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16화 (516/849)

최종적으로 정해진 팀은 이렇다.

1팀 : [리더 - 진해솔] 우연, 아이스, 엠비, 영웅

2팀 : [리더 - 블루] 초원, 경태, 남은규

3팀 : [리더 - 강준] 키유, 다니엘, 제키

예고 된 대로 강준이 3팀 팀장이 되고, 제키가 밸런스의 구원투수로 3팀에 들어가면서 적절한 밸런스가 완성 되었다.

닭싸움에서 경태 형이 빠르게 탈락하긴 했지만, 그건 내가 일부러 노려서 그런 거였다.

남은규는 의외로 블루와 찰떡이 잘 맞는 편이었다.

둘이 대화 하는 걸 보면 은근히 웃긴 장면이 많이 나올 거다.

다시 촬영에 들어가기 앞서, 팀별로 옷을 또 갈아입었다.

1팀이 노랑색 2팀이 분홍색 3팀이 파란색 트레이닝 복이었다.

나는 결국 계속 입고 있던 노란색 트레이닝복을 계속 입어야 했다.

‘파란색, 갖고 싶었는데….’

다들 3팀이 페널티로 파란색을 입어야 한다고 했다.

파란색 대우가 너무해서 참 우울하더라.

아무튼 그렇게 다시 시작 된 촬영.

줄다리기는 나도 참여할 수 있었기에 가뿐하게 1승을 거머쥐었고, 이어달리기와 2인 3각으로 3팀이 2승을 거머쥐었다.

의외로 2팀이 0승을 기록하며 위기감이 고조 된 가운데 높이뛰기가 시작 됐다.

너무 쉬운 운동만 시키는 건 보는 재미를 떨어트리기에 나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것을 배우는 시간을 줬었고, 그게 바로 높이뛰기였다.

그리고 여기서 나는 운동선수 저리가라 할 정도의 기록을 세우는데 성공한 상태였다.

‘여기서 이 정도 화제는 있어야 이목을 끌 수 있지.’

웬만하면 일반인이 세우기 힘든 기록을 세우는 건 지양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홍보할 만한 그림이 안 나올 것 같아서 딱 장대높이뛰기 하나만 리미트를 풀 예정이었다.

물론 내가 노리는 기록은 세계기록 기준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고 높이뛰기 기록을 보면 2m 26인데 내가 목표로 한 것은 2m 근처였다.

일반인이 높이뛰기를 해서 2m를 기록한다?

화제가 안 될 수가 없을 것이다.

“이번 게임의 MC를 맡은 에어플레인 제키.”

“리멤버 아이스 입니다!”

그리고 이번 게임의 임시 MC는 제키와 아이스가 맡았다.

참고로 얘네들은 연습할 때도 너무 못해서 MC로 빠진 거였다.

“이번 높이뛰기 기록을 기대할 만한 선수가 있다면 어떤 선수가 있을까요?”

“아…기대할 만한 선수라면 몸놀림이 가벼운 다니엘 선수와 부동의 기대주 1위 진해솔 선수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 진해솔 선수가 이번 체육 대회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계시죠. 다니엘 선수도 성적이 나쁘지 않습니다. 2인3각에서 빼빼마른 파트너를 번쩍 들고 1등을 거머쥐셨습니다.”

“다니엘이 우리 멤버들 중에 운동신경이 발군인 친구입니다!”

빼빼 마른 멤버인 키유가 발끈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모두가 무시했다.

“아~ 아이스씨, 지금 편파 중계를 하시겠다는 당당히 선언이신 겁니까?”

“그, 그게 아니라 다니엘이 정말 운동을 잘 하는 친구라는 걸 모르실까봐 알려드리려고….”

아이스가 우물쭈물 거리는 것이 귀여웠는지 제키가 킥킥 웃는다.

저러는 모습이 방영 되면 팬들이 꽤나 귀여워 할 것이다.

귀엽게 생긴 남자아이가 자기 멤버를 열심히 홍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른들 입장에서야 귀여워하는 게 정상이 아니겠나?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1팀, 2팀, 3팀에서 한 명씩 뛸 거고, 넘는데 실패하면 두 번의 기회 없이 탈락하게 됩니다. 기회는 오직 단 한 번! 최고 기록을 달성하는 2명만 남을 때까지 이렇게 진행하고요. 두 명의 선수가 남았을 때는 두 번의 기회를 드릴 겁니다. 예를들어 1차 기회 실패 후 2차에서 성공한다면 성공으로 치는 겁니다.”

경기 룰 설명이 끝나고, 경기 시작을 알리고자 아이스가 호루라기를 불었다.

삐이익-!

높이뛰기의 가장 첫 참가자는 1팀 리더인 나였다.

첫 시작은 1m.

얼핏 들으면 쉬워 보일 수 있는 높이지만, 이걸 실제로 본다면 고개가 절로 갸우뚱해질 것이다.

생각보다 높거든.

사람이 그리 높이 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도 나름 춤추는 애들이라 그런지 1M에서 탈락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하는 높이가 탈락자를 속출시켰다.

1M 20cm에서 처음으로 탈락자가 나왔다.

“아이구. 난 이게 최선이야.”

“잘 했어요. 형!”

리멤버의 리더인 블루가 가장 먼저 탈락을 하고 이후 같은 높이에서 초원이와 은규가 실패했다.

탈락자들은 아쉬움에 미련이 담긴 눈빛을 하다가 포기하고 탈락자 석에 섰다.

“연습할 땐 이거보다 더 잘 했는데 아쉽네. 너희들도 빨리 이리와. 여기 아직 자리 많아.”

“와~ 괜찮다고 해줬는데 악담이 날아오네.”

“어차피 탈락할 거잖아.”

“빨리 와~ 기다리고 있을게~”

탈락자들이 예비 탈락자들을 향해 눈짓을 보내는 사이.

다시 경기가 시작 됐다.

1M 30을 간신히 넘은 사람들도 1M 40에서 우르르 탈락하기 시작했다.

“어우, 아까워! 잘 뛰었는데.”

전혀 아깝지 않았으나 이상하게 아까워 하는 사람도 있었고,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면 안 되겠냐고 귀여운 진상짓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잘 뛰고 있는 사람이 있었기에 높이는 계속해서 꾸준히 올라갔다.

내가 탈락하지 않았고, 아이스가 유망주로 꼽았던 다니엘도 내 뒤를 바짝 쫓아오고 있었다.

이렇게 라이벌이 있었기에 촬영도 더 흥미진진해지는 거였다.

어느새 참가한 선수들이 모두 탈락하고 다니엘과 나만이 남게 되었다.

“다니엘, 힘내!”

“힘내라 다니엘!!!!”

“힘내여, 형!! 이겨여!”

“너는 왜 해솔이를 응원해? 팀이 다른데.”

우연이 남은규의 너스레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했다.

너무 태연하게 거짓말을 해서 넘어가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자신의 체육복 색깔을 확인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뭔 소리에요! 나 1팀이야!”

“아, 이걸 안 속네.”

우연이한테 사기 치려다가 실패한 남은규가 아쉬워한다.

눈 뜨고 코 베일 뻔한 우연이가 남은규의 등을 향해 냅다 달려드는 사이.

나는 높이뛰기 앞에 서서 심호흡을 했다.

이제부턴 1차에 실패해도 2차에서 성공하면 성공이 되는 거다.

이 룰을 적절히 이용해서 조금씩 힘들어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둬야 했다.

‘마음만 먹으면 신기록도 세울 수 있는 몸뚱이라서….’

카메라가 내가 뛰는 모습을 전부 찍고 있기 때문에 힘 조절은 필수였다.

“엄청난 기록입니다. 이제 높이는 무려 1M 70cm입니다.”

“일반인이 이 정도로 뛰면 엄청 잘 하는 거 아닌가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높이가 정말 장난 아니에요. 우리 아이스가 저기에 서면 키보다 더 큰 높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앗! 선배님….”

“우리 아이스씨는 앞으로 쑥쑥 클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도 충분히 또래에 비하면 큰 겁니다.”

“헤헷, 그렇겠죠?”

“우유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형아가 촬영 끝나면 우유 사줄게요.”

“감사합니다.”

제키 저 녀석…왜 저렇게 신난 거야.

답지 않게 개그도 심심치 않게 날려댄다.

“자,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지금 높이는 1M 70입니다. 진해솔 선수와 다니엘 선수 중 누가 1등을 하게 될지 굉장히 궁금하네요.”

“두 선수 모두 다치지 않고 좋은 경기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죠. 아주 좋은 말씀 해주셨습니다.”

아이스가 용기 있게 내뱉은 말을 끝으로 삐익! 하는 호루라기가 불어진다.

다시 한 번 높이 하늘을 향해 뛰어오를 시간이 온 것이다.

나는 가볍게 땅을 박차고 뛰었다.

몸이 유연하게 휘어지면서 봉 위를 가볍게 스치고 그 위를 몸이 뛰어넘었다.

빙글 몸이 돌아지며 푹신한 매트의 감촉이 몸을 감쌌다.

나는 성공했음을 직감하고 벌떡 일어나 기쁨을 표했다.

“와아!!”

“성공했어요! 저걸 성공합니다!!”

“대단해요!! 선배님 짱 멋있어요!!”

아이스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외치자 제키가 말했다.

“여기서 사랑 고백 하시면 안 됩니다. 아이스씨.”

“으아아아!! 싸인 해주세요! 선배님!!”

아이스가 참지 못하고 환호하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라고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흥분해서 나에게 달려드는 사람들을 덤덤한 척 맞이했다.

‘운동을 했어도 재밌을 것 같긴 하다.’

이보다 더 높이 뛸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성공했다는 짜릿함이 기분을 붕 뜨게 만든다.

나는 잠시간 기쁨을 동료들과 나누고 곧장 다니엘을 응원했다.

“꼭 성공해!”

“감사합니다, 선배님.”

몰랐는데 다니엘이 승부욕이 대단한 아이였다.

연습할 때 다니엘의 최고 기록은 1M 53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나와 함께 하면서 본인 기록을 계속해서 갱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해솔 선수 잠시 모셔볼까요?”

“네!!”

다니엘이 준비하는 사이에 제키가 나를 MC석에 불렀다.

“지금 1미터 70을 성공시키셨습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기쁩니다. 연습할 때도 재밌긴 했는데 이렇게 다니엘과 경쟁을 하면서 경기를 하니까 더 재밌네요.”

“다니엘 선수가 이대로 실패해도 진해솔 선수가 실패할 때까지 계속 경기를 진행할 텐데, 비공식 기록이 1.93M 라고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네. 최고 기록이 1.93M였습니다.”

“오늘도 그 기록, 세울 수 있을 것 같으십니까?”

“물론입니다. 오늘따라 몸이 가볍네요.”

“좋습니다. 개인 신기록을 세울 자신감을 보여준 진해솔 선수입니다. 아이스씨는 선수한테 궁금한 점 없으십니까?”

아이스가 나만 빤히 보고 있고, 말을 하지 않으니 제키가 기회를 줬다.

“아! 저도 선배님처럼 멋있어지고 싶어요.”

“네?”

“풋! 아무래도 우리 아이스군이 진해솔 선수한테 홀딱 빠진 모양입니다. 이 어린 친구가 본인한테 홀딱 반해버렸는데 어떻게 책임지실 건가요?”

“이런, 나한테 반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서요. 그래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이스가 반한 거니까 책임을 지겠습니다. 아이스군이 잘 자라고 저처럼 멋있게 클 수 있도록 잘 키워보죠.”

“아~ 진해솔 선수, 아이스군을 잘 키워보겠다고 합니다. 아주 좋군요.”

“감사합니다!”

아이스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내가 뭔가를 해준다니 감사하다고 인사를 냅다 한다.

웃음이 이곳저곳에서 빵빵 터진다.

다니엘은 끝까지 분투를 했으나 1.70M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실패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좀 더 같이 페이스를 맞춰 줄 사람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이후로는 나 혼자서의 싸움이 됐다.

1.90M까지 쭉쭉 높이를 올라가고 드디어 2M의 기록을 앞에 뒀다.

모든 참가자들이 팀을 뒤로하고 나를 응원해주고 있었다.

“일반인이 2M를 뛰는 건 평범한 일이 아니죠. 역시 저렇게 잘 하는 인간을 체육으로 이기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어요.”

“체육계가 통탄 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뜩이나 남성 체육계는 여성 체육계에 비해 시장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런 기록을 세웠으니 굉장한 일임이 분명하다.

“설마 2M를 성공시키진 않겠지…?”

“그럼 진짜 체육계에 형 뺏기는 거 아냐?”

우리 애들이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사이.

나는 다시 한 번 높이 날아오를 준비를 했다.

높이뛰기 2M를 도전하고자 함이었다.

다시 한 번 날자.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니 1차는 실패하고, 2차에 극적으로 성공시킬 예정이었다.

힘을 주며 땅을 박차고 뛴다.

높이뛰기를 내게 가르쳐주었던 선생님의 말을 다시 한 번 머릿속에 되새기면서.

몸이 붕~ 뜨면서 장대가 보였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내게는 마치 0.1초가 1초 같았다.

순식간에 몸이 뒤집어지고 허벅지를 확 위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마침내 등에 푹신한 매트리스의 감촉이 느껴졌다.

'이런.'

1차는 실패했어야 했는데...

나는 그렇게 2M의 기록을 가뿐하게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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