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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04화 (504/849)

정화씨는 쌍둥이를 키우는 것에 단단히 각오를 하고 있다가 실 유모님의 유능함에 편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갓난아기를 키우는데 엄마가 편할 수 있다니?

거기에 아기 걱정을 할 필요 없이 본인의 몸을 추스르는데 신경을 쓰기만 하면 된다는 게 영 익숙하지 않은 듯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맡기질 못해서 굳이 옆에 끼고 살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사람은 어떤 환경이든 적응하는 존재.

실 유모님에게 살뜰하게 챙김 받는 것에 천천히 적응해갔다.

“오늘은 뭐 했어요?”

“실이 뭘 또 잔뜩 해줘서 그거 먹고 마사지도 받고 뜨끈뜨끈하게 몸도 찜질했어.”

“우리 사랑둥이들은 오늘 뭐했어요?”

“열심히 자랐지요. 밥도 잘 먹고~ 토도 많이 안 했어.”

“그래요? 다행이네요.”

실 유모님의 세심한 케어로 모유가 잘 나오고 있었고, 아이들도 밥투정을 부리지 않다보니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쌍둥이들의 나잇대에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으로도 부모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법이었다.

정화씨와 쌍둥이들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들었으니 나는 오늘 뭘 했는지 말할 차례였다.

“저는 후배를 보고 왔어요. 연주 누님도 만났고요.”

“후배?”

“저희가 휴식기에 들어간 사이에 후배 그룹이 데뷔했거든요. 그런데 생각한 것처럼 좋은 결과가 안 나왔대요.”

“어머, 어쩜 좋으니? 실망이 크겠다.”

정화씨가 맞장구를 쳐주니 나도 얘기를 털어놓는 게 흥이 났다.

결론적으로 후배들을 도와주게 됐다고 이야기를 다 하고 나니 정화씨가 좋은 일을 했다며 내 손을 잡았다.

우리는 현재 소파에 앉아서 느긋한 저녁을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실 유모와 칸나가 아이를 돌봐주고 있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평화였다.

“그나저나 우리 쌍둥이들 이름은 어떻게 하죠?”

“아빠가 지어주면 애들도 좋아할 거야.”

정화씨는 꼭 내가 아이들 이름을 지어주길 바라고 있었다.

나는 몇 가지 좋은 이름을 후보로 두고 가족들에게 투표하게 해서 가장 좋은 이름을 고를 생각이었는데 말이다.

“끄응. 그럼 정화씨만이라도 말해줘요. 아이가 평생 갖고 살아갈 중요한 건데 저 혼자서만 결정하긴 그렇잖아요. 엄마아빠 의견이 모두 들어갔다고 하면 쌍둥이들도 기분 좋지 않겠어요?”

“흠, 그건 그렇겠네. 알았어. 어떤 이름이면 좋을 것 같아?”

“생각해둔 이름은 진희연, 진효주, 진영인, 진은아, 진나윤, 진혁, 진상훈, 진민기, 진태혁….”

“잠깐, 잠깐만. 왜 이렇게 많아? 아이는 둘밖에 없는데.”

“그냥 이것저것 뜻을 고려해서 생각하다보니까 이렇게 됐어요.”

“네가 열심히 생각했다는 건 알겠다. 이름 전부 예쁘네.”

“그래서 이 중에 뭐로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난 은아가 예쁜 것 같아. 영인이도 예쁘고.”

“그럼 주아 누나 이름으로 살짝 맞춰서 은아로 할까요?”

“좋지~! 이제 막내 이름만 남았나?”

“막내만 빼놓으면 서운해 할 테니까…진상아?”

“그 이름은 놀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러게요. 이름이랑 붙이니까 이상해지네요. 그럼 진영아? 진민아?”

“영아나 민아는 여자 이름 같아서…. 남자 아이니까 굳이 이름 맞출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음…그럼 태혁?”

태양이와 맞춰서 태혁이라고 짓는 건 어떤지 물으니 나쁘지 않은 반응이 나왔다.

“진은아, 진태혁.”

그렇게 쌍둥이 이름이 정해졌다.

은아와 태혁이는 이란성 쌍둥이다.

하지만 아직 어려서인지 몰라도 일란성 쌍생아처럼 얼굴이 굉장히 닮아 있었다.

아마 크다보면 바뀌겠지만, 그래도 기왕 쌍둥이로 태어났으니 둘이 많은 부분을 닮아서 서로 잘 지내기를 바랐다.

‘남매라서 잘 지내는 건 불가능하려나?’

친남매처럼 자라고 있는 현오와 지현이의 사이를 보면 은근하게 다툼이 많아진 상태였다.

어릴 때는 가끔 질투심을 보이곤 했는데 이젠 제법 자랐다고 진지(?)하게 다투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다투는 이유는 다양했다.

워낙 다양해서 돌보는 사람 입장에서 남매가 싸우는 이유를 온전히 다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다.

현오와 지현이가 이 정도인데, 친남매인 은아와 태혁이는 오죽할까?

“그래도 정화씨 닮았으면 애들은 순하겠죠? 지현이랑 현오처럼 그렇게 다투는 걸 보면 속상할 것 같아요.”

“지현이랑 현오가 얼마나 착한데. 요즘 자주 다투긴 해도 나중에는 꼭 서로 안아주는 걸? 나는 은아랑 태혁이가 지현이랑 현오만큼만 커줬으면 좋겠어.”

쌍둥이들에 대한 얘기를 한참 하다가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몸을 가까이에서 비볐다.

아직 산후조리 중인 그녀와 잠자리를 할 수는 없었지만, 이런 식의 접촉은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편이라 지향하고 있었다.

‘벌써 아이가 5명이네. 의도치 않게 그쪽이 좋아할 만큼 애를 낳았어.’

5명의 내 아이들이 부담 되는 건 아니다.

돈이 많아서 내가 아이들을 직접 돌봐야 하는 것도 아니니 부담이랄 것이 없다.

다만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나를 이곳에 보낸 존재가 바라는 대로 됐다는 게 참 묘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내가 이렇게 많이 낳을 줄 누가 알았겠어.’

얼떨결에 태양이가 생겨서 낳고, 이후로도 비슷하게 복순 누나와 연주 누님에게 아이가 생겨서 낳았다.

3명일 때는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지만 쌍둥이를 한 번에 낳아놓고 보니 포니가 바라는 대로 되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대가족이 되는 건 마음에 들어.’

요즘은 새로운 여자를 늘리는 일을 자제하고 있었지만, 지금 내가 책임져야 하는 여자들이 한 명씩만 아이를 더 낳는다 해도 엄청난 대가족이 되는 것이다.

집안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꽉 차는 건 좋았다.

다만 내가 책임감과 도덕심이 조금만 더 부족했어도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떠올려보니 뒷골이 서늘해진다.

‘포니가 나한테 치트키 급인 상점 이용권을 주면서 아이를 키우는데 부담이 없어지니까 애가 생겨도 크게 걱정이 안 들었지.’

왜 포니가 나한테 상점이용권을 줬을까?

마법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상점이용권은 악용을 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특별한 권능이었다.

그걸 고작 가족들과 편하게 지내는데 쓰는 내가 특이한 거다.

그렇다면 굳이 란나라는 여인을 콕 짚어서 그녀와 아이를 낳으라고 한 것의 의도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란나씨가 낳을 아이한테 내가 가진 능력을 물려주려는 거겠지.’

그 아이는 이쪽 세계 출신이니 가족을 위해서 능력을 쓰는 것에만 사용하려 하지 않을 거다.

좀 더 다양하게 자신을 위해 쓸 거다.

그 과정에서 살짝 모럴이 부족하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접근해오는 여자들을 책임감 없이 건드리고 다니면서 씨를 퍼트릴 테니 말이다.

‘정력은 상점을 통해서 올릴 수 있으니 쾌락에 빠지기 쉽지.’

사실 나와 상관없는 일이긴 하다.

그 아이가 아무리 날뛴들 아버지인 나한테 하극상을 할 리가 없지 않을 것이고, 한참 활동할 땐 내가 은퇴한 상태일 테니 신경 쓸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능력이 악용 된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섬뜩했다.

‘더군다나 내가 낳은 아이가 그런 짓을 하고 다닐 거란 말이지.’

기본적으로 외형이 뛰어난 태양이와 현오는 벌써부터 여자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아마 태혁이도 상황은 비슷할 거다.

그렇다면 란나씨가 낳을 아이도 상황은 똑같을 거다.

‘이세계는 진짜 어떻게 되려고 하는 거냐.’

문득 내가 멸망하려는 세상에 왔음을 자각하게 되어 심경이 복잡해졌다.

내 아이들이 이 세상에 해악이 되지만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교육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다행히도 내 주변에는 아이들 교육에 조언을 구할 사람이 있었다.

“요즘 태양이는 좀 어때요?”

“태양이? 태양이는 의젓한 오빠형아 되려고 열심히 노력 중이지?”

지현이와 현오 때는 아직 태양이도 어릴 때라서 책임감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 제법 머리가 굵어졌는지 쌍둥이와의 관계는 부쩍 신경을 쓴단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태양이는 뭐든지 스스로 하려고 한다고 한다.

“제가 기억하기로 태양이가 어릴 때 제법 고집이 쎘던 걸로 아는데, 어떻게 고치셨어요?”

순한 아이이긴 했어도 은근히 고집이 세서 한 번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꺾는 게 쉽지 않았다.

첫 아이다 보니 내가 태양이를 오냐오냐한 점도 고집이 심해지는 이유가 됐고 말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야. 아이는 뭐가 안 되는 행동인지 되는 행동인지 전혀 몰라. 그래서 부모가 확실하게 안 되는 부분이 뭔지 알려줘야 해. 아이를 혼내는 게 마음 아파서 오냐오냐하는 건 오히려 아이를 망치는 일이야. 어중간하게 혼내고 끝내버리면 아이들도 혼란스러워하거든.”

“앞으로 저도 아이 교육에 대해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저 주아 누나한테 엄청 혼났던 거 기억 하시죠?”

“네가 태양이를 너무 오냐오냐하니까. 애가 바람에 날아갈까봐 전전긍긍하는 게 보여서 얼마나 웃겼는데.”

“솔직히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긴 해요.”

“후후, 그 모습이 보기 좋아. 태양이도 아빠를 좋아하잖아.”

“제가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아이 버릇 고치는데 도움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래서 가르쳐주셨으면 좋겠어요.”

“직접 혼내기라도 하려고? 지금만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아빠가 육아에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세상이다.

그뿐인가?

아빠는 아이를 만났을 때 놀아주기만 해도 여자들이 만족하고 흐뭇해한다.

“제가 아이들한테 관심 많은 거 아시잖아요. 쌍둥이까지 태어나니까 아이들 교육이 제일 걱정 되더라고요. 이 예쁜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울 수 있을지를 생각하다보니 제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았어요.”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혼자서 부담하려고 하니? 지금으로도 충분해.”

태양이, 지현이, 현오, 은아, 태혁이는 걱정이 없다.

문제는 란나씨의 아이가 태어났을 때다.

아이의 육아를 란나씨한테 맡겨야 하는데, 정작 란나씨는 육아 경험이 없는 초보이지 않은가?

정화씨한테 란나씨 아이를 맡길 게 아니라면 내가 직접 교육방법을 배워서 란나씨한테 조언해주고 나도 육아의 한 부분을 감당하는 게 맞았다.

“앞으로 아이들이 더 많이 태어날 거잖아요. 미리 알아두면 나중에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을 테니 배워두고 싶어요.”

아빠의 역할을 피하지 않고 해내고 싶다고 하니 정화씨도 더 이상 반대하지 못했다.

“기특하네. 어쩜 이렇게 안 예쁜 구석이 없지? 우리 해솔이는?”

정화씨가 기특하다며 내 엉덩이를 두들긴다.

나는 엉덩이를 토닥이는 손길에 앞부분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끼고 그녀의 손목을 잡아챘다.

“아직 산후조리 끝나려면 일주일 더 남았잖아요. 책임 못 질 거면서 제 몸에 손대지 말아주세요!”

“아앗!”

순식간에 커진 그것(?)을 확인한 정화씨가 서둘러 손을 뗐다.

어느덧 미래에 대한 걱정은 사라지고 머릿속에 온갖 마구니가 가득 찼다.

끝까지 갈 순 없어도 몸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아는 내 몸이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일단 소파 위에 앉아 있던 정화씨의 몸을 눕히고 그 위를 차지했다.

“안 돼, 해솔아! 여기 거실이야!”

누가 갑자기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장소.

하지만 그렇기에 더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는 걸 미처 생각 못했나보다.

“끝까지 안 할 거에요. 그냥 기분만 내요. 기분만.”

오랜만에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끝내기엔 아쉬웠다.

그리웠던 정화씨를 맛(?)볼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감에 침이 꼴깍 삼켜진다.

나는 두려운지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있는 그녀의 입술 위로 내 입술을 겹쳤다.

빨리 끝내드릴 테니 얌전히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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