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5화 〉 #66. 컴백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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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비 공개 20일 만에 1억뷰 달성!]
[화려한 컴백 무대에 관계자들도 탄성 자아내….]
[이 갈고 나온 에어플레인, 정말 하늘로 날아갈 셈인가?]
[또 다시 빌보드 문 두드리는 에어플레인, 이번에는 1위 가능한가?]
[해외에서 쏟아지는 러브콜에 정신없는 에어플레인, 허니 엔터 주가는 함박웃음!]
우리 무대를 본 사람들은 이번에 에어플레인이 작정을 하고 컴백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우리가 생각해도 퍼포먼스가 엄청난 무대이긴 했다.
무대를 한 번 하면 거의 5분은 헉헉대고 있어야 할 정도로 힘이 드니 말이다.
그렇게 높은 난이도의 춤이 춤꾼들의 의욕을 부추겼는지, 때 아닌 커버 댄스 영상이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보통 쉬운 춤이 챌린지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는 너무 어렵다보니 커버를 시도하는 엉뚱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뭐가 됐든 우리 무대가 유행을 만들어가고 있는 건 좋은 일이었다.
“유티비에서 유명한 춤 커버 유튜버가 이 춤을 계속 추고 있는 우리들 몸 상태가 의심 된대.”
“우리 춤이 빡세긴 하지.”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면 연골이 다 나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던데?”
“우리 검사 받았잖아.”
“그니까.”
“우리가 좀 튼튼한 편이지.”
춤을 그렇게 내내 췄는데도 멤버들은 건강한 편이었다.
평소 운동량이 있는지라 아예 안 닳을 순 없었지만, 그렇게 많이 움직인 것에 비해 크게 아픈 곳이 없었다.
물론 그럴 수 있었던 건 모두 내 덕이 크다.
“그 말 때문에 팬들이 우리 건강을 걱정하나봐.”
“참 별 일도 다 있네.”
이런 저런 헤프닝이 일어났다가 잠잠해진다.
워낙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직업이다 보니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난다.
컴백 이후 가장 많이 걱정 됐던 우연이는 언제 아팠냐는 듯 쌩쌩하게 활동을 했다.
팬들이 가까이 와도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렇다고 억지로 참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잠도 잘 자고 악몽을 꾸는 기색이 없으니 말이다.
고대하던 컴백날이 어떻게 흘러갔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우리 노래는 발표 되자마자 국내 모든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찍었다.
이젠 당연하다고 봐도 좋을 정도의 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컴백 날 반응은 초조하게 지켜보게 된다.
우리가 언제까지고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야.”
“이렇게 잘 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잘 되고 있지.”
우리는 어메이징 스타로 해외에서 인지도의 발판을 얻었고, 이후로 꾸준히 활동하면서 점차 활동하는 구역을 넓혀갔다.
동양인 얼굴도 구분 잘 못하는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우리의 얼굴을 기억 속에 박아 넣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때로 본인 스스로 자각 하지 못하게 벌어지는 인종 차별.
쟤네들은 뭔데? 하며 무시하고 깔보는 시선들.
우리들은 그런 사람들을 실력으로 눌러주며 빈틈을 파고들었다.
“이번에 1등 할 수 있을까?”
“이런 기세면 할 수도 있지 않나?”
“기대 안 된다면 거짓말인 듯.”
“국내도 여론이 완전 바뀌었던데.”
“어~ 나 봤어. 우리 칭찬으로 기사가 도배됐던데?”
“언제는 피규어 팔이라고 욕했으면서…. 하여튼 언론들은….”
컴백하기 전에는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는데, 컴백하고 나서는 호평만 받다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회사도 이젠 이런 관심들에 익숙해진 상태라서 어수룩하게 일처리를 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반응도 좋긴 좋았는데, 이번 건 좀 느낌이 다르지 않아?”
이번 앨범은 마치 우리가 그동안 노력했던 것의 모든 성과를 한 번에 몰아주려는 것인지 반응이 유난히 폭발적이었다.
“우리가 진짜 잘하긴 했나 봐요.”
“곡이 좋았던 거지. 제키 형이랑 해솔이 형이 진짜 고생했어.”
“인정!!!!”
회사에서는 계속해서 잡히는 해외 쪽 러브콜에 정신없이 스케줄을 조정하는 사이.
우리는 예고했던 대로 팬사인회를 시작했다.
내가 팬들을 위해 준비했던 피규어도 주인을 찾아갔다.
인증샷으로 팬카페에 글이 올라와서 그걸 보며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물고 뜯었던 피규어는 이제 신경도 안 쓰네.’
피규어를 팔아서 앨범을 팔았다는 식으로 우릴 까던 언론들.
이젠 우리의 성공을 팔아서 돈을 벌고 있었다.
‘뭐, 항상 그래왔던 놈들이니까 새삼스러울 것 없긴 하지.’
기사에 하나하나 신경 쓰면 피곤해지는 건 우리들이다.
그들은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우리의 불행을 팔고, 성공을 파는 것일 뿐.
죄책감 없이 책임감 없이 싸지른 글귀에 불행해지는 건 본인에게 너무 손해인 일이었다.
흔들리는 멤버들의 멘탈을 다독여가며 바쁘게 쏟아지는 스케줄을 쳐냈다.
스케줄이긴 해도 멘탈 힐링에 크게 도움이 되는 팬 사인회를 즐기면서 말이다.
“해, 해솔아….”
“안녕~ 어서 와요.”
“그…이거…써, 써줬으면 조, 좋겠는데….”
내 얼굴을 보고 굳어서 제대로 말을 버벅이는 팬에게 다정하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이러는 팬이 한 둘이 아니었기에 당황하지 않고 그녀의 손에 든 머리띠를 가져가서 머리에 썼다.
나는 고양이 귀도 머리에 써본 적 있고, 신부들이 쓰는 베일도 써본 경험이 있는 능숙한 아이돌이었다.
천사 헤일로쯤이야.
망설일 수준도 안 된다.
“짠. 어때요? 이쁜가?”
이번 활동기 때 금발을 해서 그런지 유난히 천사 헤일로를 준비해 온 팬이 많았다.
천사 헤일로라고 준비한 것으로 보이지만, 화려한 큐빅이 박혀 있는 왕관과 같은 모양세의 머리띠였다.
그걸 머리에 쓰고 거울로 확인한 후 팬에게 웃어주니 직격타를 맞은 팬이 신음을 흘렸다.
“허윽!”
코피가 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자기 코를 부여잡으며 말이다.
꺄아아악!!
뒤에서 내 모습을 다른 팬들이 봤는지 꺅꺅 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각자 앞에 있는 팬에게 집중하고 있던 멤버들이 소란을 듣고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가 내 얼굴을 확인하고 납득한 듯 고개를 주억인다.
“나한테 하고 싶었던 말 없어요?”
“어…어어…그러니까…제가 팬 사인회 당첨 된 게 처, 처음이라서요.”
어쩐지 말을 제대로 못하고 덜덜 떨더라니.
팬사인회가 처음이라서 아무것도 못하는 팬을 처음 본 건 아니었기에 익숙하게 당황한 팬을 달래고자 말했다.
“하하, 처음이라서 이렇게 떠는 구나? 혹시 적어온 거 없어요?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적은 거.”
“아! 이, 있어요!”
팬사인회에서 내 얼굴 보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될 수 있으므로 종이에다 질문을 적어오는 팬이 심심치 않게 있었다.
이번 팬은 그조차도 잊어버린 듯 어버버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다행히 내가 말하니 생각이 났는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냈다.
팬은 종이에 적힌 글씨를 덜덜 떨면서 말했고, 만족스럽게 웃은 후 얌전히 자기 이름을 말하고 사인을 받았다.
다음 멤버를 보고서도 어버버하는 듯 했으나 나에게 했던 것처럼 굳어 있지 않고 잘 해나가고 있었다.
‘다행이네.’
우리 팬 사인회에 와서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가는 팬이 없기를 바랐다.
멤버들도 당황한 팬을 적절하게 달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손잡아 줄 수 있어?”
“당연하죠.”
이번 팬은 사인회에 자주 다녔는지 얼굴이 제법 낯이 익었다.
내가 팬 얼굴을 기억한다는 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는 팬이라는 뜻이었다.
최대한 태연하게, 얼굴을 알아 본 척 하지 않고 웃으면서 내밀어진 손에 깍지를 껴주었다.
“자~ 제 손 좀 뜨겁지 않아요? 땀이 좀 난 것 같은데.”
“아니야! 너무 좋아!”
달뜬 숨소리.
누가 봐도 성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는 신호였다.
팬들과 만나는 건 기쁜 일이지만, 행복함만 주는 건 아니었다.
나와 만나서 흥분해 기절한 팬도 있다 보니 이 정도는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돌발 행동을 하면 어쩌나 걱정했던 팬은 특이한 행동을 보여주지 않으며 생각보다 무난하게 순서를 끝마쳤다.
계속해서 진행 되는 팬 사인회.
“저 혹시 여기다가 사인 가능할까요?”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팬도 있었지만, 기쁘게 해주는 팬도 분명 있었다.
“어? 피규어!”
“네.”
“당첨 된 거에요?”
“네. 헤헤.”
팬 사인회에서도 당첨 되고, 피규어까지 당첨 된 팬이라니.
운이 굉장히 좋은 팬이었다.
피규어는 투명한 보호판에 들어가서 소중하게 보호를 받고 있었다.
팬은 그 투명한 보호판에 내 사인을 해주길 바랐다.
이렇게 특별한 걸 가져왔는데 안 해줄 순 없었다.
웅성웅성
“어? 이거 형이 만든 피규어 아니야?”
멤버들도 팬들에게 전달되었던 피규어가 다시 나타나니 관심이 생겼는지 시선을 줬다.
“응. 맞아. 이분이 당첨 돼서 나한테 사인 받으려고 가져 왔대.”
“와~ 이렇게 해놓으니까 확실히 멋있다.”
멤버들도 갖고 싶어 하던 피규어였는데 다른 팬들은 오죽할까.
카메라를 들고 있던 팬들 사이에서 술렁이는 소란이 일었다.
“다들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혹시 잠깐 보여줘도 될까요?”
“네! 괜찮아요.”
가까이에서 보는 건 싫어할 것 같았기에 잠시 높은 테이블 위에 피규어를 올려놨다.
찰칵찰칵찰칵
사인회가 잠깐 정지 될 정도로 팬들이 열렬히 환호했다.
“아~ 다른 애들 피규어도 보고 싶다.”
“해솔이랑 비교해보니까 존똑이야, 존똑!”
“감사해요. 피규어는 사진으로밖에 못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에요. 헤헤.”
“부럽다. 사인회 당첨에 피규어까지.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봐.”
잠깐의 포토타임을 끝으로 야무지게 내 싸인과 멤버들의 싸인을 받은 피규어가 완성 되었다.
팬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 하며 돌아갔다.
피규어를 만든 게 나다 보니, 절로 마음이 흐뭇해졌다.
‘시간 쪼개서 만든 보람이 있어. 내가 저 모습을 보고 싶어서 만든 거였다고.’
기자들한테 까이려고 만든 게 아니란 말이다.
“앞으로의 활동도 많이 기대해주시고, 오늘 팬 사인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에어!”
우여곡절이 많았던 피규어가 비로소 제 값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 ? ?
아이돌의 성공적인 활동이란 뭘까?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 그 몇 배 이상의 돈을 회수하는 것을 성공적인 활동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럼 우리들에게 성공적인 활동의 기준은 뭘까?
“와~ 드디어!”
빌보드 8위.
빌보드 10위 안에 곡이 들어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더군다나 영어로 되지 않은 곡은 더더욱 어렵다.
그런 곡으로 빌보드 안에 들었다는 것 자체가 성공적인 컴백이라 봐도 좋았다.
이 정도로 곡이 인정을 받고 있는데, 성공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위도 가능한가?”
“안 될 건 없지.”
다만 우리는 이름값이라는 게 생겨서 성공을 넘어서 대박을 쳐야 하는 입장이었다.
기댓값이 워낙 높은 탓에 남들에겐 빌보드에 든 것만으로도 성공인 기준이 우리들에겐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사실 1위를 하는 게 상징적으로 큰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곡이 빌보드 차트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버티는지도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반짝 1위를 찍고 내려가는 것보단 1위를 하지 못해도 꾸준하게 차트 안에 드는 게 실용적으로나 의미로나 모두 좋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빌보드 10위 안에 곡이 드는 것으로 마음의 짐을 놓을 수 있었다.
“이 중에 뭘 하고 싶은지 결정해야 돼.”
“히익~ 여기 써 있는돈 좀 봐. 이게 우리나라 돈으로 얼마지? 11억? 와, 무섭다. 이걸 진짜 우리한테 준다고?”
“우리왜 이렇게 올랐어요? 저번 활동 때는 억대였잖아요.”
이번 활동이 성공적이라는 게 인정받았으니 그동안 마음 졸였던 것에 합당한 과실을 먹을 때가 됐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의 기준도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 노래가 빌보드에 들어갔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들어준다는 점에서 기쁜 것도 있지만, 벌어들이는 돈의 단위가 어마무시해진다는 점에서 기쁜 것도 있었다.
지금까지 충분히 많은 돈을 벌어왔지만, 우리에게 쏟아지는 섭외 요청들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동안 벌어왔던 단위가하나 더 올라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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