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플레인의 오랜 팬인 그녀는 개인 활동을 하고 있는 멤버들의 활동에 기쁘면서도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애들은 언제 컴백하지? 재계약 소식은 왜 없는 거야?”
에어플레인이 곧 재계약을 앞두고 있었기에 당장 활동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좋은 소식 있겠지?”
진해솔이 연화정 감독의 작품에 캐스팅 되면서 팬들의 불안함이 부쩍 커졌다.
팬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애들이 개인 활동을 했을 때, 함께 모여서 활동하는 것만큼의 파급력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너무 잘 나서 불안해.’
준이과 해솔이는 연기로 너무 잘 나가고 있고, 제키는 해외 작곡가와 협업을 하며 커리어를 쌓고 있으며, 남은규와 기우연은 예능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리더인 경태가 다른 가수와 피처링을 한 곡이 현재 음악차트에서 1위를 장기 집권하고 있는 상태였다.
각자 흩어져도 너무 잘 나가는 멤버들인지라 그룹 활동보다 개인 활동에 집중하고 싶어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개인 활동에 집중한다 해도 팬들은 그들을 응원할 테지만….
“흐잉. 그래도 다 함께 있어야 하는데….”
팬 입장에서는 멤버들이 다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누구 하나도 흩어지지 않고 온전한 에어플레인으로 계속 활동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바램이 과연 들어질지 확신이 되지 않는다.
“연화정 감독은 왜 뜬금없이 우리 해솔이를 캐스팅한 거지?”
진해솔의 캐스팅 소식 때문이었다.
멤버들이 개인 활동을 점점 줄이고 있다는 건 알지만, 연화정 감독의 스케줄이 떡하니 올라온 이상 그룹 활동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무려 연화정 감독 영화 주연인데, 이걸 배팅 안 할 리가 없잖아.”
그룹 활동이 뒤로 밀리게 되면 결국 다른 애들도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을 테니 개인활동을 다시 시작할 터.
팬은 어쩐지 좋지 못한 미래가 남아 있는 것 같아 침울해졌다.
-우리 애들 요즘 살아 있는 거니? ㅠㅠㅠㅠ 소식이 아예 없어.
-가뭄 시작이다. 존버해야 할 시기가 왔어.
-그동안 애들 활동 열심히 해줬잖아. 슬슬 애들도 쉴 때가 됐지.
-재계약은 하는 거야, 마는 거야?
-당연히 하겠지. 재계약 안 할 리가! 그룹이 이렇게 잘 나가고 있는데.
-나는 아예 애들 데뷔 초부터 다시 올라가고 있는 중이야. 이거 다 소화하고 나면 컴백해주지 않을까?
-은퇴나 안 하면 다행이지 ㅋㅋㅋ
-개인 활동이라도 해달라구!!! 애들 뭐하는지 아는 사람 없어?
-회사로 매일 출근하긴 한다던데?
-회사에 매일 온다고? 그럼 활동한다는 거 아님?
-글쎄다. 반대로 재계약이 잘 안 돼서 자꾸 회사로 오는 걸 수도 있지.
-개소리 ㄴ
-나는 개인적으로 애들 개인 활동하는 거 보기 좋아. 계속 개인 활동 해줬으면 좋겠어. 아니면 저번처럼 유닛 활동도 좋고. 그룹 활동하는 것보다 개인 활동이 금전적으로 더 나은 것도 사실이잖아.
“시발.”
욕이 튀어나온다.
애들이 개인활동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이딴 게 팬이라고….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사실 다시 주지시키지 말라고 이 자식아.”
힘이 축 빠진다.
의욕이 나질 않았다.
그녀는 폴더에 한 가득 모아놓은 멤버들의 단체 사진을 꺼내 다시 한 번 감상을 했다.
“너네는 다 함께 있을 때가 제일 잘 어울려!! 그러니까 제발 재계약! 제발 컴백!!”
밤에 달이 뜨면 물 떠놓고 기도라도 올려야겠다.
하지만 팬의 이런 정성스러운 바램과 달리, 에어플레인은 8주가 넘도록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팬들이 그들을 기다리다가 목이 빠지고 그걸 고쳐서 돌아 왔을 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덕분에 팬들은 슬슬 대답 없는 소속사에 화풀이를 하기 시작했다.
-에어플레인 도대체 언제 활동 함?
-재계약에 대해 왜 말이 없음?
-애들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게 할 거면 차라리 놔줘라. 개인 활동이라도 하게!
-에어플레인이랑 재계약 못하면 주가 나락갑니다. 반드시 꼭 붙잡아야 합니다.
-리멤버 애들 살려놨더니 에어플레인 버려?
점점 흑화하기 시작한 팬들이 폭주를 하려던 순간.
소속사에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떡밥을 슬쩍 하나 투척해주었다.
[허니 엔터, 에어플레인 전원과 재계약 성공!?]
[에어플레인 레이블 차려서 회사 나간다! 허니 엔터와 돌아서나.]
[리멤버 잘 나간다고 에어플레인 푸대접하나. 레이블로 빠져나가는데 동의한 허니 엔터. 주주들 경악!]
[에어플레인 레이블 독립! 허니 엔터와 영영 헤어진다!]
“뭐야, 이건 또!!”
재계약이 성공했다는 기사인 줄 알고 허겁지겁 클릭해서 들어왔던 팬은 물음표와 느낌표가 뒤에 붙어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기사의 주된 내용은 에어플레인이 레이블을 차려서 독립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레이블? 레이블을 차렸어? 애들끼리?”
팬들은 이 사실을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우왕좌왕 했다.
-애들 레이블 차려서 독립했다는데 이거 좋은 일인가요?
-레이블이 뭐에요?
-레이블 독립이면 허니 엔터랑 완전히 갈라서는 건가요?
-독립인데 멤버들이 다 함께 나가는 거니까 앞으로 그룹 활동 계속 하는 거겠죠? ㅠㅠㅠ
팬들이 동요하고 허니 엔터의 주가도 널뛰기를 하고 있는 사이.
허니 엔터에서 공식 기사를 냈다.
[에어플레인, 레이블 독립! 하지만 허니 엔터와 완전히 돌아서는 건 아니다]
“아! 그럼 허니 엔터랑 재계약을 한 거나 다름없는 거네?”
공식 기사를 자세히 읽은 팬들은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레이블을 차려서 독립하는 것은 맞지만, 그 레이블의 지분을 허니 엔터가 상당수 보유하고 있으며 회사에서 에어플레인을 담당했던 직원들이 모두 함께 이동을 하기에 일처리에 공백이 생기지 않을 거라는 점이 팬들을 안도하게 했다.
-제가 잘 모르겠어서 그런데요 ㅠㅠ 레이블로 독립한 게 애들한테 더 나은 일이 맞는 건가요?
-맞음. 애들이 자기 활동에 좀 더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싶으니까 레이블 독립을 시켜달라고 한 거임.
-이제 얘네들이 잘 되면 레이블 지분 갖고 있는 멤버들이 돈을 엄청 벌게 되는 거야. 근데 지분 가치를 올리려면 레이블이 잘 나가야 하고, 그럼 애들이 엄청 빡세게 활동을 해야 하는 거지.
-ㅇㅇ 이거 마따. 우리는 이제 편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돼!! 빨리 컴백해줘! 누나 통장 꽉 채워놨따!!!
-허니 엔터는 미친 거임? 왜 레이블 독립하게 놔줌? 이해가 안 감.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냥 그러려니 해~
-리멤버가 잘 돼서 그런 거 아닐까?
-아~! 그런가? 그래서 에어플레인이 리멤버 살리겠다고 프로그램 하고 그랬던 거네?
-오우. 퍼즐이 딱딱 맞춰지는군.
-만약 레이블 독립 안 받아주면 재계약 안 하겠다! 이러면 허니 엔터도 난감해지니까 받아들인 걸 거야. 근데 회사도 계속 캐시카우 할 그룹은 필요하니까 리멤버 성공이 재계약의 중요한 요소가 된 거지.
-소름 돋는다 ㅋㅋㅋ 울 애들 똑똑해! 리멤버 모기 새끼라고 욕 했었는데 급 미안해지네….
에어플레인이 리멤버를 홍보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했을 때, 마음에 안 들어 하는 팬이 많았다.
후배 그룹이 에어플레인에 빨대를 꽂았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에어플레인이 이런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우리 애들이 진짜 똑똑하다.’
[레이블 독립이 에어플레인 향후 활동에 유리한 이유(스압주의)] 라는 글도 팬카페에 올라오면서 점차 팬들은 안정을 찾아갔다.
아니, 안정보다는 기대에 사로잡혔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컴백은 언제??”
에어플레인의 다음 활동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의 시선이 에어플레인에게 쏟아지고 있는 사이.
아주 오랜만에 유티비에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에어플레인입니다.]
너무 깔끔해서 허전해질 만한 제목의 영상이었다.
“얘들아!!!”
팬카페에 영상 떳다는 소식이 전달 되자 팬카페에 상주하던 팬들이 우르르 유티비로 몰려갔다.
오랜만에 보는 애들은 조금 더 성숙해져 있었다.
“다들 살 빠졌어!”
휴식기면 좀 통통하게 살이 찌는 게 당연한 건데, 애들의 턱선이 너무 날카로웠다.
오랜만이라면서 너무 보고 싶었다며 찡찡거리는데 귀여워서 현기증이 다 났다.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아니, 좀 애들 이미지가 바뀐 것 같은데….”
평소처럼 귀엽다는 말을 뱉어내던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멤버들이 미묘하게 달라진 것 같았다.
헤어스타일이 바뀐 것으로 변했다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니었다.
“어른스러워졌어!”
애들끼리 말하는 모습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새로운 떡밥이 나오지 않아 과거 떡밥을 열심히 돌려본 탓에 변화를 더 빨리 알아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애들이 입는 의상 변화도 예리하게 캐치했다.
“톤이 확 죽었잖아?”
정확히 말하면 멤버들 모두가 어두운 톤의 의상을 입었다.
마치 컴백 컨셉이 정해져서 일부러 챙겨 입은 것처럼 말이다!
“헉! 설마 컴백!?”
하지만 그녀의 바램과 달리 영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컴백의 ㅋ짜도 언급이 되지 않았다.
오랜만에 애들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만 잔뜩 기대를 하고 있다보니 실망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분명 뭔가 있는데….”
애들이 컨셉도 안 정해졌는데 그렇게 일괄적으로 옷 색을 맞춰 입는다고?
‘절대 그럴 리가 없어. 특히 우연이는!!’
파스텔 톤의 옷을 즐겨 입는다는 것을 모르는 팬이 없는데, 오늘 우연이는 무려!! 무려!! 회색 옷을 입고 있었다.
어두운 톤의 옷을 입어서 그런지 유난히 어른스러워보여서 댓글창에는 벌써부터 ‘우리 우연이 다 컸네 ㅠㅠㅠ’ 하면서 우는 팬들이 속출하고 있었다.
“도대체 뭐지? 왜 말을 안 해주는 거야.”
에어플레인을 기다리느라 애간장이 다 녹은 팬은 짧게 끝나버린 영상을 다시 되돌려 재생했다.
실망한 건 실망한 거고, 오랜만에 보는 애들 얼굴을 샅샅이 핥으려면 시간이 부족했다.
♧♧♧
“영상 올라갔어요.”
“지금요? 오! 확인해야겠다.”
지난 두 달 동안 내가 저질러놨던 것들을 전부 해내느라 고생을 좀 했다.
멤버들은 이번 컴백 앨범의 컨셉에 맞추기 위해 빡세게 몸 관리를 받아 다들 살을 많이 빼서 턱이 굉장히 날카로워졌다.
가장 변화가 큰 것은 우연이의 통통한 젖살이 쏙 빠졌다는 거다.
덕분에 우연이는 귀여워! 라는 감탄사보다는 멋있어! 라는 감탄을 받아도 무리가 아닐 수준이 되었다.
우연이는 어른스러워진 자신의 모습을 정말 마음에 들어 했다.
물론 잃어버린 귀여움에 대한 아쉬움도 살짝 갖고 있긴 했다.
“역시 너 변한 거 팬분들이 다 알아보네.”
“진짜요?”
“귀여워귀여워귀여워…야 하는데? 우연이 젖살 어디갔어?! 라면서 절규하시는데?”
“역시 내 귀여움을 그리워하는 팬이 있구나.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이번 컨셉이랑 잘 어울리니까 일단 귀여움은 킵해둘 거에요!”
“다 컸다고 우는 팬도 있다.”
“흐흐흐!”
“고생해서 뺀 보람이 있단 말이지.”
우리 멤버들은 이번에 이미지를 확 바꿔보겠다며 다들 운동에 진심으로 임했다.
사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확실하게 갈라지는 근육질의 몸을 갖고 있는 나를 부러워한 멤버들끼리 내기를 시작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일정한 기간 내에 왕(王)자를 만들지 못하는 사람은 가혹한 벌칙을 받아야 하는 내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