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499화 (499/849)

“홍삼이네. 맨날 받아 먹은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하지만, 혹시 너 건강식품 장사하니?”

“이게 다~ 선배님이 잘 하시라는 응원의 의미에서 드리는 거에요. 쭉 빨아드세요. 남기지 마시고요.”

홍윤아 선배님이 내가 준 건강 홍삼 스틱을 쭙쭙 남김없이 섭취하셨다.

“어우, 확 열기가 솟네.”

“그 열기를 무대 위에서 뿜어내시면 돼요.”

“갑자기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당연하다.

사랑도 그저 호로몬의 화학 작용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내가 그녀에게 준 건강식품은 긴장을 완화하고, 기억력을 일시적으로 상승시키며, 체력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상점에는 이런 종류의 상품들이 굉장히 많았고, 보통 이런 건강식품들은 전투에 도움을 받기 위해 팔린다고 한다.

실제로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의 홍보 문구에는 지속적인 전투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효능이 오늘 윤아 선배님이 성공적으로 무대를 치르는데 큰 도움이 될 거란 생각에 구매를 했다.

상점에서 구매한 아이템들의 효능이야 두 말할 것이 없었고 말이다.

아이템 효과를 받아 몸이 변하자 윤아 선배님도 점점 자신감에 차기 시작했다.

‘무대에 서는 게 전투랑 다를 바가 없는 건가?’

아주 효과를 제대로 받고 있었다.

선배님이 의욕을 보이고 있는 사이, 나도 무대 준비에 들어갔다.

오늘 무대에 서는 건 그녀만이 아니지 않겠는가?

얼마 후 리허설을 해야 한다며 스태프가 우리를 불렀다.

나와 윤아 선배 그리고 댄서들이 우르르 무대 위로 올라가 곡에 맞춰 리허설을 했다.

곡은 원래의 곡에서 다소 변형이 된 상태였다.

‘내가 무대에 끼어들었으니까.’

혼자 불러야 했을 곡을 듀엣으로 부르게 됐다보니 반드시 편곡이 필요했다.

급하게 작업해야 하는지라 완성도가 떨어질까 걱정 됐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생각한 것보다 결과물이 좋았다.

한 사람이 불러야 할 곡을 둘이 부르는 것으로 편곡을 해놓으니 윤아 선배님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확 줄은 것이다.

물론 윤아 선배님은 나에게 존재감이 완전히 잡아 먹히지 않도록 더 열심히 실력을 늘려야 하는 불상사는 있었다.

그래도 빡세게 집어넣었던 춤을 둘이서 나누니 윤아 선배님이 편해진 게 사실이었다.

“진짜 너 아니었으면 무대에 서겠다는 결정 절대 못 내렸을 거야. 아니, 제작진이 하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서긴 했어도 홍윤아가 홍윤아했다! 라는 소리만 들었겠지.”

만족스러운 리허설이었는지 윤아 선배님이 한껏 고무 되었다.

큰 실수 없이 척척 진행 된 리허설에 우놀 제작진도 걱정을 많이 덜었는지 표정이 환했다.

우놀팀을 예의 주시하고 있던 음방 피디님도 사정은 비슷했다.

리허설 때 힘을 전혀 빼지 않고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췄는데, 그 덕분에 우리가 만들어낸 무대가 나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거다.

‘솔직히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대박 아닌가?’

이 무대를 만들기 위해 쓴 돈만 해도 엄청나다.

시기도 굉장히 좋았다.

음방이 방영 되는 날은 토요일 오후 5시.

그리고 두 시간 후인 7시에 우놀이 방영됨과 동시에 뮤직비디오가 세상에 공개 될 것이다.

우리 무대를 먼저 본 사람들이 우놀을 통해 뮤직비디오에까지 관심이 이어가게 될 거라는 뜻이다.

‘이렇게까지 홍보에 열을 올렸는데 결과물이 안 좋을 순 없지.’

내 목표는 기부액 1억을 채우는 것이었다.

참고로 거기에 내 사비도 추가로 넣어서 기부할 거다.

윤아 선배님도 한 팔 보태겠다고 하니 더 없이 그림이 좋다.

“오늘 컨디션은 어땠어요?”

“아주 좋아. 몸에 기름칠을 한 것 같을 정도야.”

“제가 봐도 잘 하시더라고요. 오늘 무대 잘 될 것 같아요.”

“실수만 안 하면 될 것 같아.”

“아까 리허설 때 실수 안 하셨잖아요. 실전에서도 잘 하실 거에요.”

리허설 이후 본 무대에 서기 전까지 윤아 선배님과 함께 계속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오랜만에 올라가는 무대라서 나도 꽤 긴장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니, 이 기분은 긴장이라기 보단 기대감과 즐거움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계속 연습을 하다가 땀을 식히고 무대 의상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화장을 다시 한 번

“어우, 그나저나 너 꾸미니까 장난 아니다. 이렇게 무대 의상 입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 같애.”

“저도 요 근래 맨 얼굴로만 다니다가 이렇게 제대로 꾸미니까 살짝 어색하네요. 아무튼 빨리 무대에 올라가고 싶어졌어요.”

“역시 아이돌은 다르구나. 나는 무대 올라가는 걸 즐기는 거 보니까.”

윤아 선배님은 자긴 죽어도 깨어나도 그런 마음은 못 먹을 거라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긴장하셔도 실전에 들어가면 잘 하시잖아요.”

“우놀팀! 무대 준비해주세요!”

“으아악!! 시작하래! 어떡해!”

그렇게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닥치자 발을 동동 구른다.

나는 전전긍긍하는 선배님에게 열심히 물을 먹이고 무대 위에 섰다.

드디어 오랫동안 연습했던 결과물을 세상에 내보일 시간이다.

모든 걱정을 머릿속에 삭제시키고 오로지 무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꽉 채워넣는다.

오랜만에 내가 무대에 선다는 소식을 들은 팬들이 음방에 찾아와 한켠에서 우리를 응원해주고 있었다.

팬이 눈앞에 있는데 허투루 무대를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곳에 와준 팬들이 절대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만족스럽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갖고 있던 모든 것들을 전부 뽐낼 것이다.

♧ ♧ ♧

드디어 진해솔이 찍고, 홍윤아가 부른 뮤직비디오가 공개 되는 날이었다.

보통의 시청자들은 우놀을 기다렸고, 새로운 소식을 빠르게 알아본 젊은층의 팬들은 우놀을 방영하기 전 음악방송을 미리부터 켜놓고 기다렸다.

MC들이 천연덕스럽게 대본에 나온 대사를 뱉어낸다.

살짝의 어색함과 과장 된 어투는 음악방송 특유의 매력이었기에 덤덤하게 지켜봤고, 곧이어 진해솔과 홍윤아를 기다리고 있던 시청자들의 기대에 따라 그들의 무대가 소개 되었다.

-진진씨! 혹시 오늘 아주아주 특별하게 초대 되어 온 손님이 누군지 아세요?

-아유! 알죠! 벌써 달려가서 인사 드렸는 걸요.

-앗! 저랑 같이 가셨어야죠! 저는 아직 인사 못 드렸는데~ 히잉!

능청스러운 소개 이후에 초대 되어 온 손님이 MC석에 소개 되었다.

-어서오세요. 선배님!!

-안녕하세요. 어유, 반갑습니다. 반가워요.

진해솔과 홍윤아가 화면에 잡히자 TV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절로 감탄했다.

익숙하다면 익숙한 진해솔에 대한 외모 칭찬이었다.

-이번에 멋진 변신을 하셨는데, 무대에서 팬분들에게 어떤 무대를 보여주실지 살짝 힌트를 주실 수 있을까요?

-힌트라면 살짝 춤을 보여드릴까요?

-좋아요! 좋아요! 보여주세요!

홍윤아와 진해솔이 살짝 맛보기를 보여주는 춤이 예사롭지 않았다.

-에에~ 이게 끝이에요? 조금만 더 보여주시면 안 돼요?

-안 돼요. 안 돼. 이따가 무대 기대해주세요.

-너무 기대 돼요. 빨리 보고 싶네요.

-그런데 선배님! 두 분이서 무대를 보여주시게 됐는데 팀 이름은 없으신가요?

-아~ 저희가 급조한 팀이다 보니 팀명이 따로 없습니다.

-잠깐! 그럼 제가 팀명 아이디어를 드려도 될까요?

-제제씨가요? 아우! 좋죠.

원래 홍윤아 혼자서 무대에 올라야 했기에 팀명이랄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MC들과 이렇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것이었다.

마땅히 좋은 팀명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보니 생긴 꽁트!

-제가 알기로 두 분이 찰떡궁합 남매 케미가 대단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짱친남매 어떠세요?

-에이이~ 짱친남매라뇨. 너무 유치하잖아요.

-아잇! 그럼 진진씨가 한 번 아이디어를 내보시든가요!

-으으음~~~ 그럼 이건 어떠세요? 가요계를 접수하러 왔다! 허리케인!!

-아이잇! 허리케인이 더 유치하거든요?!

MC진진과 MC제제가 투닥이고 있는 사이.

우리 둘이서 연기를 시작했다.

-이대로 있으면 우리 팀명이 이상하게 결론날 것 같은데 어떡해요?

-안 되겠다. 우리가 팀명을 지어야겠어. 뭐로 하지?

-이렇게 된 거 확 저질러버리죠.

-뭐로? 너 아이디어 있니?

-가요계의 폭풍을 몰고 올 폭풍짱친!

진해솔의 한술 더 뜨는 최악의 작명에 음방을 시청하고 있던 시청자들이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렸다.

-에라이! 안 해, 안 해!!

홍윤아가 제대로 위기감을 느꼈는지 재빨리 도망쳐버린다.

-어어? 선배님! 같이 가요! 폭풍짱친이 마음에 안 드세요? 왜 마음에 안 들지? 완전 좋은데.

진해솔과 홍윤아가 자연스럽게 퇴장하자 투닥이는 척 하고 있던 두 엠씨가 재빨리 공백을 메웠다.

-아이고~ 결국 팀명은 못 정해드렸네요. 그래도 아쉬워하지 마세요! 굉장한 무대가 준비되어 있거든요!

-굉장한 무대요?

-맞습니다! 우주소년이 부릅니다. 오로라!

우주소년의 ‘오로라’ 무대가 끝나자 곧바로 기다리고 있던 우놀팀의 무대가 시작 됐다.

예능을 통해 밝혀진 건 곡의 앞부분.

꽤나 익숙해진 첫 리듬에 기대감이 모아진다.

그리고.

드디어 홍윤아와 진해솔의 무대가 시작 되었다.

[헤이, 충고 하나 할까 이건 널 위한 곡이니까 들어봐]

진해솔의 낮은 목소리로 말하듯이 뱉어내는 목소리가 리듬을 타고 있었다.

[오늘도 Diamond가 네 두툼한 손가락에 끼워져 있어

Oh, 그래 네가 자랑하려고 끼고 다니는 그거 말하는 거야]

넋 놓고 보게 되는 얼굴이 사라지고 홍윤아가 메인에 선다.

사람들은 잠시 안타까움에 신음을 흘리다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게 됐다.

그도 그럴게.

“왜 이렇게 잘 춰?”

홍윤아가 춤을 너무 잘 췄기 때문이다.

[네 왼쪽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외제차 차키는 화룡점정

네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텅 빈 곳은 보이지 않는 여유

나를 보는 네 눈빛은 업신여김]

더욱이 놀랍게도 노래도 잘 불렀다!

“아~ 라이브 엠알인가?”

그걸 고려해도 홍윤아의 목소리가 좋다는 생각이 든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더불어 곡과 가사가 참 재밌고 좋았다.

다시 진해솔이 메인에 서서 춤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헤이, 충고 하나 할까 이건 널 위한 곡이니까 들어봐]

진해솔의 실력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하다 보니 덤덤했다.

아니.

“캬~ 쟤는 진짜 목소리며 비주얼이며 빠지는 곳이 없다니까.”

알면서도 또 다시 감탄했다.

다시 바통 터치하듯 나타난 홍윤아가 능숙하게 고난이도 춤을 추고 있었다.

[명품이 기품을 만들지 않아

인품으로 기품을 만들어 치장해

목에 달린 그거 무게가 가벼워 보여, 너는

가격이 무게를 결정하진 않아

돈이 많다고 네가 대단한 건 아냐]

가끔씩 조금 버거운 듯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라이브 엠알인 거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냥 깔끔하게 따지. 숨소리를 너무 많이 넣었는데.’

[Money 보다 중요한 건 Manner Manner 지켜]

진해솔이 앞에 나서며 찡긋 윙크를 한다.

꺄아아악!

방청객들이 비명 소리가 방송을 고스란히 탔다.

만약 저 현장에 자신이 있었다면 비명을 지르지 않고 못 버텼을 테니 이해를 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약간 심사하듯이 무대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이 무대에 완전히 빠져들어갔다.

“곡 좋은데?”

처음 들었을 때부터 마음에 드는 음악은

“아! 벌써 끝이야?”

무대가 끝났다.

-허억! 허억! 허억! 아이고야.

무리하게 춤을 춘 탓인지 홍윤아의 가슴이 거칠게 뛰고 있었다.

더불어 고스란히 전파를 탄 홍윤아의 구수한 신음!

그 힘들어하는 숨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덕분에 이를 보고 있던 시청자들의 눈이 다시 한 번 커졌다.

“뭐야, 이거 생라이브였어!?”

곧장 MC 쪽으로 화면이 전환 돼서 찰나의 순간에 나온 소리였지만 시청자들의 예리한 눈을 빠져나갈 수는 없었다.

그리고.

"노래는 또 왜 이렇게 좋아?"

음악방송에 무대가 나옴과 동시에 6시 정각에 우놀팀의 음원이 올라갔다.

음방에서 보여준 것과 달리 홍윤아 혼자서만 부른 노래여서 진해솔의 팬들은 아쉬워할 결과였지만, 홍윤아의 예상치 못한 노래 실력에 깜짝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음원차트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관심은 자연스럽게 뮤직비디오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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