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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433화 (433/849)

〈 433화 〉 #64. 웨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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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으학!”

“뭐야, 왜 그래?”

보통 팬들에게서 들어오는 선물은 소속사 직원을 통해 한 번 검수를 받은 후 우리에게 전달이 되어진다.

연예인들에게는 유명세라는 게 있어서, 인기가 많아진 만큼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도 많아지기 마련이었다.

그 괴롭힘은 우리가 정말 싫어서가 이유가 되기도 하고, 혹은 자기 마음을 주체 할 수 없을 정도로 과하게 좋아해서가 이유가 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경우를 모두 당해 본 경험자로서, 차라리 전자가 더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무 싫어서 그런 짓을 했다고 하면 이해는 되거든.’

내가 그 사람에게 잘못한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싫다니까 이런 짓을 하는구나 납득이 되거든.

근데 후자로 넘어가면 정말 기분이 엿같다.

나를 좋아해서 이런 짓을 한 거라고, 왜 이해를 못 해주냐고.

지금 팬을 핍박하는 거냐면서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미는데….

‘끔찍할 정도로 이기적이야.’

좋아한다는 사람한테 그런 짓을 해놓고도 당당한 그들의 머릿속이 이해도 안 되고, 납득도 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대충 들어보면, 이렇게 해서라도 우리의 기억 속에 남고 싶었다고 하더라고.

“아, 진짜 검수를 어떻게 하는 거야!”

우연이가 비명을 지르는 걸 듣자마자 대충 어떤 상황인지 눈치를 챘고, 손에 든 편지를 빼앗아서 곧장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저거 피로 적었어요.”

저 피가 본인의 피인지, 동물의 피인지 알게 뭔가.

“됐어, 잊어버려.”

“으욱! 토 나와.”

“진짜 역겹다.”

“그만그만! 괜찮아, 저런 거 신경 쓰지 마.”

“저 속이 안 좋아요.”

“너는 들어가서 좀 쉬어.”

안색이 창백해진 우연이가 결국 다른 선물을 더 열어보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다른 멤버들도 신나서 선물을 열어보다가 우연이의 일로 기분이 상했는지 선물에 관심이 가지 않는 듯했다.

“이건 회사에 말해서 다시 검수해달라고 할게.”

“응.”

“알았어.”

“컴백으로 바빠서 이런 일이 생긴 거니까 너무 직원들한테 반감 갖지 말고.”

내 말에 입술을 삐죽이는 멤버들.

애들에겐 이렇게 말해놔도 직원들에게 화를 안 낼 건 아니었다.

이게 언뜻보면 사소해보이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은 일이다.

어딘가 다치면 상처는 시간이 지나 낫기라도 하는데, 마음의 상처는 낫지를 않는다.

그저 시간이 흘러 무뎌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애들 멘탈이 생각보다 더 물렁해져있는 것 같은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쟤들 멘탈까지는 관리를 해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사실 멘탈 관리를 해준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날 있었던 헤프닝은 회사 직원에게 전달해서 주의를 주었고, 이후로 큰 문제 없이 컴백 준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내 생각이 너무 낙관적인 일이었던 걸까?

그동안 이상한 편지를 수두룩하게 받아왔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안 되는 일을 대충 넘긴 게 문제였던 것 같다.

? ? ?

“어머! 에어플레인 우연씨 맞죠?”

“아…넵. 안녕하세요.”

“저 너무 팬이에요! 싸인 좀 해주실 수 없을까요? 정말 제 평생 소원이에요! 제발요.”

일이 생긴 건 기우연이 혼자서 외출을 했을 때였다.

연습을 하다가 멤버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해서 편의점에서 먹을 걸 사오는 내기를 했는데 우연이가 걸렸고, 회사 앞 편의점에 가던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범인은 미리 계획 된 일이었는지 우연이를 납치하기 위해 약품을 가져온 상태였다.

우연을 가장했지만, 약품을 준비해왔다는 것만으로도 계획 된 범죄임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 여자가 실수한 게 있다면 영화를 너무 믿었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누군가를 기절시킬 때, 손수건을 사용하지 않은가?

이 범인은 그게 현실에서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서 클로로포름이라는 약품을 손수건에 묻혀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그게 입에 댄다고 영화처럼 바로 기절하게 되는 약품이 아니란 말이지.’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 약품이 진짜 영화 속에서처럼 사람을 순식간에 잠재우는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나중에 찾아봐서 알게 된 건데, 양을 잘못 사용하면 아예 마취가 안 되거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약품이라서 취급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여기서 다행이었던 점은 우연이를 죽일 생각이 없었던 범인이 약품을 적게 사용했고, 그 결과 납치를 시도하자마자 비명을 지른 우연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구출을 받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거다.

다만 탈출하는 과정에서 납치범의 발악에 의해 몸이 다쳤고, 약품을 들이마신 영향으로 구토감과 현기증을 느끼며 병원에 실려 가야 했다.

이런 큰일이 벌어졌는데 기사가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컴백 준비에 바쁜 와중에 생긴 난리에 팬들도 울고, 직원들도 울고, 우리들도 허탈해져 한숨만 푹푹 쉬었다.

“범인은 처벌은요?”

“경찰에 맡겼고, 회사 법무팀이 움직이고 있어. 납치, 스토킹에 관련 된 범죄는 무조건 구속 수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이 세계가 지구에서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남성’을 향한 범죄의 형량이다.

점점 줄어드는 남성의 숫자에 여자들이 범죄를 계획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걸 억제하기 위해 형사 사건의 형량이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범죄가 아예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범인도 범인이지만, 우연이 충격이 클 거에요.”

“그렇지. 우연이가 바라면 실력 있는 상담사를 연결해줄 생각이야. 그리고 너희들 당분간 경호를 둬야 할 것 같다.”

“평소에도요?”

“응. 예를 들어 편의점에 간다고 해도 경호원을 붙일 생각이야.”

사실 경호는 스케줄이 있을 때나 받는 거다.

일상생활을 할 때까지 경호를 데리고 다니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1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친하지 않은 사람이 우리를 따라 다닌다고 생각해봐라.

팬들은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한 채 우연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소속사를 욕하고 있었다.

소속사가 팬들에게 욕을 먹는 게 한두 번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의견을 아예 묵살해버리는 건 좋지 않은 태도였다.

“멤버들 안전을 위해서니까 불편해도 참아줬으면 좋겠어.”

“어차피 연습실이랑 숙소만 들락거릴 텐데요? 그리고 경호원을 아무리 많이 붙여준다고 해도 다 보호할 순 없잖아요.”

경호를 멤버 한 명, 한 명한테 다 붙여주는 게 아니고서야 효과가 나올 리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네 말이 맞아. 거의 보여주기 식이 될 거야.”

“사람들이 많이 욕해요?”

“응. 그만큼 너희들 인기가 대단한 거니까 좋은 일이거니 생각하고 있기는 한데….”

회사 전화가 불이 나서 일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심지어 직원들에게 우리를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고 또 한 번 이런 일이 생기면 회사에 불을 지르겠다는 황당한 협박을 해온 팬도 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 있었어요?”

가뜩이나 우연이 일로 예민한데, 협박을 하다니….

아무리 우리를 향한 욕이 아니라고 해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말로만 하는 협박이야. 팬들은 이번 일로 화가 많이 났다는 걸 회사에 어필하고 싶어서 그렇게 세게 말을 한 거지.”

협박을 받은 직접적인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기분 나쁘지 않았다며 오히려 불쾌해 하는 나를 달랬다.

“그러니까 당분간 경호원이 붙어도 이해 좀 해줬으면 해. 실제로 너희들 안전을 위해서 경호가 필요하다는 것도 맞긴 하잖아.”

보여주기 식으로라도 경호 인력을 붙여주면 모두가 화를 풀지는 않아도 확 달아오른 여론이 어느 정도 진정 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회사에서 돈 주고 경호원을 써준다는데 싫다고 할 수는 없었다.

? ? ?

요즘 들어 갑자기 든 생각인데, 이번 활동이 어쩌면 우리 그룹의 마지막 컴백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완전 끝은 아닐지 몰라도 이번에 컴백하면 다음 컴백은 시간이 좀 걸릴 거다.

하지만 컴백 이후의 스케줄을 떠올려보면 그 다음 앨범이 과연 나올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었다.

물론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과할 정도로 치솟은 인기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연예인에게 인기란 양분과 같다.

문제는 그 양분이 몸에 좋을 때가 있지만, 오히려 독이 되어 작용할 때도 있다는 점이다.

영양분이 들어 있어야 할 곳에 알게 모르게 섞여 들어 온 독이 우리를 시름시름 앓게 만든다.

‘정신적인 피로감이 장난이 아니네. 이번에 우연이 사건도 그렇고.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버틴 것도 용하지.’

멤버들이 정신적인 피로를 호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꾸준히 쌓여오던 피로감이었으나 스스로 선택한 직업임을 알기에 다들 쉬쉬하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들은 이번에 우연이에게 일어났던 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의 스토킹에 시달렸고, 누군지 모를 대상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아무리 소속사에서 관리를 해준다고 해도 범죄로부터 완벽하게 아티스트를 보호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연이는 이번 일로 쌓여오던 스트레스가 폭발했는지, 몸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멀리 있을 때는 상관없는데 팬이라면서 가까이에 다가가면 구토감과 현기증을 느끼게 된 것이다.

‘우연이가 고통을 받기 시작하니 다른 애들도 덩달아 상태가 안 좋아졌어. 다들 밝은 척은 하지만 속은 안 그랬던 거지.’

회사도 그걸 알았는지 꽤 진지하게 컴백을 미루는 게 어떤가 하는 내용이 회의에 나왔다.

우연이는 자기 때문에 컴백이 미뤄지는 걸 너무 싫어했지만, 팬이 가까이 가다오기만 해도 무서워서 벌벌 떠는데 어쩌겠는가?

결국 우리는 컴백 일자를 약 한 달에서 두 달 뒤로 미뤘다.

‘울고불고 해도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납치당하기 전에 구출 된 덕분에 큰 피해가 없긴 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정신적인 충격은 오래 가는 법이었고, 나이가 제일 어린 막내 우연이가 버티기엔 너무 힘든 시련이었다.

우리는 좀 더 연습할 수 있는 기간이 늘었으니 좋은 거라며 우울해 하는 우연이를 달랬다.

사실 컴백이 1~2달 뒤로 미뤄진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가 되는 건 그 이후다.

‘재계약이라는 엄청난 문제가 다가오고 있다고.’

신인으로 데뷔해서 활동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재계약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컴백해서 활동이 끝나면 휴식 겸 개인 활동에 집중하게 될 예정인데, 그렇게 시간이 훅 지나가면 재계약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오게 된다.

‘회사에서도 재계약 문제 때문에 개인 활동을 스케줄로 잡은 것 같던데.’

멤버 중 한 명이라도 재계약에 대해 다른 뜻을 갖고 있다면 그룹 활동이 힘들어지게 된다.

그나마 최선의 방법으로 그 멤버만 탈퇴시키고 나머지 멤버들과 활동을 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완전체가 아닌 모습으로 활동하는 건 팬들이나 우리 모두 바라지 않은 일이었다.

“한 번만 더 할까요, 형들?”

우연이는 결국 미뤄진 컴백 때문인지 연습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었다.

“또?”

“이번에 이를 악 물었네, 기우연.”

“헤헤, 형 많이 힘들어요?”

“아니, 하자. 기왕 이렇게 된 거 1시간 더 해버려!”

우연이의 얼굴에는 낯선 독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

저런 얼굴은 데뷔조에 있었을 때도 못 봤던 얼굴이었다.

컴백을 하려면 일단 병부터 나아야 하는 우연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생활하고 있었다.

상담가가 추천하는 것들은 모두 빠짐없이 해내며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었다.

‘먹는 것도 잘 먹고, 연습으로 운동도 빡세게 받고 있고. 약도 꼬박꼬박 잘 먹고 말이야. 기특하네, 기특해.’

물론 아픈 부분이 정신 쪽이었기에 약을 먹어도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렇게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니 금방 회복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여기서 내가 살짝 아이템으로 도움을 주면 더 빠르게 회복 되겠지.’

여러 아이템을 구매해 사용해보면서 효과 좋은 아이템에 의지하는 게 마냥 좋은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만약 우연이가 회복할 마음 없이 의욕이 없었다면 아이템도 구해다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우연이가 기특한 거지.’

큰일을 겪었기에 약해져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데, 약한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나으려고 다른 멤버들보다 더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 않은가?

마냥 어리게만 봤던 우연이도 이제 어엿한 어른임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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