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5화 〉 #65. 조폭 처제의 유혹 (6)
* * *
“우븝!으으으읍읍ㅂ무부뭄ㅂ무부뭅므으부음븡무븡븝!!!!!!!!!!!!!!!!”
“어우 시끄러.”
본인이 나한테 했던 짓거리인데, 그걸 본인이 당하니 쌩 난리다.
이래서 사람은 역지사지가 필요한 거다.
내가 하기 전에, 이걸 당하는 사람은 어떤 기분일지 미리 생각을 해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역으로 당했을 때 기분이 더럽지 않으려면.
“일단…나도 이 일에 연주 누님을 부르는 건 좀 무섭거든요? 그러니까 처제를 부를게요.”
둘째 처제가 야무지게도 내 핸드폰을 압수해갔지만, 어디에 숨겨뒀는지 알았기에 차를 뒤져서 핸드폰을 찾아냈다.
이미 차 열쇠까지 내 손아귀에 있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둘째 처제가 인적이 드문 곳에 본인 발로 와주었기에 팔과 다리를 꽁꽁 묶어서 바닥에 버려두니 애벌래처럼 꿈틀거리고만 있었다.
“처제, 나야. 여기가 어딘지 나도 모르긴 한데 좀 와줘야 할 것 같아.”
누가 여기서 진상짓을 하고 있거든.
여전히 바닥을 뒹굴며 온갖 지랄이란 지랄은 다 하고 있는 둘째 처제의 모습을 냉정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 ? ?
“죄송합니다.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내게 사정을 듣고 황급히 달려 온 처제는 나를 보자마자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처제 잘못 아닌데 왜 사과를 해?”
“아닙니다. 제 잘못입니다. 면목이 없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정도로 큰 실수를 했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혹시 저 사람한테 험한 일을 당하셨습니까? 다치신 곳은요?”
“다친 곳 없고 오히려 저쪽이 지금 더 아프고 힘들 걸?”
처제에게 바닥을 뒹굴고 있는 애벌레 같은 것을 힐끔 보더니 인상을 와락 찡그렸다.
“이만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후로는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좋지 않을 겁니다.”
사고를 친 둘째 처제의 처분을 결정하기 전.
처제는 나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먼저인 듯 말했다.
“나보고 이대로 가라고?”
다만 나는 이대로 이 사건을 처제에게 맡기고 떠날 순 없었다.
커다란 짐을 떠안게 하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지 않은가?
“내가 끼어있는 사건인데, 이대로 혼자 돌아가는 건 싫어. 웬만하면 끝까지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안 될까?”
내 말에 처제가 난감하다는 듯 표정이 굳어졌다.
“형부께서 보시기엔 너무 험한 광경일 겁니다.
“나도 대충은 짐작하고 있어. 피를 볼 수 도 있다는 거. 그걸 감안해도 남고 싶어.”
“…알겠습니다. 다만 제가 잠시 자리를 피해달라고 할 땐 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응. 그럴게.”
괜한 고집을 받아줘서 굉장히 고마웠다.
그때였다.
턱!
처제가 갑자기 내 손을 잡아채더니 말했다.
“다친 겁니까?”
내 손목에 나 있는 빨간 자국.
아까 밧줄에 묶여 있을 때 생긴 상처였다.
“별 거 아니야. 금방 사라질 자국들인데.”
으드득
“손목이 묶여 계셨던 거군요. 다치지 않았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거였는데…!”
처제의 눈에 살기가 서린다.
이러다가 정말 사람 하나 죽어나가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됐다.
“앞으로 점점 보기 힘들어지실 겁니다. 보다가 힘드시면 제 차에 들어가십시오. 차키는 미리 드리겠습니다. 차가 한 대 더 있으니 편히 가져가셔도 됩니다.”
“응, 그럴게.
내가 순순히 불편하면 가겠다고 말하자 마음이 좀 놓였는지 시선을 둘째 처제에게로 옮겼다.
나도 덩달아 한 발작 뒤로 물러나서 두 사람을 관망하겠다는 태도를 확실히 했다.
둘째 처제는 힘을 다 써서 바닥에 축 늘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러다가 처제 그러니까 최관이 여기에 온 걸 들었는지 그때부터 살벌한 눈빛으로 이쪽을 노려보는 중이었다.
만약 최관이 여기 올 때까지 발버둥치느라 힘을 다 쓰지 않았다면 온갖 욕설을 내뱉었을 것이다.
‘입 안에 있는 양말 때문에 제대로 들리진 않았겠지만.’
내가 한 번 힘을 줘서 밧줄을 끊어낸 것 때문에 오해를 해도 단단히 했다.
둘째 처제는 내가 했으니 자신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을 한 것이다.
팔도, 다리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악과 깡만 남다보니 지켜보는 내내 소름이 돋더라.
‘저게 진짜 광기구나 싶었지.’
그녀가 준비한 밧줄은 워낙 두껍고 질겨서 성인 남성이라 해도 못 푸는 게 정상이었다.
내 힘이 비정상적인 것일 뿐.
“제가 분명 말씀 드렸던 것 같습니다, 아가씨. 우리가 더 이상 이 구도로 만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요.”
“으읍!!! 읍으으읍으읍!!!!!”
자신을 내려다보며 말하는 최관이 거슬렸던 걸까?
둘째 처제의 눈이 시뻘게졌다.
“그 말을 한지 오래 지나지 않았는데, 또 다시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번 일이 보스께 들어가면 어떻게 되셔야 하는지 알고 계시지요? 각오하고 저지른 일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읍읍읍!!!!”
읍 하나로 얼마나 현란하게 욕을 하려는 건지.
둘째 처제가 할 말이 많았는지 입 안에 넣어둔 양말을 빼내달라고 발버둥이다.
최관은 친절하게 그녀의 입 안을 가로질러 묶인 밧줄을 풀어주었다.
“퉷!! 우엑, 시이바아알!!! 개새끼야!! 너 죽여버린다아!!!!!”
둘째 처제는 입 안을 막고 있던 밧줄이 떼어지자마자 양말을 퉤! 뱉어내고 최관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악의로 똘똘 뭉친 목소리에는 살의가 가득하다.
그런다고 최관에게 해코지를 할 수도 없으면서 말이다.
“아아아아악!!!! 내 눈 앞에서 당장 꺼져!!! 꺼지라고!!”
잔뜩 쉰 목소리로 또 다시 소리를 지르는 둘째 처제.
“당신, 주제 파악이 여전히 안 되어 있군요. 당신은 소리를 지를 자격이 없습니다. 기어코 열 손가락을 다 내어놓으셔야 자기 주제를 알게 되실 겁니까?”
최관이 둘째 처제의 머리채를 사정없이 잡아당겼다.
“아악!!”
땅에서 파뿌리가 뽑히듯 딸려 올라 온 둘째 처제의 얼굴은 고통으로 가득했다.
“너…! 너!!! 이 시바알녀니이…!!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그동안 엄마 옆에서 내숭 피우면서 얌전한 척 굴었어!!!”
“보스께서 모두의 앞에서 선언하셨습니다. 이제 자신에겐 둘째 딸은 없노라고. 저는 보스 말을 신뢰하고 따르는 사람입니다. 그분께서 당신과의 연을 끊어내셨는데 내가 왜 당신을 계속 대접해줘야 합니까?”
그런 일이 있었어?
“제가 본색을 드러낸 게 아니라 당신이 제게 존중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잃은 겁니다.”
“!!!”
최관의 말이 둘째 처제에게 뼈아프게 박혀 들어갔다.
“얌전히 해외로 나가서 죽은 듯이 사시는 게 남은여생에 보다 도움 되는 선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당신은 무언가를 잃어봐야 정신을 차리겠죠.”
“어쩔 건데!! 그래서 네가 뭐 어쩔 거냐고!! 이미 난 다 잃었어! 네가 다 빼앗아 갔잖아! 내 자리도! 가족도! 부하도!! 가진 게 하나도 없는데 여기서 뭘 더 가져가겠다는 건데!!”
“아직 몸이 멀쩡하시지 않습니까? 원래 사고를 치면 손가락 열 개를 가져가기로 했지만, 보스께는 오늘 일을 말씀 드리지 않을 테니 다섯 개만 가져가겠습니다.
“!!!”
손가락을 자른다고?
나는 그녀가 한 말이 단순히 협박으로 한 말이 아니라는 걸 눈치 챘다.
둘째 처제도 마찬가지였는지 악의로 가득 찼던 표정이 초조하게 바뀌었다.
“너, 너 미쳤어? 내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최관이 몸소 실천하겠다는 듯 품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이미 이곳에 오기 전에, 이럴 때를 대비해서 칼을 준비해 온 것 같았다.
“너, 너!! 아무리 엄마가 그런 말을 했어도!! 진짜 연을 끊을 리가 없잖아!! 그거 다 뻥이야, 인마! 너 속이려고 거짓말 친 거라고! 엄마가 진짜 나를 처벌하려고 했으면 진작 자르고도 남았었어! 너 시발,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 건데!”
“보스께서 이 일로 제게 책임을 묻는다면 기꺼이 지겠습니다. 제가 보스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거니까요.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건 당신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보스께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사람의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차가울 수 있는 건가 싶다.
당사자가 아니라 그저 듣고 있을 뿐인데도 심장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야야야야! 안 돼!!! 안 돼!! 살려줘!!! 내가 잘못했어! 평생 해외에 나가서 살라고 해서 억하심정이 들어서! 너한테 마지막으로 엿 한 번 날려보려고 가벼운 마음으로 한 짓이야!! 내가 진짜 형부한테 해코지를 했을 리가 없잖아!!!”
“이미 형부는 당신 때문에 해코지를 당하셨습니다.”
“아니야!! 시발! 내가 묶여 있던 거 안 봤어? 저 새끼가 날 힘으로 이겼다니까? 오히려 내가 피해자라고!!”
뭔 얼토당토않은 말을 지껄이시는지.
손가락을 자른다는 말에 살짝 동정심이 들어 말려야 할까 고민을 했는데 그럴 필요 없을 것 같다.
둘째 처제는 날 납치했다는 것에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있었다.
그저 자신이 엿 될 것 같으니 동정심을 사고 있는 것일 뿐.
사정이 달라지면 태도를 180도 바꿀 것이 분명했다.
“보스께서는 당신을 위해 마지막으로 조직원들에게 고개를 숙이셨습니다. 저는 그날 정말 참담했습니다. 보스의 진심을 조직원 모두가 들을 수 있었지요.”
내 자식이 잘못한 거 알고 있다. 다른 년이었으면 벌써 목을 따도 한참 전에 땄겠지.
그런데 저 황당한 망나니 년이 내 딸이다.
내가 잘못 교육시켜서 저 꼴이 났으니 내 탓이라 생각해 어떻게서든 품에 안아보려 애썼다.
하지만 이젠 안 된다는 걸 알겠더라.
후계자가 제대로 세워졌는데도 계속 저 한심한 것을 품에 안으려 한다면 조직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뻔한데 외면할 순 없겠지.
“저 년을 끊어내고, 너희들이 아는 보스로 돌아가 마지막 여생을 조직의 평화와 성장을 위해 쓰겠다고 하셨지요. 보스께서는 담담하게 말씀하셨지만, 핏줄을 끊어내신 만큼 피눈물을 흘리고 계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최관은 장모님이 했던 말을 도저히 잊을 수 없다는 듯 또박또박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
아마 장모님이 하셨던 말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기억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내가 아는 그녀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조직은 물갈이 되고 있습니다. 당신을 따르던 이들이 아닌, 제 사람들로요. 보스께서도 마냥 예전처럼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닙니다. 당신이란 존재가 보스께 부담이 된다는 겁니다.”
보스의 허락 하에 조직은 이미 최관의 사람으로 채워지고 있다면 누가 봐도 분란의 씨앗이 될 둘째 처제는 명분이 있을 때 처리해두는 게 여러모로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모님이 이번 일로 완전히 핏줄을 끊겠다고 하는데, 거기다 대고 거절을 할 수 있는 조직원이 없었을 터.
그런 말을 하면서까지 겨우 목숨 줄을 이어 붙여 놨는데, 둘째 처제가 나를 납치하는 사건을 벌였으니….
‘이건 답도 없네.’
장모님은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둘째 딸에게 배신을 당한 것이다.
그나마 멀쩡한 신체로 해외에 나가서 잘 살기를 바라셨을 텐데 말이다.
“시발, 엄마 불러!! 엄마 부르라고!! 너한테 손가락 짤릴 순 없어! 차라리 엄마 손에 손가락을 다 짤리는 게 나아!!! 빨리 엄마 부르라고, 썅년아!!!”
속이 썩고 문드러지는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철없는 자식은 위기의 순간에 ‘엄마’를 울부짖는다.
“정말 끝까지 보스에 대한 배려는 없군요.”
최관이 경멸어린 시선으로 둘째 처제를 바라본다.
‘차라리 장모님한테 잘리겠다니. 그걸 직접 하는 사람 심정은 생각도 안 하네.’
자식의 손가락을 달라야 하는 부모라니.
만약 내가 그런 상황이라면 냅다 기절해버렸을 것이다.
그러니 최관도 저렇게 경멸하고 있는 거다.
장모님의 심정은 조금도 배려하지 않는 둘째 처제의 행동에 나도 분노하고 있으니, 장모님을 신앙처럼 따르는 그녀는 어떻겠는가.
최관이 칼을 쥔 손에 더 힘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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