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08화 (508/849)

“선배님들한테 너무 민폐 끼치는 것 같아. 우릴 싫어하면 어떡해?”

막내가 울음을 터트린 이유는 직원에게 들은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배님이 우리를 위해 도움을 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앨범 제작까지 도움을 줄 거라곤 상상도 못해봤다.

“우리 엄청 예뻐해주시잖아. 설마 그럴까.”

“근데 이건 누가 봐도 도와주겠다는 사람 보따리도 내놓으라는 느낌인 걸?”

“…….”

“…….”

막내의 정확한 지적에 멤버들 입이 꾹 다물어졌다.

“어떻게 하지? 이 내용을 이미 들으셨다고 하던데….”

“연락을 해볼까?”

“헉! 우리가?”

“일단 연락 드려서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아. 이런 내용 듣고 어떤 생각부터 들었겠어? 당황스럽고 부담 되셨겠지! 근데 우릴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신 거야. 우리가 불쌍하니까!”

멤버들의 고개가 푹 숙여진다.

“야! 앞으로 고개 숙이는 거 금지야. 우리가 제대로 못하니까 선배님들이 이런 일을 당하신 거잖아!”

“헉!”

“우리가 잘 해야 돼. 이건 안 될 것 같다고 말하자. 우리가 스스로 해보겠다고 해야겠어.”

“…그래도 기왕 이렇게 된 거 딱 한 번만 도움 받으면 안 되는 거야?”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긴 했지만 표정이 좋지는 못했다.

이 계획대로 된다면 다음 앨범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다.

선배님들이 어떤 분들인가?

데뷔초부터 엄청난 성공가도를 걸어 온 연예인 중의 연예인이다.

그런 선배님들이 앨범 제작에 도움을 주신다?

그 부분을 홍보하기만 해도 중박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적어도 에어플레인 팬들이 그들의 앨범을 구매해주고 홍보해주려 할 테니 말이다.

“야! 그런 말은 두 번 다시 하지 마. 선배님들이 우리한테 얼마나 잘 해주셨는데!”

“그래, 우리가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답게 굴어야지.”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 멤버라고 해서 아쉽지 않은 건 아니었다.

누가봐도 이건 될 게 분명한 계획이었으니 말이다.

“전화 한다.”

대표로 리더인 블루가 핸드폰을 꺼냈다.

“으아아!! 긴장 돼!”

어느덧 친해져서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를 거는 건 긴장 되는 일이었다.

일단 리멤버 애들이 에어플레인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어서 그랬다.

♪♬♩♪♩♬~

그때.

“으아악!”

타이밍을 맞추기라도 한 것 마냥 핸드폰이 울렸다.

깜짝 놀란 블루가 핸드폰을 떨어트릴 뻔 했는데, 다행히 옆에 있던 영웅이 재빠르게 핸드폰을 잡아챘다.

“나이스! 영웅!”

“역시 우리 히어로!”

“어어어? 형형형형! 선배님이야. 선배님!! 빨리 받아봐.”

멤버들의 환호를 깔끔하게 무시한 영웅이가 블루에게 서둘러 핸드폰을 넘겼다.

“우악! 여, 여보세요! 서, 선배님!!”

-어~ 안녕. 연습하고 있었어?

“아뇨! 애들이랑 얘기를 좀 하고 있었어요.”

-그래?

“그리고 저희가 마침 선배님한테 전화를 드리려고 했었거든요.”

-응응. 천천히 말해봐. 목소리에 힘이 빡 들어가 있네. 왜 이렇게 긴장했어?

긴장을 안 할 수가 있겠는가?

선배님한테 민폐를 끼쳤다는 걸 방금 알았는데!

“그으게…저희가 사실 방금 얘기를 들었거든요.”

-아~ 마침 잘 됐다. 나도 그 얘기 하려고 전화한 거거든.

“헉! 그, 그러셨어요?”

-지금 내가 회사로 갈까? 지금 회사야?

“어…아뇨. 지금 숙소에요.”

-너희 숙소가 회사 근처지? 그럼 애들이랑 밖에 나올래? 저녁 먹으면서 얘기 좀 하자.

“저녁이요?”

블루의 되묻는 말에 리멤버 애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맛있는 걸로 사줄 테니까 애들 데리고 나와 있어. 나도 바로 갈게. 한 30분 걸릴 거다.

전화가 금방 끊어졌다.

선배님에게 사과드려야 하는 상황인데, 도리어 밥을 얻어먹게 되자 블루는 울상이 되었다.

♧ ♧ ♧

“많이 먹어.”

“잘 먹겠습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맛있게 잘 먹을게요.”

단골 식당이어서 그런지 예약을 해두고 메뉴를 시키자 빠르게 메뉴가 나왔다.

룸이어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고 가게 직원들도 매너를 지켜주는데다 음식 맛까지 좋아서 자주 들리는 가게였다.

“우와아~!”

“고기가 입에서 녹아요!”

“짱이다.”

“이게 고기라고?”

생전 처음 먹어보는 고기일 리도 없는데 애들이 너무 좋아한다.

그렇게 일단 애들을 배불리 먹이고 슬슬 대화의 물꼬를 틀었다.

“얘기 들었다고 하니까 하는 말인데, 회사에서 낸 기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하~ 선배님.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응? 갑자기 사과는 왜?”

이해할 수 없는 대화 전개에 어리둥절해 물으니 애들이 고기를 잘 먹어놓고 체하기라도 한 것마냥 표정이 구겨져 있었다.

아니, 시무룩해져 있다고 표현하는 게 더 맞으려나?

“당연히 해야죠. 계획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형은 좋은 마음으로 저희를 도와주겠다고 한 건데…. 이건 저희 쪽에서 회사에 말씀드릴게요.”

“안 하고 싶다는 뜻이야?”

“못하죠. 어떻게 이걸 받아들이겠어요. 염치 없이.”

염치가 없어서 할 수 없다는 말은 우리에게 부담이 되는 계획이라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뜻이 된다.

“네 말은 이 계획 자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거절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걱정 돼서 거절하겠다는 거네?”

“네. 이건 살려준 은인한테 자기 보따리도 구해달라고 뻔뻔하게 말하는 거나 다름없는 거에요. 형이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그런 짓을 할 순 없어요.”

“아이고~ 이 순딩한 것들아 해달라고 매달려도 부족할 판에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혀엉….”

“내가 노력하랬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겠다고?”

“하지만….”

어휴, 이 순진하고 순딩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우리에게도 이득이 되는 일임을 말한들 쟤들이 알아들을지 모르겠다.

“참고로 우리는 이거 받아들이기로 했어.”

“!!!”

“정말요?!”

“아니, 이걸 왜요?”

“저희가 뭐라고….”

애들이 급 감동을 받아서 눈물을 그렁인다.

좋은 고기 먹고 왜 운단 말인가?

“애들아 울지는 말고. 좋은 고기 먹고 울기는 왜 울어. 이걸 우리끼리 상의해본 결과 해보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어. 그런데 너희가 거절하겠다고 하니까 좀 허탈하네.”

“아니, 이걸 왜 하겠다고 하셨대요? 누가 봐도 형들한테 엄청 부담 되는 계획이잖아요.”

“너희가 실력이 부족하면 우리도 안 하겠다고 했을 거야. 그런데 너희는 뜨지 못할 이유가 없을 만큼 실력이 좋아. 거기다가 컨셉이며 이미지도 확실하거든. 우리는 이 계획을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봤어.”

내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는지 몇 명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리더인 블루는 바로 알아 들었다.

우리가 리멤버 애들의 실력을 인정했다는 말임을 말이다.

“형…!!”

“그러니까 마음이 불편해도 한 번 해보는 쪽으로 생각해보는 게 어때? 너희가 싫으면 우리도 굳이 이거 하겠다고 할 생각은 없어. 그런데 나는 이 계획을 버리기엔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들거든.”

얘네들이 이 계획을 정말 마음에 안 들어서 거절한 게 아닌 건 확실했다.

지금도 내가 이렇게 말을 하니 귀를 쫑긋거리면서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하는 걸 보면 말이다.

막내인 아이스가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슬그머니 블루에게 말했다.

“혀엉~ 우리 그냥 이거 하면 안 돼?”

“막내, 조용히 해.”

“왜? 막내는 리멤버 아닌가?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내가 기회를 주니 막내가 용기내서 말을 꺼냈다.

“저는 이거 하고 싶어요. 형들은 민폐 끼치면 안 되니까 거절해야 한다는데 나는 하고 싶단 말이에요. 형들이랑 이거 하면 우리 잘 될 수 있을 거잖아요.”

“그래그래. 막내는 하고 싶었구나.”

“네에. 도와주시겠다고 했으니까 이거 해주시면 안 돼요? 열심히 할 수 있어요.”

막내니까 할 수 있는 솔직한 고백이었다.

“다른 멤버들도 막내랑 비슷한 생각인 거야?”

“…….”

“…….”

서로 눈알을 굴리며 눈치를 보고 있다.

“너희들 계속 이런 태도 보일 거야? 이러는 거 별로 안 좋은데.”

내 말을 들으니 그제야 애들이 정신이 번쩍 들었나보다.

“한 명씩 솔직하게 의견 좀 듣자. 일단 리더 블루.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저는….”

“아! 말하기 전에 말해두는데 우리한테 부담을 줘서 싫다는 핑계는 안 받을 거야. 똑바로 얘기해. 여기서 반대하는 사람 한 명이라도 나오면 우린 이거 안 할 거야. 나중에 생각을 바꿔도 소용없어. 그러니까 후회하지 않게 확실하게 결정해서 말해.”

“!!”

지금은 냉정하게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아서 딱딱한 목소리로 말하자 다들 겁에 질린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니 어느 정도는 봐줘야 한다지만, 이런 일까지 본인 생각을 확실하게 말하지 못하는 건 문제 있는 거였다.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는 본인 스스로 결정할 만큼의 멘탈은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저는….”

블루가 선뜻 말을 하질 못한다.

“다른 애들 의견 묻는 거 아니야. 오로지 네 생각을 말해.”

사실 이건 답정너나 다름없는 일이긴 하다.

한 번 결정하면 바꾸지 않을 거고, 한 명이라도 반대의 의견이 나오면 하지 않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리멤버 아이들 간에 의미 모를 시선들이 분주하게 오간다.

그리고 마침내 블루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하고 싶습니다!”

“블루는 찬성이고 그럼 다음 영웅이는?”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한 명 한 명에게 차례대로 모두 물었다.

막내 아이스까지 다시 한 번 하고 싶다는 말을 확인했다.

“뭐야, 다들 이렇게 하고 싶어 했으면서. 다 찬성이네.”

속 시원하게 마음을 털어놓은 게 부끄러웠는지 애들 얼굴이 빨갰다.

“그래, 너희들이 이렇게 의욕을 보이니까 나도 기분이 좋네. 멤버들도 좋아할 거야. 너희가 하고 싶어 할지 애들이 좀 걱정했었거든.”

“형, 정말 괜찮으신 거에요? 저희 때문에 곤란해지실까봐 너무 걱정 돼요.”

“너희가 우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오히려 본인들 걱정이나 하라고. 나중에 너무 힘들다고 투정부리면 안 된다.”

“투정 부리다뇨! 그럴 일 없어요! 절대!”

리멤버 애들과 우리 멤버들의 의견이 모두 하는 걸로 모여졌기에 이 결과를 다음날 리멤버 전담팀에게 전달했다.

열심히 계획을 짠 직원들이 환호하며 어설프게 짜놓은 계획을 조금씩 구체화 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 전담팀에게도 상황이 전달이 되면서 이번 계획을 돕는 인원이 추가 되었다.

서로 다른 팀에서 일을 하는지라 안 맞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회사에서 유능하기로 소문이 난 팀이 우리 팀이다 보니 리멤버 전담팀은 조금이라도 더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저자세를 취한 것이다.

우리 팀이 합류하게 되면서 다소 허술했던 계획이 여러 번 뒤집혔다 재조립 됐다.

나는 전담팀에게 상황을 전달 받으며 꾸준히 신경을 썼다.

리멤버 전담팀에 트롤이 한 명 있다는 걸 알아서 신경 끄고 있다가 계획이 이상하게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대충 끼워팔기로 끝날 줄 알았던 게 점점 덩치를 키우고 제법 큰 프로젝트가 되자 공을 세우려는지 트롤러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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