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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480화 (480/849)

〈 480화 〉 #71. 휴식 겸 충전 (4)

* * *

“정화 사는데가 엄청 비싼 곳이라고?”

“내가 알아봤는데 땅값이 어마어마해. 근데 정화네 집 주소를 확인했더니 부촌이더라고!”

“얼마나 비싸길래 네가 이렇게 호들갑을 떨 정도야?”

부동산 관련해서 일을 하는 친구는 정화의 집주소를 듣고 예사롭지 않은 동네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리고 따로 알아보기까지 했는지 친구들에게 자신이 알아 온 소식을 전해주었다.

“주변을 봐. 딱 봐도 고급진 동네잖아. 여기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알짜베기 땅이야. 사실 이 동네가 뜨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어. 교통이 좋아서 조금만 가도 상권이 다 있는데 정작 동네에는 크게 부산스럽지가 않거든. 넓은 집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은 돈 있는 양반들한테 인기가 좋은 동네인 거지.”

“그럼 정화가 여기서 산다는 건 걔도 부자라는 거야?”

“그렇지. 거기에 살고 있는 집이 자가다? 어마어마하게 성공한 거란 뜻이 되는 거야.”

“어쩐지, 네가 굳이 오겠다고 했던 게 이거 때문이었구나?”

오혜영이 친구의 말을 듣고 있다가 정곡을 찔렀다.

“아니, 그냥 궁금하잖아. 같이 사는 남자가 20대라며. 너희들도 궁금해서 온 거잖아. 아니야?”

“솔직히 아니라곤 못하지.”

“이렇게 성공하니까 스무살짜리 남자를 끼고도 사는구나 싶네. 더군다나 얼굴도 그렇게 잘 생겼다며?”

“응. 모자를 쓰고 있어서 정확히 기억 안 나는데, 얼핏 봐도 잘 생겼었어. 연예인인가 싶었으니까. 더군다나 둘이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데도 딱 달라붙어 있더라.”

“어우! 부러워.”

“기대 된다. 미남은 언제나 옳지.”

“호호호! 우리 나이에 너무 주책인 거 아니야?”

“아줌마가 뭐가 부끄럽다고 말을 가려?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아야지.”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이 수다를 떨어대면서 약속 장소를 향해 나아갔다.

“그나저나 너희들 손이 다 무겁다?”

“집 초대 받았는데 빈손으로 가긴 뭐하잖아. 오랜만에 보는 거고 임신까지 했다는데.”

임신 축하 선물 겸 초대해준 감사 인사로 약소하게나마 준비한 선물들.

“와~ 여기에서 정화가 산다고?”

헌데 어쩐지 그녀들이 준비한 선물이 너무 가볍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집의 위용에 좀 더 제대로 된 선물을 준비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직접 두 눈으로 보니까 정말 장난 아니네.”

높게 쌓인 대문 벽으로 내부를 자세히 엿볼 수는 없었지만, 어마어마한 크기의 담장들이 이곳이 단순한 집이 아니라 저택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음을 예상하게 해주었다.

“남편 일찍 만나서 조강지처 노릇한다고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더니. 말년에 무슨 운이 있어서 그렇게 성공한 걸까?”

“로또 같은 거에 당첨 된 거 아닐까?”

“얘는, 요즘 로또가 로또니? 그거 당첨 되도 집 한 채 못 사! 저런 집은 꿈도 못 꾼다고.”

“정화가 그래도 능력은 좋았잖아. 공부도 잘 했고. 투자로 성공한 거 아닐까?”

이런 곳에서 사는 것이 모두 정화가 성공해서 그런 거라 오해한 친구들이 괜스레 옷차림의 매무새를 고쳤다.

“정화가 학창시절에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았잖아. 난 성공한 게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아.”

“그건 그렇지. 나도 이 정도까진 아니어도 정화는 잘 살 거라고 생각했어.”

“그놈의 남자 잘못 만나서 애부터 임신하지만 않았어도 진작 이렇게 됐을 거야.”

“야야. 이혼하고 재혼한 애인데 뭐하러 안 좋은 얘길 꺼내? 그 얘기는 아는 척도 하지 말어.”

“알지알지.”

오혜영과 친구들은 억지로 긴장감을 털어내며 현관 벨을 눌렀다.

­혜영이야?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 인터폰에서 익숙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정화야. 우리 왔어.”

­어서와. 안으로 들어와!

띠잉­ 달칵!

안쪽에서 문을 열어주어 친구들이 하나씩 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전문가의 손을 타 생생한 아름다움을 관리 받고 있는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연신 예쁘다며 호들갑을 떨면서 돌계단을 밟아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와.”

가벼우면서도 고급스러운 기품이 느껴지는 복장을 한 정화가 친구들을 반겼다.

“너무 오랜만이다!”

“안녕!! 세상에, 이렇게 배가 많이 불렀었어?”

“아니, 근데 임신했다는 애가 어째 얼굴이 이렇게 예뻐졌어? 너는 임신했는데 살도 안 찌니?”

“아유! 정신없어. 오자마자 내 얼굴에 금칠을 해주는 거야? 부끄럽다. 그만해. 살도 엄청 많이 찐 걸.”

“이게 찐 상태라고?”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나란히 선 후 사람들에게 나이를 물어본다면 누구도 정화를 친구들과 동갑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임신을 해서 살이 찐 상태라지만, 불룩 튀어나온 배에 비해 다른 곳은 그리 살이 찌지 않은 상태였다.

오히려 임신하지 않은 친구들이 나잇살을 먹어서 더 통통한 상태였던 것이다.

“다들 이쪽으로 앉아.”

“어어~ 그래그래.”

“이거 선물이야. 엄청 비싼 건 아니고 빈손으로 오기 뭐해서.”

“뭐 이런 걸 사왔어. 그냥 편하게 오지….”

“호호호! 그나저나 너 정말 잘 해놓고 산다. 부러워.”

“아니야, 그런 거.”

정화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친구들은 눈을 굴리며 집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그러다가 문득 허전함을 느낀 친구가 물었다.

“근데 남편은?”

“너희들 대접한다고 급하게 맥주사러 갔어.”

“어머! 우리 술도 마셔?”

“나는 임신해서 못 마시지만, 너희들은 마셔도 되잖아. 밥만 먹기엔 아쉽지 않아?”

“호호호, 아니라곤 못하겠다.”

“역시 정화가 센스가 있어.”

“금방 올 거야. 밥은 안 먹고 온 거 맞지?”

“그러엄~ 근데 요리는 너가 한 거니?”

“너 요리 잘 하지 않아? 예전에는 음식한 것들 자주 사진 찍어서 보내줬었잖아.”

사느라 바빠서 연락이 뜸해지다 보니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다시 만나면서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친구들은 공백기를 찾아 볼 수 없이 서로 꺄르륵 꺄르륵 웃으면서 대화꽃을 피워냈다.

? ? ?

띠리릭­

“정화씨, 저 왔어요.”

집에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 없다보니 정화씨의 친구들을 대접하기가 어려웠다.

사실 정화씨가 임신한 상태라서 술을 마시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정화씨의 친구들이 술을 너무 좋아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급하게 내가 편의점에서라도 맥주를 사러 나왔다.

맥주만 대접하기 뭐해서 고민하다가 와인도 몇 개 골라서 털레털레 집으로 돌아 온 참이었다.

아직 약속 시간이 덜 됐는데 집에 들어가니 현관에 신발 여러 개가 놓여 있는 게 보였다.

“친구분들 오셨나보네요.”

“응~ 수고했어.”

“뭘요. 안녕하세요.”

“어머어머! 정화 남편 맞으시죠?”

“소문의 그 남편 분! 와아~ 젊다는 말은 들었는데 이렇게 잘 생기셨을 줄은 몰랐어요!”

친구들이 나를 보더니 놀라는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다들 눈을 반짝이는 걸 보면 나에 대해 궁금한 게 굉장히 많아 보였다.

정화씨와 나의 이야기를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파헤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이미 예상을 하고 있었던 일이기에 짧게 후! 하고 심호흡을 한 뒤 웃으면서 그들의 앞에 섰다.

예의를 차리고자 깔끔하게 니트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내 다른 신분 얼굴과 찰떡처럼 잘 어울리는 디자인의 옷이었다.

“정화랑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거에요?”

“나이는 몇 살이에요? 20대 후반인가? 얼굴이 너무 젊어보여서 초반인 것 같은데.”

“정화랑 결혼은 한 거에요? 왜 결혼식 초대장을 못 받았지?”

나는 쏟아지는 질문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제가 정화씨가 좋아서 따라다녔어요.”

“20대 중반입니다.”

“가족들만 불러서 작게 치렀습니다. 정화씨가 부담스러워하셔서 작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하나씩 질문을 받아치고 있자니 내가 불쌍했는지 정화씨가 친구분들을 만류했다.

“얘들아. 왜 이렇게 급해. 우리 아직 식사도 안 했어. 너무 그렇게 괴롭히면 도망가라고 할 거야.”

“앗! 미안미안. 미안해요. 우리가 너무 주책이었죠?”

“부담스러웠겠다. 아휴! 미안해요.”

정화씨의 만류에 아차 싶었는지 친구 분들이 나를 겨우 놔줬다.

하지만 아직 마음껏 물어 뜯고 맛보지 못했는지 연신 입술을 달싹이고 있었다.

나는 얼마나 뜯어 먹혀야 만족할까 걱정하면서 친구분들에게 말했다.

“정화씨가 오늘 식사 준비한다고 고생을 많이 했어요. 오셔서 맛있게 드셔주시겠어요?”

“그럼요. 그래야죠.”

“드디어 정화가 한 요리를 한 번 먹어보는 건가?”

“매번 사진으로만 봐서 맛이 되게 궁금했는데 잘 됐다.”

친구분들의 말에 정화씨가 살짝 찔렸는지 눈을 굴리다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배시시 웃었다.

그 귀여운 웃음에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벌써 깨 볶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야?”

“…흠흠. 이쪽으로 와. 여기가 식당이야.”

“어머어머어머!!”

“이야~”

친구들 사이에서 연신 감탄사가 나온다.,

‘감탄을 안 할 수가 없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완벽하게 패배네. 패배야.’

‘얼마나 돈이 많으면 이렇게 살 수 있는 걸까?‘

‘저기 걸려 있는 그림도 예사 작품이 아닌 것 같은데….’

친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굳이 짐작하려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 부러움이 가득했던 것이다.

정화씨가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받는다는 것은 나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친구들의 눈빛에는 부러움이 있을지언정 시기의 감정은 없었다.

“차린 거 많으니까 다들 배 터지게 먹구 가~”

“정말 차린 게 너무 많긴 하다.”

“이걸 어떻게 다 준비한 거야? 그 몸으로.”

“나 혼자 한 거 아니야. 당연히 도움 받았지. 이 몸으로 요리를 어떻게 오랫동안 하겠어.”

“아~ 그렇구나.”

요리하는 사람을 따로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친구들이 어색한 표정이 된다.

그러다가 가장 조용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친구가 말했다.

“정화야, 나 기억하니? 나 반희실인데.”

“당연히 기억하지. 우리 2학년 때 같은 반이었잖아.”

“기억하네? 다행이다. 그때 친하게 지내진 않았지만, 오랜만에 너 만나러 친구들이 간다기에 따라왔어.”

“잘 왔어. 오랜만에 보니까 좋다. 잘 지냈어?”

“으응, 나야 뭐 그냥저냥 살고 있지. 근데 너는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응? 나? 그냥 뭐 나도 특별할 거 없이 지냈지.”

정화씨의 대답이 영 시원찮았는지 희실이라는 친구가 말했다.

“특별할 거 없이 지냈는데 이런 곳에서 지내니? 너 성공한 거 다들 질투 안 해. 그냥 궁금해서 그러는 거야. 어떻게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거야? 나는 그게 너무 궁금하더라고.”

아무래도 반희실이라는 친구는 정화씨와 만나는 게 중요하다기보단 그녀의 배경을 파헤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숨겨야 할 게 많은 우리 입장에서 썩 반길만한 질문은 아니었다.

“이 집 때문에 그런 오해를 했구나. 이거 내 집이 아니라 남편 집이야.”

“!!!!!”

“!!!!!!!”

“쿨럭!”

“!!!!!”

친구들이 정화씨의 말에 경악한다.

저렇게 잘 생긴 남자가 재력까지 갖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정화씨는 친구들의 경악에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자랑하는 걸 즐기고 있는 듯 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도 장단을 맞춰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오늘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스타일로 입었지만 차고 있는 시계가 억 소리나는 시계였다.

은근히 재력을 자랑하기 위해 일부러 찬 것이다.

“이 집이 네 집이 아니라 남편 집이라고?!”

“으응. 나도 따로 집이 있긴 한데 요즘에는 여기서 지내고 있어.”

“아니! 남편 분 나이 어리시잖아.”

“설마 재벌 출신인 거야? 어머! 나 재벌 처음 봐!”

“아뇨. 아닙니다. 재벌 아니에요. 그냥 돈을 벌어서 투자를 했다가 대박이 나서 이렇게 부를 누리는 겁니다.”

투자라는 말에 반희실씨가 눈을 번뜩였다.

“투자요? 투자 회사 다니세요?!”

“평범하게 영업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런 부를 얻은 건 정말 운이 좋았을 뿐이고요.”

“얘들아. 이 얘기는 여기서 그만하면 안 될까? 해솔이가 부담스러워 할 거야.”

“어어~ 미안미안. 불편하게 할 생각은 없었어. 우리는 네가 성공해서 번듯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거든.”

“아닙니다. 그리고 정화씨도 충분히 이 정도 집은 구매할 재력이 있어요. 따님이 잘 버시니까요.”

주아 누나가 잘 나가는 연예인이지 않은가?

번듯하게 딸을 잘 키워내서 돈을 잘 벌어오는데, 마냥 내 도움을 받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건 싫었다.

내가 주아 누나의 존재를 언급하자 친구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걸 깨달았다는 듯 깜짝 놀랐다.

“어머! 우리가 그걸 잊고 있었네!”

“뭐야? 무슨 소리야? 정화 딸이 뭐하는데?”

“연예인이잖아! 정화랑 똑같이 닮아서 정말 예쁘거든.”

“연예인이라고?”

반희실씨는 연예인을 잘 모르는지 핸드폰으로 검색해서 사진을 확인하고 나서야 감탄했다.

“딸도 이렇게 번듯하게 잘 키웠고, 젊은 남편도 있고. 세상에~ 정화 너 말년에 운이 틔었구나.”

“축하해~ 결혼식도 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린 친구들은 음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전문가의 손길로 탄생한 요리였기에 이곳저곳에서 맛있다며 칭찬이 쏟아졌다.

정화씨는 자기가 한 음식도 아닌데 시치미를 뚝 떼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손을 잡았다.

정화씨는 친구들에게 혹여나 들킬까 전전긍긍했지만, 나는 오히려 이렇게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자랑하듯이 보여주고 싶었다.

원래 동창회 같은 곳에 가면 플렉스 해주는 게 국룰 아니겠는가?

너무 과한 자랑질은 재수가 없을 수도 있지만….

‘누구나 이런 거 한 번 해보는 게 꿈 아닌가?’

평소에도 자랑질을 하면 친구들이 떠나겠지만, 이런 특별한 날에 한 번 정도 자랑하는 것이 큰 흠이 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다행이 친구들도 이해심이 깊은지 그저 부러워만 할 뿐 다른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말투를 뾰족하게 하는 사람이 없었다.

원래 끼리끼리라는 말이 있듯이, 정화씨처럼 친구분들도 모두 교양을 갖춘 착한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그녀의친구들 앞에서 만족할 만큼 은근한 자랑을 하고 난 이후.

그냥 자랑질로만 끝을 낼 순 없었기에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친구분들을 위해 준비했던 것들을 꺼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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