왕 수상 쓸어 담는 에어플레인]

[타임? ‘올해 100대 기업’ 허니 엔터 100대 기업에 올라.]

[세계로 뻗어나가는 에어플레인 해외 투어 성공적으로 마무리]

“난리가 났군.”

“아가씨께서 남자를 잘 고르신 것 같습니다.”

“흥, 잘 고르기는. 그런 놈이 얼굴 한 번을 먼저 안 비춰?”

유일하게 딱 한 번.

못 마땅해 하는 연주를 달래고 겨우 달래서 만나봤다.

실제로 보니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잘 생기고 멋진 사내였다.

‘여자가 많을 상이긴 했는데 그 정도야.’

특히 정력이 강해보여서 좋았다.

요즘 남자를 보는 최고의 기준이 있다면 정력이 아니겠나?

“바빠서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아가씨께서 막으셨을 거고요.”

“그 아이라면 그럴 만도 하겠군. 아무리 그래도 계속 이렇게 살 순 없어. 고 이쁜 녀석 얼굴이 지금도 아른거린다고.”

아이를 낳고 혹여나 뺏어갈까 두려웠는지 그녀에 대한 경계심이 대단했었다.

별 다른 의도 없이 얼굴을 보려는 것만으로도 펄쩍펄쩍 뛰었던 것이다.

덕분에 태어난 손주 얼굴을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일단 뭔가 해보기 전에 조연주의 경계심을 조금이라도 풀 필요가 있었다.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 보스. 곧 좋은 날이 올 겁니다.”

“얘 얼굴만 보겠다는 데도 안 된다고 하는데 정말 가만히 있는 걸로 효과가 있기는 한 거야?”

조연주의 엄마이자 조직을 이끌어가고 있는 보스.

무슨 일을 하든 우직하게 밀고나가며 원하는 것을 얻어왔던 그녀는 성미에 맞지 않은 행동을 귀띔한 부하를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녀도 나이가 제법 있었기에 젊었을 때처럼 모든 일을 폭력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폭력적으로 일을 진행해봤자 파국만 남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제법 똘똘하게 키워 놓은 부하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물었다.

부하는 일단 경계심을 누그러트릴 필요가 있다며 그녀에게 인내를 요구했다.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말이다.

“아직 아이가 어리지 않습니까.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모성애가 가장 강할 때입니다.”

“나 때는 안 그랬어.”

“그땐 조직끼리 전쟁 중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랬지. 하루에도 몇 명이 죽어나가는 상황이었으니까. 애 낳았다고 태평하게 집구석에 박혀 있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

“따님을 낳고 3일 만에 전쟁터로 나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심지어 그때 칼빵을 제대로 맞았었어. 그 칼이 조금만 더 깊게 들어갔다면 지금까지 살아 숨 쉬고 있지 못했겠지.”

지금은 그녀가 전국구를 평정했기에 아기를 데려와 키워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거다.

선배들의 피와 살로 다져진 평탄한 길.

들어 온지 몇 년 되지 않은 조직원들은 이해하지 못할 처절한 전투.

벌써 전쟁이 일어났던 세월이 30년을 넘어가고 있었다.

물론 30년 동안 조직이 평화의 길만 걸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30년 전 치렀던 전투는 전쟁이라 말해도 좋을 정도의 규모였고, 전쟁을 경험해 본 이들에게 ‘전투’라 불리는 전장은 시시할 뿐이었다.

“그렇게 이뤄낸 평화를 고스란히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했는데 말이야. 다 쓸데없는 짓이 되어버릴 줄 누가 알았겠나.”

그녀는 자식 농사를 잘못 지었다.

변명하자면 그녀가 한참 자식 교육을 했어야 할 시기엔 목숨이 오가는 전쟁이 일어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나마 시간이 날 때 빡세게 기강을 잡긴 했으나….

‘오히려 그게 역효과를 만들 줄이야.’

주먹질밖에 할 줄 모르는 년이 자식을 잘 키울 리가.

부모에게 배운 거라곤 폭력과 무관심뿐이었고, 고스란히 그걸 답습한 결과가 지금 이 꼴이었다.

그녀의 강압적인 교육에 반발을 한 첫째 딸이 가출을 했고, 둘째 딸은 답이 없어졌다.

둘째가 할 줄 아는 건 돈 쓰는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첫째 딸이 제법 대단한 사람이 되긴 했지만, 그녀가 바라는 방향이 아니었기에 무의미했다.

‘이대로 둘째 년한테 물려줬다간 누구한테든 등에 칼빵 맞고 뒤질 것 같아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말이야.’

늙어서 느는 건 고집밖에 없다던가.

핏줄에 대한 뒤늦은 애착에 포기가 되지 않아 둘째를 싫어하는 부하들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고 지냈다.

그러다가 손주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 것이고 말이다.

그녀는 남자한테 관심 없고, 가정을 꾸린다거나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던 첫째 딸의 기적과도 같은 임신이었다.

그래서 더 집착하게 되고, 애가 닳을 수밖에 없다.

“잘 되실 겁니다.”

“마지막 기회야. 이대로 내 모든 걸 그 아이에게 다 남겨주고 싶어. 자네가 잘 좀 도와주게. 우리 같이 무식한 년들 방법으로는 분명 반발만 일으키게 될 거야.”

“물론입니다. 보스.”

믿음직스러운 부하의 대답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이 어릴 적, 때가 꼬질꼬질하게 묻어 있는 고아인 녀석을 길바닥에서 주워 키웠다.

엇나가기만 하는 자식들에게 주지 못한 정을 이 녀석에게 주며 외로웠던 지난달을 달래길 몇 년째인가.

어쩌면 이 아이를 후계로 삼아도 나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 때가 있을 정도였다.

‘노망이 나도 단단히 난 게지.’

하지만 핏줄은 핏줄.

피가 이어지지 않은 자에게 물려주기엔 그녀가 이룬 것들이 너무 많았다.

한 번도 마음이 흔들렸다는 티를 낸 적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날이 갈수록 저급한 짓만 저지르는 한심한 둘째 딸과 미련이 전혀 없는 첫째 딸을 보며 자괴감이 들었을 때 잠깐 있었던 흔들림일 뿐이다.

“문제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참기가 힘들다는 거다. 직접 애를 낳았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남자 아이라서 그런 거겠지?”

“저도 보스께서 이렇게까지 푹 빠지실 줄은 몰랐습니다.”

부하의 말에 그녀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본 순간 그 아이가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왔어.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큰 애착을 갖게 될 줄 몰랐는데 말이야. 못 본 사이에 또 얼마나 컸을까? 아이가 어떻게 크는지 직접 가까이에 두고 보고 싶은데….”

너무 큰 욕심인 걸까?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믿음직한 부하는 그녀의 바램을 외면하지 않았다.

‘안 되는 일도 되게 하라’가 바로 그녀의 좌우명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좌우명에 크게 영향을 받는 부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바라는 일이라면 부하들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되게 만들어야 했다.

“첫째가 솔깃해 할 만한 제안이 있을까 모르겠군.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데.”

손주를 보기 위해서 무언가를 내어 놓아야 하는 상황이 우습고 어이가 없었지만, 그 아이를 볼 수만 있다면 못 할 게 뭐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두 번을, 직접 그녀가 가서 보겠다는 거다.

어차피 죽어서 가져 갈 수 있는 재산이 아니니 얼마든지 대가로 줄 수 있었다.

무엇을 내어줘도 아깝지 않은 손주를 보는 것이지 않은가?

그녀는 첫째가 뭘 탐내할지 호주머니 뒤지듯 재산 목록을 떠올려봤다.

“돈으로 아이를 사려고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지 마시고 선물로 주시는 게 어떠십니까?”

“선물로? 아무것도 받지 않고 말이야? 먹고 입 닦으면 어쩌게?”

“아가씨께서 그러지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한 번은 그럴 수 있지만 계속 성의를 보여주신다면 점차 마음이 약해지지 않겠습니까?”

“걔가 내 딸이라 그런지 감정으로는 영 못 써. 눈 하나 깜짝 않고 입 닦을 애야.”

“그럼 첫째 아가씨한테 주지 마시고, 남편분한테 선물을 해주시는 건 어떠십니까?”

“…걔 남편한테?”

제법 솔깃한 아이디어였다.

“접근이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제가 책임지고 확실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그 녀석이 필요한 걸 찾아야 한다는 건데….”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데, 첫째 딸이 워낙 예민하게 굴어서 그동안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사위가 하필 잘 나가는 연예인이라 접근하기가 더 어려웠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음지의 룰로 쉽게 접근이 가능했을 텐데 말이다.

“돈은 아쉽지 않겠지?”

“돈이 많아도 돈 싫어하는 사람 없습니다. 보스.”

“그럼 가볍게 빌딩 하나로 시작해보지. 장모가 주는 첫 선물인데 아무거나 주면 쓰나.”

그녀가 주는 통 큰 선물이 그들 가족 사이에 끼어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길 바랐다.

? ? ?

“이상한 사람이 찾아왔어요.”

아직 해외 스케줄을 뛰면서도 아이들을 보기 위해 집으로 이동을 해 왔을 때, 그런 나를 익숙하게 맞이한 칸나가 뜻밖의 얘기를 꺼냈다.

“이상한 사람? 문 열어 줬어?”

“안 열어주려고 했는데, 연주씨 가족 분이 보낸 거라고 해서요.”

“연주 누님 만나러 온 건 아닐 텐데. 혹시 현오 데리고 가려고?”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인데, 이 집에 사람을 보낸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역시 연주 누님이 경고했던 일이 슬슬 일어날 거라는 뜻이 된다.

칸나도 들은 바가 있는지라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도 아니었어요. 그냥 오셔서 이것만 주인님께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선물이래요.”

“선물…?”

선물이라기엔 칸나가 내민 물건의 정체가 수상하다.

“서륜데? 안에 확인해봤어?”

“아뇨, 주인님 건데 함부로 꺼내보기엔 좀 그래서요.”

칸나에게서 서류를 받아들었다.

안에 있는 걸 꺼내서 확인해본 나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이건 연주 누님과 대화를 나눠봐야 할 문제였다.

곧장 연주 누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모님께서 저한테 선물을 보내셨어요.”

­드디어 그 노인네가 움직였구나. 별 다른 일은 없었고?

“칸나가 집에 있을 때 선물만 보내셨어요.”

­데리러 올 수 있겠니?

“네, 지금 갈까요?”

­어.

연주 누님은 선물이라는 말에 곧장 상황파악을 하고 나를 불러들였다.

“다녀오세요.”

“좀 늦을지도 몰라. 현오 좀 잘 부탁해.”

“네. 걱정하지 마세요.”

곧장 아이템을 사용해 연주 누님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연주 누님이 지금 시간을 내준다는 게 얼마나 이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일이었다.

‘누님 덕분에 회사가 난리 난 상황이니까.’

지금은 사장으로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해외 지사와 국내 본사를 왔다 갔다 하는 중이지만, 곧 본사로 돌아 와 제대로 사장 자리에 오를 것이다.

누님은 본사에 자리를 잡기 전에 그동안 벼려왔던 일을 시작하셨다.

‘그래도 해외 지사는 연주 누님이 관리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는 게 좀 충격이긴 했어.’

회사의 대표가 바뀐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만들어낸다.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나아갈지 방향을 결정하고, 회사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문제도 처리를 해야 하는 자리였다.

이사였을 때는 어느 정도 눈 감아 주고 있던 문제를 사장이 된 연주 누님은 결코 좌시하지 않았다.

본사로 돌아가면 아마 그곳도 무사하지 못할 거다.

“누님, 바쁜데 죄송해요.”

“왔니? 잠깐 거기서 기다려줄래? 이것만 끝내고 말하자.”

“네.”

국내로 들어갈 준비로 현재 연주 누님은 호텔에 임시로 묶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누님이 일을 끝내길 기다리는 사이 서류를 꺼내 좀 더 유심하게 살폈다.

서류에 나와 있는 주소를 핸드폰에 쳐서 로드뷰를 확인하니 삐까뻔쩍한 건물이 나온다.

“이걸 선물로 준다고?”

연주 누님의 어머니 그러니까 조직을 거느리고 계시는 장모님께서 처음으로 사위에게 준 선물은 건물이었다.

건물을 충분히 살 수 있는 재력을 가졌다 해도 이런 선물이 부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누님의 어머님은 현오를 노리고 있는 사람이지 않은가?

문제는 이 선물을 함부로 거절하기도 뭐하다는 거였다.

“기다렸지? 미안.”

“아니에요. 어머님이 주신 거 확인하고 있었어요.”

“나도 좀 보자.”

“여기요.”

“하아~”

연주 누님이 선물의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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