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498화 (498/849)

〈 498화 〉 #74. 유종의 미 (2)

* * *

홍윤아의 놀라운 변신.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비슷했다.

“전문가가 가르쳐주니까 저렇게 는 거 아닐까?”

“이번에 이를 갈고 나오긴 했다.”

“의외로 저런 거에 재능이 있었던 거 아냐?”

하지만 이러한 의견들은 소수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변화의 이유를 궁금해 했다.

“전문가가 가르쳤다고? 그럼 뭐 다른 때는 안 그랬겠냐?”

“그건 그렇지.”

“이번엔 뭐가 다른 거지?”

어떻게 홍윤아가 저렇게 깜짝 놀랄 실력을 갖게 된 것인지.

그리고 시청자들이 이를 궁금해 할 것이라는 것을 우놀 제작진들도 알았는지 이후로 놀라운 장면이 나왔다.

바로 홍윤아와 진해솔이 함께 연습하는 장면이 말이다.

“진해솔이 연습을 봐준 거라고?”

“쟤가 실력이 좋긴 했지.”

“근데 남 가르칠 정도의 급인가?”

“그렇지 않을까? 에어플레인이 실력 좋은 걸로 유명하잖아.”

“그래도 가르치는 거랑 직접 하는 거랑은 좀 다르지.”

홍윤아는 긴가민가 하는 사람들의 의혹을 뿌리 뽑으려는 듯 놀라운 말을

­해솔이가 매일매일 와서 연습을 봐줬어. 그게 엄청 도움이 되더라고. 전교 1등한테 엑기스를 가르침 받는 느낌이랄까?

진해솔이 촬영하는 날 뿐만 아니라 촬영하지 않는 날에도 와서 그녀를 가르쳤다는 것.

굳이 그럴 필요 없는 상황에서 그토록 가르치는데 열정을 쏟았다는데 실력이 안 늘어나는 게 이상한 거였다.

“대단하다.”

“저러니까 성공하는 거지.”

“확실히 성공한 사람은 태도부터가 남다르네.”

두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했는지는 그들이 흘리는 땀으로 모두 설명이 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진해솔에 대한 호감도가 굉장히 많이 올라갔다.

어떻게 보면 예능에 잠깐 출연하는 것에 불과해서 열심히 하지 않았어도 뭐라 하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굳이 저럴 필요 없었을 텐데 되게 열심히 해주는 거 보니까 호감 간다.”

“잘 생기고 잘 나가서 싸가지 없을 줄 알았는데 신기하다.”

“쟤는 저렇게까지 성공했는데도 거만하질 않네.”

그러나 진해솔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홍윤아를 가르쳤고, 이번 예능 촬영에 진심으로 나와 줬다.

그런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고, 그걸 보는 사람들도 바보는 아닌지라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진해솔이 진심으로 지금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저런 남자 만나야 되는 거야.”

“어우~ 있으면 당장 결혼하자 했겠지. 근데 저런 남자를 어디서 찾냐고. 남자들이 씨가 말랐다고.”

“그럼 쟤 꼬셔오면 되겠네!”

“될 것 같아?”

“흠, 내가 분명 예쁘게 낳아주긴 한 것 같은데….”

“쟤는 넘사야.”

그렇게 시청자들의 호감과 함께 시청률도 껑충 뛰었다.

덕분에 제작진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우놀이 잘 되면서 멤버들도 소식을 들었는지 축하 연락을 보내올 정도였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다음 주 방영일에 맞춰서 올라가게 될 예정이었고, 편집 과정만 남은 상태.

나는 편집 과정에 온 신경을 다 쏟아 붓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놀 제작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대로 무대를 한 번도 안 하고 끝내기엔 너무 아쉽지 않나요?

“무대를 하자고요?”

­뮤직비디오로 끝내기엔 프로젝트를 준비하는데 들인 공이 아깝지 않으세요? 윤아 언니한테 제안하기 전에 어떤지 여쭤보는 거에요. 가능할 것 같은지 아닌지.

뮤직비디오도 완성하고 나면 뿌듯하겠지만, 직접 무대를 꾸며서 춰보는 것도 굉장한 보람을 느끼게 할 거다.

‘윤아 선배님이 무대를 한다라….’

완벽한 무대를 바라는 건 불가능한 일이긴 할 거다.

선배님이 체력이 좋은 편이긴 하지만,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면서 노래를 라이브로 부르며 하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였다.

“Live ar에 대해 아세요?”

­알죠.

“그걸 이용한다면 가능할 거에요.”

­완전 라이브로는 불가능하고요?

“아무래도 어렵죠. 무대에 설 거라고 생각을 못하고 만든 춤과 곡이라서요.”

­아…윤아 언니가 너무 잘 불러서 라이브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아쉽네요. 그럼 Live ar을 쓰면 가능은 하다 이거죠?

“네.”

­그럼 윤아 언니한테도 의향을 물어볼게요. 가능하다고 하셨으니까 언니도 마냥 질색하진 않을 거에요. 그래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시니 감사하네요. 이대로 백지화 되는 건가 싶어 실망했는데.

“윤아 선배님이 워낙 열심히 하셨으니까요.”

어쩌면 홍윤아 선배님도 내색하진 않아도 무대에 서보고 싶지 않았을까?

그렇게 열심히 연습을 했으니 뮤직비디오만이 아니라 직접 무대 위에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수도 있었다.

제작진이 내게 의견을 묻고 돌아간 며칠 후.

윤아 선배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제작진으로부터 얘기를 전해들은 게 분명했다.

­네가 나 무대에 서도 될 정도라고 했다며? 나 다 끝난 줄 알고 넋놓고 있다가 깜짝 놀랐잖아.

“작가님이 가능한지 여쭤보시더라고요. 근데 제가 본 윤아 선배님 실력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어요.”

­아이고, 일이 점점 커지네.

“반응이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선배님은 무대 위에 서서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단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으면 그런 욕심도 생길 법 한데 말이다.

홍윤아 선배님이 내 말에 잠시 말이 없었다.

고민하고 중인 듯 해서 차분하게 기다리니 곧 대답이 날아왔다.

­아예 없다고는 못 하겠는데, 그렇다고 또 무대를 선다고 생각하니까 막막하고 눈 앞이 깜깜해져서 말이야.

윤아 선배님의 말은 즉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무대만큼 제가 잘 아는 곳이 없잖아요.”

이번에는 정말 확실하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럼 혹시 말이야.

“네, 선배님. 말씀하세요.”

­무대에 같이 서줄 수 있을까?

“네? 무대에 제가요?”

이건 전혀 예상 못했던 부탁인데.

­혼자서 무대에 선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떨려서 말이야. 솔직히 다른 무대면 몰라도 이번 무대는 내가 열심히 한 게 있다 보니까 잘 해내고 싶거든. 근데 혼자서 그걸 하려니까 너무 떨릴 것 같더라고.

무대에 누군가와 함께 선다는 게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실제로 경험해보면 느낌이 많이 다르다.

나도 멤버들과 함께 무대 위에 서다가 혼자서 무대를 설 때면 굉장히 허전하고 긴장도 평소보다 더 많이 되는 게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제가 같이 무대에 서면 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응. 그리고 라이브도 해보고 싶어.

“라이브를요?”

이건 진짜 의외인데.

아무래도 윤아 선배님이 욕심을 제대로 부려 볼 셈인 것 같았다.

­나 정말 열심히 했잖아. 솔직히 실력이 쑥쑥 높아지니까 재미가 붙을 수밖에 없더라고. 기왕 이렇게 열심히 한 거, 무대에 서면 제대로 보여주자!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야.

아무래도 윤아 선배님이 이번 우놀의 시청자들 반응을 살펴본 모양이다.

이번 우놀 프로젝트는 나에 대한 홍보 효과도 컸지만, 홍윤아 선배님을 다시 봤다는 평가가 많았다.

저렇게 잘 할 줄 몰랐다는 평가.

그동안 그녀가 워낙 많은 모습들을 대중에게 보여준지라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쉽지 않았는데, 이번 프로젝트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거다.

“무대에 설 때까지 정말 많이 힘드실 거에요. 스케줄도 계속 하시면서 연습해야 하니까요. 더군다나 춤이랑 노래를 같이 부른다는 게 정말 힘들거거든요.”

내가 겁을 줘도 선배님은 꼭 해보고 싶다고 재차 의견을 밝혀왔다.

저렇게까지 하고 싶다는데 내가 더 경고를 해줄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알겠어요. 그럼 우리 제대로 연습해봐요.”

방영 시기를 고려해보면 길어도 일주일 이상 연습을 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짧은 연습시간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똑똑하게 벼락치기를 할 줄 아니까.’

지금까지 윤아 선배님은 춤과 노래에 대한 기초를 내게서 배웠다.

탄탄하게 쌓아 올린 것으로 이제 결실을 볼 때가 왔다.

“걱정하지 마세요. 못 할 것 같아도 할 수 있게 해드릴게요.”

­나 갑자기 소름이 돋았는데….

절대 못할 일은 없답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 갈려나갈 선배님의 시간에 잠깐 애도를 표했다.

? ? ?

선배님과 내가 서야 할 무대는 아주 빠르게 결정이 났다.

이런 화제를 거부할 음악방송이 얼마나 될까?

더욱이 우놀을 방영하고 있는 방송사의 음악방송인데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가뜩이나 시청률이 저조한 음악방송에서 우놀의 화제성을 뽑아먹을 수 있으니 두 팔 벌려 환영해도 부족했다.

“진해솔한테 다른 무대를 하나 더 부탁하는 건 안 되겠지?”

“안 될 걸요.”

“MC한테 대본은 잘 전달 했어?”

“네엡. 미리 전달해서 연습하게 시켰어요.”

“다른 방송에서 찍으러 왔는데 우리 방송 얼굴인 MC들이 실수하면 안 되지. 걔네들한테 제대로 연습해오라고 해. 버벅이면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주의주고.”

“네에.”

손님을 맞이한다고 분주한 음악방송.

그리고 마침내 우놀 제작진이 음악방송에 들이닥쳤다.

“어이구~ 잘 오셨어요.”

“어~ 반가워요. 오늘 잘 부탁해요. 흔쾌히 수락해줘서 고마워요.”

“저희 쪽에서 더 감사해야죠. 덕분에 오랜만에 재밌는 그림이 생겼는 걸요.”

“얼굴에 먹칠 안 할 정도로 준비 잘 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장담해요. 적어도 남들한테 비웃음 당할 수준은 아닐 겁니다.”

우놀 메인 피디와 음악방송 피디가 악수를 나눴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황이니 웃음꽃이 피고 있었다.

곧 우놀의 중요 출연진이 음악방송 피디와 인사를 나눴다.

진해솔과는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였고, 우리 나라 사람 중 홍윤아를 모르는 이가 없으니 모두가 친근하게 서로를 대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오늘 무대 라이브로 하신다면서요.”

“정말 열심히 했어요.”

“맞아요. 선배님 정말 잘 하십니다.”

“으음, 알기는 하는데…. 라이브 엠알을 쓰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무대 퀄리티를 위해서라도요.”

여전히 라이브에 대한 불신을 보이는 음악방송 피디의 말에 우놀 피디님이 나섰다.

“그래서 서로 부담 없는 녹화로 돌렸지 않습니까? 우리 프로그램이 도전적인 목표를 해내는 거다 보니까 꼭 라이브로 할 필요가 있었어요. 그리고 그래야 팬들도 인정해줄 거고요.”

누구보다 라이브 엠알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던 우놀 피디님이 현란하게 혀를 놀렸린다.

“우리도 무리다 싶으면 이렇게까지 밀어붙일 생각 없었습니다. 그런데 윤아 언니가 정말 잘 합니다. 직접 보시면 아마 깜짝 놀랄 걸요? 아시죠? 이번에 윤아 언니가 너무 잘 해서 화제 된 거. 이따가 리허설 때 확인해보세요. 저희가 괜히 자신 있어 하는 게 아닙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감탄한 게 아니거든요.”

음악방송 피디가 우놀 피디의 말에 마지못해 알겠다고 물러섰다.

솔직히 화제성 쪽으로는 음악방송 피디가 질 수밖에 없는 그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방송 피디가 라이브를 못 마땅해 하는 이유는 변수를 굉장히 싫어하는 성격 때문이었다.

‘음악 방송이 오죽 변수가 많아야지. 더군다나 우리가 제대로 못하면 녹화 시간이 계속 늘어질 테니까.’

아이돌들이 라이브를 하겠다고 해도 떨떠름할 텐데, 가뜩이나 실력을 확신할 수 없는 윤아 선배님이 라이브를 하겠다고 하니 이걸 찍다가 늘어질 녹화 시간에 떨떠름해지는 거다.

아마 우리가 몇 번 실수를 해서 재촬영에 들어가면 스태프들의 표정도 점점 굳어질 거다.

워낙 무대 한 번에 들이는 공이 크다보니 다시 재시작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았던 것이다.

이 사실을 홍윤아 선배님한테 말했다간 긴장으로 무대를 망칠 게 분명했기에 나는 입을 꾹 다물기로 했다.

그리고 음악방송 피디님이 내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무대 좀 잘 부탁해요.”

“네, 피디님. 걱정하지 마세요.”

실수를 해도 커버가 가능한 수준이라면 어떻게든 수습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윤아 선배님이 실수하지 않는 게 최고였다.

“자, 이거 드세요.”

오늘이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둘 시기였고, 나는 오늘을 위해 아낌없이 아이템을 쓰기로 했다.

선배님은 본인이 모르는 사이 각종 버프에 둘둘 싸인 채로 무대 위에 올라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무대를 끝마치고 우리 프로젝트는 성공으로 끝나리라.

나는 무대를 기다리며 긴장하기보단 무대 위에서 재밌게 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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