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40화 (540/849)

식당은 개인적으로 내가 욕심을 좀 부렸다.

아이돌을 하면서 애들이 안 먹을 때 함께 자제를 하다 보니 그게 습관이 돼서 집착이 많이 줄었다.

다만 역으로 한 번 음식을 먹어도 맛있는 것을 먹는 게 좋았다.

그리고 과거에 회사를 다니면서 유일한 낙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었다는 것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일이었다.

지금은 복에 겨워서 취향이 바뀌었다고 다른 사람들까지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다.

“와~ 오늘 힘 제대로 주셨네요.”

“첫날이니께 부지런히 솜씨 좀 발휘해봤시오. 맘에 드소?”

“마침 배고픈데 좀 먹어도 될까요?”

“암만요~ 누가 먹것다는디 막는 사람 있음 나헌테 말하소. 혼내줄 텐께.”

“하하! 감사합니다.”

아주머님의 시원하고 걸걸한 말에 감사 인사를 하고 식판을 받아 음식을 떴다.

다이어트를 고려한 닭 가슴살 요리와 샐러드를 시작으로 떡볶이, 수육, 김치, 햄버거, 제육볶음과 각종 나물 그리고 깔끔한 소고기 미역국 등이 준비 되어 있었다.

눈으로만 봐도 입이 떡 벌어질 광경!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멤버들의 눈이 돌아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먹고 싶다!”

“안 돼. 참아~!”

“으아아! 오늘만 치팅데이 하면 안 되나?”

“지금 치팅데이하면 한 달 고생한 게 날아갈 걸?”

“저기 다이어트 식단 있네.”

애들이 관심을 보인 것은 구내식당에 마련되어 있는 다이어트 용 식단이었다.

컴백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빡센 관리를 받고 있는 중이었기에 애들이 먹을 수 있는 건 한정 되어 있었다.

“저거라도 먹어야지….”

“흑. 맨날 닭 가슴살이야.”

“맨날~ 닭이야~ 맨날~ 닭이야~”

닭에 대한 우울한 감정을 담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멤버들.

화음이 들어가니 쓸데없이 듣기 좋았다.

식판에 한 가득은 아니지만 푸릇푸릇한 샐러드와 방울토마토 그리고 닭 가슴살이 올린 채로 자리에 앉았다.

여기서 유일하게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담은 사람이 있었으니….

“맛있겠다.”

“부러워.”

“형은 진짜 사기인 듯. 어떻게 그렇게 평범하게 먹어도 근육이 유지 되지?”

“우리는 그런 몸 아니니까 그만 침 흘리고 우리 거나 먹자.”

경태 형의 말에 남은규의 탐욕스러운 눈빛이 향하던 내 식판에서 겨우겨우 시선을 뗐다.

“오! 맛있어. 빨리 먹어봐.”

본격적으로 시식이 시작 됐다.

어느새 매니저 누나가 우리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음식만큼 사람들의 원초적인 욕망을 건드리는 게 없으니 식당 구경은 꼭 영상에 들어갈 필요가 있었다.

“그냥 닭 가슴살이 아니라 적당히 조리가 되어 있구나. 훈재향 난다.”

“이런 닭 가슴살이면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샐러드 소스도 나쁘지 않네.”

“적당히 뿌려먹어! 소스랑 같이 먹으면 다이어트 소용 없는 거야.”

“칫!”

오늘 내가 애들이랑 식단을 맞추지 않고 따로 구내식당 음식을 먹는 이유는 식당 음식의 맛을 평가하기 위해서였다.

“어때어때?”

“맛있어. 이 정도면 맛집 저리가라야.”

“오오오!”

대용량의 음식은 일반 음식을 만들 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런 맛을 낸다는 건 솜씨가 굉장히 좋다는 걸 증명하는 거였다.

“부럽다. 먹고 싶어.”

“한 입만 할래?”

“안 돼! 자제 못할 거야.”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쉬운 법이다.

애들도 그걸 알아서 그런지 내 유혹에도 넘어오지 않았다.

“삼고초려해서 겨우 모신 분이라더니 솜씨가 되게 좋나 보네.”

“어. 앞으로 자주 와서 먹을 듯.”

“크~ 빨리 활동 시작하고 싶다.”

활동을 시작하면 엄청 빡센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지라 굳이 다이어트 식단으로 우리를 두 번 죽이는 일은 하지 않는다.

그러지 않아도 살이 쫙쫙 빠진다.

“제육볶음 미쳤다.”

제육볶음의 고기를 좋은 걸 썼는지 입에서 살살 녹는다.

양념도 짭조름하면서도 너무 달지 않게 맛을 잘 잡았다.

“우리도 맛있거든? 건강식단도 되게 잘 만드셨어!”

“샐러드 채소가 되게 싱싱해….”

그렇게 억지로 맛있는 거 먹는 척 하지 마.

그래도 야채가 싱싱하다는 건 맞는 말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신선한 채소가 배달되거든.

“식재료에도 신경 많이 쓴 것 같아.”

“이 정도면 만족스러워! 형이 데려 온 대표님, 일 되게 잘 하신다.”

사실 처음에는 레이블 대표의 자리를 우리 데뷔 때부터 일을 봐줬던 팀장 누나에게 주려고 했었다.

데뷔초에 우리 매니저였고, 점차 승진해서 실장이 되었다가 지금은 매니저 팀장이 된 그녀.

그런데 생각지 못하게 상대방 쪽에서 거절을 했다.

자신에게 맡지 않은 너무 무거운 자리라면서 말이다.

인맥도 잘 쌓아왔고, 매니저 팀장으로 일을 잘 하고 있어서 레이블 대표 자리를 거절할 줄 몰랐다.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덕분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상황이 급해졌다.

레이블의 대표 자리를 맡아 줄 사람이 필요해졌으니 말이다.

바쁘게 활동하는 우리가 할 순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지. 연주 누님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해줬으니까.’

이쪽으로 연이 전혀 없는 지라 사람을 구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멤버들이라고 딱히 나와 사정이 다르지도 않았고 말이다.

그래서 결국 내가 선택한 건 멜리사에게 부탁을 하는 거였다.

멜리사의 인맥으로 좋은 경영인을 소개시켜달라고 했고 다행히 알맞은 사람과 연결을 해줬다.

국내 엔터계에서는 꽤 유명한 사람으로, 로드매니저부터 차근차근 올라가서 이사까지 하던 사람이라고 했다.

연주 누님도 알고 있는 사람인데,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해서 더 편하게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다.

‘그래도 당분간 어떻게 하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긴 해.’

레이블은 앞으로 덩치를 빠르게 불려야 한다.

그에 맞춰서 알맞게 운영을 해나갈 수 있는 사람인지 검증해 나갈 시간이 필요했다.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잘 꾸며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경영인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우리가 낸 의견을 그쪽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는지가 아무래도 중요하니 말이다.

“이게 형 의견이었다는 거지?”

“응. 다이어트 식단 내 의견이야.”

“난 좋은 것 같아.”

사실 다이어트 식단을 구내식당에 넣는 것은 고민을 많이 한 일이었다.

다이어트는 누구에게나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것 아니겠나?

운동도 운동이지만, 식단을 챙겨 먹는 게 굉장히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었다.

‘돈도 은근히 많이 들고 말이야.’

그걸 일일이 챙겨 먹으려다 보면 결국 귀찮아서 다이어트를 뒤로 하게 된다.

“너무 심한 미용 다이어트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어도, 적당한 다이어트는 건강에 좋잖아. 닭 가슴살 요리랑 샐러드 자체가 건강에 좋으니까 안 하는 사람이 먹어도 좋은 거고.”

내가 구내식당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게 바로 다이어트 식단 반응이었다.

직원들이 이 메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좋아하려나?’

다들 좋아해줬으면 좋겠는데….

우리가 밥을 먹고 있는 사이.

점심시간이 되었는지 직원들이 한 둘씩 구내식당으로 내려왔다.

“밥 먹고 있었네?”

“네엡~!”

“맛있어요. 어서 드세요!”

“그래? 오늘 메뉴가 뭔지부터 봐야겠는데. 오! 고기네. 고기 좋지.”

“와~ 떡볶이 완전 좋아하는데!”

조용하던 구내식당은 어느새 북적북적 사람들로 가득 찼다.

다들 아는 얼굴들인지라 구내식당에는 서로 인사하는 소리가 한동안 계속 울렸는데, 다들 표정이 좋아보여서 마음이 훈훈해졌다.

“반응 괜찮은 것 같지?”

“응응. 좋은데?”

“다들 맛있게 먹는 것 같아.”

각자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뷔페처럼 음식을 덜어먹는다.

직원들의 시선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건 아무래도 고기 종류의 음식들이다.

“다이어트 식단이 있네?”

“응? 다이어트?”

“여기 적혀 있어. 다이어트 식단이라고 칼로리도.”

“와~ 신기하다.”

하지만 몇몇의 직원들은 다이어트 식단에 관심을 보였다.

“센스있다. 이런 거 계속 해줬으면 좋겠는데?”

“아…이거 보니까 갑자기 찔리네. 다이어트는 맨날 다음날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만 해왔는데 말이야. 나이가 드니까 똥배가 바로 나오더라고.”

“회사 다니면서 식단 조절을 어떻게 해? 피곤해 죽겠는데 말이야.”

“오늘 그럼 샐러드로 배를 좀 채워서 건강 챙겨 볼까?”

“배차겠어?”

“…다른 것도 좀 먹긴 해야지. 어떻게 사람이 이것만 먹고 살어?”

다이어트 식단을 보며 직원들이 자기 건강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 같았다.

이제 우리 사람들이다.

허니 엔터와 선을 그으려는 건 아니지만, 앞으로 저들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가 되었으니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겨주고 아껴줄 생각이었다.

“맛있게 드세요~!”

“음식 맛있으세요?”

“어어~ 맛있어. 너무 좋다. 구내식당 완전 대박이야.”

“레이블 설립한다고 고생했다던데, 수고했어. 덕분에 일도 잘 될 것 같아.”

“헤헤. 다행이에요. 그럼 저흰 가볼게요~!”

“아예 들어가는 거야?”

“아직 못 본 곳이 있어서 좀 더 들려볼 거에요.”

우리가 새 건물 사무실에 각별히 신경을 썼고, 식당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직원들이 모두 알고 있었다.

감사 인사를 들으니 신경을 쓴 보람이 있는 것 같아 흐뭇한 미소가 나왔다.

우리는 식당으로 끝내지 않고 이곳저곳을 빠짐없이 돌아다니며 전부 확인했다.

헬스장, 휴게실, 흡연구역…등등.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꾸며져서 어느 한 곳도 소홀하게 꾸며진 곳이 없었다.

“진짜 깔끔하게 잘 해놨네.”

“돈이 최고긴 해.”

건물을 새로 단장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갔다.

그래도 돈을 쓴 보람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돈이 많이 들어갔는데 그런 티가 안 나면 엄청 화가 났을 거다.

그렇게 구경을 모두 끝낸 우리는 배부른 사자처럼 한 방에 모여 늘어졌다.

“어으~ 구경하는 것도 은근 피곤하네.”

“그래도 재밌지 않았어? 볼만 한 것들이 많았잖아.”

“그렇긴 했지. 근데 그것도 한 두 번이지 계속 되니까 슬슬 식상해지더라.”

“아무튼 그래서 새 건물 만족도는?”

각자 만족도를 10점 만점으로 해서 평가를 내렸다.

“나는 10점! 완전 좋아.”

“나는 8점. 아직 제대로 안 쓰는 곳이 너무 많아.”

“나는 8.5!”

“왜들 이렇게 짠 거야? 9점!”

“10점. 우리가 말한 건 전부 다 들어줬잖아. 그럼 된 거지.”

“나도 9점.”

8점대 아래로 내려가지 않은 걸 보면 만족도가 높은 게 확실하다.

사무실 구경하느라 시간을 꽤 썼는데도 남은 시간이 붕 떴다.

“이제 우리 뭐하죠?”

이대로 헤어지기엔 아쉽고, 그렇다고 뭔가 하기에도 마땅히 없는 상황.

“너 계속 이러고 있어도 돼?”

“응. 돼. 오늘 하루 쉬기도 했잖아.”

“형들형들!! 제 방에서 게임할래요?!”

우연이가 눈을 반짝이며 제안했고.

“음…그럴까?”

“시간 떼우는데 게임이 최고이긴 하지.”

우리는 우연이의 방에 있는 게임방으로 우르르 몰려가서 한동안 게임을 즐겼다.

하지만 그것도 1시간 정도 흐르니 금세 시들해졌다.

다른 애들은 게임에 푹 빠져 있는 것 같긴 한데 아무래도 게임을 평소에 들겨하지 않아서 그런 듯 했다.

경태 형이 멍하니 앉아 있는 나를 봤는지 다가와서 물었다.

“왜 게임 안 하고 멍하니 앉아 있어?”

“그냥 애들 노는 거 보는 것도 재밌어.”

“게임 잘하는 놈이 이런 말을 하네.”

철권으로 내게 완전히 발려버린 경태 형이 은근하게 눈을 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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