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371화 (371/849)

〈 371화 〉 #56. 호랑이 굴에 들어 온 호랑이 (3)

* * *

최관씨한테는 연주 누님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은 척 했지만 사실 연주 누님을 설득하는 건 내게 굉장히 쉬운 일이었다.

애초에 누님은 이미 최관씨와 내가 가까워지는 것을 허락한 상태였다.

현오를 위한 일이다 보니 쉬운 길을 내버려두고 어려운 길을 가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확실한 방법이 있는데 괜히 다른 방법으로 돌아갔다가 큰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게 맞을 것이다.

최관씨를 우리 편으로 만들기만 한다면 앞으로 현오에 대한 걱정은 접어둘 수 있었다.

장모님이 무언가를 계획했을 때, 가장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최관씨가 될 테니 말이다.

때문에 최관씨가 내 경호원을 하겠다는 말에도 누님은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잘 된 일이야. 아마 일석이조가 될 거다. 네 옆에 두면서 친분을 쌓고, 걔가 네 경호를 해준다고 하니 마음도 놓이고 말이야.”

누님이 내 경호를 신경 쓴 이유는 요즘 부쩍 따라다니는 사생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해외에서의 대박 성공에 자연스레 따라오는 문제였기에 어느 정도 불편함은 감수하고 있는 중이었다.

“괜히 최관씨한테 경호 맡겼다가 큰일생기면 어떡하죠? 사생팬을 때렸다거나 하면….”

“어차피 슬슬 선을 넘고 있는 것 같아서 방침을 바꾸려던 참이었어. 이러다간 애들 정신병 걸리겠다 싶었거든. 관이라면 강경하게 사생팬들을 쳐내줄 거다.”

“누님이 괜찮다고 하시니까 믿어볼게요.”

“걔가 조폭 출신이라 경호를 한다는 게 찜찜한 거니?”

“편견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그쪽 일은 누굴 지키는 것보단 때리는 일을 하잖아요.”

“아~ 그 부분이 걸렸던 거구나.”

혹여 최관씨가 욱해서 사생팬을 때리면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그 부분은 내가 확실하게 말해 놓을게. 그리고 관이가 조폭이긴 해도, 평생 어머니 곁에서 경호를 했던 애야. 덕분에 누굴 지키는 건 정말 잘 해. 물론 남 때리는 걸 더 좋아하지만.”

얼핏 보기에는 피부가 창백해서 여리여리할 거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가까이에서 본 그녀의 몸은 무척이나 단련 되어 있었다.

평생 장모님 곁에서 그녀를 경호하고 지냈다는 말에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경호 부분에서도 기대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는 내가 손 써둘 테니 걱정하지 말고 있어. 곧 경호로 붙여줄게.”

“네. 감사해요, 누님.”

“현오 때문에 너한테 무거운 짐을 떠맡기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네.”

“전 정말 괜찮아요.”

솔직히 연주 누님이 나한테 여자를 붙여주는 상황이 평범한 일은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네가 싫다면 다른 방법을….”

“아니에요. 이게 제일 평화롭게 일을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잖아요. 저는 괜찮아요. 오히려 누님한테 죄송한 걸요. 누님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계신데 다른 여자를 유혹해야 하니까요.”

솔직히 이 세계가 아니었다면 이런 방법은 시도나 말조차도 꺼내볼 수 없었을 것이다.

연주 누님이 내 말에 쌜쭉해지시더니 말했다.

“확실히 내 앞에서 걔랑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긴 할 것 같군. 걔를 유혹하라고 말하긴 했지만 나보다 친해지진 마. 질투날 것 같으니까.”

“하하하! 당연하죠.”

목적이 있는 접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낯선 일은 아니다.

란나한테도 다른 목적을 갖고 접근해서 만난 인연이 아닌가?

다만 란나처럼 시작이 불순할지 몰라도 후일에는 진심으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길 바랐다.

그래야 죄책감이 조금 덜어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서로 빠르게 일처리를 잘 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최관씨가 내 스케줄에 동행하기 위해 첫 출근을 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앞으로 근접 경호를 하게 될 최관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려요.”

“소속사 일 잘 하네~”

“우왕, 뭔가 포스 있으시다.”

최관씨가 어디 출신인지 모르는 애들은 듬직(?)해 보이는 최관씨가 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래도 어딘가 이상하긴 했던지 인사는 넙죽 했지만 이후로 그녀를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최관씨의 성격이 누군가와 웃으면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는 편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최관씨와 미리 말을 해서 그녀와 아는 사이임을 알리지 않기로 했다.

사실 그녀가 나를 형부라고 부르는데, 그걸 멤버들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더라고.

“형형형!”

그리고 최관씨는 첫 출근에서 확실한 경호 실력을 뽐냈다.

“왜 이렇게 호들갑이야.”

“새로 오신 경호원 분 대박이세요! 그 징글징글하던 사생팬을 눈빛으로 단숨에 제압하셨어요!”

“뭔 소리야?”

“사생팬을 눈빛으로 제압했다니까요?”

“제압? 설마 폭력을 썼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설마요! 그랬으면 제가 더 난리를 쳤겠죠! 큰일 났다고요. 최경호원님은 주먹도 안 쥐셨어요. 그냥 눈빛으로 지이이잉 하고 쳐다보니까 사생들이 겁을 잔뜩 먹어서는 쫄아서 튀었어요. 햐~ 진짜 이걸 직접 보셨어야 하는데! 완전 명장면이었다고요!”

현재 우리는 유명세를 제대로 치르는 중이었다.

언제나 따라다니는 사생팬이 있었고, 연습생 때 소속사에서 수업해줬던 스토커 범죄들을 몸소 체험하는 시간들을 보냈다.

초반에는 내 특별한 체질(안경)을 이용해서 사생팬들을 따돌리는 걸 잘 하는 편이었다.

사생팬들 사이에서도 우리는 따라다니기 정말 힘든 그룹이라더라.

문제는 소수일 때는 가능했던 꼼수가 이젠 너무 많이 따라다니다 보니 안경의 능력이 무의미해져버렸다는 거다.

‘더 성능 좋은 아이템을 구매하고 싶긴 한데, 그러면 티가 확 날 거라서 어쩔 수 없이 못 샀지.’

능력을 의심 당하는 것보단 불편해도 사생팬이 따라다니는 걸 참고 인내하는 게 더 나았다.

적어도 이건 내가 수습을 할 수 있는 범위이지 않은가?

거기다가 다행인 것은 내 개인 시간까지 방해 받는 일은 없다는 거다.

‘이것도 아이템 빨이긴 하지만 말이야.’

숨길 게 많은 나인지라 미리 아이템을 구비해놓길 잘한 것 같다.

아무튼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나와 달리 멤버들은 꽤 고통 받고 있는 중이었다.

개인 시간을 자주 방해 받는데, 그게 안쓰러워 내 ‘체질’을 이용하려고 하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주는 중이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 외에도 멤버들과 나는 사생팬들이 저지르는 일에 고통 받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핸드폰으로 전화나 메시지를 보내거나 수상한 문자를 보내서 해킹 시도 같은 걸 하는 거다.

보안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정말 아차하는 순간 개인정보가 털릴 수 있어서 항상 예민하게 신경을 써야만 했다.

‘그래서 사생팬이면 질색을 하는 애들인데, 그런 사생팬을 물리쳤다 이거지? 이러면 애들 사이에서 영웅 되는 건 순식간인데.’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으나 일반인이 조폭의 찐광기를 견디긴 힘들었을 테니 이해가 되기는 했다.

“걔네들은 진짜 인생 막 사는 것처럼 굴어서 절대 안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

“그만큼 최 경호원님 포스가 대단하신 거져!”

“솔직히 우리도 좀 쫄아 있잖아.”

직접 사생팬을 물리친 걸 본 기우연은 두 볼을 붉히며 흥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확실히 편하게 대하기 어려운 느낌이긴 해.”

“일단 말이 되게 적으시고, 표정도 적으시니까.”

“포스 있어요! 멋있으심!”

“뭐하다 오신 분인지 진짜 궁금하더라.”

“막 대통령 경호 그런 거 하시지 않았을까?”

“에이~ 그런 대단한 사람이 우릴 왜 호의하냐?

“그건 맞아~”

최관씨의 과거를 아는 건 별로 좋지 못한 일일 것이다.

지금은 잠깐 경호원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녀의 본직은 조폭이었다.

남다른 포스를 가진 그녀와 처음으로 함께하는 스케줄은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 있으면 안 됩니다. 물러나세요.”

연주 누님이 말했던 것처럼 오랫동안 장모님을 경호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는지 노련하게 우리를 경호해줬기 때문이다.

“뭔 상관이에요. 여기 땅 당신 거 아니잖아요. 내가 여기 서 있고 싶다는데 어쩔 건데요?”

물론 그녀의 묵직한 포스에도 저항을 하는 사람은 있었다.

그런 사람을 대하는 것도 최관씨는 능숙했다.

“내가 지금 장난 하는 걸로 보입니까?”

“!!”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은 명백한 범죄이고, 당신이 우리를 따라다니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를 우리가 갖고 있습니다. 법정에 서고 싶지 않으면 얌전히 물러나십시오. 설마 그러겠냐는 우스운 바램은 갖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우리 회사는 소속 아티스트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귀찮은 짓도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니까요.”

“흐, 흥! 안 믿어! 말만 그러는 거잖아. 협박한다고 내가 돌아갈 것 같아?!”

“그쪽 차 번호 불러 줍니까?”

“!!”

신변의 위험을 감내할 만큼 우리를 쫓아다니고 싶지는 않았는지 사생팬들 한 둘씩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최관씨가 사생팬을 쫓아낸다고 해서 완전히 사생팬이 근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예 가치 없는 일이었냐고 묻는다면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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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붙은 경호원, ㅈㄴ무섭더라]

나 맞는 줄 알았잖아.

목소리 착 깔고 협박함.

다짜고짜 스토커로 사람을 몰더니 증거도 갖고 있다면서 꺼지라고 하더라니까?

어이없어.

팬한테 이래도 되는 거임?

에어플레인 요즘 좀 잘나가더니 초심 잃어버렸나봐.

내가 진짜 경찰에 신고할까 고민하다가 찐팬이라서 참고 조언해준다.

조폭 같은 경호원 짜르고 초심 찾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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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ㄹ이 풍년일세~ 본인 사생이라고 커밍아웃한 거야?

└병먹금.

└그니까 왜 사생짓을 해 ㅋㅋㅋㅋㅋㅋ

└신고 당해서 경찰서에 갔었어야 정신을 차렸을 텐데. 아깝네.

└ㅂㅅ 뭐 자랑이라고 여기다가 글 싸질러 놓은 거임? 우리가 맞장구라도 쳐줄 거라 생각한 건가?

└그나저나 사생 방치하더니 허니엔터 정신 좀 차렸나보네.

└경호원 누구임? 속 시원하다! 공방 때 만나면 음료수라도 사드려야 할 듯.

최관씨의 경호는 팬들 사이에서 금방 입에 오르게 됐다.

허니 엔터에서 지금까지 고용한 경호원들은 최관씨가 하는 것처럼 강하게 나가며 접근하는 팬을 막은 적이 없었다.

새 경호원이 오면서 회사가 사생에 강경 대응하게 됐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고, 상황을 좀 두고 보려는 것인지 쫓아다니는 사생의 숫자가 제법 줄어들게 됐다.

“최 경호원님 넘넘 대단해여!”

기우연은 최관씨의 박력이 너무 멋있었는지 시도 때도 없이 칭찬의 말을 했다.

정작 당사자 앞에서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좋으면 직접 앞에서 칭찬해줘. 그럼 좋아하실 걸?”

“으으, 그건 좀….”

기우연은 최관씨의 능력 있는 모습을 마음에 쏙 들어 하지만, 사람 자체는 굉장히 무서워하는 편이었다.

최관씨만 보면 고양이 앞에 선 쥐 마냥 몸을 움츠리고 눈치를 봤다.

‘특히 몸에 있는 문신을 보고 난 이후부터 부쩍 더 무서워했지.’

엑몬 작곡가 로잘린도 문신을 하고 있지만, 최관씨의 문신은 그런 일반인의 문신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초식동물과인 기우연은 최관씨가 심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낀 것 같았다.

다른 멤버들이 나름 긍정적으로 최관씨의 합류를 받아들인 가운데, 나는 생각보다 최관씨와 친해지지 못한 상태였다.

‘나름 노력은 했는데 말이야.’

대화를 꾸준히 하고 있었고, 최관씨도 나름 잘 받아주고 있기는 하다.

“점심 드셨어요?”

스케줄을 하다 보면 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자연스레 일을 하다보면 우리 식구들이 식사는 했는지 묻는 경우가 많았다.

헌데 그럴 때마다 최관씨의 답변이 너무 무뚝뚝하고 딱딱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먹었습니다.”

"괜찮습니다."

“배고프지 않습니다.” 등등.

아무래도 가장 늦게 팀에 합류했고 말수가 적은 그녀와 가까이에 있는 걸 견디는 사람이 없다 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녀는 신경 써주는 것 자체를 불필요한 일이라 여기는 듯 했다.

‘말을 걸어도 금방 대화가 뚝뚝 끊겨. 억지로대화를 이어나가도 영 친해지는 것 같지 않고.’

이런 스타일은 정말 처음이다.

무뚝뚝한 성격을 가진 연주 누님에게서도 느끼지 못했던, 마치 벽과 대화하는 기분이었다.

이 정도로 진전이 없다면 당사자의 마음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기는 한데….

‘저쪽에서도 나름 노력을 하는 게 보인단 말이지.’

다른 멤버들에게 절대 먼저 말 거는 법이 없는 그녀가 유일하게 말을 먼저 거는 게 나였다.

“피곤해 보이십니다. 몸 챙기십시오.”

“아…! 네, 그럴게요.오늘 유난히 바쁘네요.하하.”

별 거 아닌 안부 인사였지만, 멤버들 앞에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가 엄청 추궁 당했다.

‘최 경호원님이 형한테 관심 있는 거 아니야?’

‘나 최경호원님이 일 얘기 아닌 걸로 먼저 말 거는 거 처음 봤어!’

‘형 조심해여…! 최 경호원님이 듬직하시긴 한데 너무 위험해 보여요.’

쓸데없는 걱정을 해주는 기우연까지.

멤버들의 반응만 봐도 최관씨가 먼저 말 거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사람이 쉽게 가늠이 되지 않으니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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