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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444화 (444/849)

〈 444화 〉 #65. 조폭 처제의 유혹 (5)

* * *

그런 처제를 살린 게 나다.

그리고 그렇게 피에 젖은 모습을 보고서야 조폭이 라는 직업이 뭔지 제대로 알게 됐던 것 같다.

아무리 특이한 능력을 쓸 수 있고, 못 하는 일이 없는 나이지만 사람을 피투성이로 만드는 조폭이라는 직업이 썩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수술 후유증은 없고?”

“없습니다. 그 정도는 극복해내야죠. 보스께서는 예전보다 더 정정해지셨습니다. 요즘엔 골프를 취미로 다니시면서 여가를 즐기고 계시고요. 프로 골퍼가 따로 없다는데, 제가 골골거리고 있을 순 없죠.”

장모님은 정말 죽기 직전의 상태인지라 엄청 비싼 아이템을 써서 몸을 싹 고쳤다.

그러니 예전보다 몸이 더 좋아지고, 회춘한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처제에게 쓴 아이템은 장모님에게 쓴 아이템보다 효과가 덜한 것이었다.

그러니 그녀가 후유증이 없는 건 평소 몸을 잘 가꾼 덕분이 크다.

“재활도 엄청 빨리 끝냈다면서. 의사는 계속 입원시키고 싶어 했다던데.”

“보스를 혼자 둘 순 없었습니다.”

“진작 물어봤어야 했는데, 이걸 지금에서야 물어보네.”

“아닙니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신경 써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넘치는 은혜였습니다.”

“장모님은 요즘 어떠셔?”

“현오를 많이 보고 싶어 하십니다.”

“현오 못 본지 꽤 되셨지?”

장모님도 처제를 후계자로 삼는 일 때문에 한동안 바쁘셨다.

누님에게는 가끔 연락을 해오는 듯 했으나 그쪽 관련 된 일은 나에게 자세히 말해주지 않으려 하다 보니 아는 게 없었다.

언제 한 번 찾아가서 현오를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겸사겸사 처제를 만날 구실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처제와 자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처제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서로가 조금씩 편해지는 게 느껴진다.

우리는 꾸준히, 그리고 조금씩 서로에게 한 발작 한 발작 다가가고 있었다.

급할 건 없다.

처제는 다른 남자를 만날 생각 없었고, 현오가 크려면 시간이 아직 많이 필요했으니까.

우리의 관계는 급진적이지 않고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이 쌓이고 있었다.

? ? ?

둘째 처제의 일을 자세히 묻지 않았던 건 그 과정이 결코 편하지 않았을 처제를 위해서였다.

둘째 처제를 쳐내야 하는 장모님의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게 분명하고, 그런 장모님을 보는 처제의 마음도 불편했을 테니 깊게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처제가 둘째 처제의 처분을 너그럽게 했던 것 같다.

둘째 처제가 이렇게 돌발 행동을 한 걸 보면 말이다.

“지금 이거 납치로 봐도 되는 겁니까?”

현재 나는 내 의도와 다르게 낯선 차에 타서 끌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하핫! 순진하네. 그걸 납치범한테 묻는 거야?”

“당장 이거 풀어요.”

“에헤이, 정성껏 묶어줬는데 사양하면 내가 섭하지. 날 너무 자극하지 마. 지금 꼴을 많이 받아 있는 상태거든.”

“…화가 난 게 나랑 상관있습니까?”

“그래서 꼭 한 번 엿을 먹여주고 싶었는데, 방법이 없는 거야. 최관 그 년이 내 팔 다리를 다 짤라 놔서 말이야. 그래서 생각했지. 어떻게 엿을 먹여줄 방법이 없는가!”

납치범은 굉장히 뻔뻔했다.

자신이 왜 나를 납치했는지를 꽤나 장황하게 설명한다.

거칠게 욕설도 중간 중간 섞여 있었다.

‘일부러 욕설을 섞고 있는 건가? 그냥 평소 버릇?’

내가 알고 있는 그녀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상스러운 욕을 하는 게 이상해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그 상스러운 욕설들을 듣는 게 썩 좋지만은 않았다.

더욱이 납치범은 내가 자기 말을 들으면서 겁을 먹기를 바라고 있는 게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인내심이 없는 범인 아니, 둘째 처제가 먼저 나를 말로 자극했다.

“근데 생각보다 안 놀라네? 난 되게 쫄 거라고 생각했거든. 혹시 지금 이 상황이 안 무서워? 내가 너무 정중하게 모셨나?”

“그걸 정중하다고 표현하면 안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무섭지는 않은데, 아쉬움은 있네요. 이런 방식으로 만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죠.”

“뭐야? 나 알아?”

“알죠. 날 겁주고 싶어 하는 둘째 처제한테는 안 된 일이겠지만요.”

“에이씨, 김빠지네.”

둘째 처제의 얼굴을 몰랐다면 정말 큰일 날 뻔하기는 했을 거다.

내가 아니라 처제가.

‘둘째 처제, 확실히 듣던 것처럼 철이 없구나. 큰일 날 뻔한 것도 모르고.’

누군가에겐 천만다행이게도 내가 마침 둘째 처제를 실제로 만나 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레서 범인을 제압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김빠질 일은 아니죠. 당신이 날 강제로 끌고 와서 지금 제가 화가 났거든요.”

“하하! 그래서 지금 기분 나쁘니까 사과라도 하라는 거야?”

“사과를 하면 받아줄지 말지는 보고 생각해봐야겠네요.”

“아무래도 언니를 너무 믿는 것 같은데, 내가 그쪽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막나가는 스타일이거든. 그쪽이 내 형부이긴 해도 나는 얼마든지 손을 댈 수가 있다는 뜻이야. 그러니까 언니만 믿고 너무 깝치지 마. 욱해서 사고칠 수도 있다고.”

손을 댄다?

처음에는 폭력을 말하는 건가 싶었는데,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끈적끈적한 걸 보고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면 이것도 나름 색다른 재미일 테니, 즐기시든가. 최관이랑 하는 짓 보니까 마냥 깨끗한 몸도 아니던데?”

나를 아래에서 위로 쭉 훑어보다가 이내 내 사타구니 쪽에 시선이 꽂힌다.

금방이라도 한 입에 삼켜버리고 싶다는 듯 눈빛에는 색기가 가득하다.

‘이런 시선은 좀 더러운데.’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진짜 처제는 최관이 아니라 이쪽인데, 어째 이 여자는 남보다 못하고 불쾌하기만 하다.

내가 다른 얼굴로 만났을 때도 이 여자는 나한테 지금과 비슷한 눈빛을 보여줬던 걸로 기억한다.

형부로 만났을 때도 그 눈빛이 바뀌지 않은 걸 보면 그 한결 같음이 징그러울 정도다.

‘그냥 상대를 하질 말까.’

가족이니까.

연주 누님의 피를 나눈 사람이니까.

그래서 무례하게 행동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상대를 해주고 있는 거였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내가 이러는 걸 연주 누님이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태평하게 대화를 나눈 걸 화낼 지도.’

나는 내 손을 묶은 밧줄이 살갗을 아프게 조여 오는 것을 느끼고 인상을 팍 찌푸렸다.

오로지 내 신체를 구속하기 위해 배려 없이 묶인 밧줄.

지금까지 참아준 것만으로도 연주 누님을 고려한 배려심은 충분 했다고 본다.

“처제한테 얘기 들었습니다. 또 사고를 쳐서 이번에 완전히 축출 당하셨다고. 기분 나쁘실 만은 한데, 그걸 저한테 푸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하! 최관이랑 자주 붙어먹고 다니더니 아는 게 많구나?”

아까부터 느꼈던 건데, 둘째 처제는 처제와 내가 만나는 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도 안다는 걸 숨길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최관을 대할 때는 버터처럼 부드럽기만 하더니 나랑 얘기할 땐 너무 까칠한 거 아니야?”

“시작부터 둘째 처제가 화끈하다 못해 거칠게 다가와서요.”

“하핫! 내가 그런 매력이 있지. 사실 말이야. 형부를 이렇게 거칠게 초대할 생각이 없었어. 사실 이것도 계획에 없던 일이거든. 내가 바라는 건 최관, 그 년한테 엿 한 번 제대로 날리는 거. 그거 하나였어.”

역시, 처제에 대한 원한으로 이런 짓을 한 거였나.

“엿을 먹이려면 걔 약점을 파야 하는데, 걔가 어디 호락호락한 년이야? 그래서 내가 걜 직접 따라다니면서 복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어. 그런데 딱히 없더라고. 원래부터 재미없는 년이라는 건 알았지만, 시발 목석 년이 남자를 아무리 붙여줘도 손을 안대더라고. 나는 걔가 무성인 줄 알았잖아. 이렇게 뒤에서 호박씨를 까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낄낄낄 웃는 둘째 처제의 모습에는 광기가 진하게 묻어나왔다.

처제에게 엿을 먹이고 싶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는데, 알고 보니 뒤에서 호박씨를 까는 상대가 따로 있더라.

근데 그 호박씨 까는 상대가 다름 아닌 형부였네?

“이러니 내가 어이가 없지 않겠냐고. 와~ 내 인생 최고의 반전이었어. 우리 노친네가 병원에 실려 간 건 베스트 1위고 이게 2위야.”

그딴 순위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형부, 그년은 어떻게 꼬셨어? 수환이 대단하잖아. 언니는 임신을 시키고, 최관 그 년도 꼬셔거 꼼짝도 못하게 만들고 말이야. 우리 엄마가 평생 일궈놓은 조직을 양 팔에 움켜쥐게 생겼어?”

“그런 거 아닙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둘째 처제 입장에선 내가 처제와 가까이 지내는 게 그녀들의 배경 때문이라고 생각했나보다.

내가 고작 그딴 것 때문에 여자를 만날 리 없지 않은가?

내 직업을 고려해서 조금만 생각해봐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는 게 당연한데, 둘째 처제는 그런 쪽으로는 전혀 생각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우리 형부가 밤에 꽤 강한가봐. 내가 그래서 지금 엄청 기대중이야. 아! 그리고 혹여나 오해할 수도 있어서 하는 말인데, 솔직히 나는 이런 스타일의 형부가 나쁘지 않아. 욕망에 솔직하잖아. 나도 그렇거든. 형부가 좀 더럽게 노는 걸 보니까 갑자기 막 친근감이 생기고 그랬다니깐?”

내가 알기로 처제는 마약도 하고, 성범죄도 지르고, 폭력도 심심하면 저지르는 범죄자다.

나는 그런 처제와 비빌 정도로 나쁜 짓을 한 적은 없지 않은가?

“전혀 달갑지 않은 소리네요. 그래서 절 납치해서 뭐 어쩌겠다는 겁니까?”

“흐흐, 그러게. 엿 먹이고 싶어서 납치를 하긴 했는데 형부를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궁리를 좀 해봐야겠어. 일단 형부는 언니가 애지중지 할 만큼 사랑하는 남자잖아? 잘만 하면 한 번에 두 명을 엿 먹일 수 있는 최고의 찬스란 말이지.”

처제뿐만 아니라 연주 누님에 대한 원한도 꽤 갖고 있는 듯 했다.

“단순하네요. 이런 짓을 저지르고 난 이후의 일은 전혀 생각 안 해본 것 같고요. 내 신변에 위험을 줬으니 연주 누님이 가만히 있을 리 없는데, 뒷감당은 가능한 겁니까?”

“…시발, 그딴 거 알게 뭐람.”

둘째 처제가 연주 누님을 언급하니 초조해졌는지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저렇게 다리를 떨면 복 떨어진다고 어른들이 하지 말란 소린 못 듣고 자랐나보다.

그리고 저렇게 초조해 한다는 것 자체가 저지른 짓의 뒷감당을 본인 스스로 지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하아~ 일단 차 세워요. 어디까지 가려는 겁니까? 출발한지 꽤 됐는데.”

“일단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갈 거야. 시발, 형부가 너무 유명해서 아무데나 데려다놓을 수도 없었다고.”

“그걸 아는 사람이 납치를 계획해요? 지금 이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그쪽은 꼼짝없이 구치소에 수담 되어야 합니다. 알아요?”

“내가 거길 왜 가? 형부도 은근 순진하네. 우리 같은 사람은 다 방법이 있거든요? 킥킥!”

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자긴 그런 곳 갈 리 없다며 당당해 한다.

그렇게 약 30분을 더 가서 정말 인적 하나 없는 공장에 차가 도착을 했다.

둘째 처제는 사람이 없는 곳에 와서 마음이 놓였는지 몸에 긴장이 풀리는 눈치였다.

평생 누군가에게 시키기만 하다가 몸소 이런 험한 일을 했으니 긴장 할 법도 하다.

더군다나 나는 연주 누님의 남편이 아닌가?

애석하게도 둘째 처제의 노력은 썩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둘째 처제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둘째 처제가 안전띠를 빼내고 차문을 열려는 순간.

내 몸을 묶고 있는 밧줄을 힘줘서 뚝뚝 끊어버렸다.

뚜둑! 뚜둑!

“어?! 뭐, 뭐야!”

둘째 처제는 내가 이런 짓을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지 기겁을 했다.

그리고 재빨리 차문 밖으로 나와 내가 있는 반대편 차문을 열어서 나를 힘으로 제압하려 했다.

아무래도 내가 밧줄을 끊고 도망칠 거라 생각한 듯 한데….

‘먹잇감이 제 발로 달려오네?’

나는 애초에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으아악!!! 뭐하는 짓이야! 악! 씨이…바알…! 힘이 왜 이렇게 쎄…헥! 아악! 아파! 아프다고!!”

“범인이 아프다고 울면 봐주는 피해자가 있을 것 같습니까?”

둘째 처제의 몸을 꾸깃꾸깃 접어서 내가 묶여 있던 좌석 아래에 넉넉하게 준비해 둔 밧줄들로 몸을 꽁꽁 묶었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악악대는 둘째 처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양말을 벗겨다가 입에 넣어 줬다.

본인이 신던 것이니 찝찝해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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