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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405화 (405/849)

〈 405화 〉 #60. 가족 여행 (3)

* * *

다 함께 휴양지에서 즐기는 여행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즐거웠다.

여행을 온 첫날밤에는 호텔 쪽에서 준비해준 곳에서 바비큐를 해먹고 일찍 잠들었고, 본격적으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한 건 다음 날이었다.

호텔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우자마자 근처 유명 여행지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차가 대기하고 있다가 목적지까지 우리를 데려다주었기에 피곤할 세가 없었다.

근처에 구경하기 좋은 여행지를 돌아다니다가 배고파질 때 음식점으로 가서 밥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호텔 쪽에서 우리를 위해 유명 셰프를 미리 섭외해두었던 것이다.

“진짜 제대로 된 곳에서 먹는 음식은 다르긴 하구나.”

“무슨 차이일까 싶었는데, 정말 차이가 있긴 있네. 아니, 비교가 불가능하지 않아?”

“제가 미식가가 아닌데도 맛이 굉장히 섬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이렇게 맛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었나? 싶더라니까요.”

여자들이 호평을 하자 유명 셰프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놀랍게도 유명 셰프는 남자였는데, 잘생긴 외국 중년의 능숙하고 부드러운 매너에 여자들이 홀딱 빠져서 좋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가뜩이나 목소리도 굵직한 것이 여자들이 환장하며 따라다닐 스타일이었다.

그는 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인지 기분 좋은 립서비스를 해주고 선을 지키는 매너를 보여주었다.

근데 그게 오히려 여자들에겐 꽤 호감으로 다가 왔나 보다.

“매너까지 있으시네. 완전 젠틀 그 자체야.”

“후후후, 외국 남자들은 여성한테 꽤 적극적이라고 들었는데 정말인가 봐.”

정화씨까지 기분 좋다는 듯 웃으니 내가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이 분위기 뭐야? 왜 이렇게 좋아해? 나 질투나려고 하는데.”

“호호호! 해솔이가 질투한다고 하니까 기분이 나쁘진 않은데?”

“얘 장난으로 이러는 거야. 질투는 무슨.”

식사가 끝난 이후, 이번에는 해수욕장으로 움직였다.

호텔에서 조금만 더 가면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제 쇼핑을 하느라 물놀이를 못한 일행이 있었고, 어제 물놀이를 한 것으로 만족을 하지 못한 어린이들이었다.

더욱이 수영장과 해수욕장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 않은가?

특히나 나는 내색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하게 기대하고 있는 게 있었다.

‘수영복!’

그렇다.

내 여자들의 수영복 차림!

중요하니까 다시 한 번 말하겠다.

수.영.복!

그 중요한 걸 아직까지 보질 못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다.

‘누나가 기대해도 좋다고 했지.’

나랑 몇 년을 함께 했는데 내 취향이 뭔지 모를까.

이곳 남자들과 달리 내가 야한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좋아할 만한 스타일로 샀다고 하는데, 고대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하지만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잠깐, 너 수영복 뭐 입을 거야?”

“나? 이거.”

이곳저곳에서 들어오는 협찬과 선물들.

그 중에 수영복 하나가 없었겠는가?

나는 무난하게 검은색 사각형 수영복을 골라서 챙겨 온 상태였다.

“그거 하나만?”

“응. 뭐 다른 걸 더 입어야 돼?”

“미쳤나봐. 여기에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그거 하나 달랑 걸치겠다고? 네가?”

“아니, 뭐가 문제야? 저기 남자들도 다 나처럼 입고 다니는데.”

해수욕장.

늑대들이 넘쳐나는 곳.

여기서는 여우가 넘쳐나는 곳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그 여우들이 괜히 해수욕장에 오겠는가?

먹잇감이 있으니까 오는 거지.

밖도 잘 안 돌아다닐 정도로 몸을 사리던 남자들도 여행을 왔다는 점 때문인지 한껏 풀어져서 살갗을 내어놓고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니 나도 이 정도는 괜찮을 줄 알았다.

‘솔직히 내가 노출 문제로 여자에게 지적을 받는다는 게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그런데 내가 별 생각 없이 골랐던 무난한 검은색 수영복이 그녀들 입장에선 전혀 괜찮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엄마!! 얘 좀 봐. 딸랑 이것만 입고 해수욕장에 가겠대!”

“어머어머! 해솔아! 그럼 안 돼. 큰일 나!”

“예? 아니, 다른 사람들은 다 이러고 다니는데 왜 저만….”

그리고 안경이 있지 않은가?

“너 그럼 계속 안경 쓰고 다닐 거야? 그러다가 피부에 안경 자국 남을 텐데?”

“…….”

그건 또 생각 못했다.

“그리고 저렇게 노출을 하는 남자들은 돈 받고 저러고 있는 거야.”

“돈??”

“응. 해수욕장에서 고용한 알바생들인 거지. 하여튼 순진해서는. 일반인이 진짜 저러고 다닐 리가 없잖아.”

“저 사람들이 진짜 돈을 받고 저러고 있는 거라고??”

“해수욕장에 왜 여자들이 오겠니? 남자 만나려고 오는 거잖아. 그런데 정작 해수욕장에 남자가 없으면 어떡할래? 장사가 안 되겠지? 그래서 저렇게 남자 몇 명을 고용하는 거야.”

“와~ 그럼 고용 안 된 평범한 남자는 저렇게 입은 사람들인 거고?”

일명 래쉬가드라고 불리는 전신을 다 가려주는 수영복을 입은 남자들이 간간히 보이긴 했었다.

그런 사람들을 가리키며 물으니 주아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남자가 위험하게 맨몸을 아무 이유 없이 노출 할 리 없잖아. 안 그래도 사방에서 어떻게든 낚아채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여우들이 잔뜩인데.”

“저렇게 벗고 있다가 위험해지면 어떡해? 아무리 돈을 받았다고 해도 위험하지 않나?”

“당연히 해수욕 경비원들이 지켜주지. 저쪽에 안전요원들이 무슨 일 있으면 바로바로 움직여서 해결해줘.”

해수욕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안전사고.

그것을 해결하라고 있는 안전요원들이 알바생으로 고용 된 남자들을 지켜주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에 경악했다.

“은근히 꿀 빠는 알바라서 제법 유명한데 모르는구나.”

해수욕장에서 수영복을 입고 놀기만 하면 돈을 받을 수 있는데 꿀 빠는 알바로 유명하지 않는 게 이상하긴 하다.

더군다나 그렇게 실컷 놀아도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지켜주는 사람까지 있지 않은가?

“내가 뭐 이런 델 와봤어야지. 그럼 이제 어떡하지? 나 이것밖에 없는데.”

“으이구~ 내가 이럴 줄 알고 어제 쇼핑하면서 네가 입을 만한 걸로 사뒀어. 자~!”

주아 누나가 쇼핑백을 건넨다.

“하~ 누구 마누란데 이렇게 예쁜 짓만 골라하지?”

“어이구~! 엎드려 절 받기네. 됐거든요? 가서 갈아입고 와.”

“옛설!”

기껏 열심히 가꾼 몸매를 자랑하지 못하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누나가 골라준 래쉬가드를 입고 나왔다.

검정색의 무난한 민소매 상의에, 하의가 좀 화려했는데 초록색 악어 무늬 반바지였다.

‘취향이…?’

난감한 취향이었지만 입으라고 줬으니 사양은 못하고 순순히 입었다.

너무 빠르게 환복해서 그런가?

밖으로 나왔으나 아무도 나와 있지 않더라.

혹시 몰랐기에 일단 모자와 안경은 쓰고 나왔다.

나중에 자리에 앉아서 느긋하게 쉴 때 안경을 벗고 선글라스를 낄 생각이었다.

동양인의 얼굴을 알아보는 걸 어려워하는 서양인들이다 보니 선글라스 정도만 끼어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아빠아아아아!!!”

“오우, 태양이 멋진데?”

악어무늬 바지가 어떻게 나온 건가 했더니 태양이가 내가 입은 옷의 미니미 버전을 입고 있었다.

“아빠랑 커플 수영복 입었네?”

“응!! 내가 골라써! 아빠 꺼!”

“태양이가 골랐다고? 그치만 태양이는 어제 물놀이 했잖아.”

“에잇! 엄마랑 영상통화 했단 말이야! 아빠는 영상통화도 몰라?!”

“아하! 영상통화가 있었구나? 어쩐지~ 태양이가 골라줘서 그런지 아빠 마음에 쏙 들더라고.”

“히히히! 아빠랑 나랑 똑같아!”

한참 뭐든 혼자하고 싶어 하고, 따라하고 싶어 하는 나이.

나는 나랑 똑같다며 꺄르륵꺄르륵 웃는 태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엽기는. 근데 엄마들은?”

“자기야앙~~”

태양이가 혼자서 바깥으로 튀어나왔을 리 없었기에 물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복순 누나가 뒤를 이어서 나온다.

한껏 고양 된 목소리로 나온 그녀를 바라본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을 헉! 하고 멈췄다.

‘와…미쳤…!’

원래부터 탄탄한 몸매를 갖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복순 누나의 몸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볼륨감 넘치는 가슴과 잘록한 허리 라인 그리고 탄탄한 복근이었다.

운동을 좋아하기도 하고, 몸매 가꾸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아이를 낳은 이후에도 빠르게 본래의 몸매를 회복했던 그녀이다.

그런 복순 누나가 대놓고 자기 몸매를 자랑하고자 비키니를 입은 것이다.

자신의 몸매에 자신이 있었는지 복순 누나의 비키니는 민무늬였다.

개인적으로 무늬 없이 강렬한 초록빛을 뽐내는 비키니를 선택한 걸 잘했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장식이 없어도 복순 누나는 몸매가 워낙 화려해서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비키니가 화려했다면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흐흥~ 자주 보는 몸이면서 그런 반응을 하는 거야?”

“누나 몸매는 정말….”

“섹시하지?”

슬쩍 몸을 비틀어서 탄력적이게 올라와 있는 엉덩이와 등의 곡선을 보여준다.

“당장 키스하고 싶을 정도에요.”

태양이가 없었다면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복순 누나에게 찰떡처럼 어울리는 비키니에 감탄사를 내뱉길 잠시.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듯, 한 명 한 명씩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모델처럼 걸어 나왔다.

한동안 멍하니 그녀들의 수영복 차림을 넋 놓고 봤던 것 같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그렇게 넋을 놓은 건 나 뿐만이 아니었다.

남녀 할 것 없이 그녀들의 엄청난 포스에 압도 당했다.

“세상에~ 너무 귀엽다!”

정작 당사자들은 별 생각이 없었지만 말이다.

가족들은 나와 태양이가 함께 서 있는 걸 보고 귀엽다며 난리가 났다.

“깨물어주고 싶어!!”

“태양이만 입혔을 때도 귀엽긴 했는데, 두 사람이 같은 수영복을 입고 있으니까 배로 귀여워졌어!”

그녀들은 나와 태양이가 같이 있는 모습에 귀여워 죽으려고 했지만, 나는 내 여자들의 압도적인 피지컬에 절로 아랫도리가 후끈 달아올라 곤욕을 치러야 했다.

모두 내 여자들인지라 그녀의 살결이 주는 감각을 알고 있지 않은가?

내가 침을 꼴깍꼴깍 삼키고 있으니 그녀들이 내가 어떤 기분인지 눈치 채고 단체로 꺄르륵 웃음을 터트렸다.

“뭐야, 해솔이 너 이거 보고 섰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흥분을 안 할 수 있겠어. 다들 천사가 내려온 것 마냥 예쁜데.”

흰색 비키니에 짧은 청바지를 입은 아현이.

하늘색 원피스형 수영복을 입은 주아 누나.

해바라기가 그려진 수영복을 입은 민영 누나.

허리 쪽에 리본이 달려 있는 여성스러운 수영복을 입은 정화씨.

강렬한 붉은색 모노키니를 입은 연주 누님.

그 외에도 컨셉을 유지하겠다며 직접 자체 제작을 해온 ‘메이드 수영복’을 입고 있는 비앙카, 멜리사, 칸나까지.

“미치도록 예쁘네요. 다들.”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여자들이 나를 향해 해맑게 웃어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 너무 귀여운 지현이와 현오도 빼놓을 수 없었다.

지현이와 현오는 아직 너무 어려서 어린이용 수영장이 아닌 해수욕장에선 물에 들여보낼 수가 없었는데, 그래도 기분을 내고자 수영복을 입혔다.

우리 가족은 사람들의 시선을 잔뜩 받으며 자리로 이동했다.

안경 덕분에 곧 시선은 사라졌지만, 안경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우리에게 접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를 썩지 않았을까 싶다.

‘일부러 이렇게 모으려고 해도 못했을 것 같은데.’

그저 인연이 닿는 대로 차곡차곡 쌓았더니 결과가 이렇게 됐다.

과거의 나였다면 저 중에 한 명과 이어져도 평생 모시고 산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을 거다.

나에게는 정말 과분할 정도로 대단한 여자들.

나는 다시 한 번 그녀들에게 잘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뭐 필요한 거 있어? 먹을 거라도 사올까?”

“수영복 입어서 먹는 건 부담 돼. 그런 거 말고 나 오일 발라줘.”

직원이 미리 예약을 해둔 장소에 도착하니 따로 조치를 취했는지 인적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준비 된 캠핑 파라솔과 비치의자가 인원수에 맞게 준비 되어 있더라.

사람의 시선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우리한테는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장소였다.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사라지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는지 주아 누나가 내 손 위에 오일을 올려놓고 섹시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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