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42화 (542/849)

과연 진해솔이 어떤 말을 하려고 이 자리에 왔는가.

기자들의 시선이 잘 생긴 진해솔을 응시했다.

기자회견 진행을 위해 협조를 하기 시작한 기자들 덕분에 사회자가 드디어 진해솔에게 마이크를 주었다.

‘살을 좀 많이 뺐네.’

그때까지만 해도 기자들은 태평하게 진해솔의 미모를 평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여유도 얼마 지나지 않아 180도 바뀌었다.

“오늘 이 자리에 여러분들을 부른 이유는 제가 그동안 비밀로 하고 있던 걸 밝히기 위함입니다.”

‘목소리 오지네.’

톤이 확 다운 되어 있는 진해솔의 목소리에 기자는 짧지만 오르가즘을 느꼈다.

귀가 예민한 기자는 진해솔의 외모도 외모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도 여자를 매혹시킬 것들이 매우 많다는 생각을 했다.

“제가 활동을 하면서 숨기고 있었던 비밀은 바로 제 가족에 관련 된 일입니다.”

가족이라는 말에 기자들은 혹여나 진해솔이 부모님이라도 찾은 건가 싶어 눈을 반짝였다.

노트북 키보드에 손가락을 얹고 그가 말을 시작하자마자 타이핑을 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돌연 폭탄 같은 말이 쏟아져나왔다.

그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의 폭탄이 말이다.

“저한테 아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저는 제 연인들과 함께 가족으로서 살고 있습니다.”

“???”

“으응?”

“뭔 소리를 한 거야, 지금?”

“연인이 있다잖아.”

“아니, 그것보다 더 큰 게 있잖아! 지금 애가 있다는데? 진해솔이?”

어안이 벙벙해서 기자들은 진해솔이 하는 말을 듣고도 순간 아무런 반응을 못했다.

연인을 고백하는 거라면 기자들이 이렇게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나름 산전수전을 다 경험하는 직업이다보니 그렇다.

그런데 진해솔에게 아이가 있다는 말은 너무 의외인지라 놀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때, 상황파악이 빠른 기자가 있었는지 냉큼 손을 들어 올리더니 물었다.

“말씀하신 것처럼 연인도 있고, 아이도 있다면 진해솔씨를 둘러싼 소문들이 진실이라는 건데, 그럼 혹시 연인들 중에 남성도 있으십니까?!”

“시발, 쟤는 또 왜 저래?”

“저 병신이…. 어디서 온 년이야?”

기자들 사이에서도 기레기라고 불릴 만한 질문이었고, 당연하지만 진해솔은 그 황당한 질문에 대답할 생각이 없는 듯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기레기의 질문을 시작으로 기자들이 저마다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질문을 쏟아냈다.

“진해솔씨! 연인이 많다고 하셨는데, 언제부터 만나 오셨던 겁니까?”

“결혼하실 생각이십니까?”

“가족이라면 혹시 동거하고 계시는 건가요?”

“자녀가 몇이나 있습니까? 연인은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계신가요?”

“진해솔씨의 연인으로 스캔들이 났었던 연예인들이 연인 관계가 맞았던 게 맞습니까?”

아무리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져도 기자라면 빠르게 질문거리를 만들어낼 줄 알아야 하는 법이었다.

어안이 벙벙했던 기자들이 정신을 빠르게 차렸고, 잽싸게 소문과 엮어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아수라장이 된 기자회견장은 사회자가 진정 시키려고 해도 쉽사리 되지 않았다.

진해솔도 더 이상 마이크를 들어올리지 않았고 말이다.

“무질서하게 행동하시면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모두 정숙해주십시오. 질문 시간은 따로 드릴 테니 지금은 질문을 지양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질문 시간은 이따가 따로 있을 예정이오니 지금은 질문을 지양해주십시오.”

사회자에게 이미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임을 말해뒀는지 차분하게 회견장의 소란을 정리했다.

진해솔과 조연주 대표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니 기자들도 질문을 계속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점차 질문을 멈췄다.

장내에 소란이 잦아들자 그제야 다시 진해솔이 마이크를 들었다.

“여러분들께서 궁금해 하시는 게 많은 것 같네요. 다만 제가 말하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 지나친 억측은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연인이 있고, 아이가 있다는 것만 사실일 뿐, 그 외의 소문은 저와 대부분 무관합니다. 그리고 제 여자친구에 대한 신상은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니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일반인이다 보니 기자분들의 관심을 부담스러워 할 겁니다.”

진해솔이 저렇게 말을 한다 해도 기자들이 어디 부탁한다고 들어주는 족속들인가?

벌써부터 기자들은 진해솔의 연인이 누구인지, 무슨 직업을 갖고 있는지 캐기 위해 부지런히 손가락을 놀리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당사자가 앞에 있는 이상 그걸 티낼 순 없었다.

더욱이 아직 그에게 들어야 할 말이 많았다.

기자들은 질문을 계속 하고 싶었는지 멈칫멈칫 손을 들어 올리다가 말다가를 반복했다.

“저에 대한 여러 가지 소문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전부를 알고 있지는 않지만, 몇 가지는 사실인 경우가 있더군요.”

소문 중에 사실인 게 있었다?

진해솔의 소문에 대해 빠삭하게 잘 알고 있는 기자들이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찰칵찰칵찰칵찰칵-

“진주아씨와 연인 관계이십니까!?”

“한민영씨와 관계를 해명해주십시오!!”

“김지유씨랑 아이까지 있다는데 사실입니까?!”

“게이라는데 정말 사실이 아닌 건가요?”

“친부모님을 찾았는데 숨기고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사실인지 해명해주십시오!”

기자들은 뭐가 됐든 특종을 잡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한편으로는 저걸 왜 스스로 말하는 건지, 이번 사건에 얽힌 자세한 사정도 알고 싶었고 말이다.

‘더군다나 진해솔이 여자 연예인이랑 얽힌 게 몇 번이냐. 그 중에 한 명만 있어도 대박이라고.’

당분간 기사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고나 할까?

워낙 잘 생긴 탓에 여자와 아무런 논란이 없다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여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호감을 표현해댔을 것 아닌가?

저 얼굴로 살면 여자와 안 얽히고 싶다고 얽히지 않을 수가 있는 미모가 아니었다.

그동안 기자들이 하나도 캐내지 못한 게 정말 이상한 거였다.

‘언젠가는 제대로 된 증거가 나와서 확실하게 밝혀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걸 본인 스스로 밝힐 줄이야.’

진해솔이 본인에게 여자들이 많고, 아이까지 있다는 사실을 밝혔음에도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되는 건 그의 미모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 얼굴로 살아가는데 여자가 없는 게 더 심각한 거 아니겠냐고.’

만약 그랬다면 소문대로 그가 고자이거나 게이일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기자들의 손이 분주해졌다.

실시간으로 기사를 빠르게 올려야 조회수를 조금이라도 더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해솔은 기자들이 분주하게 손가락을 놀릴 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폭탄을 터트렸다.

“제 연인 중에 저와 비슷한 곳에 계신 분은 진주아씨와 한민영씨입니다.”

“!!!!!”

“!!!!”

“두 사람을 만난다고?”

“법으로 문제 될 게 없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지.”

“와~ 그래도 진해솔이라고 만나는 여자 급이 다르긴 다르네.”

기자들은 세 사람의 얼굴 합이 꽤 잘 어울린다는 것을 떠올리며 재빠르게 손가락을 놀렸다.

[진해솔과 만나는 여자 연예인, 평소 친분 깊던 진주아, 한민영이었다!]

[우리 잘 어울려요? 진해솔 두 대세 여배우를 양 손에 쥐다!]

자극적인 제목만 빠르게 뽑아서 빠르게 기사를 써낸다.

이렇게 실시간으로 기사를 쓰지 않으면 다른 기자에게 조회수를 뺏기기 때문에 아주 빠르게 기사를 써낼 필요가 있었다.

그로인해 기사에 오타가 나도 상관없었다.

“그 외에는 저와 연관 된 분들 중 얼굴이 알려진 분은 없습니다.”

연예인은 두 명.

그럼 일반인은 몇 명이나 데리고 살고 있을까?

기자들은 좀 더 자극적이고 예리한 질문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다.

자신이 말한 것 이외의 소문은 뜬소문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못 박았기에, 다른 소문들에 대한 질문을 할 수는 없었다.

‘어? 잠깐만, 진주아가 아들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진해솔에 대한 생각만 하다가 진주아에게 어떤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바로 깨닫지 못했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미처 정리 되기도 전에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진주아씨의 아들과 진해솔씨는 어쩐 관계입니까?”

“헉! 그러고 보니 그렇네?”

“진주아 아들이 올해 몇 살이지?”

진주아의 아들과 진해솔의 관계!

두 여배우를 가진 남자임에 기사를 쏟아내던 기자들이 잠시 손가락을 멈추고 다시 기자회견에 집중했다.

그리고 진해솔은 기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숨길 생각이 없었다는 듯 대담하게 기자의 질문에 대담을 해준 것이다.

“진주아씨의 아들은 제 아이가 맞습니다.”

“!!!!!!!”

특종이다!!!

그것도 엄청난 특종!

여자가 많다는 것도 특종이 맞기는 하다만, 진주아의 아들이 진해솔 아들이라는 점은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한 이슈가 될 것이다.

기자회견장의 공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를 느꼈는지 진해솔에게 마이크를 내리라고 신호를 한 조연주 대표가 대신 마이크를 들었다.

“지금까지 진해솔씨는 비밀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잘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느끼는 죄책감이 컸고, 이번에 재계약을 하기 전 자신의 개인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고 싶다는 부탁을 해오더군요. 제가 회사의 대표인지라 그의 결정을 곧바로 지지할 순 없었습니다.”

조연주 대표의 말에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비밀을 아직 들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나서서 밝힌다?

에어플레인 그룹 이미지가 크게 손상 될 텐데 도시락 싸서 따라다니며 말려야 하는 게 맞았다.

‘진해솔은 아무리 파도 나오는 게 없었는데, 어떻게 이 엄청난 비밀을 지금까지 숨겼던 거지?’

저렇게 튄 얼굴로 유년시절에 소란이 없었다는 것도 미스터리한 일 중 하나였는데, 이런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다녔다는 게 기자들 입장에선 엄청난 충격이고 약이 오르는 일이었다.

멤버 중 한 명은 스캔들을 내는데 성공했지만, 뜯어 먹을 거 많은 에어플레인을 고작 스캔들 하나로 만족할 기자는 없었다.

에어플레인이 잘 나갈수록 그들을 노리는 기자들의 숫자는 많아지고, 그들의 취재는 집요해졌다.

그런데도 이와 같은 일을 스스로 밝힐 때까지 전혀 몰랐다는 게 기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오랫동안 상의한 끝에 해솔씨의 의견대로 모두에게 밝히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늘 이 자리를 만들게 됐습니다. 용기를 내서 사실을 밝힌 진해솔씨에게 너무 큰 질책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누구나 좋은 인연을 만나 결실을 맺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조연주 대표의 말이 끝나고, 이후 드디어 기자들의 질문 시간이 왔다.

기자들은 그동안 억누르고 있던 충동을 더 이상 억누르지 않았다.

“재계약을 앞둔 지금 왜 그 사실을 밝히시는 겁니까? 재계약과 관련해서 뭔가 부적절한 협박이 오간 건 아닙니까?”

조연주 대표가 떡하니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 비밀 밝힌 거, 대표가 협박해서지?’ 라는 질문을 한 것이다.

“그동안 아이를 숨긴 채로 활동을 하면서 아이 아빠로 당당하게 나설 수 없다는 점이 미안했고, 팬 여러분들에게 중요한 사실을 숨겨야 한다는 사실에 매일 매일 불안했습니다. 누군가의 협박도 없이 제가 바래서 이 자리를 만든 겁니다.”

진해솔이 단호한 목소리로 기자의 질문을 받아넘겼다.

화가 날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표정을 살펴도 딱히 동요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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