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들을 하고 싶었고, 팬들과 하루라도 더 자주 만날 수 있었으면 했기에 생긴 일이었다.
하지만 대표 형의 걱정은 괜한 게 맞다.
멤버들도 이렇게 자신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활동 중간중간에 체력관리를 해주는 내가 이 그룹에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얘네들 체력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다들 튼튼하게 컸거든요.”
더불어 체력이 부족하면 내가 채워주면 된다.
내 아이템을 야금야금 먹으면서 키워진 체력과 실력.
마음껏 재주를 부릴 판이 깔려졌을 때 서먹어야 들어간 코인값이 아깝지 않지 않겠는가?
“저희가 예전에 했던 스케줄표 보시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겠구나 싶으실 거에요.”
“맞아요. 평소보다 스케줄이 좀 많아서 힘들긴 한데 버틸 수 있어요.”
“아무래도 해솔이 형이 제일 힘들지 않을까요? 후반에는 스케줄이랑 영화 촬영을 같이 해야 하니까.”
“근데 저 형은 강철 체력이잖아.”
“그러니까 문제 없는 거지.”
대표 형은 우리들이 너무 태연하게 말하니 어쩔 수 없었는지 스케줄표를 찜찜하게 바라보면서도 일단 해보기로 한 듯 했다.
“옛날 스케줄표는 살펴 볼 생각을 못했네. 한 번 봐야겠다.”
“아마 보시면 이 스케줄도 가능하겠구나 싶을 거에요.”
콘서트 스케줄이 촉박하게 채워져 있었어도 우리는 다 해냈었다.
아마 대표 형도 우리랑 한 번 일해보면 대충 감이 잡힐 거다.
♧ ♧ ♧
[논란 속의 에어플레인, 컴백 D-DAY 잡혔다!]
[정면 돌파 할 생각인가. 에어플레인 컴백 D-Day7!]
[기자회견장에서 예고했던 컴백 소식에 연예계 들썩!]
[논란은 있어도 명불허전 에어플레인의 컴백 소식에 허니 엔터 주가 회복세.]
[레이블 독립 후 첫 컴백, 과연 허니 엔터의 빈자리를 에어플레인은 채울 수 있을까?]
[허니 엔터 앞에서 진해솔 하차 요청 시위하는 팬들. 기자회견 실망 컸나.]
[기자회견 덮고 싶었던 에어플레인 무리한 컴백 소식 알려….]
[에어플레인 진해솔, 해체 아닌 잔류 선택! 컴백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밝혀.]
컴백 기사가 터졌다.
기자회견을 하고 정확히 3일 만의 일이었다.
계획대로 진행이 됐고, 기자 회견의 열기가 미처 식지 않았을 무렵 터진 컴백 소식에 기자들이 알아서 기사를 생산해댔다.
아직까진 혼돈 그 자체인 여론도 컴백 기사가 나자 여러 반응이 터져 나왔다.
-컴백!! 에어플레인 컴백!!
-축배를 들어라~~
-믿고 있었다고! 아싸!!
-너무 빨리 컴백하는 거 아니야? 지금도 욕먹고 있던데, 자숙기간 레전드네ㅋ
-응, 니 인생이 레전드.
-아~ 기대 된다!!! 이번에는 어떤 컨셉이지?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
-에어플레인 사랑해♡♡♡
-레이블 독립한 거 나만 걱정 돼? ㅠㅠ 허니 엔터에 계속 있었으면 이 정도로 걱정 되진 않았을 텐데.
-우리 애들이 언제 실망시킨 적 있음? 이번에도 분명 대박일 거임.
-괜히 남 욕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도 에어플레인 노래 내면 노래는 잘못없다면서 들을 듯.
-ㅇㅈ
-ㅋㅋ 이게 맞지.
에어플레인이 컴백을 해서 보여주는 모습들은 항상 기대 이상의 것들이었다.
그렇다보니 팬들도 그렇고 일반인들도 그렇고 에어플레인의 노래가 좋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기자 회견이후 자숙없는 활동 시작을 욕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들의 곡을 안 듣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번에 이갈고 나올 듯. 레이블 독립하고 낸 첫 곡인데다 기자회견으로 욕하는 사람들 많잖아. 다 입 닥치게 할 정도의 곡이 아니고선 컴백은 악수가 될 거임.
-ㅇㅈ 지금 다들 이 갈고 지켜보고 있을 듯.
기자회견을 본 업계 사람들은 드디어 에어플레인의 독주가 깨지는 건가 싶어 얼씨구나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에어플레인 깜짝 컴백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설마 이런 짓을 했는데도 상을 독점할까?’
‘우리 애들도 1위 할 수 있겠구나 싶었더니…. 컴백이 웬말이냐고.’
에어플레인이 나와서 6년이 넘는 세월동안 꾸준히 활동을 해서 아이돌을 데뷔시켜도 듣는 소리는 에어플레인 미만 잡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애들을 모아다가 데뷔시켜도 에어플레인이 너무 넘사라서 비교가 안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언젠가는 힘이 빠지겠지….’
에어플레인이 2~3년 동안 업계를 씹어 먹을 때만 해도 저러다가 언젠가는 시들해지겠지 하며 낙관하던 업계.
하지만 그들이 원탑으로 독주하는 건 6년이 흘러도 여전했다.
‘우리도 에어플레인 만큼 대단한 애들로 모아서 그룹 만들고 싶은데 인재가 없네.’
인재가 없어서 그런 거라며 남탓을 시전하는 사람도 있었고.
‘허니 엔터는 괴수들 소굴인가? 이번에 데뷔시킨 리멤버 걔네들도 나이에 비해 실력이 엄청 좋던데.’
허니 엔터의 저력에 혀를 내두르기도 하며.
‘회사 트레이너들을 바꿔야 하나? 잘 가르친다고 소문 난 트레이너를 새로 찾아봐야겠는데.’
트레이너 탓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핑계를 대며 애써 외면해온 남자 아이돌 최고의 자리.
에어플레인은 남자 아이돌은 한계가 있다는 편견을 갖고 있던 업계 사람들의 눈도 높여놨다.
그리고 못 먹는 맛있는 감을 침 흘리며 지켜보던 업계 사람들은 기자회견으로 에어플레인이 위기가 오자 드디어 저 감이 우리한테 떨어지는 것인가!! 하다가 컴백 소식에 실망해버린 거다.
“이번에도 차트는 다 씹어먹겠지. 빌어먹을.”
“쟤네가 걸어다니는 기업이라던데….”
남자 아이돌은 한계가 있다.
이건 에어플레인이 나오고 나서 없어진 편견이다.
물론 해외에서 유명세를 얻은 남자 아이돌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실력으로 주목을 받았다기 보단 남자라는 성별적 이득과 독보적인 미모 그리고 K-POP 특유의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그런데 에어플레인은 남자 아이돌임에도 불구하고 비주얼을 어필하기보단 실력으로 주목 받기를 바랐다.
‘정작 외모가 신급인 멤버가 있는데도 말이야!’
그랬는데 그 신급 외모를 가진 멤버가 드디어 사고를 쳤다!
여자가 많단다.
애도 있단다!!!!
이건 드디어 남자 아이돌 정상에 빈자리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에어플레인의 하강세에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업계 사람들의 눈치싸움이 시작됐다.
아니, 시작 되려고 했었다.
“컴백해서 기자 회견 때 말아먹은 이미지를 회복시키려는 속셈인 거야.”
“시발, 에어플레인 두뇌가 누구야? 홍보 잘하네.”
“자숙 없이 컴백하는 거 괜찮은지 공론화 좀 시켜봐!! 이대로 두고 볼 거야?!”
업계 사람들은 에어플레인이 슬슬 정상의 자리를 비워주길 바랐다.
그들이 자리를 비우면 그 자리를 자신들이 가질 수 있을 거라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해먹어도 너무 오래 해먹었잖아.”
“양심 있으면 이제 자리 비켜줄 때가 됐지!”
“망할 거야. 여론이 너무 안 좋잖아. 욕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컴백? 풋! 얘네가 아직 뭘 모른다니까.”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며 행복회로를 돌려본다.
하지만.
“시발, 이 새끼들 내려 올 생각이 전혀 없구만!!”
예고했던 컴백 날의 아침이 밝고, 시간이 흘러 곡이 나왔다.
국내에서 엄청난 논란을 만들었던 기자회견도 해외 팬들은 ‘그게 왜 문제임?’ 하는 눈치였고, 국내 팬들은 기자들이 무리를 하다가 사람들에게 밉보여 온갖 욕을 쳐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에어플레인의 컴백이 의외로 홍보만 엄청 되고, 손해는 최소화 된 현재.
“음악이 미쳤잖아!”
“진해솔이 만든 거래!! 이 새끼는 세상을 지 혼자 사네.”
“욕을 쳐먹고 있어도 이런 곡이면 들을 수밖에 없지.”
업계 쪽에서 들리는 소문도 알음알음 퍼져나갔다.
진해솔이 무려 7일 밤을 작업실에서 살면서 만들었다는 곡이라는 거다.
그런 비하인드까지 터지니 에어플레인의 독주를 막을 사람이 없었다.
컴백하려던 회사 아이돌의 계획을 황급히 뒤로 미루거나, 이미 1주 전에 컴백을 해서 되돌릴 수 없는 아이돌들은 1위를 포기했다.
“이건 넘사야. 넘사.”
곡의 퀄리티가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취향을 타는 사람이라도 이 곡을 듣고 좋다는 생각을 안 할 순 없을 것이다.
여전히 진해솔을 욕하며 그를 까대던 사람들도 그를 찬양하는 여론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이 곡을 직접 만든 사람이 진해솔이라는 점에서 업계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진해솔의 곡을 받기 위해 소속사에 접촉을 시작했다.
이런 곡을 만든 작곡가라면 친하게 지내지 않을 수가 없었다.
♧ ♧ ♧
노래가 대박이 났다.
그걸 느끼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이번 곡 반응이 너무 좋아.”
“뭐 언제는 안 좋았냐고 거만하게 말해보고 싶은데, 1위 하니까 기분 엄청 좋다.”
순식간에 국내 모든 차트에서 우리 곡이 1위를 했다.
일명 수록곡 줄세우기.
그것이야 말로 성공한 가수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상이 아닐까 싶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타이틀곡만 사랑받는 게 아니라 수록곡까지 사람들이 사랑해주는 것.
모든 가수가 바라마지 않은 일이었다.
타이틀 곡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수록곡이 부족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떤 가수들은 타이틀곡보다 수록곡에 더 큰 애정을 갖게 될 때도 있다.
“이게 노이즈 마케팅의 힘인가?”
“효과가 좋아도 이런 홍보는 싫어요! 마음고생이 너무 심하잖아요.”
“맞아. 그리고 곡이 좋아서 잘 되고 있는 거야. 곡이 별로였으면 그런 식으로 마케팅을 해도 반짝하고 말 거라고.”
“나는 이제 뭐든 다 좋아! 뭐가 문제냐고! 이렇게 잘 되고 있는데!”
길거리에 나가면 우리 노래가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고, 유티비에서는 우리 춤을 따라 추고 영상을 올리는 유티버들이 계속해서 생겼다.
우리 곡을 적당히 편곡해서 커버곡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그동안 활동하며 없었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이 좀 다르다는 이유는 우리 곡을 커버하고 올린 사람들 때문이었다.
유명하지 않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팬인 건 아니지만, 이번 곡은 유명세가 있는 사람들이 춤을 따라 추고, 우리 곡을 커버하고 있었다.
그뿐인가?
이번 곡이 잘 되고 있다는 건 국내 차트 뿐만 아니라 해외 차트에서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유례없이 빠르게 빌보드 차트에 우리 곡이 진입한 것이다.
[에어플레인 빌보드 핫200 차트의 8위로 데뷔!]
[이 갈고 나온 에어플레인, 통했다!]
[논란 딛고 성공한 에어플레인. 곡이 좋아서 안 들을 수가 없었다!]
시작이 8위인 것도 놀라운데, 우리 곡은 이제 시작이었다.
이제 슬슬 기세를 받고 있는데 8위로 시작했으니 1위는 당연히 가능할 거라고 봤다.
성공적으로 복귀한 우리들에게 기자들도 더 이상 뾰족한 기사를 내지 않았다.
일단 해외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으니 팔을 안으로 굽힌 것이다.
우리는 이번 컴백에 사활을 걸었기에 본격적으로 방송국을 돌아다니며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했다.
방송국은 얘네들이 왜 이렇게 섭외를 잘 받지? 하면서 깜짝 놀래면서도 협조적인 태도에 적극적으로 섭외를 해오기 시작했다.
이번 곡으로 국내에서 누구도 아니라고 할 수 없을 만큼의 정상에 오를 예정이었기에 큰 문제가 있는 곳이 아니고서야 섭외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활동 방향을 잡았다.
에어플레인의 방송 출연에 팬들이 환호하고, 방송국이 깨춤을 추는 일이며, 우리들은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게 되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스케줄들이었다.