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368화 (368/849)

〈 368화 〉 #55. 조폭 장모님 (7)

* * *

새벽이 내려앉은 집안을 순찰하는 것은 최관의 오랜 습관이었다.

보스가 잠들었을 때가 가장 안전에 취약한 때였고, 그러므로 최관은 이 시간을 가장 긴장하며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젠 그럴 이유가 없다는 걸 알지만, 그날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해서 안심이 되지 않아….’

과거에 이 저택은 적대파 보스의 습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오랜 평화에 모두가 방심해 있었고 부끄럽게도 최관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날의 방심은 조직에 큰 상처를 남겼다.

많은 조직원들이 죽었고, 보스와 최관도 죽을 뻔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최관과 보스는 그 습격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그날 습격으로 몸에 커다란 흉터가 생겼으나 아예 값어치 없는 일은 아니었다.

‘이런 평화로운 날들이 마냥 계속 되는 게 아니었는데 그걸 몰랐어. 잠깐의 방심으로 모두를 잃을 수 있는데 말이야.’

그날 습격으로 자신의 평화가 아무 희생 없이 계속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최관은 이후로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보스를 그런 끔찍한 실수로 잃을 뻔한 것은 한 번으로 족하다.

너무 예민하게 군다며 보스는 혀를 찼지만, 최관은 새벽마다 집에 이상이 없는지 순찰을 돌아야지 안심이 돼서 잠을 잘 수가 있었다.

완전히 습관으로 굳어져 버린 것이다.

새벽 순찰은 의외로 최관에게 좋은 취미이자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 되어 주었다.

저택이 안전하다는 것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 받으며 그날의 끔찍했던 기억을 위로 받으니 말이다.

그런데 오늘, 저택에서 좀 특별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최관은 후회했다.

딱 오늘만은 순찰을 포기할 걸 그랬다고 말이다.

‘아응…으으응…학! 거깃…! 씹…! 존나 좋아! 시발!!’

격한 욕설과 신음이 동시에 들려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누군가 맞고 있는 줄 알았다.

철썩철썩 하는 소리가 들렸으니 말이다.

최관은 얼굴이 벌게지고 아랫배에 찌르르한 감각이 느껴짐을 느끼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두 사람은 아이가 있는 연인 관계이지 않은가?

더욱이 직업상 남들의 정사를 보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다.

‘소리가 너무 과장 됐는데….’

사실 그냥 두 사람이 섹스를 하는구나 생각하고 다른 곳을 순찰하러 가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최관은 야동에서나 날 법한 아니, 야동에서도 너무 말이 안 되는 과장을 했다고 혹평을 들을 소리가 자꾸 나자 호기심에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그런 남자가 이런 섹스가 가능하다고?’

최관도 한참 때의 여자다.

약점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남자와 거리를 두었지만 성욕이 없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이런 자극적인 섹스 소리를 들으면 자연스레 호기심이 들고, 절로 흥분감이 올라온다.

방 안 쪽에서 잠깐 신음 소리가 끊어졌다.

‘끝난 건가?’

최관은 어쩐지 아쉬움을 금치 못하며 자리를 뜨려고 했다.

달아오른 몸을 달래려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걸음을 한 번 옮긴 순간이었다.

‘ㅎ앙!’

우뚝!

“!!”

다시 교성이 시작 됐다.

이번에도 아가씨의 목소리였다.

다만 아까와 달라진 점이 있었다.

오랜 정사에 힘이 들었는지 아가씨의 교성이 작아졌다는 거다.

꿀꺽­

교성이 작아진 만큼 다른 소리가 더 들려왔다.

찹찹찹찹찹!

쯔걱쯔걱쯔걱쯔걱

살과 살이 부딪치면서 나는 소리였다.

노출 플레이를 즐기는 조직원 중 한 명이 남자를 쥐어 짤 때도 저런 소리는 안 났었다.

특히 아가씨가 앓아 죽는 소리를 내는 게 너무 놀라웠다.

‘정말 그 남자가 섹스를 주도하는 건가?’

남자에 한 눈을 파는 성격이 아닌 아가씨께서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도대체 어떤 남자를 만났을지 많이 궁금했다.

티를 내진 못해도 최관에게 첫째 아가씨는 열등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였다.

때문에 과연 그 대단한 여자는 어떤 남자를 만났을지 정말 많이 궁금했다.

‘그 여자는 남자도 잘 만난 거야?’

예나 지금이나 밤에 잘 하는 남자만큼 여자에게 사랑 받는 자는 없는 법이다.

얼굴 값은 좀 하는 것 같지만, 그 정도야 요즘 세상에 전혀 흠이 되지 못한다.

‘한심하다. 뭐하고 있는 거야, 나는.’

보스를 배신하고 집에서 뛰쳐나간 것으로도 부족해 항상 보스와 날카롭게 신경전을 하는 사람이다.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얻지 못할 보스의 관심을, 그녀는 지긋지긋하다며 내쳤다.

그럴 때마다 그녀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치솟는 질투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젠 남자조차도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으로 데려온 것이다.

그뿐인가?

요즘 여자들의 가장 큰 바램이라는 남자 아이를 첫째로 떡하니 낳아놨다.

‘연하에 잘 생긴데다 잠자리까지….’

으득!

최관은 어느새 입안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피 맛에 정신을 되찾았다.

오늘 보스와 술을 마시면서 있었던 일이 새삼 다시 떠올랐다.

여태까진 드디어 보스에게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에 기쁘고 행복했는데 더 이상 행복하지가 않았다.

‘빼앗고 싶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숨결조차도 모조리 다!!!’

둘째는 너무 한심해서 질투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물론 보스가 주는 한없는 애정도 부러울 때가 있긴 했지만, 그보단 보스가 첫째 아가씨에게 주는 신뢰가 그녀를 질투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성인이 되자마자 집을 가출해놓고도 여전히 보스는 첫째 아가씨에 대한 묘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가 보스를 위해 해준 것이 하나도 없는데도 말이다!

‘보스의 신뢰도, 자식의 애정도, 남편의 사랑도.’

다 자신의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이룬 것들이 다 자신의 것이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오늘 처음으로 잠깐 맛봤던 보스의 애정.

달콤했다.

상상한 것보다 더.

그래서일까?

생각보다 최관에게 치명적인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녀가 꾹꾹 억눌러왔던 온갖 감정들이 폭발시켜버릴 정도로 말이다.

이런 상황이 생길 거라곤 보스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최관은 점점 더 격렬해지는 소리를 뒤로 하고 은밀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눈빛이 어둑하게 가라앉았다.

? ? ?

정신없이 섹스를 하고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났다.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연주 누님과 함께 움직였다.

현오는 아침 일찍부터 장모님께서 챙기고 계셨다.

식당에 가니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었고, 장모님이 가장 상석에 그리고 그 옆에는 최관씨가 앉아 있었다.

“어서 오게. 자는데 불편한 점은 없었는가?”

“늦잠 잘 정도로 잘 잤습니다.”

“음, 편했다니 다행이군.”

장모님의 품에는 현오가 안겨 있다.

현오도 제법 잘 잤는지 뺨에 살이 통통하게 올라와 있었고, 입가에는 분유가 묻어 있었다.

장모님은 다정하게 입가에 묻은 분유를 손수건으로 닦아 냈다.

의외였던 건 그 모습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것이었다.

현오도 장모님이 영 싫지는 않은 눈치였다.

울지도 않고 떡하니 품에 안겨서 밥을 먹는 걸 보니 말이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건강하네. 많이 들게.”

“예, 장모님. 맛있게 먹겠습니다.”

“적당히 먹어. 괜히 눈치 본다고 꾸역꾸역 억지로 먹지 말고.”

연주 누님은 내가 걱정 됐는지 작은 목소리로 조언을 해줬다.

어차피 연비 따지는 몸이 아닌지라 먹고 싶은 만큼 먹으면 됐기에 걱정 말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숟가락을 들었다.

평범한 자리는 아닌지라 식사 자리는 굉장히 조용조용했다.

그나마 현오가 있었기에 가끔씩은 웃음꽃이 필 수 있었다.

“아휴, 예뻐라. 자면서도 현오가 자꾸 눈에 밟히더라.”

장모님은 현오에게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계셨다.

예뻐하신다는 게 너무 잘 보여서 늦게 보여드린 게 죄송스러웠다.

연주 누님이 싫어해도 가끔은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필요하다고 하셨던 사진은 제가 보내드릴게요.”

하지만 연주 누님이 어림도 없다는 듯 장모님의 말을 단숨에 쳐내버렸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 건 알지 않으냐. 적어도 주말에는 집에 데리고 와서 지냈으면 좋겠다는 뜻이야.”

연주 누님이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저도 일을 하고, 해솔이도 일하는 사람이에요. 주말에 가족끼리 오붓하게 있을 시간을 어머님한테 쓸 이유가 있을까요?”

쿵!

“그럼 나는 현오를 언제 보란 말이냐!”

장모님이 연주 누님의 말에 화가 났는지 식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식탁 위에 놓여 있던 식기가 서로 부딪치며 난장판이 됐다.

“!!”

저 나이에 고작 식탁 한 번 내려친 걸로 이 난리를 만들어내다니.

보는 것처럼 몸이 굉장히 정정하신 것 같았다.

“지금 해솔이 앞에서 뭐하시는 거에요? 창피하게.”

“너야 말로 사위 앞에서 내 체면은 생각도 안 해주는 거냐!”

“그냥 이렇게 가끔 현오 데리고 올게요. 현오는 그때 보세요.”

“정 주말이 싫으면 평일에 맡겨라. 현오를 남한테 맡기는 것보단 여기에 맡기는 게 훨씬 낫지 않겠냐!”

“어떻게 장담하세요? 저는 어머니한테 맡기는 게 더 불안해요. 충분히 고려해서 믿을 만한 사람한테 맡긴 겁니다. 어머니가 믿고 말고를 따질 게 아니죠.”

“남자아이잖니!! 요즘 남자아이가 범죄에 노출 될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 알고 있는 거냐? 남을 함부로 믿지 마라. 오로지 핏줄만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거야!”

“남 아니에요. 이 사람 여자니까.”

연주 누님의 폭탄 발언에 장모님의 얼굴이 굳었다.

나도 누님이 이렇게 거침없이 말을 할 줄 몰랐기에 놀랐다.

이 세계에서 남자가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태어나길 지구에서 태어난지라 이런 상황이 당황스럽지 않을 순 없었다.

“자네 여자가 더 있나?!”

“어…예, 그렇습니다.”

“당연한 걸 물으시네요. 이 얼굴에, 이 능력을 가졌는데 설마 저만 만나겠어요?”

“흠흠.”

멋쩍어진 나는 헛기침을 하며 뚫릴 듯이 쳐다보는 장모님과 최관씨의 시선을 견뎌내야 했다.

“끄응, 그렇긴 하다만….”

장모님이 뭔가 아쉬운지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쯧! 그래, 얼굴 값 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자네 여자라고 마냥 믿을 순 없네! 여자의 질투는 나라를 망하게 하고도 남는단 말일세.”

“세상 모든 관계가 어머니가 알고 계신 관계만 있는 게 아닙니다.”

여전히 믿지 못해하는 장모님에게 연주 누님이 또 다시 비수를 박았다.

“아가씨. 제게 대모 자리를 제안하셨던 게 여전히 유효하신가요?”

그리고 때를 맞춰 지금까지 말 없이 조용하던 최관씨가 처음으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건 갑자기 왜?”

연주 누님은 뭔가 안 좋은 느낌을 받았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최관씨가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스께서 어젯밤 저를 부르셨습니다.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고 제게 현오 도련님의 대모 자리를 부탁하셨습니다.”

“…정말 허락하셨어요? 이렇게 쉽게?”

“그래. 내가 허락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연주 누님은 장모님이 절대 대모 자리를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했었다.

몇 십 년 동안 곁에 둔 사람도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하루아침 사이에 장모님이 대모 자리를 허락하셨단다.

절대 안 변할 것 같았던 사람의 변화에 연주 누님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믿음직스러운 관이가 현오의 대모가 되어준다는데 내가 왜 거절을 할까! 당연히 받아들여야지.”

상황이 이렇게 되자 머릿속이 복잡해진 건 우리였다.

애초에 관이씨를 꼭 대모로 만들 생각이었으니 손해 보는 입장은 아니다.

‘근데 너무 쉽게 허락을 받으니까 괜히 손해 보는 기분이란 말이지.’

연주 누님이 잘못 말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밤에 두 사람이 술을 마시면서 말을 맞춘 게 있지 않을까 싶다.

‘관이씨랑 친하게 지내려고 했는데 시작부터 꼬이네.’

사실 장모님의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다루기 쉽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연주 누님은 정 안 되겠으면 최관을 내 여자로 만들라고까지 하셨다.

사실 나도 그걸 어느 정도 염두 해두고 짠 계획이었다.

현오를 위해서라면 못 할 게 뭐가 있겠나 싶으면서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 같은 여자를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드나 고민이 된다.

‘사실 여자 다루는 것만큼 나한테 쉬운 일이 없긴 한데….’

나는 최관씨를 힐끔 바라봤다.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이다.

‘만만치 않을 것 같단 말이지.’

저 여자에게 장모님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어렴풋이 들어 알고 있다.

나는 장모님이 누리고 있는 자리를 탐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현오를 위해서였다.

장모님을 향한 그녀의 애정, 신뢰, 존경…등등.

현오를 위해 그 모든 것을 빼앗아 쟁취할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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