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00화 (500/849)

“와, 벌써 200만 뷰에요. 지금도 화력이 안 죽었는데, 어디까지 갈 생각인지 모르겠네.”

뮤직비디오의 시작이 매우 좋았다.

순조롭다는 말이 바로 지금의 상황에 쓰이는 것이리라.

“더 올라가야지. 무려 진해솔인데.”

고작 200만뷰로 끝날 기세가 아니라는 것은 제작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지금도 조회수는 쭉쭉 올라가고 있었다.

뮤직비디오가 올라온지 이제 고작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에어플레인 팬들만 한 번씩 봐줘도 1000만뷰는 금방 달성할 걸?”

우놀 제작진은 진해솔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중이었다.

진해솔이 어쩌다가 우리 프로그램을 선택했는지 모르겠으나 탁월한 섭외였던 것은 확실했다.

문제는 진해솔의 프로젝트가 워낙 성공해서 다음 프로젝트는 뭘 해야 하나 막막해질 지경이라는 거다.

슬슬 진해솔 프로젝트가 끝나가고 있었다.

이미 상당수의 다른 작가들이 진해솔 프로젝트에 손을 놓고 다음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 중이었다.

새로운 게스트 섭외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었고 말이다.

“마무리 잘 하자. 기부까지 깔끔하게. 알지?”

“네에~”

마무리만 남은 줄 알았던 제작진들.

하지만 프로젝트가 마무리 된 것과 달리 뮤직비디오의 기세는 영 잦아들지 않았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쑥쑥 조회수가 상승해서 제작진이 계속 신경을 쓸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천만 뷰네.”

당연하지만 거기에서 멈추지를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댓글에는 각종 외국어들로 가득했다.

"이 천만뷰?!"

진해솔이 소속 되어 있는 에어플레인이라는 그룹이 해외에서도 대박이 났다는 걸 알았으나 이건 멤버 전체가 출연한 게 아니라 진해솔 혼자만 출연한 프로그램이지 않은가?

그래서 결과물을 너무 낮잡아 봤다.

“진해솔이 직접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 거야?"

진해솔이 직접 곡을 만들고 컨셉을 결정해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는 게 해외 팬들에게 알려진 계기는 음방에서 홍윤아와 함께 섰던 무대 때문이었다.

그들은 진해솔이 음악방송에 나왔다는 것에 깜짝 놀라면서 함께 무대를 선 홍윤아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홍윤아가 예능 프로그램 MC이며, 진해솔이 홍윤아라는 사람과 함께 무대에 선 것은 예능 프로그램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진해솔 편이 우후죽순으로 해외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자막이 달린 예능을 모두 본 사람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뮤직비디오로 향했다.

“그 결과가...어메이징 하네요.”

“미쳤네.”

무려 3천만 뷰.

최종 스코어 3천만 뷰를 달성하며 쑥쑥 오르던 조회수의 기세가 뚝 끊겼다.

한계를 만들어내지 않았으면 3억 원을 기부했어야 할 어마어마한 조회수였다.

제작진은 프로젝트가 끝났음에도 이어지는 관심에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이대로 프로젝트가 끝나는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좀 더 장기 프로젝트로 만들 걸 그랬어요.”

뮤직비디오가 이렇게 잘 될 줄 알았다면.

홍윤아와 진해솔이 무대를 생각 이상으로 잘 해낼 줄 알았다면.

좀 더 이곳저곳에서 무대 위에 서면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계획을 짰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프로젝트는 끝났고 깔끔하게 헤어진 진해솔을 다시 붙잡을 순 없었다.

그리고 진해솔은 홍윤아가 MC로 출연하는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후기를 거하게 풀어버린 상황이었기에 되돌릴 방법도 없었다.

"진해솔씨 개인 사정으로 바쁘다고 했지?"

"네. 섭외 못할 것 같아요. 되게 단호했어요."

"쓰읍- 아쉽다. 아쉬워."

이제와 아쉬워해도 시간은 되돌아 오지 않았다.

이미 끝난 프로젝트를 억지로 끌어봤자 시시해질 뿐이었기에 우놀의 진해솔 편은 대단한 성과를 내며 끝마쳤다.

마지막 기부 소식까지 훈훈하게 더해진 채로 말이다.

♧ ♧ ♧

우놀 제작진 쪽에서 좀 더 프로젝트를 이어가보는 건 어떤지 물어왔으나 내 쪽에서 거절했다.

내가 방송에 출연한 건 딱 두 개였지만, 우놀이 장기 프로젝트여서 출연을 끝내고 나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기 때문이었다.

회사에서는 기세를 몰아 활발하게 개인 활동을 하기를 바랐으나 내게는 그보다 중요한 개인 사정이 생긴 상태였다.

이미 우놀에 출연하면서 확실히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기에 소속사에서도 더 활동을 강요하지 못했다.

“축하해요. 정화씨.”

내가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개인사정.

바로 정화씨의 출산 때문이었다.

그녀는 순풍순풍 쌍둥이를 낳았다.

애기들도 건강하게, 그리고 정화씨의 몸도 건강하게 말이다.

큰 애는 여자아이로 3kg 작은 애는 남자아이로 3.2kg.

노산이라 걱정을 샀던 정화씨는 매우 순산을 했다.

애가 너무 빨리 나와서 선생님들이 당황했을 정도란다.

정화씨도 주아 누나를 낳을 때랑 많이 달라서 신기했다고.

“우리 쌍둥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효녀 효자 노릇을 하네.”

첫째는 여자아이로, 둘째는 남자 아이로 태어난 쌍둥이들.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고민이 된다.

“흥, 그럼 나는 불효녀야?”

“원래 첫째가 많이 힘들다잖니. 언니가 돼서 동생들한테 질투할 거니? 애도 있는 녀석이.”

“나만 엄마 고생시켰다니까 내가 안 삐지고 베기겠냐고.”

말로는 투닥여도 주아 누나의 시선은 이제 막 태어난 동생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작은 애기들 보니까 태양이 생각난다. 태양아, 너도 이렇게 어렸는데 그때 기억나?”

애기들에게 홀려 있는 건 오빠와 형이 된 태양이도 마찬가지였다.

태양이는 엄마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진짜? 진짜 기억 나?”

“기억 나!”

“어떤 게 기억나는데?”

“으음…. 엄마가 이렇게 꼭 안아줬어.”

너무 자신만만하게 말하니까 얘가 정말 기억하는 건가 싶어 깜짝 놀랬다.

그런데 말하는 투를 보아하니 진짜 기억나는 건 아니고 그냥 애답게 별 생각 없이 기억 난다고 한 모양이었다.

“그렇지. 엄마가 꼭 안아준 거 기억하는 구나? 태양이 대단하네.”

“으응~”

“동생들 보니까 어때?”

“귀여워.”

“귀여워? 앞으로 태양이가 지켜줘야 하는데 할 수 있을 것 같아?”

“응. 나 이미 형아오빠야.”

지현이와 현오에게 오빠와 형아라고 불리고 있는지라 태양이는 새로운 동생을 만나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

보통의 가정에서는 동생이 태어나면 질투를 할 수 있어서 조심한다는데, 태양이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지켜줄 거야. 근데 왜 애기들은 머리카락이 없어?”

“아하하!”

현오와 지현이가 태어났을 땐 직계 가족이 아닌지라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봤는데, 쌍둥이들은 태어난지 며칠 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지라 낯선 모양이었다.

“이제 쑥쑥 자랄 거야. 머리카락도.”

“너무 작아서 같이 놀아야 하는데 안 될 것 같아.”

“애기들이 쑥쑥 자라서 현오만큼 크면 태양이가 놀아줘. 그건 좋지?”

“응. 내가 다 놀아줄 거야. 지현이랑 현오랑 놀아달라고 해도 애기들 놀아줄래.”

지현이랑 현오가 태양이를 참 잘 따르는데, 쌍둥이들이 마음에 쏙 들었는지 그런 말까지 한다.

“태양이가 쌍둥이들한테 푹 빠졌네.”

그때 간호사가 아이를 데려가겠다며 병실로 들어왔다.

이제 곧 계속 함께 있을 수 있으니 아쉬워도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안 데려가면 안 돼요?”

다만 아직 아이인 태양이는 동생들이랑 헤어지는 것이 슬펐는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간호사에게 물었다.

“어머.”

나와 주아 누나를 닮아 가뜩이나 미모가 범상치 않은데 나이가 들면서 남자아이 태가 나기 시작한 태양이의 간절한 눈빛을 평범한 간호사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제대로 심쿵 당한 간호사가 결국 태양이와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시간을 주었다.

“쌍둥이들 미모가 심상치 않더니, 이 아이도 정말 예쁘네요. 동생들 예뻐하는 마음도 너무 곱고요.”

“하하, 감사합니다.”

자식 칭찬을 하는데 부모 입장에서 싫을 리 없었다.

참고로 나는 얼굴을 다른 신분으로 바꿔놓은 상태였다.

내 또 다른 얼굴 말이다.

덕분에 간호사가 와도 굳이 숨거나 하지 않아도 됐다.

정화씨 친구들이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어서 아예 당분간은 이 얼굴로 살고 있는 중이다.

태양이는 한참동안 쌍둥이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또 하며 아쉬움을 겨우 달래고 나서야 간호사에게 아이들을 넘겨주었다.

“빨리 집에 가고 싶어.”

“산후조리원도 안 가기로 했잖아요. 조금만 참아요.”

실 유모님이 산후조리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이번에 산후조리원에 들어가지 않기로 한 상태였다.

아무리 산후조리원이 좋아도 그녀가 다루는 정령이 정화씨를 돌보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다.

호언장담하는 실 유모님도 그렇지만, 집에서 산후조리를 할 수 있다는 말을 정화씨가 너무 반겨서 나도 동의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결정은 꽤 잘한 선택이 맞았나보다.

정화씨가 이렇게까지 병원을 싫어할 줄 몰랐다.

한참 활동을 시작하려던 주아 누나도 쌍둥이 출산이 기뻤는지 SNS에 쌍둥이 자랑을 했다.

난데없는 갓난아기의 등장에 주아 누나의 팬들이 화들짝 놀란 것도 잠시.

엄마가 쌍둥이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은 팬들이 호모무견녀(虎母無犬女) 라는 칭찬을 했다.

참고로 호모무견녀는 범 호, 어미 모, 없을 무, 개 견, 여자 녀 라는 한자어로 호랑이 어미에 개 새끼는 없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

즉, 풀어서 설명하자면 잘난 어머니 밑에 못난 딸은 없다 라는 말인 것이다.

주아의 나이를 봤을 때 그 어머니의 나이 또한 짐작이 가능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둥이를 낳았으니….

“팬들이 엄마 리스펙트래.”

“리스펙트? 요즘 애들 말이니?”

“응. 존경한다는 말이야. 그리고 다들 엄마한테 축하한대.”

주아 누나가 자신의 SNS를 정화씨에게 보여줬다.

뒤늦게 무슨 상황인지 눈치 챈 정화씨가 주아 누나를 혼냈다.

“너는 뭐 이런 걸 올렸어? 큰일나면 어떡하려고!”

“어차피 쟤가 저 얼굴로 엄마 남편이라고 하고 다닐 텐데 무슨 상관이야.”

“맞아요. 제가 올려도 된다고 했어요.”

“꼬리가 길어지면 밟히기 마련이잖니.”

“에이, 그건 아니지.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알겠어? 얼굴도 다르고 신분도 따로 있는데.”

정화씨와의 관계는 사람들에게 내가 그동안 비밀로 했던 내 여자들을 밝힌다 해도 끝까지 알릴 수 없는 사이였다.

그건 정화씨와 주아 누나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니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정화씨를 더 신경쓰고 안 쓰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쌍둥이가 태어난 게 기뻐서 SNS에 사진도 못 올리는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 각기 다른 신분에 다른 얼굴을 가진 사람을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 너무 조마조마하지 말라는 의미로 누나에게 SNS에 올려 자랑을 하라고 부추긴 거였다.

“엄마가 안 해도 되는 걱정을 하고, 과하게 조심하니까 얘랑 나랑 상의해서 저지른 일이야. 우리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엄마는 계속 눈치 보고 다닐 거잖아. 계속 그러면 나중에 가족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려버릴 거야.”

“너까지 왜 이래? 엄마 속 썩일래?”

“그러니까! 그런 꼴 보기 싫으면 엄마가 바뀌면 되잖아. 내가 늦둥이 동생들한테 좀 양보할게. 이제 주아 엄마 하지 말고 쌍둥이 엄마 해도 돼. 그러니까 욕심 좀 내자. 응?”

주아 누나의 말을 들은 정화씨가 갑자기 울컥 했는지 눈시울을 붉혔다.

나는 그녀의 옆에 다가가 손을 꽉 잡았다.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쌍둥이도, 정화씨도. 적어도 이 문제로 골치 아프게 해드릴 생각 없어요. 누나 말대로 얼굴이 다르고, 신분도 따로 있는데 걸릴 리가 없잖아요.”

나는 쌍둥이들이 크면 아빠로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생각이다.

태양이처럼 아빠 자랑을 하고 싶어 하면 자랑하라며 당당하게 나설 것이고, 아빠가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갈 생각이었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

“나도 동생 있어서 행복해!”

그때, 불쑥 태양이가 우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직 애라서 뭔 얘기를 한 건지 모르는 눈치였는데, 대화에 끼고 싶어서 자기가 아는 말이 나오니 끼어든 모양이었다.

태양이의 이런 돌발 행동 덕분에 가라앉을 뻔했던 병실 분위기가 다시 밝아질 수 있었다.

그리고 정화씨도 기왕 저질러진 거 정말 당당하게 고개 들고 다니면서 남편 자랑 할 거라고 말했다.

“기다렸던 말이에요. 그럼 그 전에 혼인신고부터 할까요?”

내 또 다른 신분은 비앙카가 완벽하게 처리를 해줬기에 혼인신고가 가능했다.

“혼인신고까지?”

“거짓말하는 거 들킬까봐 걱정 되신다면서요. 안 들키게 철저하게 준비해놓으면 좀 안심 되지 않겠어요?”

내 말에 반박할 수 없었는지 정화씨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게 고민해봤자 결론은 정해져 있어요.”

정화씨는 내 다른 신분으로 혼인관계를 맺고, 진짜 신분으로는 그동안 기다려준 내 여자들과 혼인관계를 맺을 것이다.

데뷔초부터 준비했던 날이 훌쩍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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