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497화 (497/849)

〈 497화 〉 #74. 유종의 미 (1)

* * *

윤아 선배님과 몇 번의 리허설을 치르고.

본격적으로 뮤직비디오 촬영에 들어갔다.

“와~ 잘 하는데?”

“미쳤다. 우리가 아는 윤아 언니 맞아? 다른 사람 아니고?”

우놀 제작진들 쪽에선 난리가 났다.

녹음할 때도 너무 잘 해서 깜짝 놀랐는데, 춤까지 저렇게 잘 출 줄은 전혀 몰랐던 것이다.

그녀가 어떤 춤을 추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보니 거의 뒤집어질 정도의 충격이었다.

“시청률은 진짜 잘 나오겠다. 저거 보면 사람들 난리 나겠어.”

“홍윤아의 변신! 완전 제대로인데?”

“진해솔 특집이었는데, 역으로 홍윤아 특집이 되게 생겼어.”

“그래도 저렇게 변한 게 진해솔씨가 가르친 덕분인 거니까 괜찮지 않아?”

하지만 이런 호평 속에서도 나는 촬영 결과물을 보고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마음에 안 들어.’

아니, 오히려 좀 심각한 상태다.

내가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무대를 설 때 가장 중요한 게 뭘까?

당연히 춤과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무대에서 중요한 게 어디 춤과 노래 뿐이겠는가?

표정 연기도 정말 만만치 않게 무대 위에서 중요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진작 가르쳤어야 했는데 정신없어서 놓쳤어.’

홍윤아 선배님이 연기에 미숙한 것은 아니지만, 그 연기들이 예능에 맞춘 것들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솔직히 선배님에 대한 애정을 잠시 치우고 냉정하게 평가를 해보면.

‘근본 없는 연기.’

표정이 자연스럽지 않고 멋도 느껴지지 않는다.

표현을 과장 되게 해서 그런지 촬영한 결과를 보면 어색하고 굳어 있기까지 했다.

“음…마음에 안 들어?”

“아뇨. 선배님은정말 잘 하셨어요."

"근데 표정이 영 아닌데?"

내가 표정 관리를 제대로 못했는지 홍윤아 선배님이 걱정하면서 계속 내 눈치를 봤다.

“뭐가 부족한 거야? 혼자 고민하지 말고 속시원하게 말 좀 해줘. 나 답답해!”

솔직히 내 기준이 너무 높다는 건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준을 내리기 보단 조금 더 노력해서 홍윤아 선배님을 기준에 맞춰보고 싶었다.

“선배님이 잘못하신 게 아니라서 그랬어요. 제가 가르쳐드린 대로 정말잘 하셨어요. 근데 이렇게 결과물을 보니까 자꾸 욕심이 생기네요."

"욕심?"

"네,선배님이 너무 잘 하시니까 좀 더 좋은 그림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그림? 나도 그렇게 말하니까 욕심이 드네. 내가 뭘 하면 돼?”

“음, 일단 제가 표정 연기에 조언을 좀 해드릴게요.”

“표정 연기? 아! 그 부분이 좀 어색했구나? 그런 거면 당연히 좋지. 부담 갖지 말고 얘기해줘. 계속 보니까 확실히 내 표정이 좀 어색하긴 하다.”

윤아 선배님이 다행히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덕분에 잠시 촬영을 중지하고 선배님의 표정 연기를 가르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때, 미리 방문하기로 약속을 했던 주아 누나와 민영 누나가 나타났다.

“마침 잘 왔어!”

카메라가 선배님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장면을 담을 게 분명해서 꺼려진데다 여성의 연기와 남성의 연기는 엄연히 다른 법인지라 성별이 맞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훨씬 좋은 그림일 거란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내가 너무 과하게 반기자 누나들이 어리둥절해 했다.

“왜 이렇게 좋아해?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아니, 그건 아닌데 누나들이 딱 필요한 순간이었거든.”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뭔데?”

“표정 연기 좀 알려줘.”

“우리가 너한테?”

“아니. 윤아 선배님한테.”

“아~ 선배님한테?”

“일단 이것부터 한 번 볼래?”

나는 누나들에게 뮤직비디오 촬영분을 보여줬다.

“네가 왜 표정 연기를 알려달라고 했는지 알겠네.”

“근데 윤아 선배님, 춤 너무 잘 추시는데요? 깜짝 놀랐어요.”

“아유!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죠. 해솔이가 저 가르쳐준다고 얼마나 시간을 많이 써줬는데요.”

“진짜 아이돌하셔도 되겠어요.”

“내가 무슨 아이돌이야. 그래도 들으니까 기분이 좋긴 하네. 으하하!”

호탕하게 웃은 홍윤아 선배님을 민영 누나와 주아 누나가 본격적으로 붙잡고 조언을 날려댔다.

이미 촬영 컨셉에 대해 나에게 자세히 듣고 온지라 조언을 해주는데 문제가 전혀 없었다.

“네, 그런 식으로요.”

“어우! 평생 지어 본 적 없는 표정이라 너무 어색한데. 이걸 춤추면서 지으라고?”

“네. 춤을 추면서 지으면 정말 예쁠 거에요. 당당하게 자신감을 갖고 해주셔야 해요. 그래야 곡에 어울릴 거에요.”

이 곡의 컨셉을 알기에 홍윤아 선배님도 납득했는지 좀 더 열심히 연습을 했다.

조금 나아진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나들이 가르쳐준 것을 100% 소화했다고는 못할 수준.

나는 슬그머니 홍윤아 선배님에게 물을 꺼내들었다.

“이거 마시고 하세요.”

“어? 오늘 노래 안 부르는데?”

“계속 춤 추면 힘들잖아요. 건강에 좋으니까 드시면서 하는 게 좋을 거에요.”

“그건 그렇지. 아무튼 매번 챙겨줘서 고마워. 너희들도 한 모금씩 할래? 이게 목에 정말 좋아. 내가 직접 경험해보니까 꾸준히 마실 때랑 안 마실 때랑 다르더라고.”

“그렇게 몸에 좋은 거면 윤아 선배님한테 양보할게요. 오늘 제일 중요한 일을 해야 하잖아요.”

누나들은 내가 아끼지 않고 물을 제공해주는지라 굳이 윤아 선배님한테 넘긴 것을 빼앗아 먹을 이유가 없었다.

이를 모르는 윤아 선배님은 감동 받은 듯 눈을 반짝이면서 물을 꼴깍꼴깍 마셨다.

저 물은 평소보다 조금 특별한 능력이 녹아들어 있었다.

그리고 물을 마시고 곧장 효과가 있었는지 깜짝 놀라며 윤아 선배님이 말했다.

“어우, 오늘 좀 진하네? 그래서 그런가 몸이 벌써부터 후끈한데?”

평소에 마시라고 드린 것은 목을 보호하는 효과만 갖고 있었지만, 오늘 준 것은 각종 버프가 들어간 상태다.

아마 춤을 추는데도 더 몸이 매끄럽게 움직일 것이고, 무언가를 배우는데도 빠르게 배울 수 있을 거다.

잠시 휴식을 갖고 다시 누나들의 강의가 시작 됐다.

“우리나라는 겸손을 미덕으로 삼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서양 쪽 마인드를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들은 본인의 능력을 사람들한테 뽐내기를 주저하지 않아요. 오히려 너희들이 내 능력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이 컨셉에는 그런 마인드가 잘 어울릴 거에요.”

주아 누나는 단순히 표정 연기를 가르치는데 그치지 않고 춤과 표정 연기를 직접 몸소 보여주기까지 했다.

“아니, 춤은 어떻게 알아?”

“방금 추시는 거 보고 어설프게 따봤어요.”

“이야~ 아이돌 연습생 출신은 확실히 다르네. 달라. 여태까지 연습한 나보다 잠깐 보고 추는 주아가 더 잘 추잖아.”

홍윤아 선배님이 연신 감탄사를 멈추지 못한다.

“이런 재능을 못 써서 어째? 너무 아깝다.”

“그래서 오늘 쓰려고 온 거잖아요.”

계속 되는 강의들.

윤아 선배님의 표정 연기가 빠르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잘 하시네요!”

“순식간에 느시는데요?”

“아이고~ 얘네들도 내 얼굴에 금칠을 해주네.”

“아니, 정말 엄청 빠르게 좋아지고 계세요.”

“이 정도면 바로 찍어도 되지 않나?”

그렇게 누나들에게 특훈을 받은 윤아 선배님이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댄서들의 중앙에 서 있는 윤아 선배님은 정말 아이돌을 해도 부족하지 않을 포스를 뿜고 있었다.

실제로 윤아 선배님은 유명 아이돌들이 간다는 샵에서 메이크업과 헤어를 받고 온 상태였다.

다시 촬영장에 울리기 시작하는 음악.

누나들이 잠깐 시간을 내서 속성으로 가르쳐 준 것을 찰떡같이 소화한 윤아 선배님의 춤이 화면에 담겼다.

“훨씬 좋아졌는데?”

카메라를 담당하고 있는 감독님이 찍으면서 엄지를 내밀었고, 주변에 있는 스태프들도 감탄사를 뱉었다.

그리고 자신의 실력이 부쩍 늘었다는 건 춤을 추고 있는 윤아 선배님 본인이 가장 잘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주 잘 하셨어요! 정말 좋아요.”

만족스럽게 찍었다고 해서 한 번의 컷으로 촬영을 끝내지는 않는다.

앞으로 옷과 장소를 바꿔서 계속 춰야 하기도 하지만, 여러 각도에서 촬영을 해야 하기도 했다.

여러 번의 촬영이 고될 텐데도 윤아 선배님은 내가 준 물에 의지해서 춤을 계속해서 추셨다.

덕분에 좋은 그림이 찍혔고, 곧이어 누나들이 카메오로 나오는 장면도 찍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연기하는 사람답게 능숙하게 연기를 이어갔다.

“와~ 예쁘다. 예뻐.”

“괜히 대세 배우가 아니지.”

“성격도 좋은 것 같지?”

“끼리끼리라는 말이 있잖아. 두 사람 다 성격 좋다고 소문이 자자해.”

뮤직비디오가 찍혀나가는 것을 보며 나는 머릿속으로 편집을 구상해나갔다.

‘누나들이 촬영장에 방문한 게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줄 몰랐는데. 이대로면 정말 잘 나오겠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뮤직비디오가 잘 나올 것 같았다.

사실 이미 내가 출연한 우놀이 방영 된 상황이라서 어깨에 부담감이 좀 올려져 있는 상태였다.

반응이 적당하면 모르겠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반응이 좋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은 시청률 면에서 매우 좋았지만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내 입장에서 부담감을 안 느낄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면 자신감 있게 하겠는데, 경험해보지 못한 분야에서 활약을 해야 하다 보니 긴장이 안 될 수가 없는 거다.

‘누나들이 와줘서 진짜 다행이네. 아니었으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을 거야.’

주아 누나와 민영 누나가 윤아 선배님을 가르치는 사이, 나는 카메라 감독님과 조명도 조절하고, 미술팀과 상의를 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거다.

나는 그 고마움을 인터뷰에서 서슴없이 밝혔다.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있었다면?

“제가 찍히던 입장이었다 보니 제작진 분들이 얼마나 많은 부분을 신경 쓰고 계신지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직접 하고 나니까 이게 만만치가 않더라고요. 뭔가 하나에 집중을 할 수가 없더라고요. 사방에서 저한테 의견을 물어오시는데 결정권자가 저다 보니까 다 신경을 써야 했어요.”

­뮤직비디오 촬영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지금 다시 찍으라고 하면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거에요. 그게 제일 아쉬워요. 윤아 선배님은 정말 잘 해주셨는데 제가 못한 것 같아서요.”

­윤아씨는 든든했다고 하셨는데요?

“전혀 아니었어요. 그나마 정신을 좀 차렸던 게 주아씨랑 민영씨가 와줬을 때였어요. 두 사람이 윤아 선배님한테 표정 연기를 가르쳐주면서 그때부터 제가 제대로 틈을 내서 현장을 정리했던 것 같아요.”

? ? ?

뮤직비디오 촬영하는 모습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두 여배우의 출연에 와아~ 하고 감탄을 내뱉었다.

“아니, 저 두 사람은 어쩜 저렇게 예쁘대니?”

“요즘 호감 여배우들이야. 연기도 엄청 잘 하거든. 근데 진주아가 아이돌 연습생이었던 건 몰랐네.”

소속사에서 괜히 두 사람이 도우러 가는 것을 막지 않은 이유가 있듯.

두 사람의 우놀 출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눈도장을 찍었다.

동성이라 해도 예쁜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법인데, 두 사람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있었다.

“홍윤아가 저렇게 꾸미니까 참하니 이쁘네.”

사람들이 이번 우놀 프로젝트에서 가장 의외로 쳐줬던 것은 홍윤아의 변신이었다.

“가르치는 사람이 진짜 중요하긴 한가봐. 홍윤아가 저렇게 잘 할 줄 누가 알았겠어.”

녹음할 때 잠깐 보여줬던 실력도 경악스러운데, 춤까지 경악 할 정도로 잘 해내고 있었다.

아이돌 화장을 하고, 전문가의 손길을 받은 헤어에 좋은 옷까지 걸치니 사람이 달라보였다.

“원래부터 홍윤아가 못 생긴 편은 아니었어. 이미지 때문에 손해보고 있었던 거지. 근데 춤이랑 노래는 보통 아래였는데 저렇게 잘 하는 게 진짜 놀랍지 않아?”

아무리 연습을 오래 했다 해도 예능 프로그램이 어디 1~2년을 연습시켰겠는가?

길어도 두 달을 넘지 않을 시간을 연습했을 텐데, 변화가 너무 컸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