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424화 (424/849)

〈 424화 〉 #63. 축하 파티 (1)

* * *

‘하여튼 뭐든 주아 누나라면 껌뻑 죽지.’

만약 그녀가 오랫동안 남자에 굶주려 있지 않았다면 우리 관계가 어떻게 됐을까?

아마 정화씨와 내가 이런 관계가 되진 못했을 거다.

여전히 잠자리에선 뜨거운 여자지만, 평소에는 조신한 요조숙녀가 따로 없는 정화씨다.

‘고맙습니다, 장인어른!’

솔직히 밤에는 뜨겁고 아침에는 다정한 정화씨 같은 여자를 마다할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정화씨를 방치해서 나를 덮치게 만드는데 도움(?)을 준, 아직 제대로 뵌 적이 없는 장인 어른에게 속으로 감사 인사를 올려봤다.

만약 실제로 우리 앞에 나타나면 절대 이런 말은 못할 테니 속으로만 하는 거다.

‘진짜 뭐하는 놈이기에 정화씨를 방치한 거지? 복에 겨워가지고는…. 평생 끼고 살면서 아껴줘도 부족할 판인데.’

남자의 정력은 나와 달리 한정적이고, 새로운 여자를 만나느라 그 정력을 다 쓰기 때문에 정화씨를 방치한 것 같은데….

그녀의 진가는 앞서 말한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랫동안 한 가정을 조강지처로써 이끌었던 경험을 주아 누나에게 전수해준다는 점이 가장 크다.

그 덕분에 내 가족들이 크게 다투지 않고 화목하게 지내고 있지 않은가?

만약 내 여자들이 서로 감정적으로 싸우고 다퉜다면 그녀들을 중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나는 정화씨한테 큰 은혜를 입은 거나 다름없었다.

‘아무튼 임신까지 했으니 장인어른 일은 안심해도 되겠어.’

나중에 다시 찾아와서 합치자고 해도 이젠 늦었다.

내 아이를 가진 여자를 넘길 순 없다.

그동안은 주아 누나의 아버지였기에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 됐는데, 이제부턴 내 아이를 가진 여자를 노리는 남자로 여기면 될 것 같다.

아예 대접을 안 해주지는 않겠으나 내 것을 노린다면 사정을 봐줄 생각이 없는 것이다.

“정말 주아가 그러자고 해?”

“네. 정화씨는 누나 눈치를 너무 많이 봐요. 누나가 얼마나 정화씨를 위하는데요.”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주아 누나가 정화씨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붙어먹은 걸 알았을 때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주아 누나는 우리 관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 과정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지만, 울고불고 난리가 날 거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에서 굉장히 큰 배려를 받은 거였다.

“서로 눈치 보는 거 그만해요. 왜 모든 부담을 혼자 지려고 해요? 이제부턴 내가 대신 할게요. 욕을 먹어도 내가 먹을 거고, 눈치 봐도 내가 눈치 볼 테니까 정화씨는 그러지 말아요.”

“…해솔아.”

“쌍둥이 엄마잖아요. 해주실 거죠?”

쌍둥이를 위해.

나를 위해.

주아 누나를 위해.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인을 위해서.

정화씨에게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 왔다.

정화씨가 결국 고개를 끄덕여온다.

“응, 네가 하자는 대로 할게.”

나는 결심을 한 정화씨의 손을 꽉 잡았다가 품에 안았다.

아직 잠에서 깨어난 여파가 다 사라지지 않아 따끈따끈한 정화씨의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 작은 몸으로 주아 누나를 키웠고, 이제 쌍둥이도 키워낼 내 여자.

나도 이젠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

? ? ?

정화씨의 쌍둥이 임신이라는 큰일이 있기는 했지만, 정해져 있는 스케줄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회사에 출근해서 컴백 준비를 하다가 끝나면 바로 개인 일정을 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현재 내가 해야 할 일을 말해보자면….

일단 란나씨와 결혼식.

그리고 그 전에 내 여자들과의 스몰 웨딩을 올려야 한다.

또한 정화씨의 임신을 축하하는 파티도 있다.

개인 스케줄은 애석하게도 그게 전부가 아니다.

안신애.

내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되어 계약을 하게 된 소녀.

신애와의 약속도 예약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림을 가르쳐주는 것이 큰일은 아니지만, 그냥 그림만 가르쳐주고 헤어지는 게 아니지 않은가?

만나면 그림을 가르쳐주고 밥도 한 끼 먹어야 하며, 후식으로 커피 먹으면서 대화도 좀 나눠야 한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순식간에 다 가버리는 거다.

그런데도 이 모든 과정을 컴백 준비에 들어간 스케줄 사이사이에 치러내야만 했다.

여기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른 멤버들은 무대 준비만 해도 되는데, 나는 제키와 타이틀 곡을 만드는데도 시간을 써야 했다.

“이거 진짜 괜찮은데?”

주로 영감을 받은 내가 멜로디를 알려주면 제키가 거기에 살을 붙이는데, 다 만든 이후에 끝이 아니라 나에게 들려주고 상의하면서 계속해서 수정을 한다.

그렇게 꽤 오랜 수정 끝에 완성 된 예비 타이틀곡.

“어떤 것 같아?”

“솔직히 너무 많이 들어서 괜찮은지 모르겠어.”

“그럼 멤버들한테 들려주고 괜찮은지 물어볼까?”

“음, 그게 낫겠지? 근데 우리가 만든 곡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좋은 것 같아.”

“멜로디가 좋으니까.”

“우리 끼리 또 자화자찬 시작해야 돼?”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넘어가고 애들이나 부르자.”

연습을 끝내고 각자 할 일을 하러 간 멤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당장 오겠다는 멤버도 있었지만 연애하느라 바쁜 준이는 연락이 없었다.

“형! 우리 왔어요!”

기우연과 남은규가 함께 왔다.

숙소에서 둘이서 놀고 있었단다.

우리는 애들을 앉혀놓고 곡을 들려주었다.

“완전 타이틀 감이야!”

“와~ 이 형들 완전 능력자야. 어떻게 이런 노래를 뚝딱 만들어요? 너무 신기해.”

“이걸로 해도 될 것 같아? 타이틀 곡이 돼도 괜찮아 보여?”

“전 벌써부터 어떤 안무로 추면 좋을지 막 상상 되는데?”

서로 죽이 잘 맞는 남은규와 기우연이 어깨를 들썩이며 저마다 느낌 있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애들 반응도 괜찮네. 그럼 이걸로 하자.”

“와~ 드디어 오케이를 받네. 이번에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군 거야?”

“해솔이 형이 까다롭게 굴었어요?”

“어. 계속 수정하자고 하더라고. 결국 세 번 정도 곡을 아예 엎기까지 했어.”

“와~ 형 멋지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이 곡인 거네요?”

“솔직히 난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이 형이 계속 더 해보라니까 안 할 수가 없더라고.”

“무조건 타이틀은 이 곡이 될 것 같은데?”

“그럼 미리 귀에 익혀둘까요? 안무도 생각해보고 싶은데.”

안무가한테 의뢰를 하긴 하겠지만, 멤버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안무가 선생님이 아예 무시하지는 않는다.

멤버들의 아이디어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서 안무를 만들어주시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우연이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만류했다.

“아직 정확하지도 않은데 그럴 필요 없어.”

자체 제작을 하는 것도 분명 나쁜 일은 아니지만, 허니 엔터는 언제나 좋은 곡을 받고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도 곡을 만들 때 긴장을 해야 하는 거다.

퀄리티가 좋지 않으면 선택 받지 못하게 될 테니 말이다.

‘내가 들었던 게 있어서 더 빡세게 굴릴 수밖에 없었어.’

개인적으로 나는 이번 타이틀곡이 우리가 만든 곡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아현이의 곡 때문이었다.

내가 선물해준 재능으로 아현이의 천재성이 폭발했고, 그 재능으로 곡을 뚝딱뚝딱 만들어서 허니 엔터에 팔았다.

그리고 그 곡들이 이번에 우리 타이틀곡 후보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아현이가 만든 곡이 엄청 좋았단 말이지.’

직원들이 우리 의견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도 그동안 보여준 게 있기 때문이다.

자체 제작이 가능한 아이돌 컨셉이 워낙 귀해서 홍보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고 말이다.

‘자체 제작이 홍보에 도움이 되긴 한데, 더 좋은 곡이 있는데 굳이 우리 곡을 쓸 정도는 아니란 말이지.’

제키와 만든 곡이 아현이가 만든 곡보다 못하다는 걸 아는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다시 한 번 해보자고 재차 수정에 수정을 가하고 나서야 만족할 만한 곡이 만들어졌다.

“이번에 유난히 해솔이 형 기준이 빡빡해졌어.”

제키는 갑자기 기준점이 높아진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나보다.

“그만큼 중요한 시기잖아. 그리고 좀 더 해보면 좋아질 것 같았으니까 그렇지. 결과물 봐봐. 그때 그것보다 지금 이게 훨씬 좋잖아.”

“그건 그렇지. 덕분에 나도 좀 성장한 것 같고….”

“거봐. 결과가 좋으면 된 거 아니겠냐?”

분명 예전에는 아현이보다 제키의 실력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훨씬 좋았는데, 내가 아현이에게 준 재능들로 상황이 역전이 됐다.

아현이가 성장한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만약 이번에 아현이 곡 때문에 제키와 내가 만든 곡이 밀리면 자존심 상해 할 녀석이 걱정이 됐다.

‘얘가 자존심이 얼마나 센데….’

그래도 이 정도면 누가 이겨도 크게 자존심 상해하진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다시 한 번 우리가 만든 곡을 들어보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곡을 떨어트리면 직원들이 감 떨어진 거야. 형들 아무 걱정하지 마.”

“이런 노래를 만들어놓고 자신 없어하면 그건 완전 기만인 거임.”

“자신 없다고 한 적 없어.”

아현이가 폭주해서 만든 곡이 좋은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제키와 함께 만든 곡도 만만치 않게 좋았다.

승부가 갈리게 될 것은 우리가 어떤 컨셉을 밀고 갈 것인지, 혹은 개인 취향 호불호에 따라 결정 되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너희들 숙소에 있었던 거야? 어떻게 이렇게 바로 와?”

“우리 게임 하고 있었어.”

“다른 애들은?”

“준이는 여친이랑 약속 있다고 나갔고, 경태 형은 친구들이랑 약속 있다고 갔어.”

“우리 둘만 떨거지처럼 남겨져서 게임 하고 있다가 달려 온 거임.”

“형은 이제 뭐할 거야? 곡도 결정 됐겠다, 시간 남는데.”

“나? 하하.”

“웃는 거 보니까 우리랑 안 놀아주고, 또 나갈 모양인데?”

“연습 끝나면 어디로 쌩하니 가버리는 거에요? 요즘 계속 사라지던데.”

“가긴 어딜 가겠어. 여친 만나러 가는 거 아니겠냐?”

컴백 준비를 시작하면 콘서트를 염두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새로운 신곡 연습도 연습이지만, 과거에 우리가 췄던 무대의 안무를 다시 한 번 연습해서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었다.

현재 우리가 하는 연습이 바로 그거였다.

콘서트에서 주로 무대를 하는 곡들을 다시 몸에 익게 하는 연습인 것이다.

워낙 많이 췄던 춤이다 보니 몇 번만 연습해도 예전처럼 척척 호흡이 맞춰졌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연습을 거듭했다.

워낙 우리 춤이 빡세서 연습을 거듭할 필요가 있었다.

한동안 쉬어서 굳어 있는 몸을 풀어주는 과정이기도 했고.

아무튼 그렇게 연습이 끝나면 나는 바쁘게 다른 곳으로 향해야 했다.

‘타이틀곡이 정해지면 지금 연습은 우스울 정도로 빡세게 굴러야 할 텐데, 지금 아니면 준비할 시간이 없다고.’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가면 결국 나머지 일은 비앙카나 멜리사가 맡아야 한다.

정화씨의 임신으로 주아 누나가 당분간 휴식기에 들어갈 생각이라고 하니 누나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다.

결국 당사자인 나만 쏙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건데….

‘눈치 보여서 살겠냐고.’

그러니 타이틀 곡이 나오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둘 필요가 있었다.

덕분에 요즘 나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다.

“정말 애인 만나러 다니는 거야?”

“음, 여러 가지 이유로 요즘 좀 바쁘네.”

“기자들 조심하고 있는 건 맞지? 준이도 요즘 연애 때문에 혼이 쏙 빠져있던데 형까지 그러면 골치 아파.”

“어련히 알아서 잘 하지. 그래도 조심할게.”

확실히 나는 주변 시선을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준이의 스캔들로 여전히 기자들이 우리를 노리고 있는데, 결혼식에 파티까지 준비하고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너희들은 여전히 뭐 없는 거야? 준이랑 내가 연애하는 거 보고 흥미가 생긴 걸로 보였는데.”

기우연은 여사친이 있다고 했고, 남은규는 여자 많을 것 같이 생겨놓고 의외로 주변에 여자가 없었다.

그나마 연인이 생길 확률이 가장 높아보였던 제키는 로잘린과 아예 끝난 건지 영 소식이 없다.

“난 없어.”

“요즘 연락 안 한지 오래야.”

“저도 정말 결백해요!”

“여자 친구 있는 게 죄도 아닌데 왜 그렇게 펄쩍 뛰어? 돈 잘 벌고, 잘 생기기까지 한데 왜 여자를 못 만나냐고.”

멤버들이 내 의문에 눈알을 데굴데굴 굴린다.

이놈들 반응을 봐선 아예 인연이 없는 건 아닌 모양인데, 연인 관계로 발전시킬 만큼 큰 한 방이 없어 보인다.

만약 애들이 연애를 하면 내가 적극적으로 숨겨줄 생각이 있었다.

보통 얼굴을 가리는데 사용하는 모자 같은 걸 선물해주는 거다.

‘약하게 인식을 방해하는 모자 정도면 크게 걱정하지 않고 선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이템은 비싼 만큼 효과가 뛰어난데, 내가 멤버들에게 선물해줄 모자는 가격이 굉장히 싸다.

그만큼 능력이 미미하면서도 아예 효과가 없지는 않은 애매한 물건인 것이다.

아마 멤버들은 내가 준 모자를 써도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게 얼굴을 가려서 그렇다고 착각할 것이다.

내가 연애를 하고 있다는 걸 멤버들에게 밝힌 만큼, 앞으로 멤버들이 연애를 하는데 작은 도움 정도는 줄 생각이었다.

‘근데 이놈들이 정작 연애를 안 하네?’

하여튼 이상한 놈들이다.

늙을 때까지 아이돌만 하고 살 생각인가.

팬들이 좋아할 법한 생각이긴 한데, 형으로서 녀석들의 이런 희생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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