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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456화 (456/849)

〈 456화 〉 #66. 컴백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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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단순히 10만원 100만원의 차이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섭외 가격이 10만 달러 선이었고, 거기에 0이 하나 더 붙으면 우리나라 돈으로 10억에 가까운 비용이 나오는 것이었다.

‘이 세계에선 남자가 귀해서 비싼 게 말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여자와 남자 섭외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섭외 비용이 배 이상 비싼 편이며, 그걸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남자의 숫자가 너무 적다 보니 우대를 받는 것에 익숙해진 것이다.

하지만 그걸 고려한다 해도 현재 우리 몸값은 어마어마한 게 맞았다.

“다른 해외 스타들은 이것보다 더 대단해. 너희들이 그 스타들보다 못한 게 뭐가 있어? 지금 몸값은 오히려 저평가 되어 있는 게 맞아. 그 부분은 우리가 동양인이라 그런 거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놀라는 우리에게 직원이 현실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아직 저평가 되었다! 라는 어마어마한 말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대단한 애들이 한 명도 아니고 무려 6명이나 모여 있잖아.”

직원의 말을 들으니 제법 그럴 듯하게 들린다.

저렇게 섭외비를 받아도 전부 우리 통장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라는 걸 생각해보면 적절한 섭외비용이라 봐도 되지 않을까?

소속사에서 떼어가고, 나라에서 떼어간 후 남은 돈을 멤버들끼리 n/1로 나누고 남은 돈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우리는 그룹으로 섭외 비용이 저 정도지만, 해외 스타는 혼자여도 저 정도 돈을 받아가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아직 우리 그룹은 갈 길이 멀었다.

우리들 몸값이 아직도 멀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전담팀과 상의해서 CF를 선택했다.

“이건 개인적으로 들어 온 섭외.”

그룹한테 들어 온 CF는 멤버들과 다 함께 상의해서 결정하지만 개인으로 들어 온 섭외는 직원들이 따로 불러서 얘기를 나눴다.

“저 또 연기 쪽이 들어왔네요?”

“응. 이번엔 영화야. 감독님 이름 봐봐.”

“어…연화정 감독님? 이분 되게 유명하신 분 아니에요?”

“엄~청 유명하지! 우리나라 최고로 유명하고 잘 나가시는 감독님인데!”

내가 한 번 연기에 손을 담군 적이 있어서 그런 걸까?

연기를 안 한지 2년이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를 배우로 섭외하려는 곳이 있었다.

물론 그것도 우리가 빌보드에 오르면서 많이 줄어들기는 했다.

그동안 그룹 활동 때문에라도 연기 쪽 섭외는 정중하게 거절하는 편이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섭외 목록에 끼워져 있어서 가장 먼저 시선이 갔다.

“감독님이 유명한 분이라서 넣어둔 거에요?”

“개인적으로 꼭 한 번 만나서 작품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하셔.”

“저랑요?”

“이 정도 되는 분의 요청인데 마냥 무시하는 건 안 좋거든. 나중에 네가 개인 활동 할 때 연기 쪽으로 생각이 있으면 절대! 그 바닥에서 최고로 치는 분이라 영향력이 엄청 나.”

내가 나중에 연기 쪽으로 나가게 될까?

이건 아직도 확실하게 정하지 못한 일이었다.

우리 그룹이 좀 덜 잘 나가면 고려해보겠는데, 너무 잘 되고 있는지라 그럴 가치를 못 느낀 것이다.

물론 이번 활동이 끝나면 개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기는 하다.

뭐든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놓고 있는 게 맞는 일이었기에 직원의 조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럼 한 번 뵙죠, 뭐.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요. 근데 작품에 섭외하려고 하면 어떡해요?”

“그런 제안을 해주시면 당연히 받아야지!”

“그 정도에요?”

“그분 영화는 해외에서 수출을 해. 네 얼굴을 알릴 엄청난 기회라고. 어차피 이번 활동 끝나면 개인 활동 들어갈 거잖아. 우린 그때 이분 작품에 들어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거든.”

나는 연기에 별 다른 뜻이 없는데, 회사에선 나한테 꼭 연기를 시키고 싶은 눈치였다.

사실 이 얼굴로 연기를 안 시키는 게 아깝다는 평이 많기는 하다.

내가 연기를 못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이번에 개인 활동으로 멤버 중 하나와 유닛 활동을 하는 게 어떨까 생각 중이었기에 연기 쪽 일이 잡히는 건 좀 아쉬운 일이었다.

“연기보단 유닛 활동을 해보고 싶었는데.”

“유닛?! 유닛도 나쁘지 않긴 하지….”

“일단 감독님 만나 뵙고 결정할게요.”

“그래, 그러자.”

나만 개인 활동에 관련 된 말을 들은 게 아닐 것이다.

재주가 많은 멤버들은 그룹 활동을 하지 않아도 1인 기업 소리를 들을 정도의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너희들 숙소 말인데….”

사실 지금까지 멤버들과 숙소 생활을 한 것도 굉장히 독특한 거였다.

“슬슬 숙고 생활 접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 너희들도 그러길 바라는 것 같고.”

지금도 완전히 숙소 생활을 하는 게 아니었다.

각자 따로 집을 사놔서 휴식기 때는 자기 집에서 지내다가 활동기 때만 숙소에 들어와서 살았던 것이다.

회사에서 그게 케어가 편하고, 숙소 생활 하는 걸 싫어하는 멤버가 없어서 계속 이런 식의 생활을 이어왔다.

“이번에 회사에서 새로운 그룹을 만들기로 했죠?”

“어…눈치 챘니?”

“하하, 그럼요. 소문이 얼마나 빠르게 나는데.”

여태까지 별 말 없던 소속사에서 갑자기 숙소를 비워달라는 말을 하는 것.

그 숙소의 주인이 바뀔 때가 되었기 때문인 거다.

두 번이나 연속으로 남자 아이돌을 냈던 허니 엔터는 이번에도 남자 아이돌을 선택할 모양이었다.

사실 우리의 성공으로 허니 엔터는 남자 연습생을 대거 받아들였다.

지원자도 많았다.

에어플레인이라는 화려한 성공을 자신의 손에 쥐기 위해서 많은 지망생들이 허니 엔터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이번에도 남자 아이돌이라면서요?”

“응.”

“여자 연습생들은 어떻게 하려고요?”

무려 두 번이나 밀린 데뷔 기회.

여자 연습생들에겐 절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신경 쓸 건 아니지만 괜히 주아 누나가 생각나서 물어봤다.

“그 부분도 나름 해결 방법이 있어.”

“해결 방법이요?”

“응. 이번에 회사에서 레이블을 만들기로 했어.”

레이블.

의미를 설명하자면 간단하게 자회사라고 생각하면 될 거다.

“그쪽은 여자 아이돌을 중심이 될 거야.”

우리 회사 소속 여자 연습생들은 오랫동안 최고의 회사에서 버티며 연습생 생활을 해온 만큼 어디 가서 빠지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아이돌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블루오션이라는 점이다.

세상이 어디 A면 A로 돌아가는 곳인가?

A라는 걸 알면서도 B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었다.

즉, 실력이 훨씬 뛰어난 여자 연습생들을 데뷔시킨다 해도 그것이 매출로 돌아오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레이블을 만든다고 하니까 저도 좀 솔깃하네요.”

“뭐? 너희도?”

“네. 마침 곧 재계약 시즌이잖아요. 회사는 후배 그룹 데뷔하게 되면 그쪽에 신경 쓰느라 정신없을 테니까, 저희 팀을 전부 데려가서 레이블을 만들면 어떨까 싶어서요. 팀장님은 생각 없으세요?”

“!!!”

우리가 레이블을 못 만들 덩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활동을 돕는 인원들만 해도 수십 명이지 않은가?

우리 일을 도우며 많은 경험을 쌓은 유능한 직원들이기도 했다.

“너희들을 레이블로 분리시키는 건 전혀 생각 안하고 있을 텐데….”

반응을 보아하니 내 말이 영 별로이진 않아 보인다.

우리가 레이블로 분리 되면 우리도 좋은 점이 있지만, 전담팀도 충분히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였다.

‘무조건 직급이 올라갈 테니까.‘

레이블이 되었으니 사람도 더 뽑을 거다.

덩치가 커지는 만큼, 재계약에 있어서 우리가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 늘어나기도 한다.

회사로서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레이블을 내주는 것으로 우리를 전부 잡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보통은 회사 지분을 주려고 하겠지. 근데 레이블 지분으로 퉁칠 수 있는 거잖아.’

방금 생각해낸 것이지만,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다만 회사 입장에서 우리가 레이블로 옮기는 게 긍정적으로 보일지 부정적으로 보일지 고려해봐야 했다.

우리 그룹 자체가 회사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었다.

‘이건 연주 누님이랑 얘기를 해보는 게 낫겠다.’

전담팀에게 레이블이라는 솔깃한 제안을 던져 둔 나는 회의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오늘 있었던 일을 멤버들에게 전했다.

숙소를 비워줘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은 각자 직원들에게 전달을 받았는지 멤버들이 알고 있었다.

“숙소 생활 그만둔다고 하니까 섭섭해요!”

“그래도 독립하는 게 편하긴 하잖아.”

“전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구요.”

“이번 기회에 독립하는 건 어때?”

“헉! 독립이여? 제가 혼자서 잘 살 수 있을까요?”

우연이는 부모님이 독립을 허락하지 않았다며 엄살을 피웠다.

“뭐 엄살을 피워. 잘 지내는 거 봤잖아.”

“예전부터 우리 되게 부러워했으면서 여태까지 독립을 안 한 게 더 신기해.”

“그래도 무섭단 말이에요.”

“정 무서우면 우리 옆집에 들어와 살던가. 마침 거기 내놨던데.”

“헉! 정말요?”

경태 형의 말에 우연이가 눈이 동그래진다.

“대신 밤 10시 이후에는 무조건 네 집으로 돌아가야 돼.”

경태 형은 우연이가 옆집에서 살기 시작하면 자기네 집에서 나가지 않을 거라는 걸 짐작했나보다.

우연이는 고민해보겠다고 말을 하면서도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진짜 독립을 할지 안 할진 모르겠지만, 눈빛을 보니 옆집을 사수해놓기는 할 것 같다.

경태 형이 사는 곳이 보안이 좋아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들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본격적으로 멤버들에게 재계약에 관련 된 얘기를 꺼냈다.

“그리고 말이야. 우리 슬슬 재계약해야 할 시기잖아?”

“재계약…음….”

“해야죠!”

“맞아. 해야지.”

“시간이 너무 빠르다. 까마득하게 먼 얘기였는데.”

멤버들끼리 큰 문제가 없는데 재계약을 안 할 이유가 없다.

소속사에서도 우릴 섭섭하게 만든 적이 없지 않은가?

“내가 지금부터 할 말이 재계약 관련 된 거야. 지금 소속사에서 우리한테 제시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이래 봤자 회사 지분이랑 계약금이잖아? 근데 허니 엔터는 이미 덩치가 너무 커서 많은 양의 지분을 주진 못할 거야.”

우리 때문에 이미 주가가 반영 되어 굉장히 비싸진 상황이다.

그런 지분을 우리에게 대가로 내놓는다 해도 얼마나 많이 받을 수 있겠는가?

결국 계약금을 두둑하게 받는 것 외에는 큰 이득을 볼 수 없었다.

애초에 사장님이 갖고 계시는 회사 지분이 많은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을 좀 해봤거든. 레이블을 만들어서 우리가 그 레이블을 키워보면 어떨까 싶어.”

“레이블?!”

“레이블…레이블이라….”

“우리가 그런 것도 만들 수 있는 거에요?”

허니 엔터에서 완전히 독립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도움은 도움대로 받고, 지분도 훨씬 많이 챙길 수 있었다.

초반에는 지분의 값어치가 낮겠지만 우리의 성공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기에 가치를 상승시키는 건 자신 있었다.

“후배 그룹이 데뷔한다고 해도 회사가 우리 일을 소홀히 하진 않겠지만, 나는 우리 전담팀을 좀 더 크게 키우고 싶어 전문적으로 말이야.”

지금까지 우릴 케어해주었던 전담팀이 하는 일은 굉장히 많았다.

한 사람, 한 사람 능력 있는 직원들이 우리를 위해 하루가 멀다 하게 시간을 갈아 넣고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 합당한 대우를 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소속은 회사 사람 아닌가?

“우리가 비활동기에 들어가면 전담팀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지?”

“음, 다른 쪽 일을 돕지.”

우리의 일을 전담하는 팀이지만, 회사 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월급을 받아가려면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팀원들은 우리가 쉴 때 회사에서 내려 온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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