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39화 (539/849)

승부욕이 강해서 내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에 위기감을 느끼고 노력하던 애들이다.

내기가 들어가자 눈이 뒤집힌 애들이 미친 듯이 운동을 시작했고, 덕분에 벌칙을 받은 멤버는 한 명도 없다는 훈훈한 결말로 끝낼 수 있었다.

‘애들은 좀 허무해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평소에도 관리를 받고 있기는 해서 다들 근육이 빨리 만들어진 거였다.

바탕이 준비 되지 않았다면 2개월 만에 근육 만들기?

말도 안 되는 거다.

‘약의 도움을 받지 않는 이상 말이야.’

아무튼 우리의 변신이 팬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걱정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 상태였다.

기자회견과 컴백 소식을 알리기 전에 영상을 올린 것도 팬들이 이번 컨셉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맛보기를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우린 고생해서 준비한 보람을 느끼는 중이었다.

“예리한 팬이 왜 이렇게 많아~ 우리 곧 컴백할 거 예상한 사람이 있어.”

“오늘 의상이 컴백에 관련 된 거라는 걸 알아차린 팬도 있는데?”

오랜만에 만나는 팬들이라 애들이 모두 들떠 있었다.

나 때문에 컴백 못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을 것 같다.

“얘들아. 다 왔어.”

“오오오오!!!”

“새 집! 새 건물! 새 사무실!”

회사와 재계약을 하면서 설립하게 된 레이블.

명색이 독립인데 허니 엔터에 계속 신세를 지고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레이블을 설립하고 그에 걸맞은 새 사무실이 필요했고, 오늘 멤버들과 함께 온 곳이 바로 새 사무실이었다.

“오오오! 건물 멋있다.”

“빨리 들어가봐요! 엄청 기대 된다.”

“이거 찍어서 팬 분들 보여줘야 하니까 천천히 가!”

팬분들도 갑작스럽게 우리가 레이블 독립을 하게 되면서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기에 그 마음 고생을 보상하고자 당분간 영상을 자주 올릴 생각이었다.

아직 마음고생이 끝나지 않았기에 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있을 때 최선을 다 할 필요가 있었다.

“촬영 시작할게.”

딱히 촬영 인원이 따라온 건 아니었기에 매니저 누나가 카메라를 들었고, 우리는 카메라가 돌아가는 걸 확인하며 앞으로 출근하게 될 건물에 대한 리액션을 시작했다.

“따라라라라~♪”

자체 브금을 틀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1층에는 카페와 편의점 등의 시설을 들여서 팬들이 찾아왔을 때 시간을 보내다 갈 수 있게 꾸며 놓았고, 2층에는 전용 구내식당으로 꾸며져 있다.

3층, 4층, 5층은 직원들이 쓰는 층이며, 6층부터 8층까지가 아티스트를 위한 작업실로 꾸며졌다.

연습실에 있고, 녹음실이 당연히 구비 되어 있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넓은 휴게실과 나와 제키의 전용 작곡 작업실까지 친절하게 마련이 되어 있었다.

다른 멤버들도 각자 회사에 넣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둔 상황.

6층에서 8층까지는 우리가 바라는 것들을 꽉꽉 넣어 넓은 사무실을 저마다의 취향으로 꾸며놨다고 보면 된다.

“너무 예쁘지 않아요, 형?”

가장 먼저 우연이의 전용실에 들렸는데,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벽화 그림이었다.

“와~ 센스 있게 잘 꾸몄다.”

“저게 그래피티라는 거지?”

“넵!”

“저기 네 얼굴도 그려놨네?”

“흐흐, 제 방인데 당연히 제 얼굴이 있어야죠! 전 사진보다 저렇게 캐릭터로 꾸며 놓은 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역시 젊어서 그런지 감각이 뛰어나다.

미술적인 재능을 코인으로 키워놓은 나는 우연이가 디자인한 방이 시각적으로 굉장히 뛰어난 디자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걸 보니까 미술에도 재능이 있었구나 싶네.”

“풋! 책장에 끼워져 있는 게 전부 만화책이야. 기우연답네.”

“이건 제 버킷리스트에요! 학생 때 제가 좋아하는 책들로 꽉 채운 책장을 꼭 갖고 싶었거든요.”

“그래그래. 잘 꾸몄어. 오! 이건 팬분들이 선물 주셨던 거 모아둔 방이네?”

“다용도실에 먹을 게 꽉 채워져 있어.”

“너 이거 다 먹으면 왕(王)자 다 사라질 걸?”

“손님 오시면 주려고 채워 넣은 거에요! 제가 안 먹어요!”

우리는 우연이의 방을 샅샅이 뒤지면서 모두 카메라에 담았다.

“으아아! 이게 아닌데! 이제 그만하고 형들 방 봐요. 제 방은 다 봤잖아요.”

“아직 부족해. 뭔가 숨겨둔 게 있을 수 있잖아.”

“숨겨 둔 걸 왜 찾으려고 하는데요! 그리고 애초에 그런 건 없거든요? 형들 자꾸 이러면 나도 가만 안 있을 거에요!!”

자기 방자랑 할 생각에 들떠 있었던 우연이는 우리가 이곳저곳을 거침없이 파고들어서 지적을 해대자 정신없어하며 우리를 방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

우리는 한껏 우연이를 놀리다가 업보가 우리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자각하고 장난을 그만뒀다.

“그럼 다음으로는 준이 방으로 가볼까?”

“왜 하필 내 방인데? 남은규 방부터 가보자.”

멤버들은 이미 구경이 아니라 놀리러 가는 걸로 목적을 바꾼 듯 했다.

카메라가 있으니 그 장난기 넘치는 모습들이 영 나쁜 일은 아니었다.

준이는 성격답게 차분하고 깔끔한, 나쁘게 보면 너무 심심한 방을 보여주었고, 남은규는 방을 각종 게임방으로 꾸며두었다.

“회사와서 게임 할 생각이야?”

“에이~ 이걸 나만 하겠다고 놓은 거겠어? 같이 하는 거지. 하고 싶을 때 마음껏 들어와서 써!”

“형! 나! 나 일빠!”

“그래!”

게임 좋아하는 우연이가 남은규와 크로스를 하며 뜻을 합쳤다.

“형이랑 제키 형은 왜 방이 따로 없어?”

“우린 작업실 받았잖아. 거기가 내 사무실인 거지.”

“거긴 일하는 곳이잖아.”

“너희들 사무실도 원래 일하는 곳인데?”

“앗!”

애들이 급 후회를 하며 지금이라도 용도를 바꿔야 할지 걱정한다.

“괜찮아. 어차피 연습실이 따로 있잖아. 거기서 일하면 되지.”

“애들 성향이 방에 다 묻어 나와서 카메라로 찍으니까 그림이 좋긴 해. 팬들이 아주 좋아할 거야.”

매니저 누나의 위로가 더해지니 침울하던 우연이가 금방 기운을 차렸다.

“정말 그럴까여?”

“응. 팬분들이 이번에 우연이가 많이 어른스러워져서 낯설다고 하는데, 이걸 보면 서운한 게 쏙 들어갈 거야.”

“흐흐흥~ 사실 저도 그 부분이 좀 마음에 걸리긴 했거든요. 팬들이 제 귀여운 모습을 그리워할 것 같아서요.”

“우연이가 어른스러워지긴 했어도 귀여움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어. 걱정하지 마.”

“어른스러움과 귀여움은 공존할 수 있는 거겠죠?”

“당연하지!”

매니저 누나가 우쭈쭈해주니 우연이가 다시 기가 살았다.

앨범 컨셉 때문에 바꾼 이미지가 자신과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걱정을 많이 드러내던 우연이였기에 매니저 누나가 특별히 신경 써주고 있는 상태였다.

곡이 너무 좋다보니 차마 이걸 하지 말자는 소리는 못하는데, 그렇다고 바꾸려고 하는 이미지가 자신과 잘 어울릴지 확신이 안 드는 거다.

우리가 보기에 우연이는 놀랍도록 컨셉에 잘 맞춰서 변신을 해줬다.

‘초반에는 낯설어서 거부감을 보일 수 있지만, 아마 활동이 시작 되면 곧 적응하고 우연이의 새로운 모습에 설레어하겠지.’

우연이가 자신 없어 해도 우리는 확신하고 있었다.

우연이는 이번에 멤버들 중 가장 큰 화제를 모으게 될 거다.

새 회사 건물에서 멤버들의 방을 모두 구경했으니 남은 건 직원들이 있는 곳과 식당이었다.

우리가 얘기했던 대로 직원들의 편의시설이 잘 마련되어 있는지 확인을 해봐야 했다.

직원들이 허니 엔터라는 좋은 곳에서 떠나와 우리와 함께 레이블로 이동해준 것도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다들 어때요? 사무실 마음에 드세요?”

직원들은 우리보다 먼저 새 건물에 출근을 한 상태였다.

어느 정도 분량을 찍었기에 카메라를 잠시 치우고, 우리들은 직원들이 지내는 층으로 내려가서 인사를 나누고 새 사무실이 괜찮은지 물어보고 다녔다.

“마음에 들어.”

“너무 좋아!”

“특히 휴게실이 너무 좋던데? 일 안 하고 계속 휴게실에만 있고 싶어 하면 어떻게 하려고 저렇게 잘 해놨어?”

“쉬엄쉬엄 일하셔도 돼요!”

“너희들이 일거리를 얼마나 많이 만들어 오는데 쉬엄쉬엄 하니?”

“너희들이 쉬엄쉬엄하면 우리도 쉬엄쉬엄 할 수 있지.”

“얘네들 표정 좀 봐. 그건 안 된다는 표정이야.”

“하하하!”

“정곡 찔렸네요.”

멤버들이 히히 웃으면서 직원들과 화기애애하게 웃고 떠들었다.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레이블로 옮기면서 직원들 모두 받는 돈이 더 많아졌고, 승진도 함께 받은 상태였으니까.

“앞으로 여길 꽉 채우려면 엄청 바쁘겠어.”

“많이 많이 뽑아야죠.”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무실은 크기에 비해 인원이 너무 작은 상태였다.

사실 우리가 쓰는 층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인원은 고작 6명밖에 되지 않는데, 층은 무려 3개를 쓰고 있으니 말이다.

차차 사람이 차면 텅 비어있는 건물의 사무실도 꽉꽉 채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이 적절하다 싶을 정도로 채워진다면….

‘아티스트를 더 받아야지.’

내가 지금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주아 누나와 민영 누나를 우리 레이블에 데려오는 거였다.

지금은 당연히 연기 쪽으로는 부족한 게 많다.

하지만 앞으로 연기 쪽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기에 두 사람을 데려와도 부족하지 않게 될 것이다.

누나들은 아직 재계약 시기가 좀 남았으니 그 시간동안 성에 찰 만큼 레이블을 키워야 했다.

“그나저나 넌 괜찮아?”

내 기자 회견이 불과 이주일 후로 다가와 있는 상태였다.

보통 컴백이 다가오고 있으면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한데, 지금은 마냥 좋아하기만 할 수가 없었다.

우리 컴백이 가까워졌다는 건 꺼려질 수밖에 없는 스케줄도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지금까지 제 비밀이 지켜진 것도 용한 거에요. 전 빨리 그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해솔이 네가 진짜 멘탈이 대단한 것 같아.”

“잘 할 거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응. 그래야지. 이렇게 판을 다 벌려놨는데 망하는 건 절대 안 돼.”

레이블이 설립 되고 건물까지 옮기니 직원들도 이번 일에 대한 태도가 꽤나 바뀌어 있었다.

뭐랄까, 비장미가 맴돈다고나 할까?

솔직히 지난 두 달간 나에 대한 소문이 바깥으로 퍼져나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우리 팀원들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증명 된 일이기도 하다.

나는 솔직히 팀원들에게 말하면서 슬금슬금 소문이 퍼질 거라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 비밀이 지켜졌다는 건 가족들한테도 말을 안 했다는 뜻이거든.’

그런 소문까지 모두 예측해서 준비를 해놓고 있는 거였는데, 너무 비밀이 잘 지켜져서 연주 누님과 내가 꽤 당황했다.

비밀을 확실하게 지켜주는 팀원들에 대한 고마움이 회사의 휴게실의 퀄리티를 상승시켰고, 지금 직원들의 얼굴이 활짝 핀 원인이 되었다.

“식당도 맛있을 거에요. 솜씨 좋은 분 데려왔거든요.”

“그렇지 않아도 다들 오늘 구내식당 엄청 기대하는 중이야. 어쩌다보니 구내식당에서 회식할 것 같아.”

직원들이 새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확인한 우리는 흐뭇한 미소를 보이며 식당으로 내려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