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01화 (501/849)

- 진해솔 또 스캔들 났네.

- 좀 이상하지 않음? 뭔 두 달 만에 스캔들이 세 개나 나는 거냐고. 거기다가 세 개 중에 하나는 홍윤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난하냐? 기레기 아오!!!

- 애들이 휴식기에 개인 활동 시작해서 그런 듯. 그룹으로 뭉쳤을 땐 케어가 쉬운데 개인개인으로 커버하려니까 버거워서 소속사가 정신 못 차리는 거지.

- 말도 안 되는 소리하고 앉았네 ㅋㅋㅋ 그럼 얌전히 개인 활동 하고 있는 다른 멤버들은 뭔데? 안 뗀 굴뚝에 연기 날 일 있냐고 ㅋㅋ 현실을 봐. 돈 좀 벌었겠다 슬슬 은퇴하고 싶은 걸걸? 재벌 하나 꼬셔서. 그게 아이돌 루트잖아.

└ 해솔이가 뭐가 아쉬워서 재벌한테 장가를 갑니까? 웬만한 재벌 만큼 벌었을 텐데.

- 나는 스캔들에 충격 안 받았어. 원래 아이돌들이 다 그렇잖아. 저 얼굴을 잘난 여자들이 가만히 두는 것도 말 안 되는 일이고.

- 쟤 스폰 뛴다는 루머도 엄청 많았잖음 ㅋ

└ 제정신이냐? 얘네 허니 엔터야. 허니 엔터 모름? 스폰 문제에 완전 깔끔한 회사라고. 유머 퍼트리면 신고할 거니까 가뜩이나 바닥인 인생 지하로 쳐 박히기 싫으면 말조심하세요. ^^

평소에 내가 친하게 지내기로 알려진 주아 누나와 민영 누나 그리고 홍윤아 선배님까지.

차례로 스캔들이 났고 소속사가 발 빠른 대응으로 사실무근이라 발표를 했다.

주아 누나와 민영 누나까지는 잘 어울린다며 사귀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홍윤아 선배님과 스캔들이 나자 슬슬 팬들이 뿔이 나고 있었다.

“반응 살벌하네.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이렇게 단련 시켜야 나중에 충격이 덜하대.”

연주 누님이 엔터 회사를 운영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니 이 부분은 그녀의 의견을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홍윤아 선배님이랑 난 스캔들은 정말 기레기가 낸 거야.”

“난 팬들 반응 보고 좀 놀랐어.”

요즘 식구들의 최고 관심사는 쌍둥이와 내 스캔들에 관련 된 일이었다.

“여기도 댓글에 이렇게 적혀 있어. 저 얼굴로 그동안 스캔들이 안 난 게 이상한 거 아닐까? 여자들이 절대 가만히 둘 리가 없는 얼굴이잖아 라고. 올게 왔구나 싶은 가봐.”

“연주 누님이 그런 반응일 거라고 하더라.”

“뭔가 씁쓸하겠다. 팬들 서운할 것 같아.”

“그래도 어쩌겠어.”

언제까지 가족들을 숨기고 살 순 없었다.

“그나저나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나? 나 왜?”

“유학 말이야. 언제 갈 거야?”

아현이는 작곡가로 크게 유명세를 얻었으나 좀 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서 유학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사실 한참 전에 유학길에 올랐어야 했는데, 유학하러 혼자 떨어지기 무섭다면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자꾸만 유학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뒤로 미룰 수만은 없는 거다.

공부에도 때가 있는 법이 아니겠나?

“너는 왜 자꾸 날 다른 나라로 보내려고 해? 내가 여기 있는 게 싫어?”

“공부 더 하고 싶다고 했잖아.”

“그건 그런데…. 솔직히 해외 나가서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어. 나 지금도 엄청 잘 나가는 작곡가잖아. 굳이 지금도 잘 하고 있는데 해외로 나가서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준 재능 덕분인줄도 모르고 아현이가 열심히 자기 실력을 자랑했다.

“너 고작 그걸로 되겠어? 기왕 작곡가 하기로 한 거 더 높은 단계를 목표로 해야지. 그리고 유학 생활을 왜 그렇게 무서워하는 건데?”

“외국어도 외국어고 서양인들 무서워! 그리고 이렇게 가족들이랑 부대끼며 살다가 혼자 살 생각하니까 막막하고 무섭고 그렇더라고. 네가 자주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결국 어느 정도 시간은 혼자 지내야 하는 거잖아. 난 지금이 너무 좋아. 뭔가를 바꾸고 싶지 않아. 이미 돈도 평생 써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벌어놔서 걱정도 없고 말이야.”

결국 너무 만족스러운 현재 상황이 아현이의 향상심을 눌러버린 듯 했다.

사실 현실에 안주한다고 하면 지금 아현이의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는 있다.

“정말 그 정도로 만족하는 거야?”

“어?”

“음…네가 지금으로 만족한다면 굳이 유학을 강요하진 않을게. 근데 혹여나 혼자 지내는 게 무서워서 유학을 꺼리는 거면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이번에 새로운 아이템을 봐뒀거든. ‘게이트’라는 건데 집에 이걸 설치해두면 굳이 내가 없어도 너 혼자서 외국이랑 여기를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야.”

이 물건의 가격이 좀 독특하다.

정액제로 사용을 하고 싶으면 계속 달마다 코인을 내야 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혼자 지내는 게 무섭다는데 코인을 아끼겠다고 설치를 안 해줄 순 없었다.

더욱이 가격도 나름 합리적이어서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초반에 설치비용이 좀 비싸게 들어간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 유일한 일이었다.

“정말? 내 마음대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거야?”

“응.”

정액제라서 아무리 많이 사용해도 추가로 코인이 들지 않는다.

그 말을 들은 아현이의 표정을 살피니 제법 솔깃해보였다.

“그럼 아침에 여기서 자고 일어나서 유학집으로 넘어가서 공부하고 여기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거네?”

“그렇지. 진짜 딱 수업만 받으러 가는 거야. 밥도 여기서 먹고, 씻는 것도 여기서 하고, 자는 것도 여기서 하는 거지.”

이렇게까지 했는데 얘가 안 넘어올 리가 없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아현이가 냉큼 외쳤다.

“그럼 나 할래! 유학 갈래!”

“그래그래. 잘 생각했어. 우리 약속 안 잊었지? 우리 같이 곡 내기로 했잖아. 나 개인 활동 할 때 네가 만들어 준 곡으로 할 거야.”

“응응응응!! 내가 훨씬 더 좋은 곡으로 만들어줄게!”

가족들과 떨어지지 않은 채로 할 수 있는 유학생활.

이걸 어떻게 거절하겠는가?

아현이가 처음 유학을 준비했을 때처럼 의욕이 가득해져 눈을 초롱초롱하게 떴다.

“넌 정확히 뭘 더 배워보고 싶어?”

“솔직히 영감은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라. 프로그램도 이제 나 스스로 노하우가 생길 만큼 다룰 줄 알고. 근데 내가 화성학을 배우긴 했지만, 학원에서 배운 거라서 좀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어. 솔직히 여전히 화성학이 너무 어렵거든. 아! 그리고 피아노도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확실히 네가 피아노에 좀 약하지.”

뚱땅뚱땅 악보를 보고 칠 수 있기는 한데, 전문가 수준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어색한 점이 있었다.

“그럼 유학 준비 다시 하는 거다?”

“응. 나 솔직히 네가 자꾸 유학 언제 갈 거냐고 해서 좀 서운했었거든. 미안해. 이렇게까지 나 생각해주고 있는 줄도 모르고 오해했어.”

“나만 생각했으면 네가 여기 있는 게 훨씬 좋지. 네가 있어야 분위기가 밝아지잖아.”

아현이는 친한 사람에게만 부리는 특유의 애교와 깨방정이 있다.

그래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 즐겁다.

원래 사람이는 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하지 않던가.

그녀가 집에서 사라진다면 빈자리가 매우 클 것이다.

“멜리사한테 네 유학 준비 도와달라고 할게.”

“굳이?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

“기왕 배우러 가는 거 제대로 된 곳으로 가야지. 네가 알아보는 것보다 멜리사한테 알아보라고 하는 게 훨씬 나을 거야.”

사실 이미 예전에 멜리사한테 말을 해둬서 아현이가 결심만 하면 바로 유학을 갈 수 있도록 해놓은 상태였다.

외국이라고 돈으로 못하는 일이 있는 줄 아는가?

세상은 돈으로 돌아가고, 배움을 청하는데 돈만큼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도 없었다.

“그리고 유학가서 공부하기 전에 결혼식 올리자.”

“!!!!”

아현이가 내 기습적인 프러포즈에 돌처럼 굳어버렸다.

“싫어?”

“가, 갑자기 그러니까…어…너 방금 나한테 결혼하자고 한 거 맞아?”

“응.”

다른 여자들은 모두 나와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아현이는 워낙 동안인 탓도 있고, 나와 동갑인지라 결혼을 부담스러워하는 면이 있었다.

결혼을 부담스러워한다고 나와 결혼하고 싶지 않아 하는 건 아님을 안다.

아무리 요즘 세상이 요지경이라지만, 결혼이라는 큰일을 기회가 된다고 덥썩 저질러 버리는 건 나도 별로였기에 아현이의 생각을 존중해주고 있었다.

“너랑 나도 이제 스물 후반 되어가잖아.”

어리다는 이유로 결혼을 피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라는 거다.

좀 일찍일 수 있지만, 충분히 결혼을 해도 주변 사람들의 축하를 받을 수 있는 나이였다.

“너도 바쁘고 나도 유학 준비로 바쁜데 결혼식을 어떻게 올려.”

“그럼 유학 생활 끝나고는 어때?”

사실 나도 유학 가기 전에 결혼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기간을 확 당겨버린 것은 아현이가 부담을 갖고 거부감을 보이면 타협안으로 유학 끝났을 때를 제시하기 위함이었다.

당장 코 앞으로 다가온 것만 같았던 결혼식이 좀 뒤로 미뤄지니 마음이 놓였는지 아현이의 살짝 떨리던 숨이 가라앉았다.

“유학 끝나고?”

“적어도 유학을 1~2년은 아닐 거 아냐. 그때쯤이면 정말 결혼해야 할 시기야.”

“그렇지.”

“너 나랑 결혼 안 할 거야? 쌍둥이 태어나는 거 보면서 엄청 부러워했으면서 왜 나랑 결혼을 꺼려?”

“꺼린 거 아니야! 그냥 내가 벌써 이렇게 늙었을 줄 몰랐을 뿐이야. 나는 아직도 내가 스물이라고 생각했거든.”

결혼을 꺼린 건 아니라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였다.

내가 아현이를 편하게 생각해서 그렇지, 그녀 정도 되면 다른 남자들이 그녀를 노려올 가능성이 충분했다.

성공한 작곡가가 저작료를 굉장히 많이 받는다.

더욱이 에어플레인은 해외에서도 팬이 많아서 돈을 꽤 두둑하게 만진 상태다.

그리고 그건 남자들이 결혼하길 바라는 조건에 부합한다는 걸 뜻했다.

보통 드센 성격이 많은 이곳에서 아현이처럼 순딩한 성격을 가진 것도 어필 되는 요소 중 하나였다.

“좋아. 결혼해! 유학 다녀오고 나서 말이야. 근데 솔직히 우리 결혼한 거나 다름없이 살고 있지 않아?”

여가 시간을 내 집에서 보내며, 먹고, 입고, 자고, 출근하고를 다 함께 하고 있었다.

일 때문에 바빠져서 집에 안 들어올 때가 있긴 하지만 엄연히 그녀의 생활권이 내 집에 속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도 진짜 결혼식을 올리는 거랑은 느낌이 다르지. 그리고 아마 그때쯤이면 정리가 다 돼서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 거야.”

결혼식을 망설이는 아현이까지 모두 설득을 하게 되니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한 번 붙잡은 인연은 절대 놓아줄 생각이 없었던 나에게 이보다 흡족한 결과물이 없었다.

순진한 토깽이는 자기 스스로 늑대 굴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가족들과 헤어지지 않은 채로 유학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 헤실헤실 웃었다.

♧ ♧ ♧

“스캔들은 잠시간 뜸을 들일 거야.”

연주 누님이 이마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다.

우리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회사는 마음 놓고 즐길 수가 없었다.

생명이 짧은 아이돌 생태계에서 꾸준히 회사를 운영하려면 다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연주 누님은 그 때문에 매우 바쁜 상황이었다.

내가 저지를 커다란 일도 그녀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있었고 말이다.

“후배 그룹에 문제라도 있어요?”

“아무래도 너희들만큼 임펙트가 안 나오니까 전체적으로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저희가 데뷔 때부터 좀 사기를 치긴 했죠.”

“네 역할이 컸지.”

데뷔초에는 실력을 인정 받는 것보단 얼굴로 화제를 끌었던 에어플레인.

그 화제에 한 몫 했던 것이 내 얼굴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때 잠깐 보긴 했어도 다들 잘 생겼던데요?”

“그래. 그래서 이번에도 잘 될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거지.”

얼핏 들었던 말이 불쑥 떠올랐다.

잘 생긴 남자들을 쉽게 보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다 엔터 연습실에 있어서라고.

그만큼 우리 후배 그룹은 나에 못지 않게 잘 생기고 훤칠한 청년들이었다.

다만 우리와 어필 하는 이미지는 많이 달랐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꾸준히 유지했던 우리와 달리 후배 그룹은 상큼함과 발랄한 이미지를 어필한 노래를 불렀다.

‘알록달록한 색을 많이 쓴 앨범이었지.’

후배 그룹 머리색만 봐도 그렇다.

밝은 금발, 밝은 연두, 밝은 핑크 등등.

컨셉 장인 면모를 보여주는 허니 엔터가 이를 갈고 제작한 데뷔였다.

그렇게 호기롭게 낸 후배 그룹은 초반에 허니 엔터라는 이름값에 홍보가 좀 되다가 어느 순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버렸다.

회사는 어떻게 해서든 활동을 시켜보려고 이곳저곳에 로비를 해서 출연시키는 모양인데, 뚜렷한 화제를 모으지 못하고 활동을 끝내버렸다.

이런 상황이 된 것은 실력 부족이 아니었다.

허니 엔터가 어떤 회사인데 실력이 부족한 연습생을 데뷔시킬까.

‘물론 나는 얼굴로 붙긴 했지만….’

나는 규격 외이니 예외로 치자.

아무튼 애들이 뚜렷한 화제를 모으지 못했던 것은 생각보다 너무 간단한 이유였다.

“애들이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닌데 낯을 너무 가려.”

낯가림.

애들 성격이 모두 낯가림을 심하게 하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친한 지들끼리 있을 때는 개그맨이 따로 없을 정도로 깔깔거리며 논다고 한다.

그래서 그걸 본 직원들이 얘네는 예능이 답이다! 해서 이미지를 상큼 발랄로 잡고 데뷔시킨 거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모든 멤버들이 엄청난 낯가림을 앓고 있었다.

예능을 보내도 낯가림을 해서 분량이 삭제되고, 그나마 좀 적응이 되려고 하면 촬영이 끝나버린다.

이 악순환을 끊지 않는 이상 후배 그룹의 앞날에는 먹구름이 낄 것이 분명했다.

더불어 스트레스 받고 있는 연주 누님의 고통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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