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나는 많은 일들을 상점을 통해 해결해왔다.
코인이라는 돈으로는 구할 수 없는 화폐는 오직 섹스와 미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기에 평소에 될 수 있으면 쓰지 않고 아끼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아끼다가 똥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사용해야 할 때는 화끈하게 플렉스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플렉스 할 때.’
어떤 걸 구매해야 불후의 명곡이라 불릴 수 있는 곡을 만들 수 있을까?
몇 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불릴 수 있는 노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노래.
“이걸 살까?”
[재능 증폭제]
-28시간 동안 선택한 재능의 능력을 증폭시킨다.
내가 선택한 능력을 증폭시키는 것.
이걸 사용해서 갖고 있는 영감의 능력을 증폭시킨다면?
불후의 명곡?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방법은 저 아이템 하나만 있는 게 아니었기에 보류였다.
[####차원의 불후의 명곡 악보]
-####차원에서 130년동안 불후의 명곡으로 널리 불려진 명곡.
아예 이미 불후의 명곡이 된 곡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내 능력만 믿고 시도하는 것보다는 이미 명곡으로 불린 악보를 구매한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높아진다.
영감 능력을 증폭시켜서 작곡한 노래가 명곡일 순 있어도 불후의 명곡이 되는 건 다른 문제가 아니겠는가?
아예 다른 차원에서 불린 명곡이니 표절시비가 걸릴 일은 없었다.
미리 몇 초 정도 곡을 들어볼 수 있으므로 차원이 달라서 생길 수 있는 장르 차이를 최소화 할 수 있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한계돌파]
-성장이 멈추셨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한계에 도달한 재능을 뻥! 뚫어드립니다.
[재능 MAX]
-성장이 느려지셨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목표한 경지까지 단 번에 뻥! 뚫어드립니다.
이 두 가지 아이템은 현재 내 상황에 가장 적절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만큼 값이 비싸서 모아두었던 코인이 뭉텅이로 빠져나간다는 단점이 있었다.
‘지금 내 작곡 실력은 영감이 터질 경우에 대박 나는 곡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야. 아직 내가 올려 둔 재능을 전부 쓰고 있질 않았어.’
내가 코인으로 올려 둔 재능의 수치를 모두 쓰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어느 주순 이상으로 올라와서 성장도가 느려진데다가 제키처럼 작곡을 붙잡고 있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더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새로운 작곡을 해낼 때마다 꾸준히 재능이 성장하고 있었다.
이번 곡보다 다음 곡이 더 잘 나오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재능 MAX를 구매해서 쓰고, 한계돌파까지 하면 어떻게 될까?
‘초대박 곡을 쓸 수 있게 되겠지.’
솔직히 대박 작곡가도 충분히 잘하는 수준이다.
이 정도 재능이라면 먹고 사는 것뿐만 아니라 부를 이루면서 살아갈 수 있을 정도였다.
‘근데 내가 작곡을 이번만 할 건 아니잖아.’
작곡과 프로듀싱은 앞으로 내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내 실력이 늘어나면서 나에게 작곡 의뢰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었다.
아직까진 내 활동이 바쁘고 작곡 의뢰를 받아들일 이유가 딱히 없어서 거절했지만 계속 재능을 방치할 생각은 없었다.
연예계에서 생활하는데 작곡과 프로듀싱은 내 가치를 상승시키고, 좀 더 넓은 방향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재능이었으니 말이다.
“역시 일회용보단 기왕 쓸 거 영구적인 걸 쓰는 게 맞지.”
결정을 내리고 바로 코인을 플렉스했다.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코인이 씁쓸하긴 했지만, 가벼워진 지갑만큼 내가 가진 재능은 빵빵해졌다.
그리고.
“어~ 아현아. 나 네 작업실 좀 쓸게.”
자극을 많이 받아서 그런가?
갑자기 작곡을 하고 싶어졌다.
♧♧♧
경태 형은 여전히 화난 것을 풀지 않았지만 제키는 요즘 내가 미친 듯이 곡을 쏟아내자 언제 화를 냈냐는 듯 내 작업물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번 거 어때?”
“환상적이야. 아니, 진짜 갑자기 실력이 늘은 거야? 우리한테 비밀 털어놓은 걸로?”
“내가 그 일로 얼마나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는데. 짐을 내려놓으니까 갑자기 마음이 편해지면서 이렇게 됐어.”
“하, 이 사기캐.”
“형 취급 너무해진다, 점점?”
“짜증나잖아. 왜 이렇게 잘 하는 거야?”
제키는 내 재능에 감탄하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부러워하다가, 오기가 생겼는지 곡도 만들어보며 꽤나 바쁘게 하루를 보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나온 곡들은 모두 파기 되었다.
내가 만든 곡을 보면 자기가 만든 곡의 수준이 형편없어서 도저히 봐줄 수가 없다는 거다.
계속 이러기에 그냥 내 작업물을 듣지 말라고 했는데 그건 또 죽어도 싫단다.
내 곡을 듣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실력이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곡은 진짜 최곤데?”
“이거? 그럼 일단 킵.”
“킵이라고? 이것도??”
“너희가 내 비밀을 밝혀도 노래로는 할 말 없게 만들라며. 이것도 좋긴한데, 아직 좀 부족해.”
사실 이 정도면 만족해도 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내 귀로도 들어도 아쉬운 곳 없이 좋았으니까.
귀를 파고드는 바이올린 소리와 더해진 멜로디에 우리 목소리가 얹어진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곡을 킵해두는 걸로 결정했다.
아직 만족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좋은 곡들이 지금 내 머릿속을 영감으로 떠다니고 있었다.
“형 지금 오늘로 며칠 째 여기서 생활하고 있는 건지 기억은 해?”
“대충 3일인가?”
“5일이야.”
5일이나 여기서 곡을 만들었다고?
마치 내가 곡 만드는 기계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썩 나쁘지 않다.
무아지경으로 쏟아지는 영감을 버리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다.
“아싸리 이틀 더 채우면 되겠네. 그리고 여기서 멈추기엔 계속 좋은 멜로디가 계속 떠올라서 아까워.”
“밥을 챙겨 먹는 게 용한데.”
“살려고 하는 짓인데 밥을 안 챙길 리 없잖아.”
물론 살려고 하는 짓이라기엔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별스럽긴 하다.
열심히 만들었던 곡이 중간에 다시 더 좋은 영감이 떠올라 아예 뒤집어 버린 적도 있으니까.
제키는 갈아엎기 전의 곡도 버리기 아깝다고 했지만 나는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더 좋은 곡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고작 이 정도 곡을 만들겠다고 코인을 쓴 게 아니란 말이지.’
나에게 필요한 곡은 불후의 명곡이다.
이정도 수준으로 만족해선 그런 곡을 만들 수 없다.
타협을 하면 안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기준을 까다로우면 까다로웠지, 편하게 넘기려 하지 않았다.
‘나를 깔 순 있어도 우리 노래는 못 까게 만들어줄 곡이 필요하다고.’
처음에는 내가 버리는 곡들이 아깝다며 인상을 찌푸리던 제키도 5일째 이 짓을 하고 있으니 슬슬 내 고집에 감화되고 있었다.
“그래서, 곡은 왜 안 주는데. 곡 써온 게 있을 거 아냐?”
“!”
얘가 내 작업실을 굳이 들리는 이유.
정곡을 찔렀는지 제키가 몸을 움찔 떨었다.
“…눈치는 진짜 귀신이라니까.”
“네가 너무 뻔히 보이게 행동했잖아. 내 곡 듣고 눈이 활활 불 타오른 채로 간 게 한 두 번이 아니면서.”
내가 작곡하는 것에 큰 자극을 받아서 그러고 간 걸 거다.
그리고 나처럼 얘도 작업실에 쳐박혔겠지.
내가 여기에 있는지 5일째라고 하니 몇 곡 정도는 써왔을 시간이었다.
“바쁜데 내 곡까지 신경 쓸 겨를 없잖아.”
“방금 하나 완성하긴 했으니까 좀 쉬고 다시 시작해야지.”
“겨우 쉴 시간인데 내 곡 들어도 되는 거야?”
귀를 좀 쉬어 줄 필요가 있기는 하다.
“네가 만든 곡 하나 듣는다고 내 귀에 피 안 난다.”
결국 내 설득에 넘어갔는지 제키가 꼬깃꼬깃하게 준비해온 걸 내어놓았다.
물론 진짜 꼬깃꼬깃 접혀 있는 건 아니고, USB를 받아서 제키의 곡을 틀었다.
♪♬♪♪♬♩
“오! 너 실력 늘었는데?”
“아…역시 이것도 쓰레기야.”
나는 괜찮다고 느꼈는데 제키가 갑자기 손바닥으로 자기 얼굴을 가린 채 우울하게 말했다.
“왜 그래?”
“형이 만든 곡 듣고 내 걸 들으면 전부 쓰레기통에 쳐박고 싶어져. 이건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고 들고 온 건데, 오늘 형이 만든 걸 들어서 그런지 형편없는 것 같아.”
코인을 주고 성장하고 있는 건 난데, 왜 얘가 영향을 받아서 실력이 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엔 이것도 충분히 잘 한 것 같은데? 네가 예전에 썼던 곡 생각해봐.”
“난 지금 형이랑 비교하고 있잖아.”
“날 기준으로 삼을 게 아니라 네가 예전보다 실력이 늘었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냐?”
“솔직히 아슬아슬하긴 해도 내가 형보다 작곡을 더 잘 한다고 생각했어.”
본인과 내 실력을 정확히 파악한 말이었다.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나는 제키보다 작곡을 못하는 게 맞았다.
“근데 형이 고작 5일 만에 이 정도로 실력이 늘어버렸잖아. 형한테 뒤집혀버렸는데 가만히 있는 게 가능할 것 같아? 형이 뭐든 제대로 하기 시작하면 빠르게 성장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나도 사람이라서 이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고.”
나보다 못하던 사람에게 추월당하는 게 기분 더럽다는 건 알고 있다.
질투심으로 못된 짓을 하거나 날 험담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실력을 늘리려고 아등바등하는 게 정말 대단한 거였다.
“알겠어. 그럼 내 기준으로 평가해줄게.”
“당연히 그래야지.”
“음…솔직히 네 실력을 까달라고 해도 기술적으로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어. 너나 나나 그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
제키가 내 평가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딱 하나야.”
“…말해. 각오하고 있으니까.”
“그냥 멜로디가 별로야.”
“!!”
“메인 멜로디가 별로니까 네가 뭘 쌓아올렸든 다 소용이 없는 거야.”
제키가 내 평가에 순간 뒤통수가 당겼는지 굳어버린다.
그러다가 이내 납득했다는 듯 말했다.
“사실 형이 뭐라고 하든 버리려고 했던 곡이야. 부족한 게 뭔지 알아버려서 쓸 수 없어졌거든. 사실 내가 생각해도 메인 멜로디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 이 멜로디는 형편없었고. 그냥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며 놓은 거지. 정작 안은 썩어들어가고 있는데.”
제키는 기술이 정말 좋다.
기술 부분에 있어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내 현재 실력과 비교해도 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걸 본인도 알고 있어서 작곡을 할 때 최대한 기술을 사용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제키의 곡은 유난히 화려했고 말이다.
“네 기술은 누구랑 비교해도 우위에 있어. 이젠 기술에 집착을 놓고 핵심을 파고 들 때가 왔다고 생각해.”
우리가 작곡을 할 때, 내가 메인 멜로디를 맡고 제키가 나머지 편곡 부분을 맡는 이유도 그거였다.
기술로 곡을 화려하게 꾸미는 것만큼은 제키를 따라 올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은 작곡가가 되려면 이미 잘 하는 기술력에 집착할 게 아니라 약한 부분을 보완해야 할 시기였다.
“잘 하는 걸 더 잘하고 싶어 하는 네 마음도 알지만, 나는 네가 멜로디 부분을 못한다고 생각하고 외면하는 게 이해가 안 갔거든. 너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어.”
“그냥 형이 그 부분은 잘 하니까, 굳이 내가 그 부분도 해야 하나 싶었을 뿐이야.”
“근데 네가 계속 실력을 늘리고 싶어 하잖아. 그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지. 너는 이미 기술적으로는 최고야.”
“…알았어. 형 말 듣고 그쪽으로 좀 파볼게.”
좋아.
이 정도로 쉬었으면 다 쉬었다.
“상담 끝! 나 다시 작업한다.”
“벌써? 이게 다 쉰 거라고?”
“나 바뻐. 애들 화를 풀려면 부지런히 작곡해야 돼.”
“형도 알잖아. 걔네들 화 냈던 거 기억도 못 해. 경태 형도 형이 요즘 작업실에서 산다고 걱정하고 있고.”
“너도 알겠지만, 나 밥 꼬박꼬박 챙겨 먹으면서 일하는 거야. 건강 확실하게 챙기면서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 줘. 그리고 애들한테 여기 곡 중에 쓰고 싶은 거 있으면 가져다가 써도 된다고 전해줄래?”
“…이것들을 걔네들 준다고?”
“어. 마음껏 가져다 쓰라고 해.”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는 나다.
그 과정에서 나온 곡들을 멤버들이 가져다 쓴다 해도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아니, 사실 이 곡을 남 주는 건 아까우니 걔네들이라도 가져다가 쓰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