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21화 (521/849)

어쩌다 보니 알게 된 사실.

아이스는 수영을 잘 한다고 한다.

“다니엘은 헬스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근육도 있습니다! 엄청 무거운 것도 잘 듭니다. 힘이 좋거든요! 얘가 원래 꿈이 경찰이었어요. 그러다가 춤에 빠져서 아이돌이 된 거죠!”

다니엘은 몸이 굉장히 좋고, 춤에 빠져 있다.

나중에 안무를 만들 때 다니엘의 의견을 물어보면 좋을 듯 하다.

슥슥-

초반에는 애들이 발표를 하는 것이 마냥 웃기기만 했는데, 그 중에서 쓸모가 있는 부분은 분명 존재했다.

가볍게 메모를 하면서 계속해서 아이들의 발표를 들었다.

“엠비는 그림을 굉장히 잘 그립니다! 얘네 엄마가 디자이너시거든요. 어릴 적부터 그림을 자주 그렸고, 또 엄마한테 배우기까지 했었대요.”

그림을 잘 그린다.

팬사인회 때 그림실력을 어필하면 화제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 명 한 명씩 멤버들이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설명을 해준다.

여기서 체크해야 할 내용이 은근히 많았다.

우리가 얘네들과 친해졌다고 해도 시간이 그리 오래 되지 않은 탓에 몰랐던 것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전체적으로 애들이 되게 활동적이네.”

"다들 할 줄 아는게 많은 것 같아."

리멤버 애들 중에는 바이올린을 켤 수 있는 능력자도 있을 정도다.

“초원이랑 키유는 게임을 좋아하는구나.”

“으아! 죄송해요. 너무 쓸모없는 취미죠?”

"아니야, 이런 사소한 것들도 알아두면 좋아."

“저희 발표가 도움이 됐을까요?”

“당연히 되지. 잘 했어. 이렇게 너희들에 대해 알려주니까 한결 편하네.”

PPT 만드는 솜씨는 최악이었지만, 내용은 도움이 되는 것들이 분명 있었다.

괜한 일을 했나 걱정하고 있던 모양인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뭔가 하려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기특함으로 점수 100점을 기본으로 깔고 가야 했다.

“우리가 알고 지낸 시간이 짧아보니 너희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것들을 꽤 많잖아. 누가 이런 기특한 걸 계획한 거야?”

“휴우~ 다행이다.”

성공적인 PPT였다며 자기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한다.

우리들은 피식피식 웃으면서 리멤버 애들을 귀여워했다.

이 장면은 아마 꽤 명장면으로 편집 돼서 나가지 않을까 싶다.

"저희끼리 그냥 얘기를 하다가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해서 다 같이 만들어 본 거에요."

“다 같이? 더 좋네. 특히 수달은 압권이었어. 저 캐릭터는 이름이 뭐야?”

“어? 달이 말씀하시는 거에요? 단달이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에요 엄청 똑똑하고 용기 있는 멋진 아이거든요.”

캐릭터 이름을 물어봤을 뿐인데, 블루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블루는 ‘단달이’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 있는 듯 했다.

그러고 보니 블루에 대한 걸 소개할 때 만화 캐릭터를 좋아해서 방에 인형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었다.

“어...블루 네가 집어 넣었나보네.”

“예! 이 아이가 있으면 발표도 용기있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넣었어요. 단달이가 굉장히 용기 있는 아이거든요. 혹시 하늘다람쥐 아세요? 새처럼 날아다니는 다람쥐요! 그 다람쥐랑 단달이가 달리기 시합을 했는데...!”

가만히 내버려두면 여기서 달이 홍보를 할 것 같았기에 서둘러 블루의 말을 막았다.

“블루야. 형이 단달이 얘기는 나중에 들어 줄 테니까 지금 말고 나중에 해주면 안 될까?”

“헉! 죄송해요."

"아니야. 형이 나중에 단달이 인형이라도 하나 사줄게. 그리고 발표 정말 잘 들었고, 너희들이 노력을 한 모습이 보여서 예쁘고 기특하더라.”

"헤헤."

“우리도 아무것도 준비 안 해왔으면 어쩔 뻔 했냐. 뭐라도 준비해와서 정말 다행이라니까.”

"어? 준비요?"

우리 말을 들은 리멤버 애들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진다.

뭔가 준비했다는 말을 들으니 기대가 되는 모양이다.

“막 엄청 대단한 건 아니고, 해솔이가 작곡한 곡 하나랑 컨셉 아이디어 스케치야."

"컨셉 아이디어 스케치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의상이랑 무대를 어떤 식으로 꾸미면 좋을 것 같을지 생각한 아이디어를 모아놓은 거랄까? 자, 한 번씩 살펴봐.”

저기에는 내가 직접 그림을 그려놨기에 보고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긴 할 거다.

“우와!”

“이런 건 처음 봐요. 이거 그림 누가 그리신 거에요?”

“해솔이가 그렸어. 얘가 못 하는 거 빼곤 다 잘하거든."

"와...형 진짜 대단하다. 그림도 배우신 거에요? 이 정도면 이쪽으로 나가셨어도 되셨겠어요."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았어. 그냥 관심이 있어서 자주 그리는 거야. 너도 나중에 이렇게 만들어서 써먹어. 그림 취미라면서. 그림은 그릴 줄 알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더라고. 팬사인회 할 때 팬한테 그림 그려주면 정말 좋아해."

"제가 이 정도로 그릴 만큼 실력이 좋은 게 아니라서요."

“졸라맨으로만 안 그리면 돼. 보통 전담팀이랑 의견을 주고 받을 때 그림으로 그려서 확실하게 우리 의견을 전달하는 편이야. 그러니까 의사 소통만 되면 된다는 거지. 너도 계속 하다보면 감이 잡힐 거야.”

리멤버 애들은 선망에 가득 찬 눈빛으로 우리를 봤다.

아직 응애들이라서 전담팀과 의견을 주고 받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해 보일 수 있긴 하다.

“아무튼 너희 PPT 들으면서 아이디어를 더 추가시켰거든? 그건 맨 뒷장에 있고, 일단 한 번씩 읽어봐. 그럼 이 중에 이거 해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면 말해줘.”

“네엡!”

“근데 아까 말씀하셨던 곡은 어떻게….”

“그건 이따가 들려줄게. 아니면 들으면서 볼래?”

“해솔이가 너희들이랑 놀면서 영감 받은 걸 만든 곡인데, 내가 들어봤거든? 너희들이랑 잘 어울리는 곡이었어.”

“저희한테서 영감을요?! 대단하세요!”

“빨리 들어보고 싶긴 한데, 일단 이것부터 볼게요. 이걸 보고나서 듣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정답이다.

우리가 괜히 순서를 이렇게 정한 게 아니다.

어느 정도 머릿속에 컨셉 종류를 생각해두고 곡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컨셉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되지 않겠는가?

의견을 모아 작성한 컨셉 아이디어 스케치를 보며 애들이 눈을 반짝였다.

“와~ 우리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들이 다 들어 있어.”

“오오! 이것도 좋은데?”

“수영!! 수영 있어! 여름!!”

“이것도 해보고 싶고, 이것도 해보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애들이 저마다 관심 있는 것들에 이것저것 말을 보탰다.

“솔직히 말하면 이거 전부 다 하고 싶어.”

“맞아. 다 해보고 싶어. 근데 너무 욕심이지 않아?”

“이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건 아는데 다 좋아 보여서... 이걸 선택하자니 저게 마음에 걸리고 이걸 선택하자니 이것도 해보고 싶고….”

그래도 애들이 못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보단 듣기 좋은 말이었다.

“너희들이 다 좋다고 하니까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있네.”

“근데 이 중에 하나를 선택하긴 해야 돼. 이걸 한 번에 다 하는 건 불가능이야. 이거 하고 싶다~ 라는 마음으로는 부족해. 이거다! 하는 확신이 있어야 하거든.”

우리가 앨범을 낼 때는 그 정도 확신을 갖고 시작한다.

워낙 변수가 많은 바닥이다 보니 확신을 갖고 시작해도 판이 뒤집힐 수 있었다.

“일단 컨셉은 이런이런 게 있다는 걸 알아뒀으면 됐고, 이제 곡 들어보자. 이 곡을 듣고 너희들이 어울릴 만한 컨셉을 떠올려보면 돼.”

“네에.”

드디어 곡을 들어본다고 하니 애들이 긴장했다.

사실 나도 긴장한 상태였다.

얘네들이 내 곡을 마음에 안 들어하면 어떻게 할까 싶어서.

곡이 나온다.

“!!!!!!”

“!!!!!”

그리고 애들의 눈빛이 크게 떠졌다.

입을 쩍 벌린 채로 듣는 애도 있더라.

그러나 곡이 점점 진행 되면서 애들은 굳었던 몸을 풀고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애들의 반응을 면밀히 살피니 벌써 멜로디가 입에 익은 듯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벌써부터 리듬이 익어서 흥얼거리게 될 정도라면 성공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거였다.

‘음악성이 높다고 좋은 노래가 아니야. 얘네들한테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발랄한 노래가 어울려.’

그리고 곡을 다 들은 리멤버 애들 사이에서 밝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저희 결정했어요!”

“결정?”

“이 곡을 듣고 전부 다 같은 컨셉을 떠올렸거든요.”

“곡은 마음에 든 거야?”

“네! 완전요.”

“저희가 꼭 이 곡 부르고 싶어요.”

“부르게 해주세요!!”

작곡가 입장에서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참 좋다.

“이건 꼭 저희가 불러야 하는 노래에요!”

“맞습니다. 저희가 정말 잘 부를 수 있습니다!”

“진정해. 너희들 노래 맞으니까. 그렇게 말 안 해도 너희들 주려고 만든 곡이야.”

“감사합니다! 선배님!!”

“정말 곡이 제 마음에 쏙 들어요.”

“그래그래, 알겠으니까 너희들이 떠올렸다는 컨셉이 도대체 뭐야?”

“페스티벌이요. 그러니까 정확히 불꽃 축제요!”

나쁘지 않다.

아니, 이 노래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

축제를 즐기는 7명의 소년들이라….

“축제를 하게 되면 다 함께 나와서 춤을 추는 거에요. 불꽃이 펑펑 터지면서 물도 촤아악~ 뿌려지고 그야말로 대축제인 거죠!”

“신나게 노는 거에요!”

그렇게 타이틀 곡과 컨셉이 단숨에 결정 됐다.

“사실 곡이 좋아서 어떤 걸 해도 중박 이상은 할 거야.”

“너무 칭찬만 들으니까 슬슬 부끄러워지려고 하는데….”

“기분 좋아서 실실 웃고 있으면서 부끄럽기는 무슨. 너 얼굴색도 안 변했거든?”

리멤버 전담팀도 그렇고, 리멤버 애들도 그렇고 내가 만든 곡을 타이틀로 삼는 것에 이견을 내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보니 자신감을 안 가질 수가 없는 상황이긴 했다.

“굳이 다른 곡을 더 내서 정신 사납게 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

“딱 하나만 내자고?”

“타이틀곡이 잘 뽑혔잖아. 컨셉도 굉장히 잘 어울려.”

“맞아요, 굳이 수록곡을 같이 내서 시선을 분산시킬 필요는 없다고 봐요.”

“하나로 아예 올인을 하자는 거야? 난 두 개 정도는 내도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컨셉과 곡이 결정 되었어도 회의는 계속 이어졌다.

결정해야 할 것들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메인 컬러부터 시작해서 축제에 맞는 의상 컨셉까지 대충 정해둬야 했다.

구체적인 의상들은 전문가에게 맡기게 될 테지만, 이런 식으로 제작을 해달라는 보기는 필요했다.

그렇게 점점 회의가 길어지고 있었고, 그럴수록 리멤버 애들의 말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회의에 집중하다가 뒤늦게 리멤버 애들이 회의에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말했다.

“아이고, 애들 힘든가 보네.”

“아, 아닙니다!! 그…뭐랄까 저희가 끼어들기에는 너무 전문적인 얘기가 나와서요.”

아는 게 없어서, 의견을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다는 거다.

우리가 하는 말들이 그리 전문적인 얘기는 아니었으나 애들 입장에선 그게 아닐 수도 있긴 하다.

“평소에 우리들끼리 회의하던 게 있어서 배려가 부족했네. 미안.”

그래도 얘네들이 아예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었다.

무언가를 결정해야 할 때, 항상 리멤버 애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줬다.

뭐가 뭔지 모르면서도 우리가 묻는 말에는 착실하게 대답을 해서 완전히 도움이 안 된 건 아니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대충이지만 정할 건 다 정했어.”

“얘들아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배고프다.”

“맛있는 거요?”

“좋아요!”

길어진 회의에 시들시들해진 애들을 다시 파릇파릇하게 살리기 위해 필요한 건 맛있는 밥이었다.

밥 사준다고 하니 언제 시들었냐는 듯 쌩쌩해지는 아이들을 보며 얘네들이 어리긴 하구나 새삼 나이를 깨닫게 된다.

촬영 스태프들이 모두 돌아가고.

우리는 애들을 데리고 식사를 하러 식당에 왔다.

“어떤 것 같아? 촬영해보니까.”

“아직 잘 모르겠어요. 잘 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맞아,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형들 덕분에 뭔가가 되고 있긴 한 것 같아.”

애들 대답을 들으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판인지는 자세히 몰라도 어렴풋이 분위기를 읽고 있기는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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