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1화 〉 #62. 하나 얹고 하나 더! (7)
* * *
“알았어. 내가 다 설명해서 납득시킬게.”
내 자식들도 나처럼 많은 여자들을 거느리게 될 텐데 호칭 따위에 문제 삼을 리 없다.
나는 내 DNA를 믿고 있었고, 이곳으로 나를 보낸 존재들이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내 자식들은 여자를 아주 좋아하는 녀석들일 테니 아빠 사정은 이해해주지 않을까?
떡잎부터 다르다고, 태양이가 동네 꼬맹이들 사이에서 사귀는 여자 아이만 해도 다섯이 넘는다.
어릴 때는 너무 예뻐서 여자 아이로 오해를 받다가 슬슬 자라면서 남자 티가 나기 시작하자 생긴 일이었다.
아직 뭐가 뭔지도 모르는 태양이지만, 여자들의 접근을 질색하는 다른 남자 아이들과 달리 태양이는 여자애들한테 인기가 많은 걸 좋아하는 눈치였다.
“어이구~ 당장 해야 할 일 아니라고 대답은 잘하는구나.”
“하하. 나는 우리 태양이 믿거든. 그나저나 오늘 집에 꼭 가야겠는데? 내가 제일 늦게 들은 거야? 다른 가족들은 다 알아?”
“아니, 네가 두 번째야. 내가 처음 알았고.”
“그럼 파티하자!”
“파티?”
정화씨의 임신을 축하할 겸, 가족들에게 임신 소식을 알려줄 겸해서 하는 파티.
“파티라고 해서 거창한 걸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냥 가족끼리 맛있는 음식 차려놓고 다 같이 먹자는 거거든.”
“비앙카한테 파티라고 말하면 엄청 크게 준비할 것 같은데? 그런 파티로 걔가 만족할 리 없어.”
“그건 그렇지….”
평소에도 메이드들의 엄청난 스케일에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닌 가족들이다.
별 생각 없이 메이드와 쇼핑을 갔다가 처음 당해보는 VVIP 대접에 경악을 했다는 그녀들.
정화씨의 임신을 축하하는 파티를 하자고 하면 메이드들이 절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부담스러워도 나쁘지 않지 않아? 그만큼 축하하고 싶다는 의미일 테니까.”
솔직히 축하 파티가 거해진다고 해도 그게 나쁠 것 같진 않다.
“알았어. 엄마가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나도 반대하겠다는 거 아니었어. 엄마가 싫어할 것 같아서 그런 거지. 차라리 잘 됐다 싶네. 엄마가 임신 때문에 좀 소심해져 있는 상태였거든.”
“소심? 왜?”
“임신할 생각이 없었는데 임신을 해버린 거잖아. 내가 말했던 것처럼 족보가 복잡하게 꼬이는 것도 있고.”
“그런 걸로 왜 우울해 하는 거야? 지금도 그래. 당사자가 직접 말을 해줘야지, 왜 누나가 해주는 거야?”
“나도 엄마가 말했으면 했는데, 죽어도 말 못하겠다고 하더라고.”
나는 축복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정작 당사자가 꺼려하고 있으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정화씨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모르지는 않는다.
예상하지 못했던 임신인데다가 임신을 견디기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점, 그리고 주아 누나가 말했던 것처럼 복잡해지는 관계 등등이 순수하게 임신을 기뻐하지 못하게 만드는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누나가 대신 말해준 거야?”
“응, 엄마가 너무 힘들어해서. 그리고 말할 게 그게 끝이 아니야.”
끝이 아니야?
“또 있다고? 왜? 병원에서 별로 안 좋대?”
자연스럽게 할 말이 그게 끝이 아니라고 하니 정화씨 몸 상태가 걱정 됐다.
물론 정화씨가 정말 건강이 안 좋다고 해도 내가 어떻게든 회복시켜줄 자신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무리 나라도 정말 큰 문제가 생기면 답이 없다.
최악의 상황에서 정화씨의 목숨은 어떻게든 살릴 수 있겠지만, 아이까지 건강하게 태어나게 한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소관이 아니었다.
‘물론 상점에 들어가면 해결해주는 아이템이 있기야 하겠지. 문제는 내가 살 수 없을 만큼의 코인으로 판매를 하고 있어서 그림의 떡이라는 거고.’
연주 누님의 장모님과 관이씨의 몸을 회복하게 하느라 그동안 모아두었던 코인의 상당부분을 사용해야 했다.
지금은 다시 코인을 열심히 모으고 있긴 한데, 섹스만으로는 마음에 찰 정도로 코인이 모이지 않았다.
몇 년 전, 최고급 AI 상태창을 팔아서 얻은 코인이 어느새 바닥을 보이게 된 것이다.
‘완전 바닥은 아니긴 한데, 예전에 갖고 있던 코인 양을 생각해보면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달까.’
당장 생활에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정말 큰 문제가 생겼을 때, 치료 아이템을 구매하고 싶어도 간당간당하다는 사실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좀 더 자주 섹스와 미션을 깨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더욱이 앞으로 뱃속에 있는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내야 하지 않은가?
“엄마가 임신을 하긴 했는데 한 명만 생긴 게 아니라더라고.”
“응?”
“쌍둥이 말이야. 쌍둥이를 임신했대.”
“싸, 쌍둥이?!”
이건 좀 예상 외인데!
찐으로 놀랐다.
쌍둥이…쌍둥이라니….
한 번에 가족이 늘어나는 것은 언제나 환영할 일이다.
다만 하필이면 쌍둥이가 들어선 게 정화씨라는 점이 조금 걸리는 일일 뿐.
“한 명만 생겨도 노산이라 걱정인데, 무려 두 명이라잖아. 네가 잘 챙겨줘야 할 것 같아.”
“알았어. 잘 챙길게.”
“응. 부탁 좀 할게.”
웬만해서는 잘 부탁을 하지 않는 주아 누나다.
정화씨의 건강이 그만큼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아, 근데 누나. 란나씨 관련 된 일은 누나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알고 있지?”
“그게 뭐 좋은 일이라고 함부로 말하고 다니겠어. 나도 그 정도 눈치는 있어.”
다른 목적을 갖고 접근한데다 신분도 거짓말을 한 상태.
란나씨에게는 반드시 숨겨야만 하는 내용이었다.
“더군다나 나중에 소개 받게 될 텐데 그런 걸 알고 있다가 말실수 할 수도 있으니까. 나도 조심할게.”
굳이 입 아프게 설명을 해줄 필요 없이 센스 있게 알아듣고 행동하는 주아 누나였다.
항상 이런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니 주아 누나에게만큼은 마음 놓고 상담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내 진짜 나이와 비교하면 한참 어린 그녀인데, 의지를 하고 있는 게 나인 걸 보면 나는 철 들려면 아직 멀었나보다.
“응, 누나. 고마워.”
“그 여자는 언제쯤 보여줄 거야?”
“아직은 안 돼. 내 정체도 못 밝혔는데 어떻게 여길 데려오겠어.”
“그럼 나 네 다른 얼굴 보여주면 안 돼?”
“내 다른 얼굴을? 왜?”
외모가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넘어가면 미남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진다.
그때부터는 개인의 취향 차이로 누가 더 잘생겼는지를 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내 진짜 얼굴과 다른 얼굴 모두 미남이라 못 보여줄 건 없다는 거다.
“얼마나 다른지 궁금해서.”
“화려한 얼굴은 아니야. 부드럽고 좀 어른스러운 스타일이랄까?”
20대 초반의 얼굴을 하고 카페 사장님으로 나타나면 어필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다소 나이가 들어 보이는 얼굴을 선택한 거였다.
“보여줘!”
“알았어. 보여줄게.”
보여 달라는데 안 보여줄 이유가 없었기에 바꾼 얼굴을 보여주었다.
“뭐야, 잘 생겼잖아!”
“이 반응은 뭐지? 나보다 다른 남자 얼굴이 더 좋다는 거야?”
“이 얼굴이 넌데 왜 질투를 하냐?”
“어쨌든 내 얼굴이 아니잖아. 누나 이런 스타일 좋아했어?”
“아니…네가 외모 때문에 질투할 급은 아니지 않니?”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누나가 너무 좋아하는 게 티가 나잖아. 그렇게 좋으면 이 얼굴로 섹스해줄까?”
“뭐어?! 싫어!”
주아 누나가 질색을 하는데, 나는 이미 스스로가 했던 말에 꽂힌 상태였다.
“해보자. 뭔가 엄청 색다를 것 같아.”
“야야야야, 진정해!!”
이미 눈이 뒤집힌 나는 누나의 만류에도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었다.
“꺄앗!”
누나의 몸을 번쩍 들어서 침실로 들어간다.
중요한 얘기를 해야 했기에 조용한 곳이 필요했고, 덕분에 만나는 장소는 우리 집이었다.
다른 곳에 칸나가 지현이와 현오를 돌보고 있었지만 방음 하나는 제대로 되는 곳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거니 했다.
“아앙…하지마…기분 이상해에…얼굴 바꿔어…!”
주아 누나의 옷부터 홀딱 벗기고 본격적으로 애무를 시작한다.
반항하는 것도 잠시, 내 익숙한 손길에 누나의 몸이 반응한다.
저항하는 힘이 점점 줄어들고 신음이 터져나오면 나는 일부러 짓궂게 누나 앞에 얼굴을 들이댔다.
“으흑…안 돼에….”
“이러고 있으니까 진짜 기분 묘하네. 주아씨라고 부르면 더 느낌 이상할 것 같지?”
“아힉…!!”
바들바들
주아 누나의 몸을 만지고 있었기에 그녀가 내 말에 반응하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내가 주아씨라고 부르는 게 그렇게 꼴렸어? 이래놓고 나한테 질투를 왜 하냐고 한 거에요?”
“하지마아~! 이상하다구우! 너 아닌 것 같애!”
“기회 왔을 때 즐겨. 누나가 나 말고 다른 남자랑 이런 짓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평생 그럴 일 없으니까 처음이자 마지막인 기회를 누리라고.”
“흐으응…!”
“평소보다 반응이 좋네요.”
그동안 주아 누나랑 뒹굴었던 게 몇 번인가?
그러나 얼굴을 바꿔서 그런지 느낌이 굉장히 색달랐다.
주아 누나가 너무 좋아하면 괜히 질투가 나고, 바람피우는 걸 목격하고 있는 느낌이 드는 거다.
“아잇! 존댓말…하지…으으응…!”
주아 누나도 내 얼굴을 보면서 섹스 하기 어려웠는지 자꾸만 눈을 감으려고 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목소리도 다르게 내줄까요? 아! 그리고 섹스 끝나고 물어볼 거니까 대답 생각해둬요. 남자 친구 자지가 좋은지, 아니면 내 자지가 더 좋은지.”
“아학…! 말도 안 되는 소리를…흣!”
쯔걱쯔걱
아까부터 계속 싫다고 하지 말라고 하고 있지만, 주아 누나의 푹 젖어 있는 음부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렇게 흥분해놓고 하지 말라고?
내가 진짜 그만두면 아쉬워 할 사람이다.
“다른 사람이랑 섹스하고 있는 것 같아서 무서워요? 그런 사람 아래가 왜 이렇게 축축하죠? 부끄러워서 거짓말 하는 것 같으니까 이번만 봐줄게요.”
“으응…그건…어쩔 수 없이…흣…! 네가 만지니까아….”
“응응. 내 손 기분 좋죠? 주아씨가 기분 좋아 하는 곳 전부 알고 있어요.”
평소 섹스를 할 때보다 주아 누나의 몸이 뜨끈뜨끈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극에 큰 자극을 받은 거다.
평범한 섹스도 기분 좋게 끝낼 수 있기는 하지만, 살짝이라도 상황을 비틀어서 설정을 버무렸을 때 여자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더 흥을 내며 섹스를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상황을 즐기고 있는 건 누나 뿐만이 아니라는 거다.
남의 여자 빼앗는 취향을 갖고 있진 않지만, 이렇게 재미로 즐기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허용할 수 있다.
“주아씨가 너무 뜨거운 여자라서 저도 이렇게 잔뜩 흥분해버렸어요.”
“흑…흐응…너…넣어주세요. 아래가 간지러워요.”
내 짓궂은 말에 하지 말라고 빼던 주아 누나도 슬슬 몸이 닳았는지 내 상황극에 맞장구를 쳐주기 시작했다.
솔직히 연기자는 내가 아니라 주아 누나가 아닌가?
당연하지만 우리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런 상황극은 매우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나는 주아 누나의 팬티만 입혀져 있는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지게 때리고서 말했다.
짜악~!
“나는 주아씨가 야해서 덮친 건데 단어 선택이 너무 조신한 거 아니에요? 천박하고 야한 모습 보여주세요. 그래야 예뻐해주죠. 평소에 남자친구한텐 그렇게 재미없게 굴었던 거에요?”
“흐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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