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6화 〉 #56. 호랑이 굴에 들어 온 호랑이 (7)
* * *
그날 바닷가에서 저녁까지 먹은 후에야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 좀 웃겼던 게 질투를 한다던 사람이 정작 현오와 집에 도착했을 때 여전히 일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나는 현오를 재우고 연주 누님에게로 이동해서 야근하고 있는 그녀를 설득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질투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일단 그녀를 씻기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낸 후 번쩍 안아 올려서 침대까지 날랐다.
“부담스럽게 왜 이래.”
“정말 부담스러워요? 나는 쪽! 누님이 쪽! 귀여워 쪽! 죽겠는데요? 쪽쪽쪽!”
침대에 그녀를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타고 대화를 나누면서 얼굴 이곳저곳에 키스를 했다.
“로션 발라야해.”
“제가 발라줄게요!”
내가 선물한 아이템이라서 그녀가 얼굴에 뭘 바르는지 알고 있었기에 가져오는데 문제는 없었다.
“이거 맞죠?”
“그거 말고도 바르는 게 더 있긴 하지만, 그것만 발라도 문제는 없어.”
“이거 말고도 더 발라요? 이거 하나면 다 될 텐데.”
“화장품마다 기능이 저마다 다르니까.”
여자들의 화장품 세계는 내가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일단 지금은 이거 하나만 갖고 있어도 된다고 하지 된 거다.
화장품 뚜껑을 열고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화장품을 푹 찍어서 누님의 얼굴이 샥샥 발랐다.
“잘 바르네?”
“마사지도 해줄까요?”
“응. 해줘.”
멤버들에게 자주 해주는 거라서 나름 시원하게 잘 한다.
연주 누님 또한 내 마사지를 좋아해서 오늘 고생한 피로를 풀기 위해 몸 이곳저곳을 주물러주었다.
그녀의 몸을 마사지하다보면 자연스레 성감이 돋워지게 된다.
사실 알몸으로 누워 있는 걸 마사지한다고 주물거리고 있는데 성욕이 올라오지 않으면 정상이 아닌 거다.
나는 지극히 정상적이었고, 연주 누님이 바짝 서 있는 성기를 보고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넌 정말 솔직하구나.”
“누님 몸을 만지고 있는데 이게 어떻게 풀이 죽겠어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 혼자서 이렇게 단단해진 거야?”
연주 누님이 손을 움직여서 내 성기를 잡았다.
누님의 손에 닿으니 더 신이 나서 씩씩하게 살아난다.
“나는 네가 오늘 걔랑 잘 거라고 생각했어.”
“네에?! 제가요?! 너무 대단하게 생각해주시는 거 아니에요?”
분명 연주 누님에게 최관씨와 전혀 친해지지 못했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고작 데이트 한 번에 잠을 보낼 거라고 생각하다니.
“설마 그래서 야근하신 거에요? 제가 늦게 들어올 줄 알고요?”
“…어느 정도는. 없다고는 말 못할 것 같군.”
“여자가 많아서 이런 말하기 뭐한데, 그래도 함부로 몸 굴리고 다니는 난봉꾼은 아니에요.”
“남자한테 남봉꾼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지. 능력이 좋은 것 뿐. 사진을 보고 잠깐 질투를 한 건 사실이지만, 이후에는 진심으로 네가 그 아이를 품어주길 바랐어. 처음에는 현오를 위해서 제안한 거지만, 한편으로는 걔를 위해서이기도 해. 네가 그 아이를 품어주면 걔한테도 좋은 일일 것 같았거든.”
“관이씨를 제 여자로 만들길 바랐던 거에요?”
“그래. 내가 했어야 할 일들은 평생 대신 하면서 살았던 아이야. 혼자 내버려두면 어머니가 죽을 때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혼자 살았겠지. 남자라곤 도통 관심을 안 보였으니까. 그럴 바에야 차라리 네가 거둬준다면 적어도 걜 외롭게 하진 않을 것 같았어.”
어떤 이유든 내가 그녀를 여자로 받아들인다면 외롭게 놔둘 생각이 없다.
책임질 행동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질투난다면서요. 그거 다 어디 갔어요? 솔직히 오늘 좀 기대했단 말이에요. 질투하는 누님을 드디어 보는구나 싶어서.”
오늘 질투했다던 여자가 하기엔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질투는 하는데, 다른 여자를 받아들이라고 부추긴다고?
연주 누님을 직접 만나면 질투하는 모습을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었는데, 저렇게 말을 하는 걸 보니 다 텄구나 싶었다.
“현오와 네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걸 보고 그 자리에 내가 없다는 사실에 잠깐 질투가 났을 뿐이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 걸 보고 있으니 그 감정도 곧 사라졌다.”
“…그렇게 말하면 질투하는 거 보여달라고 한 제가 너무 철 없어 보이잖아요.”
“남자는 나이를 먹어도 애라더라.”
남녀 역전 세계인데 그건 또 지구와 같은 모양이다.
피식 웃으면서 연주 누님이 손에 쥐고 있던 것을 힘주어 잡았다.
“윽!”
“지금도 봐라. 진지하게 얘기 중인데도, 이 녀석은 줄어 들 기미를 안 보이지 않니.”
“그 부분은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요.”
슬픈 이야기를 해도 지금 상황에선 걔는 꼿꼿하게 서 있을 거다.
홀딱 벗은 누님이 요염하게 누워 내 성기를 어루만져 주고 있지 않은가?
이제 더는 한계였다.
이대로 누님의 손에 싸고 싶지 않았기에 촉촉하게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님 안에 들어가고 싶어요.”
“바란다면 얼마든지.”
누님이 순순히 성기를 놓아주고 가랑이를 벌렸다.
나도 슬슬 본격적으로 섹스를 시작하기 위해 자리를 다시 잡고 있을 사이였다.
누님이 도발적인 눈빛을 쏘아 보내며 말했다.
“어서 들어와라.”
“!!”
“잠깐이었지만 질투한 건 맞으니 달래줘야지.”
“하, 누님….”
질투하는 걸 보고 싶어 하는 걸 안 누님이 센스 있게 나를 도발한 것이다.
섹스를 앞두고 한 그녀의 도발은 매우 성공적으로 먹혀 들어갔다.
평소에는 누님이 다치지 않도록 애무를 했을 텐데, 단숨에 허리를 움직여 그녀의 안으로 성기를 집어 넣어버린 것이다.
“읏!”
“아팠어요?”
당장 들어가고 싶다는 충동을 참을 수 없어서 한 행동이었고, 뒤늦게 누님이 걱정 돼서 물으니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내 목에 팔을 둘렀다.
“아니. 안을 꽉 채우는 게 들어오니 좋아서. 가볍게 간 것 같아.”
“확실히 누님이 질투를 하긴 했나 봐요. 이렇게 자꾸 도발을 하시는 걸 보니 말이에요.”
“그래서 싫으니?”
“아뇨. 환장하게 좋죠.”
워낙 나에 대한 집착이 적은 사람인지라 오히려 이렇게 감정을 내보여주는 게 무지 좋았다.
“더 집착해주세요.”
“그런 소리는 장난으로도 하지 마렴. 요즘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데.”
가뜩이나 적은 남자의 수가 요근래 더 극감하면서 사회적인 문제가 심각하고, 여자들이 남자에게 보여주는 집착은 범죄 수의를 넘나들고 있었다.
“그래도 누님이 해주시는 거니까 좋은 걸요. 누님이 절 묶으셔도 기꺼이 받아들일게요.”
보통 내가 묶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누님이 해준다면 관심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이게 M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보통 하는 생각이 아닐까?
“하, 그래?”
여기서 좀 의외였던 건 누님이 내 말을 웃긴 소리로 넘어가지 않았다는 거다.
매우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는 듯 갑자기 몸을 움직여서 나를 침대에 눕혔다.
얼떨결에 누님과 합쳐진 채로 빙글 돌아가 침대에 누운 난 눈을 깜빡이며 누님을 쳐다봤다.
“에? 설마 저 묶으시려고요?”
“내가 묶어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한 건 너잖니. 이제와서 못하겠다고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실망할 것 같은데.”
아니, 못 할 건 없긴 한데….
“진짜 한다고요? 진짜요?”
“네 아래에 깔린 채 섹스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기회가 왔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구나. 다시 한 번 널 아래에 깔고 싶긴 했었다.”
우리가 처음에 섹스했을 때처럼.
누님이 내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더니 속삭였다.
처음 그녀와 섹스를 할 때는 포니가 만들어놓은 상황이라 얼떨결에 휩쓸렸던 것 같다.
가뜩이나 술에 취해 있었는데, 눈을 뜨니 내 위에 여자가 있었으니 그럴 만 하지 않은가?
너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 무조건 꿈이라고 생각한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위험한 짓이었어.’
지구에서 그랬다면 나는 다음날 경찰서로 끌려갔을 거다.
아무튼 누님이 말한 첫 섹스를 구체적으로 떠올리지는 못한다.
그래도 대충 우리가 섹스를 할 때 어떻게 했는지는 알았다.
‘처음에는 밑에서 마구 당했고, 꿈이겠지 생각했을 때부턴 반격을 좀 하긴 했는데….’
내가 그땐 섹스를 잘 못해서 위를 차지하고 있어도 누님에게 리드를 당했던 것 같다.
누님 같이 예쁜 여자가 격한 욕설을 내뱉으며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데 어떻게 안 할 수 있겠는가?
연주 누님은 그날의 섹스를 다시 꺼내고 싶으셨나 보다.
여태까지 누님과 섹스하면서 잘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좋아요! 오늘은 누님이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아예 속 시원하게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
“그럼 일단 도구부터 꺼내볼까.”
“!”
나를 내려다보는 연주 누님의 눈빛이 무섭게 빛났다.
? ? ?
쩔그럭 쩔그럭
하앙! 아앙…아으응…!
헉! 허억! 헉!
손목이 묶이고 눈에는 안대를 끼어서 완벽하게 암흑이 된 상태로 자극적으로 쏟아지는 쾌락에 헐로 숨을 헐떡였다.
“어흑! 누님, 거긴 좀…끄으으…!”
“씹…움직이지 마!”
내가 참지 못하고 허리를 움직이려고 하자, 연주 누님이 허벅지로 내 허리를 꽉 쪼이며 압박을 했다.
“누님…아! 쌀…것 같아요.”
“아직 안 돼! 흣! 으읏! 거기, 하앙…항…! 참아…으응…좋아….”
섹스를 시작하기 전에, 오늘 누님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말했지만, 그 말이 이렇게 후회 될 줄 몰랐다.
연주 누님은 나를 단단히 혼내겠다고 마음을 먹었는지 정말 옴짝달싹 못하게 했다.
‘역시 오늘 사진 보낸 게 문제였던 건가?’
안대를 써서 허리를 놀리는 누님을 볼 수도 없고, 손이 묶여서 누님의 보드라운 피부를 만질 수도 없었다.
그 와중에 환상적인 조임과 허리 놀림으로 쾌락이 쏟아지니,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누님에게 자비를 구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누님이 질투했다는 게 신기해서 그랬던 건데….’
누님의 아래에 깔려 한참동안 당하면서 내가 뭔 잘못을 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녀의 질투를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는 것.
워낙 감정을 티 내지 않는 사람이라 질투하는 것조차도 기뻤던 것 뿐인데, 누님 입장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던 거다.
아무리 티를 내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고 해서 진짜 괜찮은 게 아닌데 말이다.
“누님,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
“하읏…으응…? 용서?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제가 잘못한 게 있으니까 이러시는 거잖아요. 저 미칠 것 같아요. 움직이고 싶어요.”
“하! 지금 그래서 잘못했다고 비는 거니?”
“네에….”
앞이 안 보이는지라 누님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불안해서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내 볼에 촉촉한 입술이 닿았다.
쪽!
“귀엽기는.”
“어…?”
“오해야. 그냥 네가 안절부절 못하는 걸 보는 게 좋아서 이러는 거니까.”
“화나신 거 아니었어요?”
“전혀. 오히려 지금 기분 좋은데.”
“그럼 안대라도 빼주세요. 너무 답답해요.”
내 애원에 연주 누님이 드디어 안대를 내려줬다.
‘하, 이걸 못 보고 있었던 거야?’
눈에 빛이 들어오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두 볼에 홍조가 올라와 있고, 몸에 땀으로 번들거리는 누님의 촉촉한 나체였다.
그녀는 내 복부에 손을 얹고 다시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누님이 위 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출렁이는 가슴이 너무도 먹음직스러웠다.
꿀꺽
결국 침을 꼴깍 삼킨 내가 입을 열었다.
“누님, 가슴 빨고 싶어요.”
“쯧! 오늘따라 아기처럼 자꾸 보채는구나.”
“이렇게 움직이지 못하게 꽁꽁 싸매버리니까 그렇죠.”
“풀어달라고 떼를 쓰는 게 아니라현오처럼 젖 먹고 싶다고 떼를 쓰고 있으면서? 아기가 아니라면 젖 정도는 안 줘도 되겠지?”
“하!”
누님의 매정한 말에 헛웃음을 지은 후 나는 정색하고서 말했다.
“응애.”
나 아기 진해솔, 맘마 주세요.
누님의 젖을 먹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아기가 되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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