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5화 〉 #63. 축하 파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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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발품 팔면서 돌아다닌 끝에.
“파티장 예약 했고,식장도 예약 완료이긴 한데....”
아직 해야 할 일은 많이 남아 있었다.
물론 장소를 섭외함으로서 많은 것들을 생략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음식 부분이 해결되기 때문이다.
음식에 진심인 우리나라 사람들.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은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장소 선정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선정한 것이 음식 맛이었다.
더불어 보안 문제도 있다.
아무리 우리끼리 치르는 결혼식이라지만, 직원을 한 명도 쓰지 않으면서 파티나 식을 진행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었고 많은 돈을 주고서라도 입막음을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필요했다.
‘근데 그걸 어떻게 믿냐고.’
많은 돈은 입을 무겁게 만들 테지만, 영원히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대세 여배우 진주아와 한민영이 진해솔과 몰래 결혼식을 올리더라.
심지어 진주아는 애까지 있더라.
진해솔 여자가 한 둘이 아니더라 등등.
하나만 터져도 정말 치명적인 비밀들이 많았다.
“그래서 널 부른 거야.”
[헹, 웬일로 부른다 했더니 이런 부탁이나 하려고 그랬던 거였어?]
포니 녀석을 너무 오랜만에 불러서일까?
이놈이 감을 잃었는지 또 나대기 시작한다.
“그래서 도와줄 거야, 말 거야?”
이번에도 상점에서 코인으로 일을 해결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애석하게도 부작용 없이 일을 해결할 만한 코인이 없었다고 대답할 것이다.
시애에게 썼던 계약서를 쓰면 안 되냐고?
사람의 기억을 건드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뻔히 아는데 그걸 남발할 순 없지 않은가?
결국 나는 한 가지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내고 실행하려고 했다.
방법은 골치 아프게 생각할 필요 없이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바로 매번 바뀌는 미션들 말이다.
‘내가 주구장창 해대는 미션, 이거 나는 이용할 수 없는 건가?’
지금까지 나는 미션을 의뢰 받고, 그걸 해결하는 입장이었다.
그렇게 해서 번 코인을 요긴하게 써먹었으니 미션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함이 생겼다.
이 미션들, 내가 공급자가 될 수는 없는 건가? 하는.
혼자서 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없었기에 오랜만에 포니를 불렀다.
이번에 정화씨가 쌍둥이를 임신하면서 포니에게 받아내야 할 것들도 있었기에 겸사겸사 말이다.
포니와 만났던 게 예전에 지현이와 현오가 태어났을 때 두둑하게 선물을 가져온 걸 받았을 때였다.
초반에는 임신이 되자마자 빠릿빠릿하게 선물을 가져다주더니, 이제는 게을러져서 애를 낳으니 그제야 가져다주더라.
그렇게 받은 선물 코인은 아이들과 아이 엄마의 건강을 위해 요긴하게 쓰였다.
이번에 정화씨의 임신으로 받을 코인의 쓰임도 마찬가지였다.
쌍둥이를 임신한 정화씨에겐 건강식품이 많이 필요했다.
포니에게 뜯어낸 코인으로 정화씨 건강을 챙길 생각에 벌써부터 흐뭇함이 밀려온다.
[이렇게 부탁하는데 어쩔 수 없지. 미션을 올리고 싶다고 한 거지? 근데 그 미션을 하러 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왜? 이런 의뢰는 별로야?”
내가 현재 의뢰를 하고 싶은 것은 결혼식과 파티 때 하루 일을 해줄 인력이다.
다른 차원에서 의뢰를 위해 온 사람들이니 보안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우리가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이지 않은가?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유모다.
태양이가 됐던, 지현이와 현오가 됐던 혹은 쌍둥이를 맡던 누군가 한 명 정도는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더 필요했다.
칸나처럼 아이들을 대하는 것에 능숙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이 필요했다.
칸나도 열심히 아이들을 돌보고 있긴 하지만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고 있는 입장인지라 다소 어설픈 구석이 있었다.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와서 칸나와 함께 아이들을 돌보며 갖고 있는 노하우를 가르쳐줄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을 게 없을 듯 하다.
[의뢰 내용은 문제없지만, 코인이 꽤 많이 들 거야.]
“얼마 정도 드는데?”
[인권비도 인권비지만, 문제가 되는 건 차원을 이동해서 불러와야 한다는 거거든. 숙식 제공도 기본적으로 해줘야 하고 만약 종족이 다르면 외형도 바꿔줘야 하고.]
“외형 문제는 인간으로 구하면 상관없는 거 아니야?”
얘네들이 관리하는 차원이 몇 개인데, 그 중에 인간 외형을 가진 종족이 얼마나 많겠는가?
굳이 외형이 특이한 사람을 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포니가 내 말이 맞긴 했는지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충 얼마나 나오는지 말 좀 해줘봐.”
[끄응, 일단 하루 일꾼 구하는 건 굉장히 싸. 500코인이면 다섯 명을 24시간 써먹을 수 있을 거야. 최하급 노동자들이 단순 잡무하고 코인을 준다고 하면 눈이 뒤집히기 마련이거든.]
생각보다 코인을 많이 아낄 수 있을 것 같다.
500코인으로 일꾼 다섯 명을 24시간 동안 쓰는 건 내 재력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그래? 500코인으로 된다 이거지?”
그 정도 인원이면 결혼식과 파티를 진행 할 때 쓸 일꾼으로 딱이었다.
하루 일하는 값으로 한 사람당 100코인이라고 보면 되니 말이다.
그들을 고용함으로 완벽한 보안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니 500코인이 아니라 5,000코인을 달라고 해도 줘야 하는 게 현재 내 입장이었다.
[근데 네가 구하고 싶어 하는 유모는 좀 가격이 들어. 단순히 몸을 쓰는 직업이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을 구하고 싶은 거잖아? 거기다가 아이들을 돌보는 게 하루 이틀로 끝날 일은 아니니까 기한을 정해서 고용하려고 하겠지?]
“물론 그래야지. 숙식 제공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기왕 구하는 거 유모는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으로 구하고 싶고.”
[네가 말한 ‘전문 지식’을 가진 유모는 네가 코인을 얼마나 쓸지에 따라 급이 달라질 거야. 아마 등급별로 고용할 수 있는 유모 등급이 있다고 알고 있거든?]
그런 게 있다고?
“제일 최고 등급 유모를 고용하려면 얼마가 필요해?”
[네가 최고 등급 유모를 고용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물론 고용을 못할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궁금하잖아. 뭘 얼마나 잘 하기에 최고 등급인가 싶고.”
[대충 내가 아는 것만 말하자면 최고 등급 유모는 한 번에 만 명이 넘는 아이를 관리할 수 있대. 나이는 100살 아래로 가능하고, 몸이 약한 아이도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능력 넘치는 유모지.]
“…….”
포니가 한 말을 보고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말풍선으로 대화를 나누는 포니였기에 내가 글을 갑자기 잘못 읽었을 리가 없다.
“만 명이라고…?”
나는 고작 두 명을 맡기려고 했는데?
새삼 깨닫게 되는 엄청난 스케일 차이에 벙 쪘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네가 최고 등급 유모를 고용할 이유가 없다고.]
“아니, 만 명이 넘는 아이를 한 명이 돌본다는 게 말이 돼? 그런 유모를 고용하는 사람이 있어?”
[당연하지. 알로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커야 하는 종족은 없어서 못 구해.]
“아!!”
종족이 아예 달라서 태어나는 조건이 다르기에 저런 유모도 수요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미처 생각 못했다.
‘그런 사정이 있으면 완전 이해 가능이지.’
[크흠! 그리고 말이야. 나한테도 어느 정도는 중계료를 줘야 하지 않겠어?]
“…너한테도?”
포니 이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했더니.
이번 일로 코인을 뜯어갈 생각을 했나보다.
[반응이 왜 이러냐? 당연히 중계료는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이번에 너 쌍둥이 임신해서 위에서 두둑하게 챙겨줬단 말이다!]
“그 두둑한 거 아직 내 손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그리고 그 코인은 정화씨와 쌍둥이들을 위해 쓰일 코인이다.
감히 그 귀한 코인에 손을 댈 생각을 하다니.
포니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따가워지자 녀석이 파르르 날개를 떨었다.
[내가 대신 일해주는 거잖아!]
“날 관리해줄 의무가 있는데 그동안 내가 사고도 안치고, 널 자주 부르지도 않아서 놀고먹지 않았냐? 그 대가라고 하면 어쩔래?”
[야, 내가 너 관리하는 거 하나만 하는 줄 아냐? 일이 산더미야!!]
“그래서 내 핑계 대고 쉰 적 있어, 없어?”
[!!]
포니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었는지 아무런 말도 못한다.
“거봐. 있잖아. 그래놓고 중계료를 받을 생각을 하는 거냐?”
[씨이…짠돌이!! 나한테 코인 한 푼 주는 게 그렇게 아깝냐?!]
“나는 뭐 할 말 없는 줄 아냐? 내 편의 봐주는 게 네가 해야 하는 일 아니야? 근데 너는 그걸 대가를 받으려고 하잖아. 애초에 네 태도가 정상적이라고 생각해?”
포니는 이번에도 내 말에 할 말을 잃었는지 날개가 푹 늘어졌다.
나는 실망이 가득해 보이는 포니에게 말했다.
“근데 혹시 또 모르지. 네가 정말 일을 잘 해줘서 실력 좋고 고용비용도 싼 유모를 구해온다면 말이야. 내가 기분 좋아서 너한테 보너스로 얼마 정도 뽀찌를 나눠줄 수도.”
[뭐?! 정말? 너 같이 짠돌이가 웬일이래?]
“나는 쌍둥이한테 쓰는 코인은 하나도 안 아깝거든. 그리고 은근슬쩍 묻어갈 생각하지 말고 빨리 내놔. 위에서 나한테 전하라고 준 게 있다면서.”
포니한테 잘 해주면 코인을 줄 의향이 있다고 하니, 녀석의 태도가 순식간에 바뀐다.
[아, 맞다! 그랬었지? 자! 여기. 내가 소중하게 품에 넣어서 가져왔다구! 그리고 이번에 쌍둥이라는 거에 위에서 엄청 흐뭇해 하셨어.]
“네 그 상사인 칠리는 뭐래?”
[내 상사는 왜 찾아…?]
“아니야. 별 말 없으면 됐어.”
[뭐야, 찜찜하게. 방금 전에 물은 거 그분이랑 한 계약 때문인 거지?]
“또 캐묻네? 다음에 만나면 네가 자꾸 캐묻는다고 전하면 되는 거냐?”
[힉! 아, 아니야! 내가 언제 그랬어? 나 안 그랬거든?]
그와 계약을 맺은 지 시간이 오래 흘렀기에 혹여나 재촉을 해오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그쪽에서 나에 대한 별 말이 없는 모양이었다.
포니가 내 담당인데, 전혀 모르는 눈치였으니 말이다.
사실 쟤는 지 상사랑 내가 어떤 계약을 했는지도 모르고 있는 얼뜨기였다.
아직 란나씨의 일로 내게 압박을 가할 생각이 없음을 알았으니 마음이 좀 놓였다.
포니가 상사로부터 무언가 말을 전해 듣고 성과에 대해 압박을 해오면 란나씨와 결혼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말해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안 열어 볼 거야?]
“어, 지금 말고 나중에 열어 볼 거야.”
[칫! 쪼잔한 놈.]
포니도 위에서 내려 온 선물에 뭐가 들어 있는지, 코인은 얼마나 들어 있는지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이걸 보여주면 욕심 많은 저 녀석이 내가 주는 보너스에 만족을 할 리 없었으므로 반드시 없을 때 까야만 했다.
“쪼잔하다고 날 욕하기 전에 네가 일을 잘 해봐. 그럼 어련히 알아서 챙겨줄까.”
말은 이렇게 해도 여전히 포니에게 많은 코인을 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정말 내 마음에 쏙 드는 유모를 구해온다면 생각을 바꿀 의향이 있었다.
포니도 내가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는지 의욕적으로 날개를 퍼덕였다.
[나만 믿어봐! 내가 기가 막힌 사람으로 데려올 테니깐!]
싸고 유능한 전문가.
내가 생각해도 저걸 어떻게 구하나 싶을 정도로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쟤가 정말 제대로 된 사람을 구해올 수 있을지.
‘믿고 맡겨도 되나 모르겠네.’
미덥지 않았지만, 딱 한 번만 맡겨보기로 했다.
[아! 그리고 의뢰를 접수하고, 거래가 성사 되면 중계업자가 수수료를 받아. 괜히 내가 중간에서 떼어먹었다고 오해하면 안 된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빨리 구해오기나 해. 제대로 된 사람으로.”
[흠흠! 좋아, 이번에야 말로 내가 얼마나 유능하고 완벽한 요정인지 보여주마.]
포니가 작디 작은 콧구멍에 바람을 뿡뿡 내뿜으며 자신감을 내비췄다.
그러면 그럴수록 내 마음에는 불안감이 싹트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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