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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15화 (515/849)

체육 대회.

가볍게 팀 결정 닭싸움이 시작 됐다.

남은규는 제법 현란하게 MC를 보고 있었고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블루는 허겁지겁 남은규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저렇게라도 몇 마디 하는 게 어디인가?

그나마 말을 가장 조리있게 할 줄 아는 리더 블루이기에 가능한 거였다.

예능에 직접 출연하면 스스로가 말을 하기 위해 열심히 눈치를 보고 상황을 살펴야 했다.

잠깐 정신을 놓는 순간 말을 꺼낼 타이밍을 놓치고 화제가 휙휙 바뀌면서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어지는 상황이 오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여긴 그렇게까지 살벌한 곳은 아니니까. 이 정도에서도 활약을 못하면 가망 없다고 봐야지.’

블루도 그걸 알고 있었는지 나름 열심히 MC를 보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우리 눈에는 훤하게 보였기에 속으로라도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 닭싸움에서 손을 사용하면 안 되는 거 아시죠? 두 다리가 땅바닥에 닿기 전까지는 죽지 않는 겁니다. 온 몸을 이용해서 모두를 탈락시켜 1등 하십시오!”

1등과 2등은 팀장이 될 수 있고, 1등은 팀원을 먼저 고를 수 있는 특권이 있으며 팀원을 5명을 가질 수 있었다.

2등이 그 다음으로 팀원을 4명을 뽑게 되고 뽑히지 못한 사람들 4명은 알아서 팀장을 정하게 된다.

“3등한테 너무한 거 아님? 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어쩔 수 없습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한 거니까요!”

블루가 룰을 설명해주고, 남은규가 찰떡같이 끼어들어서 일침을 날렸다.

“떨거지들은 떨거지들끼리 게임해!”

“그럼 이미 3팀 팀장은 결정 된 거 아니야?”

“푸훗!”

“아이, 형!!”

“난 아무 말도 안 했거든? 너라고 한 적 없다고 푸하핫! 괜히 자기 혼자 찔려서 발끈하네?”

체육 잼병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 강준이 발끈해오자 우리 멤버들은 웃겨서 폭소를 터트렸다.

그렇게 3팀 팀장의 유력 후보는 강준으로 좁혀진 가운데 닭싸움이 시작 되었다.

보여줄 건 많은데 할 것들은 많았으므로 여러 번 게임을 할 필요가 없어서 단판으로 결판을 낼 예정이었다.

MC를 보던 블루와 남은규도 어느새 닭싸움 안에 들어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피디님!”

남은규의 말에 맞춰 제작진 쪽에서 삐익-! 하고 호루라기를 불어주었다.

“이야아!!”

“준이부터 죽이자!”

“아악! 나한테 왜 그러는데!”

“넌 3팀 팀장이야!”

아니나 다를까, 애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강준을 건드리니 너무나도 쉽게 강준이 쓰러졌다.

“이예~!”

최약체를 쓰러트리고 좋아하는 멤버들 뒤로 은밀하게 다가오는 인영이 있다.

그건 바로 나.

“으헉!”

휘청~!

일단 가장 체격이 좋은 경태 형부터 쓰러트리고자 했기에 조심스럽게 뒤로 접근해 형의 뒤를 노려서 공격을 했다.

균형을 잃은 경태 형이 속수무책으로 넘어진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닭들이 우르르 흩어진다.

“해솔이 형이다!”

“저 형 괴물이야! 합동 공격 해야 돼!”

“해, 해솔 선배님을요?”

“저 형 진짜 장난 아니야. 못 하는 게 없는 사람이라고. 닭싸움도 분명 잘 할 거야. 방금 경태 형 쓰러트리는 몸놀림 봤지?”

“순진한 애들 자꾸 나쁜 물 들일래?”

“이게 어떻게 나쁜 물이야! 살아남기 위한 지혜지.”

닭싸움에 참여 하고 있는 애들 전부가 나를 노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경쟁자라는 것을 모르는 애는 없어 보인다.

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서로에 대한 견재는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나는 얘들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내가 봐줄 생각이 없으면?

이 게임은 내가 이겼다고 보면 된다.

나는 손을 들어올려 애들을 향해 까딱까딱 움직였다.

“드루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도발을 하니, 애들이 살짝 진심으로 열 받았는지 진지하게 나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닭싸움인지라 콩콩 뛰는 꼴이 제법 웃겼지만 말이다.

“학익진 펼쳐! 학익진!”

나름 본 것 있는지 애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누군가의 기발한 책략이었지만, 나한테 저 전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저건 내가 활약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 거나 다름없었다.

가운데에 있는 애를 노리면 순식간에 포위 될 수 있으므로, 빠르게 달려다가 가장자리를 무너트리기로 했다.

날개를 잃는다면 저들은 추락할 것이다.

“으아악!”

“이 형, 왜 안 밀려 악!”

내가 공격을 시작하니 애들이 곡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탈락해버린 초원, 엠비 그리고 그 옆에 있다가 쓰러지는 애들이랑 얽혀 쓰러진 남은규까지.

1타 3피를 성공시킨 나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굳건하게 버티며 방심하는 적의 균형을 무너트렸다.

“아악!”

“어욱!”

“이건 아니야! 이걸 어떻게 쓰러트려!”

“어허, 형한테 이거라니. 우연아~?”

틈을 봐서 한 방 한 방 묵직하게 공격을 시도하니, 버티는 이가 없었다.

그나마 좀 버틴다 싶은 건 다니엘이었고, 얍삽하게 틈을 노리면서 공격해 오는 건 블루였다.

“우리 애들 왜 이렇게 힘이 없어? 힘 좀 써봐. 후배들만 열심히 하는데?”

“에이~ 선수끼리 왜 이래.”

“이제 보니까 애들 힘 빼라고 일부러 가만히 있었구나?”

“애초에 닭싸움은 팀 게임이 아니라 개인전이잖아.”

“!!!”

“푸하하!”

리멤버 애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선배들의 배신에 경악한다.

배신감에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던 애들을 선배들이 또 다시 배신한다.

“으악!”

아이스의 옆에 서 있던 우연이가 재빨리 공격을 시도했고, 완전히 방심해 있던 아이스가 그렇게 탈락했다.

“인생은 원래 각자도생이거든!”

“우와~ 이걸 배신한다고?”

아이스가 저도 모르게 한 말에 리멤버 애들이 움찔한다.

확실히 아이스는 아직 나이가 너무 어려서 그런지 말이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나오긴 한다.

아이스의 말은 모두의 외면 속에 묻혀버리고….

닭싸움은 계속 이어졌다.

한 번의 복수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앗아갔기에 한결 편안한 전투를 할 수 있었다.

퍽!

“으악!”

한 명 한 명씩 노리면서 탈락시키는 건 너무 손쉬운 일이었다.

“튀어튀어!”

“악! 해솔이 형! 살려주세요!”

점점 탈락자들이 많아지기 시작하자 남은 인원이 위기감을 느꼈던 것 같다.

“우리들끼리는 일단 휴전해요. 이대로 가면 저 형이 1등 할 거라고요! 우리들이 힘을 다 합쳐서 저 형부터 쓰러트려야 해요!”

“아까도 그 말 했잖아! 제일 먼저 배신한 게 너야.”

“저 형 무쌍 찍는 거 안 보여요? 이대로면 저 형이 1등이라니까?”

“1등 하라고 해. 나는 2등 노릴 거니까.”

우연이의 배신으로 애들끼리 믿음은 산산조각 난 상태였다.

그렇게 나는 성역(?)이 되었고, 일명 좆밥싸움이 시작 되었다.

나는 거기서 느긋하게 보고 있다가 방심한 애들을 탈락시켰다.

“우왁! 형 너무해! 왜 나를!”

“각자 도생이라며.”

그렇게 우연이를 탈락시키고 나니 어느덧 인원이 훌쩍 줄어들었다.

남은 건 3명.

그 두 명은 아까부터 얍삽하게 행동하던 블루와 조용하게 강한 제키였다.

나까지 포함해서 3명.

이제 1등을 가려낼 시간이 왔다.

“우아아악!”

나는 당연히 둘이서 2등 싸움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제키와 블루가 말을 맞춰놓기라도 했는지 동시에 나를 노려왔다.

깜짝 놀라서 순간 균형을 잃을 뻔했는데, 내 괴물 같은 반사 신경이 실력 발휘를 했다.

“저걸 산다고?!”

블루가 화들짝 놀라 다시 한 번 이를 악물고 공격해왔다.

제키도 꽤 만만치 않은 실력자였다.

두 사람의 맹공에 일단 뒤로 살짝 후퇴를 했다.

“와 봐.”

단숨에 탈락시켜주지.

내 도발에 양각을 잡은 제키와 블루가 다시 한 번 동시에 나를 놀려온다.

닭싸움의 절정에 미리 탈락을 한 멤버들이 화려한 입담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 진해솔 선수, 위기에요! 위기! 두 사람이 다시 한 번 합공을 합니다!”

“과연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강 해설의원?”

“저는 2:1이지만, 진해솔 선수가 이길 것 같습니다. 저 친구 정말 대단한 친구거든요. 지금도 얼핏얼핏 보이고 있는데 저 친구 배에 빨래판을 키우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체력이 어찌나 좋은지 연습이 끝나도 항상 쌩쌩했었죠.”

“맞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진해솔 선수의 승리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이는군요.”

“어어어? 진해솔 선수! 잠깐 후퇴하더니 추진력에 불과했다는 듯 공격을 시작합니다! 블루 선수 순식간에 위기에 몰리는데요!! 제키 선수가 옆에서 블루 선수를 구하기 위해 진해솔 선수를 공격합니다! 아! 진해솔 선수, 멋지게 피해냈습니다! 뒤에 눈이라도 달린 건가요!! 미스테리 합니다!!”

“아아!! 블루 형!! 힘내!!”

“블루 선수의 열성팬이시군요. 응원의 노래 가능하십니까?”

“플레이! 플레이! 이겨라! 플레이! 플레이! 이겨라!”

“아~ 응원가 좋구요. 블루 선수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제키 선수와 진해솔 선수가 붙었습니다!”

시끄럽기만 한 해설이 계속 이어지며 내 신경을 흐트러트린다.

그럼에도 내 사기적인 몸뚱이는 제키를 순식간에 멀리 나가 떨어지게 만들었다.

제키는 1:1로는 나를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순순히 균형을 잃고 쓰러졌고, 마침내 블루와 내가 닭싸움장에 남았다.

블루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는 게 보였다.

“우리 블루, 형이랑 어디 좀 같이 갈까?”

“살려주세요.”

그리고 블루는 장렬하게 두 다리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아! 블루 선수! 패기 없이 백기를 들어 올립니다! 그래도 2등이라는 성과는 챙겼거든요. 아주 영리한 플레이였습니다.”

“1등, 진해솔! 2등, 블루!”

와아아아~!

배신과 무쌍이 난무한 닭싸움이 재밌는 그림을 보여주며 끝이났다.

“아~ 해솔이 형이 쓰러지질 않아.”

애들이 모두 각자의 후유증을 호소했기에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감독님은 고작 닭싸움으로 좋은 그림을 건져서 기분이 좋아 보이셨다.

“애들도 제법 잘 하는데?”

“일단 쓸데없이 비장해서 웃겼어.”

“아까 일부러 블루를 탈락 안 시키고 나 공격한 거지?”

“응. 내가 1등 했으니까 2등은 애들 줘야지.”

우리가 메인으로 걸려 있지만, 엄연히 이 프로그램은 리멤버 애들을 홍보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니 리멤버 애들이 활약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줄 필요가 있었다.

“형 멤버는 누구 선택할 거야?”

“될 수 있으면 리멤버 애들 쪽으로 짜려고.”

1등을 했으니 나까지 합해서 팀원은 5명이 될 거다.

일단 블루는 2팀 팀장이니 못 뽑고, 준이도 3팀 팀장이니 뽑지 않을 거다.

“너는 3팀에 가서 준이를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 3팀이 너무 쳐지면 재미없잖아.”

“알았어.”

이 정도 주작은 해야 앞으로 있을 게임이 재밌어지는 법.

일방적인 그림은 우리가 바라는 게 아니었다.

휴식이 끝나고 다시 촬영이 시작 됐다.

내가 워낙 사기캐다 보니 케어하기 힘든 애들을 데려가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저는 아이스, 영웅이 그리고 우연이랑 엠비 선택하겠습니다.”

“우왓! 형! 감사합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

"와! 해솔 선배님 팀이다."

우연이를 고른 건 아이스를 챙겨줬으면 해서였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철없는 막내 동생 포지션이지만, 애들 앞에서는 제법 의젓한 형 노릇을 하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내 팀이 된 애들 반응이 굉장히 좋았기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나왔다.

앞으로의 촬영도 지금처럼 잘 진행 될 거란 알 수 없는 믿음이 생기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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