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470화 (470/849)

〈 470화 〉 #69. 아빠 (2)

* * *

콘서트에서 앵콜로 몇 곡을 불렀더라?

즉흥적으로 콘서트에서 안 부르던 노래도 불렀던 것 같다.

우리 노래뿐만 아니라 팬들이 듣고 싶어 하는 곡을 추천받아서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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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플레인 콘서트 후기!!!!!!!!!!]

­콘서트 가서 지불한 돈값 못했다는 느낌은 거의 못 받긴 했는데, 이번 콘서트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뽕 제대로 뽑은 듯.

애들 공연 때 미모도 열일 했지만, 무대가 진짜 개쩔었어.

보통 콘서트 가면 앵콜로 적으면 1곡, 많으면 2~3곡정도 불러주잖아.

근데 그날 무슨 접신이라도 했는지 애들이 앵콜을 끝내질 않아 ㅋㅋㅋㅋㅋㅋㅋ

아~ 이제 끝났구나 생각하는데 다음 곡이요! 해맑게 웃어 ㅋㅋㅋ (그 와중에 우연이 졸귀)

아무튼 끝나지 않는 앵콜 덕분에 우리도 접신한 것 마냥 신나게 놀았는데, 다 끝나고 나니까 길바닥에 누워서 자고 싶더라.

힘들어서 한 걸음도 못 걷겠어 ㅋㅋㅋㅋㅋ

목은 다 쉬고, 온 몸은 땀범벅에 시간은 지하철 막차 끊기기 직전.

스태프가 올라와서 더 못한다고 하지 않았으면 날 셌을 것 같음.

(사람들 그 스태프 죽일 듯이 째려보더라 무사히 퇴근했는지 모르겠음)

아무튼 지금 온 몸에 근육통 와서 침대에 하루 종일 누워 있다가 반응 공유하고 싶어서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쓰는 중임.

마지막까지 열정적으로 노래 불러주는데 너무 감동적이었어.

애들 목은 괜찮은 거겠지? 걱정 된다 ㅠㅠ

영상 찍은 거 올리고 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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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반응은 대충 그랬다.

우리가 앵콜을 계속 불러줬다는 점에서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고, 우리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다음날 SNS에다가 멀쩡하게 잘 쉬고 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사진 한 장을 올려야 했다.

그리고 너무 과한 앵콜에 대해 한 소리 듣기도 했고 말이다.

“살이 쭉쭉 빠진다.”

“몇 키로 빠졌어?”

“어제보다 2키로 빠졌어.”

“와~ 많이 빠졌네.”

내가 준 사탕으로 목을 보호했다고 해서 체력까지 지켜주는 것은 아니었기에 멤버들은 다음날 오후가 되어서야 흐물거리면서 방에서 빠져 나왔다.

콘서트장 가까운 곳에 호텔을 잡아뒀는데 안 잡아뒀으면 큰일날 뻔했다.

애들이 콘서트가 끝나자마자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일 것처럼 축 늘어졌기 때문이었다.

“콘서트 끝나고 우리 바닥에 달라붙어 있었던 거 말이야. 그거 카메라가 찍은 거 알아?”

“…다큐 카메라?”

“응.”

“그게 왜 그때까지 촬영을 하고 있어? 잠깐 인터뷰 찍으러 온 거잖아.”

우리 콘서트는 국내를 시작으로 해외투어까지 계획이 되어 있었다.

한류를 통해 나라를 알리는 사람들이란 주제가 있었기에 콘서트를 찾은 관객들을 카메라에 담는 건 해외 콘서트를 할 때 찍어가기로 한 상태였다.

다만 해외에 스태프를 많이 파견하기엔 제작비가 부족했는지 콘서트를 진행할 때 무대 아래에서 어떤 일이 있는지 찍는 부분은 국내에서 콘서트를 찍기로 했다.

해외 콘서트를 할 때 사람들이 줄서서 우리 콘서트를 기다리고 있는 것과 짧은 인터뷰 컷을 담기만 하면 될 테니 많은 스태프를 파견할 이유가 없어지지 않겠는가.

방송가 사람들이 한정 된 제작비에서 퀄리티 높은 영상을 제작하기 위한 꼼수였고, 그 정도도 못 들어 줄만큼 융통성이 꽉 막힌 것도 아니어서 허락을 한 일이었다.

“우리 그때 진짜 초췌했었는데.”

“찍지 않으면 안 되냐고 묻지도 못했어. 힘들어서.”

“설마 그 모습을 넣진 않겠지?”

“우리가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려면 그 모습만큼 찰떡인 게 없는 것 같은데?”

“끄응….”

“그래도 완전 나쁘진 않았을 거야. 메이크업은 끝까지 지켰잖아.”

“그렇게 열심히 찍어 갔으니까 이제 다큐 촬영은 신경 안 써도 되는 거임?”

“응, 우리 찍는 건 그게 마지막이라고 들었어. 해외 스케줄은 그쪽 팀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는 그쪽 팀이 촬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콘서트장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만 해주면 되는 일이었다.

팬들의 협조를 받아서 인터뷰를 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찍는 것은 그 팀이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이었다.

“은근히 신경 쓰였는데 이제 신경 안 써도 되는 거네? 아싸!”

잠깐잠깐 짧은 시간 우리를 찍고 가는 것이었지만, 잠깐이라도 카메라에 내 모습이 담긴다는 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찰나의 순간 옳지 못한 행동을 하면 그 모습이 영상으로 남아 평생 본인을 괴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편집해달라고 하면 되지 않냐고?

‘믿을 사람을 믿어야지.’

기자와 방송국 사람은 절대 믿으면 안 된다.

그들은 소설을 쓰길 좋아하거나 난데없이 드라마를 만드는 것에 거리낌이 없으니 말이다.

국내 마지막 콘서트가 끝난 오늘 저녁.

우리는 해외로 출국을 해야 했다.

어제 그렇게 무리하게 달리지만 않았어도 오늘 휴식을 취하고 움직일 힘을 얻었을 텐데….

해외 콘서트가 시작 되는 건 이틀 후.

하루는 리허설을 진행하고, 그 다음날 바로 콘서트가 시작 된다.

“콘서트 하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흘러가는 것 같아.”

“지금 이렇게 힘들어도 눈 깜짝 할 사이에 끝나서 왜 벌써 끝나냐고 할지도 몰라.”

콘서트가 끝나면 휴식 그리고 개인 활동만이 남아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을 다른 멤버들도 떠올렸는지 갑자기 말이 줄어들었다.

“흠. 좀 쉬었으니까 캐리어나 싸러 가야겠다.”

슬그머니 경태 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 미리 캐리어 안 싸놨어?”

“저번에 해외 나갈 때 쌌던 짐이 아직 들어있어서 옷만 새로 넣으면 돼.”

“헐~ 그걸 아직도 정리 안 했다고?”

“그래서 너는 짐 다 쌌냐?”

“헤헤, 아니. 나도 싸야 돼.”

한 명 두 명 자리에서 일어나서 활동을 시작하니 다른 멤버들도 주섬주섬 일어나 음식을 먹거나 씻기 시작했다.

나야 멤버들 중 가장 체력이 좋고 사기적인 신체를 갖고 있다 보니, 멤버들 중 제일 먼저 일어나서 여자들에게 연락을 모두 돌리고 밥까지 야무지게 먹어놓은 상태였다.

내 캐리어도 미리 정화씨가 싸준 덕분에 손 댈 곳이 없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필요한 것들만 추가해서 넣으면 되는 것이다.

‘출국하려면 몇 시간 정도 남긴 했는데….’

잠깐 벙 뛰어버린 시간을 누구와 보낼까 고민하다가 단톡방에 문자를 보냈다.

[해솔] : 출국 전까지 잠깐 놀아줄 분?

[주아] : 촬영대기 중인데 여기 와서 재롱 좀 부려볼래?

[해솔] : 헐! 나 한다면 하는 남잔데. 진짜 가?

[주아] : 안경은 끼고 와 ㅋㅋㅋ

[민영] : 앗! 해솔이가 촬영장에 몰래 와주면 엄청 행복할 것 같아 ( '')

[아현] : 너 오늘 해외 출국 아님? 출국 준비는 다 해놓고 놀아달라고 하는 거야?

[해솔] : 응. 출국하기 전까지 시간이 붕 뜨네.

[아현] : 그래봤자 몇 시간이잖아. 몇 시간 정도 혼자 있는 것도 싫어?

[해솔] : (ŏŏ) 당연하지! 근데 넌 오늘 뭐하고 있어?

[아현] : 나 로즈 언니랑 쇼핑하는 중.

[해솔] : 아…그래? 쇼핑 잘해.

[주아] : ㅋㅋㅋㅋㅋ쇼핑 따라오라고 할까봐 바로 선 긋는 것 봐.

[아현] : 진짜 티 오지게 많이 나네. 오라고 할 생각도 없었거든? 우씨!

[해솔] : d(*ωб*)

해솔은 유일하게 자신에게 와도 된다고 했던 주아 누나에게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옷부터 갈아입고.’

출국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경을 아예 안 쓸 수가 없었는데, 연차가 차고 나니 오히려 신경을 과하게 쓰는 게 신경 안 쓰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편하게 입기로 했다.

품이 넉넉한 검은색 후드티에 트레이닝 복을 입기만 해도 얼굴이 워낙 뛰어나다보니 기본은 넘었던 것이다.

“형 벌써 준비했어?”

“나 잠깐 바깥에 나갔다 올게.”

“오래 걸리는 거 아니지?”

“응. 이동하기 전에 올 거야.”

멤버들에게 잠깐 자리를 비운다고 얘기를 하고 나서 주아 누나의 촬영장으로 이동했다.

[주아] : 진짜 온다고?

[해솔] : 음료 사는 중임. 스태프 몇 명이라고?

[주아] : 네가 그걸 어떻게 다 가져와.

[해솔] : 촬영장이 근처라서 그런지 이쪽에서 배달해준대. ㅎㅎ

누나에게 바로 줄 음료수도 깨알같이 챙겨서 촬영장에 도착했다.

차 안에서 대기 중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소란을 떨지 않고 조용히 움직였다.

똑똑똑­

“누나.”

내 인기척에 누나가 차 문을 열어준다.

“진짜 왔네.”

“가짜로 오는 것도 있어?”

“들어와. 심심했는데 잘 됐다.”

차 안에 들어가자 그녀의 매니저가 나에게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무슨 일만 생겨도 얼굴이 금방 빨개져서 빨강머리라는 특이한 별명이 있는 매니저는 누나가 데뷔하고 지금까지 계속 곁을 든든하게 지켜준 매니저였다.

주아 누나와 내 사이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그동안의 일들로 어느 정도 눈치를 채긴 했을 거다.

누나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우리가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 오랜만이네요. 소율씨.”

“오늘 출국하신다면서요? 제가 출국장까지 데려다드릴까요?”

“아니에요. 여기 근처까지 오기로 했어요. 그리고 이거.”

“앗! 감사합니다. 그럼 두 분 대화 나누세요. 저는 잠깐 자리 비켜드리겠습니다.”

매니저의 배려를 굳이 거절하지는 않았다.

“근처 시원한 카페 들어가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할 테니까.”

“네, 언니.”

둘만 남고서야 우리는 좀 더 붙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오랜만에 하는 촬영인데, 어때?”

“기분 전환이 좀 되는 것 같아.”

정화씨의 임신 때문에 활동을 쉬고 있던 주아 누나는 돈을 벌 수 있는 CF까지는 거절하지 않고 하는 중이었다.

워낙 단가가 높다 보니 CF를 포기하는 게 쉽지 않기도 했고.

“그리고 쌍둥이 키우려면 돈 많이 들잖아. 미리미리 쟁겨둬야지.”

앞으로 아이들을 키우는데 드는 돈을 위해서라도 CF는 거절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기왕 시간 났으면 엄마한테나 가보지.”

“그러면서도 누나한테 온 게 좋긴 하잖아. 혹시 마음에 걸려? 그럼 출국하기 전에 조금 일찍 나가서 들렸다 가도 되고.”

“아마 엄마 지금 자고 있을 거야.”

정화씨는 쌍둥이를 임신해서 그런지 개월 수에 비해 배가 굉장히 컸다.

두 아이가 자라고 있다 보니 그런 거라는 걸 모르진 않는데,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가뜩이나 노산인데, 아이가 둘이지 않은가?

덕분에 나는 정화씨 건강이 상하지 않도록 극도로 신경을 쓰고 있었다.

주아 누나가 옆에서 정화씨를 잘 돌봐주고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똑똑똑­

얼마나 주아 누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까.

“!!”

“!!”

차 밖에서 누군가가 노크를 해왔다.

밖을 확인한 누나가 CF를 같이 촬영하는 선배 배우라고 정체를 알려줬다.

주아 누나가 목소리를 작게 줄이며 물었다.

“어떡하지?”

­안에 없나? 주아씨?

“그냥 없는 척 할까? 나중에 자고 있었다고 하면 되지 않나….”

“아무래도 내가 커피 배달시킨 것 때문에 온 것 같은데?”

“아…맞다.”

주아 누나의 이름으로 커피를 배달시켜놔서 인사를 하러 온 것일 터.

나는 차 안에서 운전석으로 훌쩍 넘어갔다.

“매니저인 척 할 테니까 열어서 인사해.”

“아! 그런 수가 있구나. 알았어.”

누나가 머리를 좀 헝클어트리고 나서 문을 열었다.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자고 일어난 연기가 일품이었다.

“네! 선배님. 죄송해요. 제가 자고 있어서.”

“아이고~ 내가 괜히 와서 잠을 깨운 거에요? 촬영장에 커피가 와서 인사라도 하려고 했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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