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434화 (434/849)

〈 434화 〉 #64. 웨딩 (3)

* * *

우연이는 자기 때문에 그룹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일정이 빠듯한 나한테는 숨통이 트이게 만드는 결정이었다.

결혼식과 동시에 그곳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는 일정이긴 했지만 이틀 연습을 빠지는 것만으로도 멤버들에게 미안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컴백이 한 달에서 두 달이나 밀리면서 오히려 회사 쪽에서 우리에게 휴식을 취하길 바라고 있었다.

우연이의 사건으로 스케줄을 잡을 수도 없고, 컴백은 밀렸으니 그나마 이번 기회에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게 이득이다 본 것이다.

문제는 우리에겐 꿀 같은 휴식을 우연이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는 점이었다.

“아우, 삭신이야.”

“어째 점점 빡세지는 것 같다. 그치?”

“막내 눈치 보느라 이게 무슨 고생이람.”

“그래도 지금은 좀 맞춰주자. 애가 지금 속이 편하겠냐?”

“당연하지. 없으니까 하는 소리야. 없으니까.”

문제는 우연이의 폭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것이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빡세게 연습을 하면 연골이 남아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우연이가 그래도 회복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서 다행이야. 애가 의욕없이 틀어박혀만 있었어봐. 그 꼴을 어떻게 보냐고.”

“근데 저렇게 무리하는 것도 평범한 건 아니잖아.”

“문제긴 문제지.”

“우리가 못 보는 곳에서도 자기 몸을 혹사 시키고 있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관리 잘 해야 돼.”

“어휴, 아직 어린애인데….”

우연이의 상태에 대해 얘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범인에 대한 분노가 치솟게 된다.

성인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우연이었기에 그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여론이 좋지 않아서 꽤 무거운 형량이 나올 거라고 한다.

하지만 그래봤자 결국 감옥에 들어가서 세금으로 밥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살지 않겠는가?

반면 피해자인 우연이는 그날 기억으로 상담을 받아야 할 만큼 큰 상처가 만들어졌다.

사랑을 가장한 팬의 악의는 성공적으로 우연이의 기억 속에 박혀버린 것이다.

솔직히 좀 분하다. 팬이 원하는 대로 된 것 같아서.

“내가 우연이 데리고 놀러 다녀볼까?”

“네가?”

“친구들이 만나자고 해도 전부 거절하는 눈치더라고. 아무래도 우리 눈치 보는 것 같아. 정작 우리들이 걔 때문에 눈치 보고 약속 못 잡고 있는 건데 말이야. 코에 시원하게 바람 좀 씌워주고, 너무 눈치 보지 말라고 말해볼게.”

“나도 같이 껴. 너한테 다 맡겨놓으면 불안해서 안 돼.”

남은규에게 같이 끼겠다고 한 사람은 준이었다.

“그냥 끼면 되지, 꼭 저렇게 싸가지 없게 말한다니까. 형, 쟤 저러는 거 혼내야 하는 거 아님? 안에서 세는 바가지 밖에서도 세면 어떡하냐고.”

“응, 아니야. 너한테만 저래.”

평소 남은규가 쌓아 올린 업보 때문에 준이가 저러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 저렇게 구는 걸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우연이 데리고 놀다 오는 건 좋은 아이디어긴 하다. 이번에 네가 데리고 다녀오면 다음번엔 내가 데리고 놀다 올게.”

어쩌다보니 멤버들 모두가 협조해서 막내 멘탈 케어하기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막내를 데리고 놀러 다니는 게 얼마나 큰 효과를 볼지 모르겠으나 지금 우연이에게 필요한 게 휴식임은 명백했다.

? ? ?

“예쁘다아~ 다 예뻐서 뭘 입어봐야 할지 모르겠네.”

“나는 이거랑 이거랑 이거 그리고 이거.”

해외에 있던 디자이너 표 웨딩드레스가 비행기를 타고 국내로 이동 됐다.

억이 넘어 가는 가격의 드레스가 화려하게 펼쳐져 있으니 여자들이 정신을 못 차린다.

최대한 많이 가져와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생각한 것보다 더 일을 잘 해준 것 같았다.

오늘 일정이 끝나면 조안나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고 꼭 인사해야겠다.

“난 이거 이거 이거. 아현이 너는 이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이, 이거? 으음…그런가?”

“우리끼리 있는데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해? 골라봐. 내 눈에는 벌써 너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 드레스가 잔뜩 보이던 걸?”

여자 4명이 와서 드레스를 피팅을 해봐야 하는 상황.

빌려 놓은 가게가 순식간에 북적해진다.

그녀들의 웨딩 피팅을 돕기 위해 멜리사, 비앙카, 그리고 칸나가 이곳에 모여 있어서 정신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피팅은 이쪽을 전문적으로 일하는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했는데, 여태까지 열심히 숨기면서 준비하다가 드레스 피팅 때문에 사람을 써서 소문을 만들 수는 없어서 메이드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특히 웨딩드레스 가격이 억대였기에 원래라면 드레스를 제공해준 업체에서 파견 된 직원이 피팅을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외국인 직원이라 해도 보안에 신경 써야 했으므로, 보증금을 걸어서 드레스만 빌려올 수 있도록 계약을 했다.

만약 우리가 억대가 넘는 드레스를 구매할 예정이 아니었고, 재벌 출신인 메이드들이 자기 신분을 밝혀서 보증을 해주지 않았다면 디자이너 쪽에서 거절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래서 돈보단 권력인 건가?’

권력을 넘치도록 갖고 있는 메이드들 덕분에 무사히 몇 억대의 드레스를 우리끼리 피팅 할 수 있는 편안한 상황.

남 눈치 볼 것 없었기에 주아 누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드레스를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의 직업상 옷 피팅이 익숙했기에 어렵지 않게 옷을 고를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이런 부분에서 경험이 적은 복순 누나와 아현이는 좀 어색했는지 드레스를 열심히 구경만 할 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정화씨는 드레스를 장식하고 있는 보석들을 보며 선뜻 손도 못 대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몇 억씩 하는 드레스라는 거지? 연예인들이 결혼식 날 입는.”

“이제 정화씨도 곧 입어야 하는 드레스이기도 하죠.”

“나는 못 고르겠어. 망가지면 어떡해?”

잘못해서 옷이 망가지면 ‘억’이 넘는 금액을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정화씨는 부담이 많이 됐는지 선뜻 옷을 고르지 못했다.

아현이는 그래도 복순 누나가 잘 챙겨줘서 부끄러워하면서도 자기가 입어보고 싶은 옷을 고르고 있는 중이었다.

정작 주아 누나는 자기 엄마를 챙기지 않고 드레스에 홀딱 빠져 있었다.

이번 결혼식을 이벤트로 알고 있는 다른 사람과 달리 주아 누나는 내가 란나씨와 곧 결혼식을 올려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은 가볍게 여기는 이 결혼식이 누나에게는 특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다.

주아 누나의 심정을 이해하기에 마침 가만히 서 있기 뭐했던 내가 정화씨의 옆에 붙었다.

“제가 골라드려도 될까요?”

“해솔이 네가?”

“정화씨한테 어울리는 드레스, 예전부터 생각해둔 게 있거든요.”

“어떤 건데?”

비싼 드레스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던 사람은 어디로 간 건지, 내가 그녀와 어울릴 것 같아 봐둔 드레스가 있다고 하니 솔깃해 한다.

나는 드레스가 걸려 있는 곳을 뒤적여서 카탈로그로 미리 봐뒀던 드레스를 찾아 보여주었다.

비싼 드레스들이라 그런지 각 드레스마다 고유 번호가 있었고, 순서대로 정리가 되어 있었기에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거에요.”

“…이게 나한테 어울릴 것 같다고? 너무 야한 것 같은데.”

“전혀요. 정화씨한테 잘 어울릴 거에요. 한 번 입어봐주세요.”

내가 보여준 드레스는 상당히 노출도가 높았다.

일명 언더붑 드레스로, 최신 유행하는 디자인을 웨딩드레스에도 접목한 것으로 보였다.

가슴골 부분은 가리고, 밑 가슴을 드러내면서 정화씨의 섹시한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어줄 드레스였다.

파격적으로 노출이 된 가슴 부분 이외의 부분은 은은한 꽃 자수 이외에는 특별하게 힘을 준 부분이 없었다.

오히려 그렇기에 너무 과하지 않게 섹시함이 어필이 돼서, 이 드레스를 보자마자 정화씨에게 입히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정화씨 몸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부분이 가슴이니까.’

그녀의 몸을 정확히 보지 못한 사람들은 외모를 가장 큰 매력으로 치겠지만,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전부 다 알고 있는 나는 최고의 매력을 가슴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 색다른 방법의 가슴 노출을 강조한 이 드레스를 정화씨가 꼭 입어줬으면 좋겠다.

내가 적극적으로 권유를 하니 정화씨가 못 이기는 척 하며 입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메이드 3명이 다른 여자들의 피팅을 돕고 있어서 정화씨가 드레스를 입는 걸 도와줄 손이 없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럴 때를 위해 올려 둔 손재주다!

평범한 남자라면 엄두도 못 내겠지만, 나는 손재주를 믿고 정화씨와 함께 탈의실로 향했다.

“정말 할 수 있겠니?”

“믿어보세요. 예쁘게 입혀드릴게요.”

정화씨의 옷을 내 손으로 하나하나 벗겨주었다.

옷 안에 감춰져 있는 뽀얀 어깨가 드러나고, 그 아래로 매력적인 가슴이 드러난다.

드레스를 입을 걸 미리 생각해서 평소에 입던 속옷이 아니라 젖꼭지를 가려주는 니플패치가 붙여져 있었던 것이다.

“앗! 해솔아, 여기 밖이야.”

“아, 저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그만.”

보통 이 가슴이 내 앞에 뽀얀 살결을 드러내고 있으면 자연스레 손으로 만지다 보니, 자동적으로 손이 움직여버렸던 것 같다.

나는 아쉬움을 담아 가슴에서 손을 뗐다.

“튼튼하네요.”

내가 가슴을 마구 주물거렸는데도 니플패치는 그녀의 젖꼭지에 꽉 달라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저것만 없었어도 입에 넣고 한참 동안 맛을 봤을 텐데 말이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면서 드레스를 입는 걸 착실하게 돕기 시작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서 어쩔 수 없이 해맬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무사히 드레스를 입히는데 성공하기는 했다.

“정말 예쁘네요.”

나는 드레스를 다 입고 거울을 보고 있는 정화씨의 아름다운 모습에 참지 못하고 그녀의 턱을 잡아 내 쪽으로 끌었다.

“츄웁, 쮸웁! 춥, 웅….”

“해솔아~ 어딨어?”

얼마나 키스에 집중했을까?

바깥에서 드레스를 다 갈아 입었는지 나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아쉬움에 찐하게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비비고 떼어냈다.

투명한 실선이 허공에서 죽 늘어다나가 끊어진다.

“하으우….”

숨을 몰아 쉰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숨 좀 가다듬고 나와요. 먼저 나가 있을게요.”

“으응.”

그녀의 드레스는 바닥에 끌리지 않는 종류였기에 혼자서 움직이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탈의실에서 나가니 각자 매력을 한껏 끌어올린 드레스를 입은 내 여자들이 보였다.

“와~ 혹시 나 죽었어?”

“풋, 뭐래.”

“아니, 천국에 온 건가 싶어서. 너무 잘 어울리는데?”

사실 오늘 내 여자들이 평소보다 예쁜 건 머리와 메이크업을 전문가에게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문가의 손에 가꿔져 가뜩이나 예뻐졌던 그녀들이 웨딩드레스까지 갖춰 입으니 말이 안 나올 정도로 매력적인 여신이 된 것이다.

나는 미리 준비해두었던 감탄사와 더불어 손에 들려 있는 핸드폰 카메라에 그녀들의 모습을 계속해서 담아냈다.

나는 오늘 리액션 담당이자 카메라 VJ 그리고 남편 역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말 이게 그렇게 괜찮아?”

“어. 누나를 위해 만들어진 드레스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아. 디자이너가 누나를 아는 사람인가?”

“풋!”

내 리액션이 제법 찰졌는지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나는 어때?”

아현이가 내게 매달리며 재촉을 해서 나는 엄지를 들어주었다.

“말해 뭐하냐? 이거 로즈 누나가 골라 준 드레스 맞지? 진짜 잘 골랐네. 어쩜 이렇게 너랑 잘 맞지? 딱 네 스타일인데?”

“헤헤, 내가 생각해도 이 드레스가 제일 마음에 들긴 해.”

“그래도 바로 그걸로 결정하지 말고 다른 것도 입어 봐. 지금 그것도 충분히 잘 어울리기는 한데, 이런 드레스들 마음껏 입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잖아.”

“그럼 그럴까?”

여자들은 내 말빨에 녹아내려서 얼굴에 행복함 100%를 가득 띄운 채 드레스 피팅을 계속했다.

“엄마는 이 드레스가 딱인 것 같아. 정말 잘 어울렸어.”

“내가 생각해도정화 언니는제일 처음 입은 드레스가 최고였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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