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543화 (543/849)

-진해솔 여자 없다는 사람 어딨냐 ㅋㅋ 순진하다매.

-결국 진해솔도 얼굴 값 하는 구나.

-Always beside of SUN♡

-여자가 얼마나 많으면 지 입으로 여자가 많대냐 ㅋㅋㅋㅋㅋㅋ

-해솔아 사랑해!

-화이팅!! 계속 응원할께!!

-여자 없으면 게이인 거지. 그동안 여자 없다고 뻔뻔하게 말하고 다니면서 여자 홀렸겠네?

-LOVE SUN♡

-歌很好听

-저 얼굴로 살면 얼마나 편할 거야? 가만히 있어도 여자가 따라오겠지.

-애까지 있는 건 좀 충격인데 ㅋㅋ

-LOVE SUN♡LOVE SUN♡LOVE SUN♡LOVE SUN♡LOVE SUN♡

-불공정 계약한 거야? 해솔아! 그런 거면 손가락 하트해줘!

진해솔의 첫 기자회견.

컴백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팬들에게는 어리둥절한 상황이었다.

활동하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뜬금없이 기자회견이라니?

컴백 홍보를 위한 것이라기엔 너무 과한 행동이었기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기자 회견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터진 폭탄 같은 폭로!

팬들은 정신이 아늑해져서 어안이 벙벙한 채로 기자회견을 지켜보다가 뒤늦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현재 기자 회견 생방송을 보고 있는 팬들의 숫자는 무려 몇십 만을 넘어가는 상황.

해외 팬들은 우리나라 말을 몰랐기에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사랑 고백이나 하고 있었지만, 상황을 알게 된 사람들 사이에서는 슬슬 자극적인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진해솔이 엄청난 비밀을 폭로했다고 해서 그동안 그를 사랑했던 팬심이 금방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팬들은 일단 분위기가 너무 진해솔에게 좋지 않게 돌아가지 않도록 열심히 채팅을 쳤다.

-은퇴만 안 해주면 돼!!! 은퇴만 하지 마!!!

-지금도 여전히 응원하고 있어!!

-♥♥♥♥♥♥♥♥♥♥♥♥♥♥♥♥♥♥

그렇게 무슨 상황인지, 앞으로 해솔이가 어떻게 되는 건지 의문이 가득한 채로 응원 채팅을 치며 지켜보던 팬들은 기자들의 선을 넘는 질문이 이어지자 점점 분노하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불공정 계약이 있었느냐는 질문까지는 허용 되는 질문이 맞았다.

하지만.

“진해솔씨! 앞으로 활동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구체적인 결혼 계획을 알고 싶습니다!”

“협박을 받아서 밝히시는 건 아닙니까?”

개인사를 밝히는 자리여서 미감할 수 있는 개인사를 질문해도 된다고 생각한 걸까?

기자들이 끝을 모르고 질문을 쏟아냈다.

-시발, 저 새끼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해솔이 앞에서.

-저 년 뭐하는 년임?

-당장 저 기자 끌고 나가야지!! 뭐하고 있는 거야!!

-기자면 사람 앞에서 저렇게 무례하게 행동해도 되는 거야?

-해솔이가 능력이 좋아서 여러 여자 만난다는데 뭐가 문제인데? 법이 허락해준 거잖아!!

적어도 기자들이 진해솔을 사람으로 봤다면 저런 무례한 질문을 쏟아내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오로지 진해솔을 더 캐내서 특종을 좀 더 얻어내고 싶어할 뿐이었다.

“은퇴 계획이 있으신 겁니까? 진해솔씨의 활동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으신 건가요?”

-네가 뭔데 그딴 질문을 해!!! 우린 아무렇지도 않거든?

-개새끼, 너 얼굴 기억했다.

“진주아씨는 아이에 대해 밝힌 채로 활동을 시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본인이 아이의 친부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했던 이유는 뭡니까!”

-사회자 뭐하는 거야! 당장 말려야 하잖아! 왜 저런 무능한 년을 데려다 놓은 거야?

-기자들 완전 광기 그 자체네 ㅋㅋㅋㅋㅋㅋㅋ 개꿀잼.

무례한 질문이 쏟아지자 조연주 대표가 화가 났는지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팬들은 드디어 조연주 대표가 나서는가?! 싶어 기대감을 담은 채로 기다렸다.

하지만 조연주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한 말은 팬들을 실망시켰다.

“사회자님, 진행해주시죠.”

“아…! 예, 예예. 기, 기자님들. 모두 정숙해주십시오. 질문은 저희가 지목한 기자분께 받겠습니다.”

-아니!!! 그게 끝이야, 언니? 언니 이사일 땐 안 그랬잖아!

-대표 되더니 엉덩이가 무거워지셨네. 우리 언니.

-저럴 사람이 아닌데. 대표 언니 성격 장난 아닌데….

-이걸 참네 ㅋㅋㅋ

-참아야지. 여기서 대표가 나서서 버럭 소리 지르면 개막장 아님?

조연주 대표가 허니 엔터에서 어떤 신화를 써왔는지 잘 알고 있는 팬들은 조연주 대표의 시시한 말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팬들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조연주 대표가 숨기고 있던 성격을 드러내려는 순간, 그녀를 말리는 손길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 ♧ ♧

나는 황급히 테이블 아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그녀의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

기자들에게 분노를 보여 봤자 좋을 거 하나 없다.

그들은 그 분노로 축제를 열 테니 말이다.

연주 누님이 내 손짓에 정신을 좀 차렸는지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고 말했다.

“사회자님, 진행해주시죠.”

누님을 잘 알고 있는 나는 그녀의 목소리에 깃들어 있는 살기를 분명히 느꼈다.

아무래도 저 사회자분은 오늘 이후로 우리랑 영영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

“아…! 예, 예예. 기, 기자님들. 모두 정숙해주십시오. 질문은 저희가 지목한 기자 분께 받겠습니다. 정숙해주시고, 손을 들어주십시오.”

연주 누님에게 결국 한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린 사회자가 진땀을 빼며 장내의 소란을 진정시켰다.

조용하게 협조를 해주는 기자들만 사회자가 발언의 기회를 줄 것이라는 무언의 압박이 가해지자 드디어 기자들이 입을 다물었다.

손을 번쩍 번쩍 들고 있는 기자 중에 사회자가 우리 편이라고 말했던 기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갈색 트렌치 코드 입으신 기자님. 질문해주십시오.”

“안녕하십니까. 우리일보 주윤화 기자입니다. 보통 연인을 고백할 때는 은퇴를 고려한다고 봐도 된다고 여겨지는데 진해솔씨는 재계약 없이 은퇴를 고려중이신 겁니까?”

[진해솔 은퇴 고백?!]

[에어플레인, 앞으로 개인 화롣에 집중할 예정!]

기자들의 손이 더 분주해진다.

오타가 나도 상관없었다.

기삿거리가 넘쳐나는 이 순간, 최대한 꿀을 쪽쪽 빨아먹어야 한다.

나는 눈빛에 광기가 서리기 시작한 기자들을 향해 빠르게 대답을 했다.

“은퇴를 할 생각 없습니다. 앞으로 멤버들과 지금처럼 꾸준히 활동을 해나갈 겁니다.”

“이 부분은 제가 추가해서 대답하는 게 맞는 것 같군요.”

그리고 내가 대답한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연주 누님이 치고 들어왔다.

“에어플레인이 재계약을 통해 레이블 독립을 했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진해솔씨가 은퇴를 고려하고 있었다면 레이블 독립을 할 필요도 없었겠죠. 앞으로도 진해솔씨는 지금과 같이 활발하게 활동을 할 거고, 곧 컴백 일정도 예정 되어 있습니다. 해솔씨가 기자회견을 열어서 비밀을 밝힌 것은 앞으로 계속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대답이 끝나고 사회자가 다음 기자를 지목했다.

이번에는 우리 편 기자가 아니었기에 날카로운 질문이 나왔다.

“평소에 여러 여성분들의 이상형으로 손에 꼽히곤 하셨는데, 그분들에게서 연락을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진해솔씨와 만나고 계신 분들 중에 제계에 계신 분이 있습니까?”

“제 연인들 개인 신상에 관한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 다음으로 넘어가주세요.”

“예, 그럼 다음 질문은….”

기자들에게 쏟아지는 날카롭거나 황당한 질문들에 천천히 대답을 해나갔다.

오랫동안 준비한 만큼 예상 질문들이 생각해왔던 범주 안에서 나왔다.

내가 그만큼 대비를 철저하게 해놨다는 뜻도 되겠지만 말이다.

대답을 하지 못하는 부분은 확실하게 못을 박아뒀다.

질문을 돌려서 해가며 어떻게든 캐내고 싶어 하는 기자가 있었지만,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고 대답을 거부하며 질문 기회를 뺏어버리니 나중에는 기자들도 질문 종류를 조심해서 하기 시작했다.

사실 내가 걱정하는 건 기자들의 반응이 아니었다.

지금 이 광경을 생방송으로 보고 있을 팬들.

나를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지 신경 쓰여서 기자회견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많이 충격 받았을까?’

부디 마음의 상처가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팬들에게 내 가족의 존재를 인정받고 축하 받는 관계가 됐으면 했다.

하지만 그건 내 바램일 뿐, 팬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도저히 예상이 되지 않았다.

[에어플레인 진해솔 충격적 심경 고백! 숨기고 있었던 경악적인 비밀은?]

[그 아이, 제 아이입니다! 진해솔이 밝힌 충격 고백.]

[대세 배우 진주아가 친부에 대해 밝히지 못했던 이유!]

[두 얼굴의 아이돌! 그의 여성편력,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대단해.]

기사가 쏟아진다.

기자 회견의 후폭풍은 며칠 간 계속 될 게 분명하다.

홍수가 나도 이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을 정도.

얼떨결에 정치권에서 불던 화제가 훅! 하고 진화 되어버리기까지 했다.

연예계 소식만큼 자극적이고 사람들이 떠들기 딱 좋은 게 없는 법이었다.

이 정도면 이 나라에 있는 기자라는 사람들 전부가 진해솔의 기자회견에 관련 된 얘기를 쓰는 것 같았다.

사회부는 남자의 일부다처제로 생기는 사회적 문제를 꼬집었고, 뜬금없이 남자 아이돌의 성상납에 관련 된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어떻게든 이번 화제에 묻어가서 조회수를 빨아보겠다는 기자들의 이기심이 불러일으킨 현상이었다.

[일부다처제, 이대로 괜찮은가? 문란해진 남성들의 성생활.]

사회부가 재차 소리치고 있는 요즘 사회 문제가 진해솔의 기자 회견에 얽혀 화제가 되기도 하고.

[여성은 차별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

뜬금없이 여성부도 슬그머니 나와서 자기 존재를 어필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 와중에도 진해솔에게 호의적인 기사는 분명 존재했다.

[죄책감에 괴로웠나? 눈시울 붉어지며 고개 숙인 진해솔.]

[에어플레인 끈끈한 우애 과시! SNS에 #진해솔 응원해! 다 함께 찍은 사진 올려….]

[진해솔의 솔직한 고백! 이제라도 밝힐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끝까지 담담하고 용기 있는 모습 보여주다.]

[슬픔에 잠긴 얼굴도 아름다웠던 그. 그의 초췌한 모습에 여심 심쿵!]

[허니 엔터의 무리수라 여겨졌던 레이블 독립, 알고 보니 신의 한수였나?]

[이번 기자회견이 레이블 독립에 미칠 영향은?]

[에어플레인 진해솔, 이미 사실혼 관계라는 연인들. 결혼 할 가능성이 높아.]

[은퇴는 없다! 단호하게 대답을 했음에도 팬들이 걱정하는 이유는?]

부정적인 기사를 쓴 기자가 다음에는 긍정적인 논조로 기사를 쓰기도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

나는 막상 일이 닥치니 생각보다 여파가 큰 상황에 놀란 내 여자들을 다독였다.

더불어 내 여자라고 공식적으로 알려진 주아 누나와 민영 누나를 보호하기 위해 애를 썼다.

“선물을 안 받는데도 꾸역꾸역 보내는 사람이 많네.”

“이게 전부 해솔이 팬들이 보낸 걸까?”

“평소에도 내 팬이 보내는 택배가 있긴 했는데, 이 정도로 많지는 않았어. 그러니까 결국 이 택배들 전부 해솔이 팬들이 보냈다는 게 되는 거지.”

주아 누나는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는 집 앞에 쌓인 택배로 골치를 썩고 있었다.

수취인 불명의 택배들을 함부로 받았다가 큰일이 날 수 있었기에 전부 버리기로 한 상태였음에도 신경을 쓰긴 해야 했다.

좀 과장해서 폭탄물이 있을 수도 있는 택배들이었다.

누나가 직접 할 수 없는 일이므로, 택배를 뜯어보고 버리는 일을 하는 사람을 따로 고용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인력을 누나의 회사에서 연결을 해줬다는 점이다.

“왜 이렇게 침울해? 우리가 대표로 두들겨 맞는 건 예상했잖아.”

“맞아. 네가 은퇴하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한 게 효과가 있어. 나는 당장 집에 쳐들어와서 칼부림 날 줄 알았거든.”

주아 누나와 민영 누나는 내가 너무 우울해보이자 위로 하고 싶었는지 되도 않는 소릴 했다.

나는 민영 누나가 칼부림이 안 나서 다행이라는 말이 웃겨서 풋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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