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482화 (482/849)

〈 482화 〉 #72. 유모 (1)

* * *

[(특집 기획 다큐멘터리) 한류의 길을 따라가다.]

꺄아아악!!!

어마어마한 인파가 모인 콘서트장.

쿵! 쿵! 쿵!

심장을 두들겨대는 음향과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

관객들이 바라보고 있는 시선의 중심에 구슬땀을 흘리며 무대를 보여주고 있는 남자들이 있었다.

에어플레인.

[­안녕하세요. 에어플레인 진해솔 입니다!]

K­POP을 선도하고 있는 스타 아이돌 에어플레인의 멤버 진해솔이 화면에 나왔다.

막 무대를 마치고 하는 인터뷰인지 얼굴이 반짝이고 있었다.

[­처음 해외에 나왔을 때 깜짝 놀랐었죠. 이 사람들이 우릴 어떻게 알고 좋아해주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그땐 해외에서 전혀 활동을 하지 않았을 때여서 굉장히 감동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해외 팬들은 저희랑 만나기가 쉽지 않다보니 실수 없이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진해솔의 인터뷰에 이어 다른 장면으로 전환 된다.

콘서트가 한창 진행 되고 있는 무대 뒤.

멤버들이 땀 범벅이 돼서 바닥에 누워 헐떡이고 있는 모습이다.

스태프들이 그들에게 달려들어서 케어를 해주느라 바빴다.

허겁지겁 물을 들이키면서 찌푸린 얼굴에는 고단함이 고스란히 보였다.

그리고 화면이 다시 전환 되며 기우연의 얼굴이 나온다.

[­힘들어서 진짜 숨이 꼴깍꼴깍 넘어갈 것 같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보단 왜 이것밖에 못하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다음으로 남은규의 인터뷰가 나온다.

[­항상 최고의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만 몸이 마음 같지가 않을 때가 있죠. 그럴 때면 눈물이 날 것 같은데, 팬분들이 저희보다 더 슬퍼하고 안타까워하시더라고요. 그걸 보면 아, 내가 슬퍼하고 있으면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에어플레인에 열광하는 팬들의 모습이 나오고, 그들의 성공을 보여주는 기사 제목들이 이어서 나온다.

그리고 에어플레인의 슬로건을 들고 있는 여성 두 명에게 질문이 나온다.

[Q. 에어플레인의 출신이 어디인지 아는가.]

[­알아요! 에어플레인의 나라! 제 꿈이 거기에 가보는 거에요!]

[­제가 그곳에서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본 적 많아요.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팬들이 너무 부러워요.]

[­저는 언어를 배우고 있어요! 멤버들과 만나면 통역을 거치지 않고 대화할 거에요.]

[Q. 에어플레인의 팬이 되기 전, 우리나라를 알고 있었는가?]

[­아뇨. 잘 몰랐어요. 몰랐던 좋은 나라를 알게 돼서 기뻐요. 저 드라마도 재밌게 보고 있거든요.]

[­알고는 있었지만 관심은 없었어요. 여행이요? 아마 에어플레인을 몰랐다면 가볼 생각은 못했을 것 같아요.]

에어플레인이 해외에서 유명해지면서 외국인들의 머릿속에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어떻게 변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터뷰였다.

“네가 콘서트 할 때 찍었다는 그 다큐멘터리가 저거야?”

아삭아삭­

사과를 먹고 있던 아현이가 물었다.

참고로 아현이는 내 무릎 위에 앉아서 몸을 완전히 내 가슴에 기대고 있는 상태였다.

“응. 우리가 메인이 아니라서 오래 나오진 않을 거야.”

“그래도 네가 나왔다는데 안 볼 순 없지.”

정화씨를 돌보는 일은 힘든 일이 아니었다.

애초에 정화씨가 나한테 부담을 줄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내게 부탁하기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니고서야 본인 스스로 해결하는 편인 그녀다.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휴가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일명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라는 CF의 명대사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는 상태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어느덧 우리가 출연했던 다큐멘터리의 예고편이 나오고 있었다.

멤버들도 휴식을 즐기면서도 각자 따로 스케줄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기왕 쉬기로 한 거 아예 이쪽으로는 당분간 고개도 안 돌릴 생각이었다.

“편집하고 있다고만 들었는데, 시간이 언제 이렇게 지났지? 아…흘러가는 시간 좀 누가 잡아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쉬었으면서 더 쉬고 싶다고? 너 삼일 째 밖에 안 나가고 있는 건 알아?”

“정화씨랑 산책가느라 아예 안 나간 건 아니거든? 그리고 원래 한 번 쉬다보면 더 쉬고 싶어 지는 법이야.”

휴식을 모르던 몸이 달콤한 휴식의 맛을 보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중인 것이다.

몇 년 동안 부지런하게 지냈으니 몇 달 나무늘보처럼 지내는 것쯤은 괜찮지 않나 생각 중이다.

“여행이라도 가지. 시간 안 아까워?”

“전혀. 난 원래 집 되게 좋아했어. 그리고 이렇게 쉬니까 너랑 이런 시간도 보내는 거잖아.”

오랜만에 시간이 난 아현이와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굳이 바깥에서 데이트 하기 보단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영화나 TV를 보면서 시간을 떼우는 것.

일에 치여서 바쁘게 지내 온 우리에게 딱 알맞은 휴식 데이트였다.

다만 스트레스가 쌓인 아현이에 비해 나는 이미 이런 식으로 휴식을 즐기고 있었기에 풀 스트레스가 없다는 점이 좀 다를 뿐이었다.

주물 주물­

“아잇! 그만 좀 만져.”

“네가 만지라고 이렇게 대주는데 안 만지고 배겨?”

똥배를 만지는 건 못 봐줘도 가슴 만지는 건 너그럽게 봐주는 여자의 심리가 궁금하다.

똥배도 만지기 좋지만 가슴보다야 못한 것은 사실이었기에 크게 불만은 없었다.

가슴도 너무 세게 만지면 아프다고 해서 싫어하기에 적절한 강도로 기분 좋게 만져주는 스킬이 필요했다.

그렇게 아현이와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있는 사이.

“시간 됐다. 나 잠깐 다녀올게.”

“응~”

약속 시간이 돼서 자리에 일어났다.

아현이를 번쩍 들어서 옆자리에 옮겨주고 멀지 않은 내 방에 들어가서 방문을 꼼꼼히 단속했다.

아현이와 쉬고 있다가 갑자기 방으로 온 이유는 오늘 좀 특별한 스케줄이 있기 때문이었다.

내 직업과 관련 된 스케줄은 아니고, 오랫동안 고민했던 유모가 일을 하러 오는 날인 것이다.

약속 된 시간이 되자 방안에 거대한 포탈이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사람이 한 명 나타났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십니까.”

그동안 봐왔던 많은 이력서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력서의 주인공.

정령을 다룬다는 유모를 고용하는데 성공했고, 오늘부터 유모는 우리 집에서 숙식하며 아이들을 돌볼 예정이었다.

사실 이력서를 받긴 했지만, 바로 연락을 준 게 아니라서 계약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이 없던 상태였다.

그런데 다행히도 따로 일을 받고 있지 않은 상태여서 면접을 볼 수 있게 됐다.

더욱이 그녀의 이력서는 포니가 확인을 해주었기에 보증이 된 상태이기도 했다.

“발음하기 어려우실 테니 실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음, 배려 고마워요.”

그녀의 이름은 대충 미리 듣긴 했는데, 정말 발음이 어려워서 어떻게 불러야 할지 살짝 고민하긴 했었다.

그런데 먼저 간단하게 이름을 줄여서 알려주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제가 돌봐야 할 아이가 다섯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아직 쌍둥이들은 태어나지 않은 상태이고, 첫째는 어린이집을 다녀서 자주 돌봐주실 필요까진 없을 겁니다. 지현이랑 현오가 한참 손이 많이 가는 나이이긴 한데, 경력이 많으시니까 능숙하게 잘 돌봐주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했고, 키우기 어려운 아이들도 나름 훌륭하게 키워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사장님 자녀분들을 믿고 맡겨주신 만큼 최선을 다 해 안전하고 바르게 키워보겠습니다.”

그녀의 깔끔하고 예의 바른 몸가짐은 낯선 사람에게 아이를 맡겨야 한다는 것에 걱정이 많았던 나를 안도하게 했다.

더욱이 유모가 만약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녀를 소개시켜준 곳에서 경찰 같은 사람을 파견해서 확실하게 처리를 해준다고 들었다.

대단한 경력을 가진 그녀가 크게 이익이 될 것 없는 이곳에서 범죄를 저지를 이유가 없다는 건 알지만, 안전장치가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되어 주긴 했다.

“아이를 엄격하게 대하기보단 부드럽게 타이르는 식으로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활동이든 힘들고 어렵기보단 재밌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방향이 됐으면 하고요. 아이들을 돌봐주는 유모가 있는데, 이번에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면서 혼자로 버거울 것 같아서 추가로 실씨를 고용한 겁니다.”

“그러셨군요. 쌍둥이 자녀분이 메인이라는 건 사전에 얘기를 들었습니다.”

“네, 그리고 기존에 유모로 있는 친구가 아마 곁에서 많이 배우려고 할 겁니다. 아이를 돌보는 일에 관심이 많고, 의욕이 있어요. 너무 배척하지 말아주시고 너그럽게 잘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그 부분에선 따로 보너스를 드리겠습니다.”

남의 기술을 공짜로 가르쳐주라고 할 수 없었기에 보너스를 주겠다고 하니 실씨도 순순히 알겠다고 긍정의 대답을 해주었다.

적어도 쌍둥이가 스스로 걷고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유모를 고용할 생각이었기에 실씨의 태도가 협조적이어서 안심이 됐다.

고용기간이 최소 2년에서 3년은 될 텐데 서로 불편하면 안 되지 않겠는가?

“능력은 될 수 있으면 사람들한테 안 보이게 사용해주셨으면 합니다.”

“이곳은 정령이나 마법이 따로 없는 차원이라고 들었습니다. 관리국에서 이미 재차 주의를 받았으니 그 부분에 있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장 걱정하던 부분도 실씨의 얘기를 들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뭔가 빠트린 게 없나 잠시 고민하다가 나머지는 비앙카가 하기로 했던 영역임을 깨닫고 말했다.

“그럼 아이들을 보러 가실까요?”

“예.”

아이를 보러 가자는 말을 하니 다소 냉랭하던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렸다.

표정의 변화가 대단해서 별 생각 없이 보고 있다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좋아하나보네.’

첫 인상이 차가워보여서 걱정이 됐는데, 아이들에게까진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그리고.

“안녕? 공주님, 왕자님. 저는 실이라고 해요. 실 유모라고 부르면 된 답니다.”

지현이와 현오와 만난 실씨가 놀랍도록 다정하고 따스한 목소리로 대화를 시작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낯설 수밖에 없어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실씨가 정령을 소환했다.

“짜잔, 이게 뭘까요?”

“머야?”

“우아!”

지현이와 현오가 깜짝 놀라서 정령을 휘둥그레 넋 놓고 쳐다봤다.

사실 나도 처음 보는 정령이라는 존재에 시선을 빼앗긴 건 마찬가지였다.

‘소용돌이?’

보통 소설에서 정령은 작은 여자 아이의 외형으로 소개가 되곤 하는데, 실제로 본 정령은 사람 외형이 아니었다.

근데 그게 또 묘하게 설득력이 있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토네이도 모양처럼 회오리치면서 나타난 정령은 포근하고 상쾌한 공기를 뿜어냈다.

“정령이 저렇게 생겼구나….”

나도 모르게 아이들과 같이 신기해하고 있는데, 실씨가 나에게 말했다.

“사실 정령은 정확한 외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령이라는 존재를 보여줘야 할 때는 이렇게 회오리 모양이 되어서 보여주기도 하죠. 제가 바란다면 다른 외형으로도 바꿀 수 있습니다.”

“회오리 모양으로 나타나는 건 이유가 있는 건가요?”

“제 정령은 바람 속성으로, 한 자리에서 머무는 존재가 아닙니다. 항상 흘러가는 존재죠. 그런 정령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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