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454화 (454/849)

〈 454화 〉 #66. 컴백 (4)

* * *

“다큐는 예능이 아니라서 그런 거 아닐까? 시사교양 쪽이잖아.”

“확실히 오늘 온 스태프들은 전부 처음 보는 분들이었지.”

“아무튼 콘서트 때 귀찮게 굴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는데 이 정도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아.”

“그나저나 우리 안무 반응 볼 수 있어서 좀 좋긴 하던데.”

촬영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아직 선보이지 못한 무대를 촬영팀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갈고 준비한 보람이 있게 반응이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곡도 좋고, 무대도 좋다며 큰 박수와 감탄사를 받았던 것이다.

‘이번에 빡세게 준비하긴 했어.’

물론 컴백 때마다 항상 열심히 준비하긴 했다.

멤버들은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은 스타일이었고, 평소에도 꾸준히 발전을 위해 연습을 쉬지 않았다.

그 덕분에 우리는 매 앨범마다 리즈를 찍는다는 말을 들었다.

멤버들의 실력이 계속 늘어나니 앨범의 퀄리티도 점점 올라가는 게 당연하니 말이다.

이번 정규 앨범에도 멤버들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이 수록곡에 포함 되어 있었다.

“빨리 팬 분들이 우리 노래 듣고 칭찬해줬으면 좋겠어. 오늘 칭찬 받으니까 힘이 막 솟아나더라.”

“그러게. 촬영팀한테 칭찬 받은 것도 이렇게 기쁜데 에어들이 칭찬해주면 얼마나 좋겠어.”

얘들이 아무리 연습벌레라고 해도 반응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주구장창 연습하다보면 질리기 마련이었다.

멤버들의 이런 반응을 본 나는 멤버들 모르게 직원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안 돼. 너희들 곧 컴백인데 뭐하러 그걸 해. 너희 머리색만 봐도 스포가 되는데.”

“애들이 요즘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연습이 좀 지루해 하는 것 같아요. 초반에는 안무 익힌다고 독기 있게 했는데, 이젠 다들 지겨울 정도로 연습이 돼서 눈 감고 춰도 가능하거든요.”

“그건 너희들이 연습 시간을 좀 줄이면 되는 일이잖아. 너희들이 너무 과할 정도로 연습하긴 한다고.”

직원 중 누구도 우리의 연습 시간에 참견을 하는 이가 없다.

가만히 내버려둬도 알아서 연습을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연습은 못 쉬어요! 하루라도 연습을 못하면 몸에 가시가 돋는대요. 아무튼 애들한테 힘 좀 받으라는 의미로 라이브앱 좀 할게요. 머리는 비니로 꽁꽁 감출 거고, 그냥 팬들이랑 소통 방송 하겠다는 거에요. 이번에 피규어 때문에 난리 난 거 에어가 나서서 수습 많이 해줬잖아요.”

기자가 피규어 팔이라면서 우리 그룹을 욕하면 우리 팬이 우르르 몰려가서 기사 댓글에 ‘화나요’와 함께 이런 기사를 낸 기자를 욕하는 댓글을 달아줬다.

그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에서 우리 그룹을 안 좋게 보는 글이 올라오면 또 우르르 몰려가서 대신 화를 내주는 등, 우리 그룹을 위해 굉장히 애를 써주고 있었다.

너무 과하게 우리 그룹을 옹호하는 댓글을 쓰면 역효과를 볼 수 있지만, 우리 팬들이 나름 노하우가 생겼는지 정중하게 돌려 까는 능력이 있어서 큰일이 나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팬덤이 너무 커지니까 함부로 사람들이 못 건드리게 되기도 했고.’

우리 그룹은 누군가가 건드리기엔 너무 커졌다.

여전히 날파리가 주변에 윙윙 날아다니기는 하지만, 그룹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

직원의 허락을 받아낸 나는 멤버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와! 진짜?”

“얼마 만에 라이브앱이야! 완전 좋다.”

“언제 하는 거야?”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대신 머리색 안 보이게 해야 되고, 스포는 절대 하면 안 돼.”

“바보도 아니고 우리가 그럴 리 없잖아.”

“당장 하자!”

“안 돼. 우리 꼴을 봐.”

오늘도 어김없이 연습을 하다가 소식을 전달한 것이기에 멤버들은 깜짝 놀라서 정신을 차렸다.

결국 라이브앱은 다음날로 미뤄지고.

오랜만에 멤버들이 한껏 꾸며서 숙소의 거실에 옹기종기 모였다.

“근데 다들 머리를 이렇게 가려버리니까 너무 이상하다.”

“콩나물 같아.”

“노란색 비니는 쓰지 말자. 다른 색이 뭐가 있더라.”

멤버들이 주섬주섬 머리에 쓴 비니 색을 바꾼다.

어떻게든 이상해 보이지 않게 노력하는 중이었다.

“형은 계속 노란색 비니 쓰고 있을 거야?”

“응. 그러려고. 왜? 이상해?”

“…아니. 안 이상해. 내가 쓰면 콩나물인데 형이 쓰면 패션 비니네.”

너무 내 얼굴에 익숙해진 멤버들은 얼굴 기준이 너무 높은 편이었다.

이럼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한 가지뿐이다.

“너도 잘 생겼어. 네 얼굴 좋아하는 팬이 얼마나 많은데.”

“흠흠, 그건 그래.”

카메라 마사지도 좀 받고, 꾸준히 관리를 받으면서 애들의 외모는 연예계 쪽에서도 잘생긴 축에 꼈다.

애초에 허니 엔터에서 연습생을 뽑을 때 얼굴을 좀 본다.

그 기준에 통과 한 아이들이니 못 생겼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내가 너무 넘사벽일 뿐인 거다.

“자, 이제 시작한다?”

“오케이!”

멤버들이 다 뭉쳐서 시작하는 라이브앱.

오랜만에 만나는 거라서 그런지 라이브앱에 들어오는 팬들의 속도가 어마무시했다.

“와~ 엄청 빨리 올라가.”

“안녕! 에어!! 안녕안녕!”

오랜만에 만나는 팬들.

우리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팬들을 향해 반가움을 표시했다.

­세상에 얘들아!!!!!

­아악!! 너무 보고 싶었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주르륵 올라가는 채팅창에 멤버들이 유심히 눈을 모은다.

­결혼해줘!

­love!

­♥♥♥♥♥♥♥♥♥

­COME TO MY HOUSE

­CUTE!!!

­GOOD

­해솔아 사랑해!

­how are you? ♡♡

­오빠 진짜 사랑해

­잘생겻어요 ㅠㅠ

­♥♥♥♥♥♥

하나 같이 우리들을 그리워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팬들.

우리의 얼굴에는 어느덧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밥 먹었어요?”

세상 다정한 남자가 된 멤버들이 팬들에게 저마다 안부 인사를 했다.

“우리 잘 있었어요. 건강해요.”

“살 빠졌어요? 활동 시작하니까 다이어트 했죠!”

팬들은 주로 우리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우리 이제 곧 만날 수 있어요! 알고 있죠?”

­꼭 만나러 갈게!!!

­보고 싶어!

­Please, marry me

­앨범 주문했어! 너무 기대 돼.

­♥♥♥♥♥♥♥♥♥♥♥

­피규어는 어떻게 만들게 된 거야?

­けっこんしてください

­해솔아! 내 이름 정지나야! 내 이름 불러줘!

­JUN LOVELY!!

외국어와 우리나라 말이 혼잡하게 섞인다.

영어나 일본어 같은 경우는 직접 말로 해줄 수 있는 수준이긴 했지만 그렇게 되면 할 줄 모르는 나라의 팬인 경우 서운해 할 수 있었기에 언어는 우리나라 말로 통일했다.

“아, 저희 머리요?”

“머리는 컴백하고 나서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지금은 안 돼요. 보고 싶어도 참아요!”

서로 잘 지냈는지 안부 묻기가 끝나고 나니 팬들이 다 같이 비니를 쓰고 등장한 것을 보고 호기심을 드러냈다.

스포일러는 절대 안 된다고 회사에서 못을 박았기에 멤버들이 황급히 자기 머리를 사수했다.

비니에 잘 감싸져 있으니 그럴 필요도 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사전 예약 앨범 주문했어! 피규어 당첨 되면 좋겠다.

여전히 바깥에선 우리의 사전 예약 앨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서 그런가.

라이브앱을 하면서 앨범 얘기가 많이 나왔다.

앨범이 나오면 자연스레 피규어 얘기도 나올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꾸준히 올라오는 피규어 얘기를 계속 무시할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피규어 얘기가 많네요.”

­아이씨! 피규어 얘기 좀 그만하라니까.

­해솔아 신경 쓰지 마!!! 무시해도 돼!!!

진심으로 나를 걱정한 팬들은 괜히 내가 피규어를 언급했다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 걱정했다.

“피규어는 제가 정말 팬 분들한테 해드리고 싶어서 준비한 깜짝 이벤트 같은 거였어요. 그런데 그게 논란이 생겼죠. 제가 어떤 마음에서 준비한 이벤트이건 그런 오해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에서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피규어를 앨범을 이용해서 추첨하는 게 아니라 다른 방법을 이용했다면 어땠을까?

앨범에 피규어 추첨을 끼워 넣은 것은 내가 아니라 전담팀이었지만, 어쨌든 피규어를 직접 만든 건 나였으므로 내가 사과하는 게 맞았다.

­아니야 해솔아ㅠㅠㅠㅠㅠㅠ

­고마워!!! 사랑해!!!!

­나쁜 것들이 하는 말 듣지 마!!

­기레기 죽여 버리고 싶네, 정말!!!

­우리 해솔이 기죽은 것 봐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화나서 손발이 덜덜 떨릴 지경이야.

­네가 사과 하지 마. 넌 잘못 없어!

­애초에 소속사 쪽에서 그걸 앨범에 끼워 넣은 게 문제 아님?

­왜 네가 사과해!! 그러지 마!!

라이브앱에 들어와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팬이라는 뜻이었기에 내 공식적인 사과에 눈물바다가 되었다.

­아니라고 박박 우기더니 ㅋㅋ 본인 입으로 상술 맞다고 자백 나왔네.

비아냥대는 채팅이 간간히 올라오긴 했지만 워낙 많은 수의 팬들이 채팅을 치고 있었으므로 금방 묻혀서 올라갔다.

내 입장에선 팬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지만, 그 이벤트를 진행하는 전담팀 입장에선 피규어 추첨권을 앨범 구성에 넣은 목적 자체는 상술이 맞기는 했다.

그 상술이 너무 잘 먹혀서 이 난리가 난 거였고 말이다.

앨범을 많이 팔아야 하는 게 전담팀의 목적이다 보니 그걸 잘못했다고 뭐라 할 순 없었다.

‘상술이었다고 인정한 게 아니라 그런 오해를 사게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 건데.’

저런 악플을 보면 기분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점에서 더 열 받기도 하고.

피규어는 사과한 것으로 끝을 맺고, 다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화제를 바꿔서 얘기를 나눴다.

팬들과의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우리 이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가지 말라는 말과 우는 이모티콘이 계속해서 올라온다.

그래도 이미 예정 되어 있던 시간을 훌쩍 넘어섰는데, 계속 라이브 앱을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우리가 빨리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안녕!!!”

“금방 갈게!!”

“기다려줘!”

멤버들이 한 마디씩 하면서 오랜만에 한 라이브앱이 끝이 났다.

방송이 확실히 꺼졌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후에야 멤버들이 조금 편하게 쉴 수 있었다.

“아휴,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힘들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어.”

“응. 역시 팬들을 만나니까 기운이 막 셈 솟아.”

“더 열심히 연습할 수 있을 것 같지?”

팬들과의 라이브앱은 계획했던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만들어냈다.

멤버들 모두 다시 힘을 받아서 컴백 날짜까지 시들거리지 않고 의욕적으로 보낼 수 있었다.

더불어 내가 라이브앱에서 해명과 사과를 한 것으로 ‘피규어 팔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로 우리 그룹을 공격하는 기사가 싹 들어갔다.

여태까지 충분히 조회수를 빨아 먹었으니 해결 된 일에 관심을 더 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기자들의 관심은 시들해졌지만, 우리 앨범 사전 예약 판매량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다.

[에어플레인 선주문 앨범 판매량 200만장 돌파!]

[에어플레인 컴백 D­3! 모이는 관심에 허니 엔터 주가 껑충!]

[이번에도 정상에 설 수 있을까? 에어플레인 멤버들 빌보드 진출 가능성은?]

컴백이 가까워지고.

우리 그룹이 이번에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따가운 시선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게 많았다! 에어플레인 컴백!]

[에어플레인 국내 차트 석권!]

[에어플레인, 오리콘 차트 1위 달성.]

우리는 계획했던 대로 컴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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